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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O’ 시술했다가 사망하면 무조건 삭감?
흉부외과의사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단단히 뿔이 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체외막산소화장치(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이하 에크모(ECMO)) 관련 행위에 대해 심평원이 삭감의 칼날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유명 대학병원 소속 흉부외과전문의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심평원은 에크모 관련 시술을 받았음에도 사망한 환자를 중심으로 삭감을 하고 있다. 이들은 ‘체감으로는 환자가 사망할 경우 거의 모두 삭감당하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에크모를 다루는 흉부외과전문의들은 이번 사태로 소위 ‘멘붕’에 빠졌다. 지난해 10월 전까지는 에크모 관련 행위에 대한 삭감이 거의 없었던 데다가, 심평원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삭감을 결정하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 에크모 관련 행위를 눈여겨본 심평원이 드디어 삭감이라는 행동에 나섰다’고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추측이 단순한 추측이 아님을 시사하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특정 행위량이 갑자기 증가했을 때 심평원에서 삭감이라는 방법으로 이에 대응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실제 에크모 관련 시술은 지난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흉부외과전문의들은 에크모 활용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핫한 이슈이며 관련 연구도 이제 막 꽃피우고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에크모 관련 행위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런 흐름에 의한 것이며, 에크모 관련 행위 중 ECPR의 경우 국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들은 단순히 행위량이 늘었다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삭감을 결정하는 심평원의 행태는 살릴 수 있는 초응급환자를 외면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의료기술이 국내에 뿌리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초응급환자를 위한 시술, 에크모
에크모는 심장과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한 의료기기다. 쉽게 말해 응급환자 중에서도 초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장비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심장이나 폐가 각각 제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지거나 정지할 경우, 또는 두 장기가 한번에 기능을 상실했을 경우 피를 밖으로 순환하게 해 심장과 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장비가 에크모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보험에서도 ‘부분체외순환’이라는 이름으로 보험적용이 돼왔다. 에크모를 포함해 어떤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기계를 사용해 피를 밖으로 순환하는 행위를 하면 이 수가가 적용됐다.
여기에 심평원에서는 지난 2월 1일부터 부분체외순환 외 에크모 수가를 따로 신설했다. 똑같이 체외순환을 하더라도 에크모를 사용하면 수가를 따로 청구하라는 것이다. 흉부외과전문의들은 심평원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에크모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본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 심평원에서는 장비도 많이 보급되고 해서 수가를 세분화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2006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
에크모 관련 행위는 지난 2006년 283건에서 2007년 396건, 2008년 568건, 2009년 652건, 2010년 954건, 2011년 1,174건, 2012년 1,49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에크모 관련 행위에 투입된 건보재정은 2008년 9억6,577만원, 2009년 13억8,552만원, 2010년 29억3,594만원, 2011년 41억5,734만원, 2012년 52억6,748만원이다.
매년 늘어나는 수치를 보면 2009년 후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2008년과 2009년 대만과 유럽의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의 영향이라는 것이 흉부외과전문의들이 분석이다.
2008년 대만의 한 연구자가 란셋에 발표한 논문 ECPR(Chen YS, Lancet 2008;372:554-61)은 ‘CPR을 받던 환자에 심정지가 왔을 때 에크모를 활용해 ECPR을 시행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9년 유럽에서 발표된 논문(CESAR PEEK GJ, Lancet 2009;374:1351-1363)은 ‘급성호흡부전환자에서 인공호흡기나 약을 사용하는 것보다 에크모를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는 내용이다. 이 때는 세계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시기여서 이 논문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이 두 논문이 발표된 후 국내에서도 에크모 관련 행위가 크게 증가했다”며 “특히 겨울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환자가 늘면서 에크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국내에서 에크모 관련 행위가 늘어난 것은 의학적 근거에 따라 에크모 활용을 ‘넓혔기’ 때문이지 국내 의료기관에서 에크모로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에크모 관련 수가는 처음 환자에 시술할 때 43만8,000원, 시술 후 매일 지급되는 수가는 25만3,000원이다. 여기에 종별가산과 선택진료비, 흉부외과 수가 100% 가산까지 더하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에크모로 받을 수 있는 수가는 첫 시술 시 173만8,000원, 매일 받는 수가는 91만원이다.
종류에 따라 110만원에서 330만원까지 하는 소모품 펌프와 산화기는 재료비가 따로 지급된다.
심평원의 에크모 시술 급여기준
에크모도 건강보험이 적용된 행위기 때문에 당연히 심평원의 급여기준이 있다. 심평원은 에크모 관련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환자를 4가지 정도 제시했는데, 첫 번째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회복가능성이 없는 경우, 두 번째는 말기암환자, 세 번째는 이미 뇌에 큰 손상이 있는 경우, 네 번째는 출혈이 심할 경우다.
즉, 에크모를 활용해서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시한 것이다. 에크모 관련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심평원에서 자세한 급여기준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애매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현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전, 심평원에 에크모 관련 행위에 대해 관대했을 때는 이런 기준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심평원이 삭감의 칼날을 날리기 시작한 후 이런 급여기준은 현장을 옥죄고 있다.
어떤 경우 삭감당하고 있나
실제 상급종합병원에서 삭감된 사례들을 보면 현장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 갑자기 패혈증이 생겨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50대 남성환자. 의료진은 환자의 심장과 폐의 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를 찾지 못해 일단 에크모를 시술했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이후 이 환자는 백혈병이 진단됐고 사망했다. 심평원은 백혈병환자에게 에크모를 시술했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에크모를 시술한 후 백혈병을 진단받았지만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 47세 남자의 심장이 멎었다고 119에 신고가 들어간 시각은 오전 6시 33분. 119가 이 남자의 집에 도착한 시각은 6시 47분이었다. 119대원들은 도착 즉시 이 남성에게 CPR을 시행했고 4분 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 남성이 도착한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이 이런 경우 보통 심근경색이라는 점을 고려해 심혈관조영술을 위해 시술을 하려는 찰나 다시 심장이 멈췄다. CPR을 시행했으나 돌아오지 않아 에크모를 활용해 ECPR을 시행했다. 하지만 결국 환자는 사망했고 에크모 수가는 삭감됐다. 환자의 심장이 처음으로 멎었던 시점에서 첫 CPR까지 시간이 10분이 넘었기 때문에 이미 머리에 심한 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 심평원의 삭감 이유였다.
# 젊은 백혈병환자 A씨는 작년 7월 골수이식으로 완치판정을 받았다. 그는 회복과정에서 빈혈이 발생해 수혈을 받았는데, 수혈받은 피에 문제가 있어 출혈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성폐출혈이었고 약물로 지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약물로 지혈이 가능한 시간동안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에크모를 시술했다. 결과는 삭감이었다. 출혈이 계속되는 경우 에크모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기준에 걸렸다. 이 기준대로라면 폐출혈이 있을 경우 지혈이 곤란하기 때문에 에크모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 외에도 지난 10월 이후 심평원으로부터 삭감 통보를 받은 사례는 많이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환자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한 흉부외과전문의는 “비슷한 경우에 에크모를 시술하더라도 환자가 사망하지 않으면 삭감당하지 않고 사망하면 삭감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현장의 흉부외과전문의들 사이에서 심평원이 환자 ‘사망’을 판단 잣대로 삼고 애매한 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해 삭감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결정적 이유다.
또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나하나가 초응급환자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에크모 시술과 관련해 오래 고민할 수 없다는 점도 이유다. 당장 할 수 있는 시술이 에크모 뿐이라면 일분이라도 빨리 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흉부외과전문의는 자신이 한 에크모 시술 중 2,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대한 환수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는 병원 규정에 따라 삭감액 중 일부를 사진의 급여에서 공제 당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도 꼭 필요한 환자에게 에크모 시술을 멈출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살 수 있는 환자 30%는 살려야
흉부외과전문의들이 에크모 관련 행위 삭감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를 통해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에크모 시술을 하고 있는 흉부외과전문의들이 모여 시술을 많이 하는 전국 15개 병원 자료를 모았다. 이렇게 모은 사례가 2011년과 2012년 합계 1,087건으로 같은 기간 전국에서 시행된 에크모 관련 시술의 약 40%에 해당한다. 이 1,087건 중 331건, 약 34%의 환자가 에크모를 떼고 생존했다.
한 흉부외과전문의는 “이 1,087건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당시 에크모 관련 시술을 하지 않았으면 거의 100% 사망했을 환자들”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에크모를 시술했고 그 중 331명이 살아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두고 에크모 치료법의 생존율이 30% 정도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에크모 시술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사람 중 34%를 살렸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흉부외과전문의들은 심평원이 계속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삭감한다면 현장의 의료진은 당연히 에크모 시술에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런 분위기라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행여나 이런 데이터를 놓고 심평원에서 생존율이 너무 낮다고 꼬투리를 잡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복합적’ 문제의 집합체
에크모와 관련해 흉부외과전문의들과 심평원 사이에 흐르고 있는 이상기류에는 많은 시사점이 담겨 있다. 우선 ‘행위가 늘어나면 일단 삭감하고 본다’는 심평원의 전형적인 심사패턴을 생각해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국내 반응을 볼 수 있으며, 사람을 살리는 것과 비용대비효과를 생각하는 것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와 관련해 최근 에크모 관련 심사를 담당하게 된 심평원 심사실 관계자는 “(에크모 관련 행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모든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다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환자가 사망하면 모두 삭감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심평원은 합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위가 늘고 있어 좀 더 엄격해졌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숫자가 매년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전세계적인 추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너무 빠른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많이 인정해줬는데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에크모 관련 행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행위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심평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또 “에크모는 일시적인 생명연장을 위한 보조치료다.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해 병이 회복되길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에 회복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회복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것인데 그에 대한 판단이 미흡한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한 달, 일주일 정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비용을 많이 투입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흉부외과전문의들은 눈앞에 초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에크모를 활용하지만 심평원에서는 일시적인 생명연장을 위한 보조치료기구로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급여기준, 함께 만들어야
흉부외과전문의들도 최근 늘고 있는 심평원의 삭감이 모두 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너무 고령인 환자에게 무리하게 에크모를 활용한 사례도 있을 수 있고, 기준에 맞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어떤 나라도 어떤 때 어느 범위까지 에크모를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심평원의 급여기준이 광범위하다는 것도 이해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앞으로 에크모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드는 시간이 1~2년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현장과 심평원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심평원과 현장이 힘을 모아 구체적인 활용기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심평원도 이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다. 심평원 심사실 관계자는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기관과 협조도 생각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에크모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 때 현장과 심평원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초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에크모가 삭감이라는 산을 넘어 국내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4031200029
www.health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177 노회장은 의사들이 정부가 정해놓은 진료수가 때문에 양심을 파는 일이 없도록 의료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정부는 의사가 자신의 양심과 학문적 전문지식에 의해 환자의 진료에 매진하기 어려운 의료환경을 강요했고, 의사들은 열심히 저항해왔다. 흉부외과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에크모를 많이 실시하는데 환자가 사는 경우에는 에크모 비용을 인정해주는 반면, 환자가 사망하면 전액 삭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어이없는 기사도 나왔다. 잘못된 의료제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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