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보은의 노래
山上靑松陌上塵(산상청송맥상진),
산 위의 푸른 솔과 길 위의 먼지,
雲泥豈合得相親(운니기합득상친).
구름과 진흙, 이런 사이인데 어찌 친해질 수 있나요.
擧世盡嫌良馬瘦(거세진협양마수),
세상 사람들은 야윈 명마를 싫어하건만,
唯君不棄臥龍貧(유군불기와룡빈).
그대만은 가난한 인재라도 마다않으셨지요.
千金未必能以性(천금미필능이성),
천금을 준다 해도 성격은 못 바꾸지만,
一諾從來許殺身(일낙종래허살신).
일단 약속했다면 저는 목숨까지도 내놓지요.
莫道書生無感激(막도서생무감격),
이 서생이 고마움을 모른다 마소서.
寸心還是報恩人(촌심환시보은인).
작은 정성이나마 은인에게는 꼭 보답을 하니까요.
―‘호남의 최중승에게 올리는 시(상호남최중승·上湖南崔中丞)’ 융욱(戎昱·744∼800)
자신을 막료로 발탁한 데 감읍하여 어사중승(御史中丞) 최관(崔瓘)에게 올렸다는 시. 상관과 자신은 푸른 솔과 먼지. 구름과 진흙만큼이나 격차가 현격하여 도무지 친해질 수 없는 사이다. 한데도 상관은 시인의 재능을 인정했다. 아무리 명마라도 기력이 쇠하면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잠재력 있는 인재라도 빈천하면 내치기 마련인 게 세상 인심인데도 말이다. 물론 시인은 재물에 쉬 굴복하여 성격이 돌변하는 속물이 아니다. 세상의 편견에 의연히 맞서 인재를 챙겨 주는 상관에게 생명을 걸고 보은하겠노라는 다짐이 이래서 더 믿음직하다. 상관에 대한 무한한 찬사 속에 시인의 견결한 기개와 지조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최관이 융욱을 좋아하여 사위로 삼으려 했으나 융(戎)이라는 성씨가 탐탁지 않았다. 이에 성을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는데 융욱이 거절하면서 이 시를 바쳤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08월 02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