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더민당 김의겸 대변인과 국힘당 장동혁 대변인이 서로 상대를 향해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다고 비방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여당, 야당이 서로에게 가짜 뉴스를 만든다고 비방하는 이 시점에서 정말 가짜 뉴스가 왜 나오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은 분명한 가짜 뉴스도 가짜 뉴스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제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선일보의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작년 가을에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얘기를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과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이 거의 반반 정도라고 합니다. 제 상식으로는 그게 정말 가짜 뉴스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설문조사 응답자의 39.6%에 이른다고 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놀랐다고 하면, 그 뉴스를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그걸 가짜로 아는 사람들이 40%에 이른다고 또 놀랐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 뉴스를 가짜로 생각했던 근거는 대통령과 장관이 김앤장 대표와 만나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면 혹 모르지만 변호사들과 술을 마셨다고 한 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판단이고, 저와 반대의 견해를 가진 사람은 또 그 사람 나름의 판단이 있을 겁니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인가 봅니다.
<우리 국민 가운데 가짜 뉴스로 판명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를 사실이라고 믿는 비율과 거짓이라고 보는 비율이 각각 40%가량으로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당 지지자는 대다수가 가짜 뉴스라고 생각하지만 야당 지지자의 대다수는 사실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대선 때 일부 유튜버가 유포한 가짜 뉴스인 ‘이재명 후보 소년원 출신설’은 야당 지지자의 다수가 거짓으로 생각하는 반면 여당 지지자 중에선 사실로 믿는 사람이 더 많았다.
여야(與野) 간 사생결단의 충돌로 정치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여야 지지층도 진영 논리에 갇혀 상대 정당에 불리한 가짜 뉴스를 밀어주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서울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체 응답자는 ‘사실일 것’(39.6%)과 ‘거짓일 것’(40.3%)이란 응답이 비슷했다. ‘모름·무응답’은 20.1%였다.
‘청담동 술자리’는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 등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고, 국회에서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 등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는 청담동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술자리를 했다는 주장이 ‘사실일 것’이란 응답이 대다수인 69.6%에 달했고 ‘거짓일 것’은 11.5%에 불과했다. 정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자는 77.9%가 ‘거짓일 것’이라고 했고 ‘사실일 것’은 13.9%였다.
연령별로 20~50대는 청담동 술자리를 사실로 믿는 비율이 ‘거짓일 것’보다 10~20%포인트가량 높은 반면 60대는 62.6%, 70대 이상은 66.0%가 ‘거짓일 것’이라고 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선 ‘사실’(55.1%)이 ‘거짓’(20.1%)보다 높은 반면 대구‧경북은 ‘거짓’(52.8%)이 ‘사실’(18.4%)보다 높았다.
한편 법원이 허위로 인정해 유포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이재명 대표가 초등학교를 퇴학당하고 범죄로 인해 소년원에서 복역했다는 주장’에 대한 전체 응답자 의견은 ‘사실일 것’ 25.9%, ‘거짓일 것’ 41.6%, ‘모름·무응답’ 32.4% 등이었다.
이 대표의 소년원 출신설도 여야 지지자별로 믿는 비율이 크게 달랐다. 민주당 지지자는 ‘거짓’(63.7%)이란 응답이 ‘사실’(11.6%)보다 높았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는 ‘사실’(43.4%)이란 응답이 ‘거짓’(27.5%)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로 여야 지지자 간 상대 정당에 대한 혐오가 강해지면서 가짜 뉴스 확산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자정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하는 정치권이 최근에는 오히려 정치적·금전적 이득을 위해 가짜 뉴스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영 대결의 격화로 여야 강경 지지층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구미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유포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유권자들이 여야가 내놓는 정책에 대한 합리적 판단보다는 ‘너는 나와 다르다’는 감정적 이유로 상대를 미워하며 당파적으로 유리한 정보만 믿는 확증 편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12월 26~27일 전국 18세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 번호를 사용한 전화 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은 2022년 1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로 인구 비례 할당 후 가중치를 부여해 추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7%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조선일보.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확증 편향(確證偏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이 납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 이렇게 놀라운 얘기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또는 어떤 사건을 접하고 감정이 앞설 때, 그리고 저 마다의 뿌리 깊은 신념을 지키고자 할 때 확증 편향을 보인다’고 들었어도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 정도까지인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도 똑 같은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탓할 일도 아니고 원망할 입장도 아닙니다. 수원수구(誰怨誰咎)입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 근거 없는 과신을 갖게 하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다른 사실에 대해 불신하며, 과학적 사실에 반해 자신의 믿음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념에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다보니 과학적 탐구에서도 확증 편향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확증편향으로 패가 갈린 우리 국민들을 어떻게 치유해야할 것인지 정말 걱정입니다. 이거야말로 제가 거듭 걱정하는 ‘하청난사(河淸難俟)’입니다. 저도 바꾸지 못하면서 누구에게 바꾸라고 하겠습니까? 이게 어디서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깝고, 오랜 시간 이렇게 흘러갈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