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기 있었구나.
얼마나 찾아 다녔던지?
언덕 쪽 해송은 오랜 친구여서
음계 높은 노래를 종일 불러주고
조개구름에 기대어 춤까지 춘다.
비린내도 눈치 보며 몸을 사린다.
바다의 직계가 되고 싶어서였나
함께 떠난 하나개 바람들은
언제쯤 너를 보러 돌아오려는지, 혹
돌아올 생각을 아예 안 하는건지
사랑한다는 것은 다 주겠다는 약속인데.
낡은 목선은 물 빠진 밭에 누워
오늘도 편하고 희미한 낮잠을 자고
바지락인지 가무락조개인지
흙탕이 된 눈을 두리번거리다가
입 다물고 개펄로 몸을 밀어 넣는다.
2
어깨가 많이 아프니?
너무 높이 올라가려 하지 마.
아무리 높이 날아도
너만 사랑하는 이를 찾기는 힘들다.
세상을 다 사랑한다는 바람은
생명을 걸아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
애타게 찾고 있는 주소를 아무도
입 다물고 알려주지 않는다.
하나개 바람은 연한 갈색이었지
바람이 벗어놓은 옷은 시들어서
해안도 모래도 힘없이 울상인데
오는 동안 이웃에는 술집만 늘어나고
함께 웃고 떠들던 이들 보이지 않는다.
그새 너도 많이 변했구나.
휘몰아치던 기상도 없어지고
동네에 사는 갈매기도 포차도
더는 너를 겁내지 않는구나.
몸이 어지러워 무거워진 바람이
그래도 무얼 아는 척 손을 흔든다.
3
당대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왜
정신 부실한 에곤 실레를 좋아했는지.
그래서 젊은 천재 화가 에곤 실레는
바람둥이 클림트를 정말 존경했을까.
미국 시인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왜
마약쟁이 거지 긴즈버그를 좋아했는지.
천재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왜
의사 시인 윌리엄스를 끝까지 존경했는지.
평생 손과 머리로 공부도 실컷 했는데
무엇이 진한 예술인지를 서로 안다는 건지.
해안을 헤매다 떠난 외로운 영혼들만이
하나개 바람의 신음을 이해한단 말인지.
하나개 바람은 왜 모습도 바꾸지 않고
같은 모습으로 울며 나를 반겨주었는지.
내가 모를 일들은 손 털고 떠났다.
하나개의 상처를 안고 해로하고 싶다.
[내가 시인이었을 때],문학과지성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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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개 바람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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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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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상을 다 사랑한다는 바람은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