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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의 음식 메뉴판에 와인 리스트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와인에 비중을 두는 업소라면 와인 리스트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펼쳐보면, 나라별로 구분되어 있기도 하고 와인 종류, 즉 레드·화이트·로제·스파클링 와인별로 정리되어 있기도 합니다. 와인에 대한 상식이 어느 정도 있지 않으면 와인 리스트를 보더라도 일단 가격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가격이 중요한 기준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그다음 레드냐 화이트냐를 정하고, 또 선호하는 품종, 마셔본 와인 등의 기준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여럿이 식사할 때는 와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와인 주문을 맡게 되는데, 기왕이면 음식에 맞춰서 와인을 선택하는 센스를 발휘하면 좋겠지요.
예를 들어 스테이크 같은 진한 소스의 고기 요리에는 Cabernet Sauvignon(까베르네 쏘비뇽)이나 Shiraz(쉬라즈) 품종처럼 무게감 있고 진한 레드 와인이 좋겠지만, 파스타 등 무게감이 덜한 음식에는 Merlot(메를로), Pinot Noir(삐노 누아), Sangiovese(산지오베제) 품종의 조금 가벼운 스타일의 레드 와인이 두루 잘 어울립니다. 또한 랍스터, 연어 등 해산물 요리나 샐러드, 일식 등에는 상큼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여러 명이 각각 다른 음식을 따로 주문해서 딱히 와인을 정하기가 어려울 때는 중간 정도의 무게감(medium-body)이 있는 신세계(미국, 호주, 칠레 등)의 대중적인 중저가 레드 와인을 고르면 무난하겠습니다[와인과 음식의 매칭(matching)에 대해서는 와인과 음식에서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와인을 잘 아는 사람과 동석을 하게 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끼리 식사를 하며 와인을 주문할 때가 더 많다는 겁니다.
보통 와인을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 중에는 한두 번 마셔본 와인이나 책, 신문 등을 통해 본 유명하다는 와인 이름 몇 가지를 기억해 놓았다가, 그 와인을 주문하려고 와인 리스트를 뒤적이곤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뜻대로 잘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와인의 종류가 워낙 다양할 뿐 아니라, 각 업소마다 거래하는 와인공급업체도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유명한 몇몇 와인을 제외하고는 매번 특정 와인을 찾아서 마시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뭔가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요, 무조건 와인 이름으로 기억하려고만 하지 말고, 포도품종으로 와인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입니다. 예를 들어 레드 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 Cabernet Sauvignon(까베르네 쏘비뇽), Merlot(메를로), Pinot Noir(삐노 누아), Shiraz(쉬라즈), Malbec(말벡), Sangiovese(산지오베제), Nebbiolo(네삐올로) 정도,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는 Chardonnay(샤르도네), Sauvignon Blanc(쏘비뇽 블랑), Riesling(리슬링), Pinot Grigio(삐노 그리지오) 정도만 알고 있어도 한결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대신 그전에 이들 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을 한두 번씩은 마셔보고 그 맛에 대한 대략적인 차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지요.
물론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은, 주문을 받는 직원(소믈리에)에게 본인들이 원하는 가격대와 취향을 설명하고 주문할 음식에 맞춰 와인 추천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와인이 서빙되면 그 와인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하지만 본인들이 마실 와인을 직접 골라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고 또 그것이 와인을 공부하는 좋은 방법이 되기 때문에 언제까지 추천만 받을 것이 아니고, 직원(소믈리에)의 도움을 적당히 받으면서 직접 골라 보려고 자꾸 시도해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격대로 보면, 일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편안하게 와인을 곁들이고 싶을 땐 신세계의 4~5만 원대 와인이면 충분하며,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에서도 7~10만 원대면 무난합니다. 레스토랑이나 와인바마다 가격 차이가 있으므로 와인 가격이 싼 곳을 서로 소문을 많이 내주면 좋겠습니다.
와인 리스트에 적혀진 와인들이 꽤 많아서 바로 고르기가 힘들 경우에는 잔(glass) 단위로 판매하는 ‘하우스 와인’을 주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대신 오픈한 지 하루 이상 지났거나 너무 저가의 하우스 와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와인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면서각주1) 물을 조금 마셔 입을 헹구고 목이 마른 것을 해소해 놓는 센스도 발휘하시길. 그래야 와인의 맛이 더 잘 느껴지고, 목마른 김에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도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와인 마개의 알루미늄 호일(캡슐)을 벗기고 코르크 마개를 따기 전에 일단 깨끗한 냅킨으로 병 입구 주변을 닦아줍니다. 코르크 마개를 오픈한 다음에도 병 입구에 묻어 있을지도 모를 코르크 부스러기 등을 잘 닦아냅니다. 웨이터(소믈리에)가 없다면 와인은 호스트가 직접 서브하도록 합니다.
와인을 따를 땐 잔의 1/3~1/2각주2) 정도만 따르도록 합니다. 그래야 스월링하기도 편하고 잔에 우러난 와인의 향을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샴페인 같은 발포성 스파클링 와인을 따를 때는 거품이 넘치지 않도록 두세 번에 걸쳐 천천히 따르되, 잔의 2/3 이상 거의 가득 채우도록 합니다. 아름다운 기포가 송골송골 올라오는 모습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레드나 화이트 와인도 2/3 정도 따른다고 해서 특별히 흉이 되는 건 아닙니다. 특히 하우스 와인을 주문했을 때는 서비스 차원에서 2/3 정도 따라서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우스 와인을 작은 잔의 반 정도만 채워서 준다면 좀 인색한 업소입니다.
또 와인을 마실 때 첨잔을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다른 사람의 잔이 적당히 줄어 있으면 “좀 더 하시지요” “이 와인 어떻습니까?” 라는 말로 슬쩍 의사를 물어본 후 더 따라주도록 합니다.
특히 조금 차게 칠링을 해서 마셔야 좋은 화이트 와인의 경우, 오히려 칠링된 와인을 자주 첨잔함으로써 이미 따라놓은 와인의 온도가 높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와인 서빙을 받을 때는 잔을 들지 않도록 합니다. 와인 잔 자체가 높기 때문에 잔을 들면 따르는 사람이 병을 더 치켜들어야 하고 겨냥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신 잔을 미리 서브하기 편한 곳으로 살짝 밀어주는 것은 괜찮겠지요. 와인이 다 따라지면 가볍게 감사의 말을 하거나 목례, 눈인사 등을 해주십시오.
연장자가 따라주어 우리 정서상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잔을 테이블에 놓은 채로 잔받침이나 잔대에 손을 살짝 대고 있는 정도로 예의를 표시하면 됩니다.
물론 두 손으로 잔을 들고 받는다고 해서 큰 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와인수입업체에서도 회식자리에서 사장님이 와인을 따라주면 직원들이 일어나서 두 손으로 받는다고 합니다.
만약 내 잔이 비었는데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면, 와인 병을 들어 옆 사람에게 “더 하시겠어요?”라고 먼저 권하십시오. 혹시 옆 사람이 사양하더라도 일단 나름대로 예의를 다했으니 자연스럽게 내 잔에 직접 따라도 흉이 되진 않습니다. 좀 머쓱한 일이긴 하지만 눈치 없는 사람의 옆에 앉은 죄라고 생각하십시오.
와인 잔을 잡을 때 잔대(stem) 부분을 잡는 이유는 와인이 담겨 있는 보울(bowl) 부분에 손이 닿아 체온이 와인에 직접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와인 잔의 잔대 부분은 손잡이 용도로 일부러 길게 만든 것입니다.
와인은 종류에 따라 서브 온도가 중요하므로 기왕이면 이를 지키는 것이 와인을 더 맛있게 마시는 요령입니다. 특히 차게 해서 마시는 화이트 와인은 더욱 그렇습니다.(와인의 칠링 참조)
서양 영화의 와인을 마시는 장면에서 잔대를 잡지 않고 보울 부분을 잡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되는데, 잘못된 것도 아니고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격식을 따져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오히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겠죠. 솔직히 잠깐 보울 부분을 잡는다고 해서 와인 온도에 얼마나 큰 차이가 나겠습니까. 단지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죠. 편하게 마실 때 마시더라도 기본 에티켓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자는 것입니다.
와인을 서빙 받고 나면 잔을 가볍게 돌려서(swirling) 와인이 공기와 골고루 접하게 합니다. 그래야 와인 향이 잘 우러나고 맛도 더 좋아집니다. 하지만 격식을 지켜야 하는 자리에서는 가볍게 몇 번 돌리는 정도로 끝내야지 계속 잔을 돌리면 동석자들의 신경을 거슬리고 주의를 산만하게 할 수 있습니다.
와인은 천천히 음미해야 그 향과 맛이 잘 느껴지므로 ‘원샷’ 하는 것은 가급적 참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잔을 완전히 비우지 말고 조금 남겨서 첨잔을 받는 센스도 발휘하세요.
또한 와인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술이라는 점도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동석자가 와인을 마시기 위해 잔에 손을 대면 같이 응대해주는 게 좋은 매너입니다. 특히 여성이 잔에 손을 대면 무조건 습관적으로 같이 잔을 들어주도록 합니다.
만약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을 받아 놓았다가 시간이 오래되어 뜨뜻미지근해졌다면 과감히 아이스버킷에 쏟아 버리고 다시 받기도 하는데요, 비싼 와인인 경우 아이스버킷에 부을지, 입안에다 부을지는 좀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와인 잔으로 건배할 때는 잔대 부분을 잡고, 옆으로 15도 정도 기울여 잔의 가운데 볼록한 보울(bowl) 부분을 살짝 부딪쳐 건배하면 퍼펙트! 그래야 잔이 깨지거나 금이 갈 염려도 없고 맑은 소리가 납니다. 잔 끝부분(rim)을 부딪치면 깨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쓰느라 건배할 때 잔이 부딪치는 것을 뚫어지게 보고 있진 마시고, 가급적 상대방과 자연스럽게 아이컨택(eye-contact)하십시오. 우리나라 대통령과 외국의 정상이 만찬 자리에서 와인으로 건배를 하는데, 외국 정상은 우리 대통령의 얼굴을 보면서 환하게 웃는데 우리 대통령께서는 경직된 표정으로 와인 잔 부딪치는 것을 보고 있는 사진들이 와인 교육자료로 사용되곤 합니다.
참고로 나라별 건배 용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에서는 cheers(치어스), 프랑스에선 à votre santé(아 보트르 쌍떼) 또는 à la santé(알 라 쌍떼), 이탈리아에선 salute(쌀루떼), 독일에선 prost(프로스트), 스페인이나 칠레에서는 salud(쌀룻)이라고 외칩니다.
와인을 사양하고 싶을 때 미리 와인 잔을 엎어놓는 것은 올바른 에티켓이 아닙니다. 손짓으로 ‘됐다’는 표시를 하거나 손을 와인 잔 위에 살짝 올리면서 눈으로 사양의 표시를 하도록 합니다.
• 식사를 전제로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합니다.
• 레스토랑에 갈 때는 향이 강한 향수를 뿌리지 않도록 합니다.
•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바로 빈 테이블로 가지 말고, 입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습니다.
• 외투나 부피가 큰 소지품은 클록 룸(cloak room)에 맡깁니다.
• 여성의 핸드백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말고 의자 뒤쪽 혹은 의자 고리에 걸도록 합니다.
• 웨이터를 부를 때는 소리 내어 부르지 말고 가벼운 손짓으로 합니다. 식사 중에 웨이터가 손님 테이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기하고 있는 것은 웨이터의 기본 의무이므로 미안해하거나 신경 거슬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 테이블 위에 세팅되어 있는 포크, 나이프, 스푼 등은 나름대로 용도가 있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순서에 따라 바깥쪽에서 안쪽 순으로 사용하면 되고, 한 번 사용한 것은 빈 그릇에 올려 같이 치우게 합니다.
• 빵은 왼쪽에, 와인과 음료 잔은 오른쪽에 놓인 상태로, 서브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어느 게 내 것인지 헷갈리지 않겠지요(左빵右물).
• 음식을 먹다가 와인을 마실 때는 냅킨으로 입술을 살짝 닦고 마시도록 합니다. 잔에 음식 자국이 남지 않게 하기 위해서죠.
• 식사 중 이야기를 하면서 포크나 나이프의 끝을 세우거나 흔들지 않도록 합니다. 특히 나이프를 상대방 쪽으로 가리키는 것은 자칫 불쾌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 식사 중 포크나 스푼이 바닥에 떨어지면 본인이 직접 구부려서 줍지 말고 웨이터에게 손짓하여 치우도록 합니다. 만약 여성이 떨어뜨렸다면 남성이 얼른 주워서 웨이터에게 건넨다면 매너남이 될 수 있습니다.
•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미리 다 잘라놓지 말고 가급적 차례로 잘라서 먹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왼손으로 사용하던 포크를 오른손으로 바꿔잡는 것은 무방합니다.
• 친구나 가족 모임이라면 몰라도 비즈니스 등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라면 음식을 먹을 때 가급적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합니다. 특히 파스타를 먹을 때 ‘후루룩’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데, 그거 정말 쉽지 않습니다.
• 고급 레스토랑에서 소스를 더 달라고 하거나 자기 취향에 맞는 별도의 소스(A1 소스 등)를 요청하는 것은 그 음식을 만든 조리장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 입안에 음식을 가득 넣고 말을 많이 하면 음식이 튀어나올 걱정에 앞에 앉은 사람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 냅킨으로 입을 닦을 때는 자장면 먹고 입을 닦듯이 하지 말고 톡톡 찍듯이 조심스레 닦습니다. 남성들로선 이것도 쉽진 않죠.
• 비즈니스 자리에서 식사 중 자리를 뜨는 것은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실례이므로 급한 전화나 화장실 등의 용무가 아니라면 가급적 자리를 뜨지 않도록 합니다.
• 식사를 다 마친 후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오른쪽에 한데 모아 날을 안쪽으로 해서 가지런히 정돈해 둡니다.
• 음식을 먹은 자리에서 숙녀가 입술에 립스틱을 다시 바르는 것은 그리 아름다운 모습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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