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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화(共進化)를 추동하는 군비확장에 대한 함의
제가 여기에서 발제한 제목은 생물학에서 작동하고 있는 공진화(共進化)란 개념과 인간의 전쟁(그것이 부족 전쟁이든 국가 간의 전쟁이든)에서 나타나는 군비확장이라는 개념이 공진화에 미치는 힘이 아주 상당하리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느껴왔기 때문에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군비확장 면에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지고 있는 북한과 비대칭 관계에 놓여 있는 불리한 상태에 있는 현실입니다. 군비 면에서 적대국 간에 편차가 크다면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입증된 현상입니 다.
오래전 도시의 상가 밀집 지역이나 시장의 가게에서 업종 간에 간판(看板)을 경쟁적으로 키우거나, 아니면 차별화된 이미지(예: 원조 소머리국밥집, 진짜 원조집 등)로 상호를 나타내는 모습에서 군비확장과 같은 개념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상가건물이 흉측한 간판으로 뒤덮여 상가 본래의 홍보 기능을 상실해가는 비루한 모습을 보아야 했습니다.
그러한 데자뷰를 2차세계대전 후의 미·소의 냉전 시기에 공산 진영의 종주국인 소련과 자유민주주의 종주국 미국 간에 벌어진 치열한 군비확장에서도 보아야 했습니다. 그 결과로 양 진영은 핵무기와 ICBM이 대량 생산되었습니다. 군비경쟁에서 과학기술의 진보도 있었지만 양 진영은 극심한 경제적 부담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해 UN에서는 군비축소위원회가 설립되었으며, 급기야 1970년에 이르러 미·소를 위시한 핵 보유 선진국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군비확장을 경쟁적으로 해보았으나 전략무기가 비슷한 수준이 되면 군비확장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후 제가 진화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섭렵하면서 ‘붉은 여왕 가설’이라는 이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생명체는 그 스스로가 주변환경과 경쟁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능력을 향상해야만 생존을 유지할 수 있으며, 주변 환경에 맞춰서 진화하는 생명체가 그 제약을 초월하여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양권에서 비슷한 말로 “불일신자 필일퇴(不日新者 必日退)”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진보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것입니다. ‘붉은 여왕 가설’이라는 이 명칭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는 작품에 나오는 ‘붉은 여왕’에서 인용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붉은 여왕은 엘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라고 말하는데, 여왕의 나라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그에 따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끊임없이 달려야 평행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보는 시장의 법칙도 이에 벗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존전략도 생명 활동의 범위에 포획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명체로서 향유하고 있는 지구(地球. Earth)라는 행성에는 생명이 탄생하기 전에 먼저 물리적 환경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물질에는 원자로 구성된 원소라는 화학적 단위를 가지고 있으며, 생명 이전에 먼저 화학적 진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화학적 진화 도상에서 유기물이 기적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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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따뜻한 연못’을 추론했습니다만, 사실 화학적 진화가 아미노산
중합체인 유기물을 만들어낼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낮은 현상입니다. 그러나 제로가 아니라면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사건은 일어나게 되어있습니다.
이 세상의 구조는 그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우연(偶然)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우연에 의해 발생 되었더라도, 일단 발생하고 나면 무슨 목적이 있는 것처럼 필연성에 의해 작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은하계에는 1,000억 개의 별이 있으며 그중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은 60억 개나 된다고 합니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말했듯이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인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요?”
그리고 이 우주에는 그런 은하계가 1,000억 개나 된다고 하니 숫자로 계량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 됩니다. 결국 우리는 우연과 필연이 기이하게 교차하고 있는 세계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과거의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역사라고 명명하듯이, 생명은 생명활동을 한 기록을 보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DNA라고 하는 유전자입니다. 1953년 분자 생물학자인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의 이중나선구조가 빍혀 졌으며, 유전자를 해독하는 능력은 진화의 열쇠뿐만 아니라 인간 조상의 족적(足跡)을 추적할 정도로 발달하였습니다. 특히 DNA를 해독하는 능력은 과학수사에 활용되어 그동안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면에서 보면 뛰어난 수학자와 과학자는 시인처럼 영혼이 맑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그들은 시인이 생명의 비밀을 은유로 표현하듯이 생명의 비밀을 감지하는 사람이며, 우리의 무지를 깨트리기 위하여 설득력 있는 팩트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과학자의 이론은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이론을 설명하는 논지가 물 흐르듯이 글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윈의 자연선택이라는 생명의 메커니즘을 가장 잘 설명하는 어느 생물학자는, 자기 집 정원 아래쪽으로 대학 수로 변 제방에 큰 버드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가 공기 중으로 종모(種毛:우리가 꽃가루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것)를 뿌리고 있는 것을 보고 “밖에 DNA의 비가 내리고 있다.”고 읊조립니다.
수로의 위와 아래, 물은 온통 흰 솜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 솜은 대개 섬유소(셀룰로오즈)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솜은 DNA, 즉 유전정보를 담은 작은 캡슐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DNA의 양은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왜 DNA의 비가 내린다고 했을까. 왜냐면 중요한 것은 DNA이기 때문입니다. 섬유소 솜뭉치는 나중에 떼어버릴 낙하산에 불과합니다. 모든 것은 단 한 가지, 오직 단 한 가지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것은 DNA를 널리 퍼뜨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계속 읊었습니다. “바깥에 정보의 비가 내리고 있다. 나무를 자라게 한 후 종모를 퍼뜨리는 지시문의 비가 내리고 있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다. 정확한 사실이다.”
생명을 이해하려면 맥동하는 겔(gel)이나 연니(軟泥)를 생각하지 말고 정보기술에 관해 생각해야 합니다. 정보저장 기술 발달에 기본적인 요건은 많은 수의 기억 장소를 가진 어떤 저장매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현대의 디지털 정보저장 기술이 가지고 있는 핵심 내용과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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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이러한 정보저장 기술인 DNA를 가지고 생존전략과 성적전략을 구사하며 후세에 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명은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며, 성공적인 개체는 좀 더 진화된 전진성을 보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글의 주제인 군비확장이라는 개념에 도달하게 됩니다. 왜냐면 진화에서 발견되는 전진성이 나타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군비확장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보통 국가라고 부르는 단위의 세계에서는 짧은 시간의 척도로 두 적대국이 전쟁 무기를 서로 다른 나라의 개선에 대응해 전진적으로 개선 시키고 있을 때 이것을 군비확장 경쟁이라고 부릅니다.
자연계에서 군비확장 경쟁은 대칭관계에 있는 포식자와 먹이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기생물과 숙주 사이에서도, 그리고 한 종(種)의 수컷과 암컷 사이에서도 나타납니다. 자연계에서 군비확장은 인간의 경우처럼 한 세대 만에 군비가 달라지듯이 개체의 일생 동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질학적 시간 규모에서 이루어집니다.
진화에서 나타나는 명백한 전진적인 성질, 예를 들면 달리기 속도, 비행술, 예리한 시각, 발달된 청각 등이 정교한 개선을 낳을 수 있는 것의 원동력은 바로 그러한 군비확장 경쟁입니다.
이 군비확장은 영구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가령 그 이상 개선될 경우는 해당 동물 개체에 있어서 경제적 비용이 높아져 제동이 걸리며, 일종의 평형 상태가 유지됩니다. 그 어느 종에도 유리하지 않은 생태계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국가 간의 군비확장 또한 엄청난 비용이 덥니다.
그리하여 우리 인간은 핵확산 금지조약이라는 문서로 구체적 약속을 이끌어낸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런 낭비적인 돈을 민생을 위해 쓴다면, 자본주의 국가든 공산주의 국가든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계나 인간세계는 최적화된 경지(Optimum)로 수렴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군비확장이라는 경쟁에서 새로운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넘어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특히 20세기 들어 일차 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군비확장이라는 면에서 유례없는 도약을 이루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간의 야만성을 증폭시켜 참혹한 대량 살상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특히 제일차 세계대전은 동맹국끼리 총력전의 양상을 띤 것으로, 그 피해 규모는 군(軍) 사망자만 천만에 이를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영국·프랑스·러시아 제국을 중심으로 한 삼국협상과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동맹국 간의 전쟁이었으나 나중에 미국과 오스만 터키가 전쟁에 휩쓸려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 영국·프랑스 동맹과 독일이 치른 마른 전투와 베르됭 전투는 지옥 같은 참호전으로 유명한데, 당시 양 진영이 사용한 개틀링 기관총과 맥심 기관총은 전쟁의 양상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살상력이 극에 달했습니다. 개틀링은 1분에 200발 정도 발사가 가능했으며, 그보다 더 개선된 맥심 기관총은 1분에 450발을 발사할 수 있었는데 그 위력을 미처 몰랐던 지휘관들은 종래의 전술로 병사들을 진격시킴으로써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이 참호전을 트렌치 워페어(Trench Warfare)라고 하며, 서부전선에 구축한 참호의 길이는 프랑스 북부인 북해에서 스위스까지 물경 760㎞에 달했습니다. 겨울에 입는 멋쟁이 트렌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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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가 이 참호전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습니다. 이 전쟁의 참상은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는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되었으며, 전쟁의 허망함을 성찰한 대표적인 전쟁문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쟁으로 인하여 인간이 성취한 과학기술은 놀라운 것이지만, 군비확장이란 면에서 보면 공진화(共進化)로 인하여 어느 쪽도 일방적인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생존 기술이라는 면에서 보면 자연계는 인간이 도달한 기술보다 더 높은 수준을 진화시켜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벌새와 꿀벌들은 맥심 기관총이 도달한 속도보다 훨씬 빠른 날갯짓을 하며 꿀을 채
취합니다. 벌새는 초당 60회를, 꿀벌은 초당 200회의 날갯짓으로 공중에서 정지상태를 유지하며 꿀을 획득합니다. 벌새와 꿀벌은 생물분류학에서 전혀 다른 강(綱)에 속하는 별도의 생물이지만 그 기술이 도달한 방향은 같은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진화학자들은 이러한 것을 수렴 진화(收斂進化)라고 하며, 진화가 도달한 기술에 경이와 찬탄을 금하지 못합니다.
이것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인간의 예술적 표현력에서 도달한 피아노 연주의 건반 두드리기는 리스트의 초절기교에서 초당 건반을 10개 이상 두드리는 피아니스트도 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도달한 기술이나 기관을 보면 마치 풍부한 지식과 지능을 갖춘 기술자가 어떤 목적을 위해, 이를테면 날고, 수영하고, 보고, 먹고, 번식하는 것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1930년대에 발명되어 2차세계대전에서 정교하게 활용된 음파탐지 기술인 레이더를 보면서, 그 어느 과학자도 그 반향 위치 측정법이 수천만 년 전에 박쥐가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에 의해 그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사실 인간도 포유류이지만, 포유류의 조상은 중생대의 쥬라기 시대의 공룡이 지배하던 시기, 쥐와 같은 설치류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공룡이 낮을 지배하던 시기에 쥐와 같은 설치류는 야행성으로 그 무서운 시대를 살아남았습니다. 밤만 되면 술 생각이 난다는 애주가들은 “우리가 야행성인 것은 포유류의 조상이 본래 밤에 활동했기 때문이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설치류 중에서 박쥐는 어둠 속에서 생존하는 기술을 극대화한 동물입니다.
박쥐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한 생존 기술은 새들처럼 날 수 있는 날개(정확히 말하면 손가락 사이에 있는 갈퀴)와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는 음파탐지 기술입니다. 이런 음파탐지 기술은 심해의 물고기나 돌고래 등에서도 나타납니다. 분류학상 각각 다른 목(目)이지만 같은 기능을 획득한 것입니다. 돌고래의 머리가 뭉툭하게 나온 것은 음파탐지 기술인 반향 위치 기능 때문이라 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수렴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중에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을 맹인(盲人)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맹인들이 길을 갈 때 장애물을 감지하는 것을 얼굴에서 감지한다고 하여 안면시(顔面視, facial vision)라는 기능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실제로는 귀로 느끼는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맹인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들 자신의 발자국 소리나 다른 소리의 반향을 이용해 장애물을 감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반향 위치 측정법이 박쥐는 초당 10회의 비율로 영상을 표본 추출합니다.
이 박쥐들은 정밀한 기계로 무장하고 털을 곤두세운 첩보용 모형 비행기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들의 뇌는 반향의 세계를 실시간 분석(real time analysis)하는데 필요한 훌륭한 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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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 웨어로 프로그램된, 정밀한 소형 전자장치와 같습니다. 초당 10회라는 비율은 단지 박쥐가 일상적인 비행을 할 때만 사용하는 비율입니다.
곤충 같은 먹이를 찾거나, 장애물을 피해 비행할 때면 초당 200회까지 올라갑니다. 이것은 맥심 기관총이 도달한 1분에 450발 발사하는 기술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그만큼 자연선택이 도달한 기술이 정확하고 정교하다는 것은 인간의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들은 메아리의 세계에 살고 있는 포유류의 조상입니다.
박쥐가 도달한 또 하나의 정교한 기술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도플러 효과’라고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앰뷸런스 효과’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앰뷸런스가 다가오고 있을 때는 사이렌 소리가 높은 피치로 들리지만 옆을 스쳐 멀어져가면 갑자기 그 사이렌 소리의 피치가 떨어집니다. 우리는 이것을 발견한 사람(크리스티안 도플러)의 이름을 따 도플러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도플러 효과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교통경찰의 과속차량 단속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기능을 20세기 들어와 과학자들의 종이에 쓴 수학적인 계산과 정밀한 인공적인 기계로 그런 기술에 도달했지만, 박쥐는 단순한 이론인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에 의해 그런 군비를 갖춘 것입니다. 물론 몇십 만년이나 그 이상의 지질학적 시간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또 하나 군비확장의 좋은 예로 치타와 가젤의 관계가 있습니다.
치타와 가젤은 포식자와 먹이의 대상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입니다.
치타는 알다시피 우리 행성에서 가장 빠른 육식 동물입니다. 군비 면에서 보면 비대칭 관계라고 말할 수 있지요. 육식 사냥꾼인 사자나 표범보다 빠른 시속 11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달리기의 명수입니다. 치타의 사냥능력과 함께 시속 80㎞인 가젤이 갖춘 능력은 방향을 급선회할 수 있는 능력과 장거리를 띌 수 있는 기능으로 치타의 속력을 무력화 시키는 것입니다.
치타는 가장 짧은 시간에 속력을 높이는 대신 장거리에는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젤의 사냥 능력은 다른 맹수에 비해 높은 편이며, 특히 가젤의 새끼는 좋은 목표물이 됩니다. 치타와 가젤 양자가 각기 내적인 경제 여건에서 허용될 수 있는 가장 빠른 최고의 주행속도에 도달하면, 양자 사이의 군비확장 경쟁은 종국을 맞이합니다. 자연과학자들은 이러한 것을 안정화된 상태로 보고 최적화된 생태계(optimum)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군비확장 경쟁에 대하여 H,B,코트의 저서 『동물의 적응적 색채』라는 책에서 이러한 점을 훌륭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 메뚜기나 나비의 사람을 속이는 듯한 외관이 불필요한 정도까지 상세하다고 말하기 전에 그 곤충이 천적의 지각력과 식별이 어느 정도인가를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적의 군사적 특징이나 전투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순양함이 지나친 중무장을 하고 있다든가, 대포의 사정거리가 너무 길다든가 하는 식으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실제로 밀림 속에서 벌어지는 원시적인 전투에서도, 문명시대의 전쟁이 세련된 것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진화적인 군사경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방어하는 측에서는 스피드, 경계, 갑주(甲冑), 가시, 굴뚫기 습성, 야행성, 유독물 분비, 고약한 맛 등의 장치로 나타나고 있으며, 반면 공격하는 측에서는 스피드. 불의의 공격, 잠복, 유혹, 시각의 예리함, 발톱, 이빨, 바늘, 독니, 미끼를 통한 유인 등의 대항 속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추적당하는 측의 속도가 추적하는 쪽의 속도 증가와 연관되어 발달하거나, 또는 방어용 갑주가 공격용 무기와 연관되어 발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몸을 숨기기 위한 장치의 완결성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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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력의 증가에 반응해서 진화한다,”
물론 자연계의 생명세계에서 펼쳐지는 군비확장을 인간세계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인간은 생물학적 유전자 외에 문화적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정의하는 분류학에서는 인간을 포유류의 영장목(靈長目)이며, 사람과(hominid) 중에서 호모속(屬)의 사피엔스 종으로 분류합니다. 호모 사피엔스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도 속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고 분류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은 보통 직립원인이며,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구별합니다.
뇌과학자는 사피엔스는 평균적으로 1,350㏄의 두뇌 용적을 가졌으며, 우리의 뇌는 86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시냅스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이 뇌의 조직이 다른 영장류에서는 볼 수 없는 창발성(Emergence)을 만들어냈으며, 이 창발성이 언어와 지성을 거쳐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인간의 정신문화는 생물학적 진화와 공진화를 해나갔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해부학적 발성 구조가 다른 영장류와 다르게 발성하도록 촉진했습니다. 문화는그렇게 생물학적 유전자도 바꿀 만큼 인간에게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또한 인간의 어족(語族)분류는 마치 생물의 분기처럼 무수한 가지로 뻗어나갔습니다.
수리철학 교수인 버트런드 러셀을 만나 언어철학자가 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결국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을 정도로 인간의 언어는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어뿐만이 아닙니다.
사람의 미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우리 얼굴의 근육과 표정도 우리의 문화적 진화가 이루어낸 업적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80개의 근육으로 7,000 여가지 표정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챗봇과 로봇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런 사람 표정을 다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나타내는 표정은 우리의 감정을 나타내는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입니다.
이것은 문화적 유전자인 밈(meme)이 생물학적 유전자에 공진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의 감정은 유교문화권에서는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일곱가지 감정이라 하여 칠정(七情)이라고 성리학의 철학적 주제로 삼았습니다만,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린아이가 습득하는 표정만 해도 105가지나 된다합니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지능이 높아지면 표정을 해독할 수 있는 것도 수천 가지로 늘어납니다. 우리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서양사람들이 관찰했던 우리의 모습은 ‘가난에 찌들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사실 어린 시절 한국영화를 보면 눈물을 짜내는 슬픈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제 기억의 한 단편에는 영화 포스터에 ‘눈물의 여왕 전 옥’이라는 문구가 남아 그 시대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전 옥’이라는 배우는 우리가 잘 아는 배우 최민수의 외할머니입니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미군들이 주둔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향으로 헐리웃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통하여 화려한 서양 문화에 젖어 들면서, 그 화려함과 더불어 헐리웃 배우들이 우리가 포착하기 어려운 내면연기까지 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헐리웃 영화에 열광했던 어린아이들을 헐리웃 키드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불과 한 세대 만에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 뿐만 아니라 오스카 영화제에서도 인정
받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남다른 경제성장으로 가난을 벗어난 접도 있지만 헐리웃 영화라는 문화적 밈(meme)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종(種,Species)은 피부 색깔에 따라 아종인 인종(人種,Race)으로도 구분합니다.
크게는 코카소이드(백인종), 몽골로이드(황인종). 니그로이드(흑인종) 등으로 분화했으며 어족과 마찬가지로 계속 잔가지로 분화했습니다. 언어와 인종에 따라 문화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이것은 생물학적 진화와 공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문명사회가 되면서 역사는 진화 대신 진보라는 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나무의 가지가 어디로 뻗어나갈지 아무도 모르듯이 생명의 진화는 어디로 뻗어나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간의 태엽을 아득한 태곳적으로 감아 생명의 시작을 다시 시작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지금과 똑같은 세계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진화의 역사는 신비스러운 것입니다.
진화를 전진시키는 군비확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군비경쟁을 인간세계에 적용하면 가장 강력한 것은 핵과 미사일일 것입니다.
그에 따른 방어체계는 패트리어트 미사일(Patriot Missile)이며 미국과 소련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엄청난 돈을 투자하여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하여 군비 면에서 비대칭 관계입니다. 이 비대칭을 그나마 동맹국인 미국이 설치한 경북 성주의 사드 미사일(Thaad Missile)이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성주의 사드 발사대는 6기이며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은 1조5천억 원이며, 고도 150㎞에서 요격할 수 있는 요격 미사일 1발의 가격은 110억 원에 달합니다. 만약에 자연에서 일어나는 군비확장과 마찬가지로 방어용 사드 미사일이 적의 요격 미사일을 100%나 그에 유사한 명중률에 이른다면, 장담하건대 공격용 미사일의 생산이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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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군비확장 경쟁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경쟁이 종국을 고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공격용 미사일의 기술이 발전되는 현상을 볼 때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성공률이 그 정도에 도달하는 것은 지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은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쟁론』을 지은 프로이센의 장군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말입니다.
정치 지도자라면 당연히 현재의 군비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며, 적어도 대통령을 위시한 국방의 고위층의 안보 개념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안보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제가 보는 견해로는 안보와 외교 문제를 여론조사에 맡기는 것은, 자칫하면 큰 우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외비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과 고위 책임자들의 안보 개념이 평민들과는 같을 수 없습니다.
안보와 외교에 관해 일반 시민들이 높은 식견을 가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도 경박한 정치인들은 여론조사가 무슨 큰 신뢰가 있는 것처럼 진영을 갈라놓습니다. 여론을 자극하여 한· 미·일 안보 삼각체제를 흔드는 것은 안보의 기초도 모르는 것입니다.
왜냐면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이지만, 안보와 외교는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윤석열 정권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닙니다.
어딘가 촌스럽고 서투른 것을 보면 국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는 오랫동안 검사의 공직에 있으면서 국정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정치 경험은 일 천한 사람입니다. 그는 어떻게 보면 김영삼 대통령처럼 우직한 직구만 던지는 투수 같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신뢰가 가기도 합니다.
우리는 초보 정치인인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난 5년은 우리 국가는 정상 국가가 아닌 궤도를 이탈한 국가였습니다. 김훈 작가의 말대로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국가였습니다. 그런 아마추어 정치인에게서 우리는 분노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이 분노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시대적 책임은 지난 5년간의 궤도 이탈을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과도 정부로 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윤석열 정권이 갖게되는 시대적 사명이며, 이 시대적 사명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좀 더 성숙한 시민이라면 윤석열 정권의 한계도 인정하면서, 안보와 외교는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함부로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죽창가나 반일 구호를 외치는 정상배들에게 우리 시민들이 포획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라는 말로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빌며 이만 글을 끝내고자 합니다.
2023년 3월 26일 사이버 총무 김 정 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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