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기 (23) 기업마다 채플린 초빙해 새로운 일터사역 활성화 됐으면…
(콘퍼런스서 접한 ‘마켓플레이스 채플린스’ 미국 전역의 기업에 채플린을 파송 사역
직원들과 교제하며 ‘영적 케어’를 제공)
방선기 일터개발원 이사장은 미국과 호주의 콘퍼런스에서 각국 일터사역 관련 단체를 두루 접했다.
사진은 마켓플레이스 채플린스 소속 목회자가 기독 직장인에게 기도해주는 모습.
캐나다 리젠트신학교에서 일터사역을 배운 뒤에도
미국과 호주에서 열리는 일터사역 콘퍼런스에 자주 참가했다.
리젠트신학교에서 일터사역 신학을 배웠다면
콘퍼런스에서는 여러 종류의 구체적 사역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콘퍼런스에서 접한 일터사역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건
채플린(Chaplain)으로 일터사역을 하는 ‘마켓플레이스 채플린스’(Marketplace Chaplains)란 단체였다.
채플린은 지역교회가 아닌 곳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를 지칭한다.
나 역시 이랜드 사목으로 섬기고 있었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단체는 미국 전역의 기업에 채플린을 파송하는 방식으로 사역한다.
현재 이 단체가 파송하는 채플린은 1700명에 달한다.
채플린은 파송된 기업에서 설교나 전도, 성경공부 지도를 하지 않는다.
미국의 일반 기업에서 종교 활동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은 정기적으로 기업을 방문해 직원들과 교제하며
이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거나 함께 기도하는 등의 ‘영적 케어’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직원 가운데 원하는 이가 있다면 성경을 가르칠 수 있고
비신자가 복음에 관심을 보이면 얼마든지 전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채플린 사역의 열매이지 본질은 아니다.
채플린 사역의 본질은 종교를 초월해 모든 직원을 영적으로 돌보며 경영자를 돕는 것이다.
이랜드에서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땐 설교와 전도, 성경공부가 사목(채플린)의 사역이라고 생각했다.
비교적 규모가 작았던 이랜드 초기에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이랜드가 성장하고 다른 기업과 합병하면서 이런 사역을 지속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사회에서도 학교나 기업에서의 종교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나 역시 기존 사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던 중 이 단체를 통해 다원화 사회 속에서의 채플린 사역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랜드에서 그간 해왔던 사역을 앞으로 기독 기업에서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다.
대신 이 단체처럼 새로운 채플린 사역을 개척한다면
국내 기업에서도 일터사역을 요청하는 곳이 생길 것이다.
이런 기회가 늘어나면 한국교회가 골머리를 앓는 문제 하나를 해결할 수도 있다.
지금껏 목회자는 오직 교회 목회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랬기에 목회자가 목회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절대 금지했다.
하지만 꽤 많은 목회자가 경험하는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생계를 위해선 다른 일도 해야만 한다.
‘이중직 목회’ ‘겸직 목회’란 단어가 생긴 이유다.
목회와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목회자에게
기업의 채플린 사역이 주어진다면 서로 윈윈(win-win)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기독 기업은 직원을 영적으로 돌볼 수 있어 좋고
목회자는 자신들의 역량으로 목회 외의 사역을 할 수 있어 이득이다.
앞으로 여러 기독 실업인이 기업에 채플린을 초빙해 한국교회에
새로운 일터사역을 활성화한다면 전통적 목회로는 생각지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 채플린 사역에 새로이 눈 뜨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