데포르마시옹 [déformation]
자연을 대상으로 한 사실 묘사에서 이것의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왜곡하여 변형시키는 미술기법이다. 회화나 조각에서, 대상이나 소재가 되는 자연물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고 표현하는 자의 주관에 따라서 바꾸어 표현하는 기법을 가리킨다.
이 말에는 변형, 왜곡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대상을 시각적 영상으로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그 대상을 고의로 왜곡, 변형시켜 그려내는 법이다. 폴 세잔느(Paul Cézanne, 1839~1906) 이후 특히 표현주의와 야수주의가 의식적으로 사용한 예술적 강조의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미술에서 데포르마시옹은 작가의 감정표출을 위해 혹은 조형적인 의도를 강조하거나, 양식화, 풍자적인 과장 등을 위해 사물의 자연형태에 주관적인 왜곡을 가해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연의 충실한 재현을 거부하고 형체와 비례를 파괴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기법적 특징이다. 여기에는 어떤 부자연스러움과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새로운 조형적 시도를 통한 창조성으로의 기대치를 높이는 부분도 있다.
데포르마시의 원어 이름은 déformation이다. 데포르메라고도 한다. 원래는 ‘왜곡’, ‘변형’이라는 뜻이다. 주로 회화에서 사용하며 특히 P. 세잔 이후 문제가 되었다. 본래 예술창조에는 몇 가지 서로 반대되는 의식의 방향이 상관적으로 작용한다.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요소로 생각되는 것으로는 ①예술적 태도로서 주관, 자아를 중심으로 할 것인가, 객관, 세계를 중심으로 할 것인가 ②예술 능력으로서 감정표출을 주로 할 것인가, 직관 형상을 주로 할 것인가 ③예술수단으로서 모양을 중시할 것인가, 이념을 중시할 것인가 등이다. 그리고 이들 세 가지 요소를 조립함으로써 대략 8종류의 기본적인 예술창조의 방향, 즉 기본유형을 생각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데포르마시옹이란 이들 유형 가운데서 어디까지나 사실을 근본으로 삼는 쪽에서, 다른 여러 유형과의 차이를 표현기법 상으로 보일 때 생각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유형을 근본적으로 주장하는 견지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데포르마시옹이란 근대 이후에 한정된 기법이나 현상이 아니라 예술의욕 또는 예술의식의 방향이 사실로부터 다른 유형으로 이행할 때 발생하고 인정되는 것이다. 그리스 시대에 모방 기술의 의식으로 뒷받침되던 사실적 조각이 인체의 이상적 형상[典型]의 표현으로 발전하였을 때 거기에 당연히 데포르마시옹이 행해졌으며, 또 17세기 플랑드르, 네덜란드, 에스파냐 등의 회화가 르네상스의 주지적·객관적 사실로부터 변하여 주정적(主情的)·공상적인 바로크의 표출유형을 이룩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것은 명확히 제시되었다.
근대 이후 데포르마시옹이 주목된 이유는 인간 해방을 추구하는 근대문화가 개성의 자유와 자아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추진했으므로 예술에도 근대 자연주의적 사실에서 출발한 다른 여러 유형의 분방다기(奔放多岐)한 개성적 전개가 집중된 때문이다. 즉, 자연주의에서 인상주의에의 유형 전개, 또는 표현주의, 일부의 포비즘·입체주의·구성주의·초현실주의 등 사실에 의거한 모든 유형에 대한 대립이 여기에 나타나며, 데포르마시옹의 다양한 기법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1. 개요
미술, 특히 주로 회화에서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일부 변형, 과장, 축소, 왜곡을 가해서 표현하는 기법을 가리킨다.
데포르마시옹(déformation)이라고도 불린다. 데포르마시옹은 데포르메의 명사형일 뿐이라 의미상으로는 완전히 동일하지만, 둘을 미묘하게 구분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주로 미술사적인 얘기를 할 때 데포르마시옹이라는 용어를 쓰고, 현대 상업미술 쪽 얘기를 할 때 한국에서는 데포르메라는 용어를 쓰는 편이다.
2. 역사
회화는 사람이 보는 물품을 캔버스로 옮겨 그리는 절차를 말한다. 아무리 주관이 빠지더라도 작품에는 왜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표현법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그리스의 인체 조각상에는 조금이라도 이상적인 모양을 표현하려는 왜곡이 들어갔고, 르네상스 미술에는 대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웅장하게 표현하려는 시도가 들어갔다. 약 기원전 2만 5천 년 경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을 봐도 당대 미의 기준(이라고 추정되는 모양)에 따라 허리가 매우 과장되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비잔티움 모자이크와 같은 벽화에서도 표현상의 이유로 어떤 부분이 특별히 단순하게 드러난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왜곡을 작가가 고의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는데, 주로 폴 세잔 전후로 이런 움직임이 구체화된다. 기존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려는 시각에서 벗어나 때로는 부자연스럽고 기괴할 정도로 대상을 과감하게 변형시키면서 새로운 조형적 시도를 모의한다. 표현주의나 야수파 화가들이 이러한 방법론을 많이 받아들여 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했는데, 후대 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 기법이다.
3. 현대의 데포르메
현대에서는 미술사나 순수미술 쪽의 얘기가 아닌 이상, 데포르메는 주로 상업예술 전반에서 표현하려는 대상을 어떻게 간략화시켜서 표현하느냐에 대한 방법론의 총칭으로 통한다. 더 쉽게 말하면, 캐릭터를 얼마나 캐릭터스럽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데포르메를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작가 개인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이러한 데포르메를 어떻게, 얼마나 차용하느냐에 따라 그림체의 차이를 좌지우지한다. 최소한의 데포르메만 유지하면서 극사실주의에 가까운 화풍을 보이는 작가가 있는 반면, 눈이 손보다 큰 작가도 있다. 근육이 엄청나게 그려진 슈퍼 히어로 만화의 그림체도 넓은 의미의 데포르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