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당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둑을 두는 것 같아 들어가니, 술판이었다.
나도 한 자리 끼여 앉았다.
요즘 추워서 막걸리를 안 먹었더니, 술 맛이 꿀맛이었다. 나는 소주 막걸리 안가리는 타입이다.
멤버는 네 명이다. 옛고당 주인, 스님, 처음 보는 서울 사람, 그리고 나.
스님이 혼자 떠들고 있었다. 스님다운 멋있는 이야기는 안하고 엉뚱한 강릉의 보수 꼴통 정치인 이야기다.
너무 떠들어서 내가 말했다.
“스님, 쓸데없는 얘기 말고 스님 오입하던 이야기나 해봐요.”
“해 본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거리네”
스님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을 해도 되는가 보다 하고 용서해 주었다.
나도 쓰잘데기 없는 말을 했다.
“고등학교 때 요 앞 황금당 자리 양복점 유리창을 싸우다가 깨서, 어머니가 돈 갚아 주었지요”
“어? 그 건물 내꺼였는데, 나 그거 하다가 형님에게 물려주고 바로 앞 카바레 했어요”
옛고당 주인의 건물이었다니, 인연도 깊다.
앞 카바레는 어판장 아줌마들의 놀이터였다.
나도 어릴 때 몇 번 들락거렸는데, 내 취향이 아니었다.
한참을 떠들다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바둑을 두었다. 술이 취해 두는 바둑도 할만했다.
내편은 서울 사람이었다. 서울 사람은 나보다 고수였다.
스님과 주인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바둑 내기에 이겨서 2차로 술판이 벌어졌다.
서울 사람은 부인을 서울에 두고 묵호 딸집에 내려왔나 보았다. 부인과 사이가 안좋은지 딸집에서 눈치 보면서 산다고 했다.
가끔 노가다 나가서 용돈은 번다고 했다.
“절에 놀러와”
스님은 또 반말로 지껄였다.
나는 또 용서해주면서 물었다.
“스님은 몇 살입니까?”
“60 년생이야”
“동갑이니 친구 합시다”
스님과 친구가 되었다. 다음에는 절에 가서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