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뿌리 깊은 나무를 보고
노동으로 여가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히 TV 앞에서 시간 보내는 일이 잦다.
멜로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람 시간은 마나님에게 선택권을 일임하지만,
저녁 10시 전후 방송국에서 요일을 달리하며 서로 인기 경쟁이나 하듯
방영하는 사극 방송은 나의 시간으로 군림한지 오래다.
사극마다 흥미위주로 역사적 사실을 심하게 비틀어 각본을 끌어가는 것이나
무협지 보는 재미를 근간으로 화면을 전개 해 나갈 때는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시청자를 붙들어 두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실제로 임금이나 당치않은 인물이 무술의 고수로 활약하고 빈번한 전투장면을 참혹하도록 내세우는 짓을 볼 때면, 과장된 줄 알면서도 시선을 화면에서 떼지 못한다.
최근 종영된 SBS 저녁 10시 사극 “뿌리 깊은 나무”도 처음에 무협지 같이
공중 비상의 절대고수의 무술을 앞세워 사건 전개하는데 시큰둥한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으며, 어쩌다 제 시간을 맞추지 못 했을 때, 너무 잦은 화면 변경과 앞뒤 이야기를 섞는 바람에 이야기 줄거리를 놓치기도 하고, 연속된 화면을 이해하기도 어려워 그냥 보듯 말듯 시간을 메우곤 했다.
특히 너무나 존경하든 세종대왕께서 쌍소리를 내 벴고, 아래 것들을 상대하여 시시콜콜 여담을 하는 것을 보고, 원작자가 너무 심한 발상의 비약을 하고 있지나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으나, 방영 회 수가 더 해 가면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대한 열의와 집념이 크게 부각 되면서, 차츰 사극 보는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에 빠트린 화면이 스토리 전개 중간 중간에 계속 재방영되면서
화면의 무대가 급속도로 바뀌어 전개되는 관계상, 전체 줄거리를 따라잡는데
힘이 들었다.
최근 웬만한 유무선 방송 채널에는 지나간 드라마를 재방송하여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마침 “스카이 라이프” 위성방송에서는 지나간 방영분은 하시라도 무료로 시청 할 수 있음을 알고, 아예 작심하고, 시간이 남는 휴일 낮 며칠을 할애하여 본 “뿌리 깊은 나무”를 첫 회부터 다시 보기로 했다.
보았던 장면까지 겹쳐서 보면서 아예 영화를 두 번 보는 심정이었으나, 다시 봐도 더 재미있고 스토리에 대하여 더 잘 이해가 되었다.
볼수록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명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한 치세의 역량과 리드 쉽은 물론, 수백 년 앞을 내다본 우리글에 대한 필요성과 천재 적이며 신묘한 발상을 근간으로 한 한글 창제의 집념 과 용단을 느끼게 하는 스토리 전개에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무협지 재미를 심하게 부각 했다 하드라도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오랜 세월의 진통 끝에 태어난 한글창제가 대왕을 비롯한 선현들의 피나는 고통과 집념의 산물임을 실감케 하는 감동에는 방해되지 않았다.
500년이 지난 지금의 한글이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 그 위명과 실효를 인정받으며 정보화시대 첨병으로 군림하는 사실을 절감하며, 모처럼 흥미 있고 가슴에 와 닿는 역사 이야기를 보여준 원 작가를 비롯하여 드라마 각색 연출에 성공적으로 참여한 모든 관계 인사들에게 찬사와 감사의 정을 전하고 싶다.
본 드라마를 심도 있게 보지 못한 사람에게 한번쯤 처음부터 다시 시청 해 보도록 권하고 싶은 마음에 써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