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입니다. 용서를 빌지만, 피해자가 받아주지 않습니다. 이때 피의자는 기부를 하거나, 혹은 검찰탄원서를 써서 냅니다. 기부를 할 때는 최소 수백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많게는 1000만 원을 넘어가고요. 최근까지도 이렇게 자필 반성문을 쓰거나 자원 봉사를 하고, 성폭력 상담소, 여성 쉼터 등에 기부를 하여 선고유예 등 선처를 받은 사례가 꽤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반성을 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거나, 기부를 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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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의 태도만 바뀌었다고 형을 감경해주는 것은 꾸준하게 비판되어 온 일입니다. 기부 건에 대해서는 2017년도 전국 성폭력 상담소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성범죄자의 일방적 기부를 양형 요인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감형을 위한 반성문, 기부...
사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동부지법 형사 6단독 재판부에서 "그런 기부는 감형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이 1000만원을 기부한 건에 대해 "기부는 감형 사유가 아니다"면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이었습니다.
혐의가 명백했고, 피해자 3명이 모두 합의를 거절하여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보육원 등에 10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그러나 손정연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체에 기부한 사실을 꾸짖고,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벌금 300만 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선고했습니다.
기부보다 손쉽게 쓸 수 있는 것은 검찰탄원서인데요. 이번 n번 방 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이 공통적으로 검찰탄원서을 제출하여 만인의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로서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번 사건은 반성문을 써봐야 소용 없습니다.
물론 반성을 했다는 아무 제스쳐가 없다면,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지 못할 수는 있는데요. 그러나 그만큼 누구나 제출하는 반성문으로 "선처"를 받는 것은 요즘 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 있습니다.
검사님도, 판사님도 진심으로 반성하는 피고인과 그렇지 않은 피고인을 당연히 알 수 있습니다. 반성문을 판사님께 제출해봐야 피해자의 의사 또는 피해회복과 전혀 무관하고요.
유효한 검찰탄원서가 있다?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면"
실제로 성범죄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않은 채로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양형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어느 정도라도 용서를 받아야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용서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검찰탄원서 한 장 손으로 썼다고 해서 판사님이 "선처"를 해주시지 않습니다. 성범죄 판결에 대한 뉴스에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점을 참작하여"라는 판결문 내용은 실제로는 피해자와 합의를 한 뒤 반성문을 제출한 경우가 99%입니다.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전제, 진심어린 반성과 피해자의 용서입니다.
아래에 '좋은 검찰탄원서'의 요건을 알려드립니다만, 반성문을 쓰신다 해도 이 중 하나라도 빠져있다면 가해자가 다른 곳에 기부를 하거나, 반성문을 수백 장 쓴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는 점 꼭 알아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