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사 후 귀농해 스마트농장에서 토마토 기우는 따옴 농장 황종운 대표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유럽종 완숙토마토인 ‘따마토’를 판매하는 따옴 농장의 황종운(38) 대표, 그가 키우는 따마토. /황종운 대표 제공
과일이나 야채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편견은 오래 전 깨졌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그만큼 판매 경쟁 또한 치열해졌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유럽종 완숙토마토인 ‘따마토’를 판매하는 따옴 농장의 황종운(38) 대표를 만나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성공 셀러 전략을 들었다.
◇새빨간 토마토 배송해도 괜찮아요?
따옴 농장은 2013년 농사를 시작한 황 대표가 2015년 사업자 등록을 하고 8년째 직접 운영하고 있는 업체다. 2020년 ‘농업법인회사 따옴 농장’ 법인으로 전환했다. 주력 상품은 유럽종 완숙토마토다. 당일에 따서 바로 배송하는 빨갛게 익은 토마토라는 의미를 담아 ‘따마토’라는 이름을 붙였다.
황 대표는 처음 도매 판매로 출발했다. 2018년 소매 판매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쿠팡에서만 연 매출 4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상품 후기는 5700개가 넘는다.
황종운 대표가 주로 키우고 있는 유럽종 완숙토마토 '따마토'. /황종운 대표 제공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11년 삼성생명 마케팅 부서에 입사했다. 3년 차 직장인일 때 부모님이 운영하던 화훼 농장에 위기가 닥쳤다. “아버지는 한평생 농사에 헌신한 농업인이셨어요. 아버지가 자식처럼 키운 농장이 경매로 넘어가는 걸 지켜 보고 있을 수 없었죠. 제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아버지 농장을 낙찰 받았습니다.”
2013년 여름, 다니던 직장을 관뒀다. 아버지가 혼자 농사일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회사와 농장 중 어디가 저를 더 필요로 할까, 끊임없이 저울질했어요. 회사에서는 승진이 불투명해 걱정이었는데 시골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하니 경쟁력 있겠다 싶었죠. 다만 아버지가 하시던 화훼 농사는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생존하려면 다른 품종을 찾아야 했죠. "
고민 끝에 선택한 작물은 토마토였다. “저처럼 농사에 입문한 사람도 지킬 것만 지키면 실패 확률이 적은 품목이라 판단했어요. 토마토 농사는 땅이 아닌 배지(작은 자루)에서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인데요. 배지에 작은 관을 연결해 생장에 필요한 양분을 녹인 배양액을 공급하면 됩니다. 땅에 심는 작물보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죠. 토마토 수경재배에 필요한 영양액과 양분 농도, 햇볕 양 등도 표준 재배법으로 정립돼 있어요. 농사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책이나 자료를 참고해 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품종이었죠.”
여러 종의 토마토 중 유럽종 토마토를 선택했다. “토마토 품종은 크게 유럽종, 동양종으로 구분됩니다. 동양종은 쉽게 말해 대저 토마토, 유럽종은 햄버거나 요리에 들어가는 단단한 토마토라 생각하면 됩니다. 동양종은 물컹물컹하고 빨리 물러져 택배로 보내기 쉽지 않아요. 반면 유럽종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배송해도 신선도가 유지됩니다. 나무에서 빨갛게 익었을 때 수확해서 배송한다면 신선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황종운 대표와 그의 아버지. /황종운 대표 제공
토마토가 빨갛게 익었을 때 수확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토마토를 키우는 과정은 다른 농장들과 큰 차이가 없어요. 이미 토마토 재배법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죠. 다만 수확법이 조금 달라요. 다른 농장들은 토마토가 6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하지만, 저희는 90% 정도 익으면 수확합니다. 수확한 뒤 실온에서 숙성한 토마토와 나무에서 광합성 작용을 거쳐서 익은 토마토는 영양소 측면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후숙할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유통했죠.”
◇도매에서 소매 전환, 소포장 무료배송으로 차별화
스마트팜을 중심으로 한 선진농업을 배우기 위해 네덜란드에 직접 간 황종운 대표. /황종운 대표 제공
첫 2년 정도는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기본적인 고정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토마토를 수확하지 못해 늘 적자였어요. 농사를 책으로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건 다르더군요.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3년 차부터는 안정적인 수확량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손익 분기점을 넘기고 농장 운영의 기본 틀도 마련하자 온라인 판매에 욕심이 생겼다. “그전까지는 도매 판매 위주였어요. 가락시장이나 햄버거 가게에 납품하는 유통업체들이 거래 상대였어요. 납품받는 업체가 갑의 입장이다 보니 계약할 때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죠. 수익성 측면에서도 온라인으로 판매했을 때 30% 정도 더 이득을 보더라고요. 2018년부터 포털사이트에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