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의 예술 아지트의 현장은 어딜까? 편집부는 대표적인 장소와 공간을 찾아 지역을 누볐다.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면사무소까지 찾아 나선 길에서 예술 아지트가 훨씬 자유로운 모습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때로는 술집과 카페가 그러한 소통의 공간으로 바뀌어 있고, 옛 한옥집이이제 예술 공간으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과거의 공간은 현재를 새롭게 보는 거울이 되고, 시장의 예술은 생활이 된다. 숲 속의 둥지는 전 세계에서 날아든 예술 영혼들의 날갯짓으로 자유로운 난장을 펼친다.
수원 ‘서문막걸리’ ‘서문막걸리’는 수원 서문西門에 있지 않다. ‘서문막걸리’는 시인 조길성(45)이운영한다. 서문에 있을 당시 단 세 개의 테이블뿐인 이곳은 20명은 족히 앉아 막걸리를 마실수 있는 수원 문화예술인의 단골 아지트였다. 화성행궁의 화성사업소 연구자들과 24반 무예 전수자들 그리고 수원에 거주하는 문인, 기획자, 예술경영인, 화가, 조각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이러한 모임은 현재 북문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비좁았던 공간의 한계는 이곳으로 옮기면서 해소됐다. 옛 도자박물관이었던 건물의 외벽이 갖는 아름다움과 내부 공간의 특이함은 운치를 더한다. 전면적인 내부 인테리어 공사 없이도 분위기가 조성되는 셈이다. 조길성씨는 이곳에서지난 3월부터 고형렬 시인을 비롯해 이덕규, 정수자, 김왕노 시인 등과 더불어 매달 한 차례씩 시 낭송회를 시작했다.
조씨는 2003년 10월 스스로의 삶을 세우기 위해‘서문 막걸리’를 열었다. 지금 북문에 있는 집도 그렇지만 화서문 시절의 서문막걸리집은 빼곡한 책과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노래들이 그의 다른 삶을 증거해 주기도 했다. 문학청년이었던 그는 1990년대 초반 ‘한국문학학교’에서 김남주·정희성·이시영 시인에게 시를 배워 2004년 2월 격월간 문예지 『문예비전』으로 등단했다. 이러한 그의 삶이 오히려 많은 이들과 더불어 삶을 살 수 있는 밑바탕이 되지 않았나싶다. 사회와 문화, 예술을 생각하며 사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오늘 저녁에도 술 한 잔의 사유를 털어놓고 있다.
|
수원 ‘대안공간 눈’ 올해 4월 수원 유일의 대안예술공간 ‘대안공간 눈’이 오픈했다.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에 위치한 이곳은 90여 평의 한옥집을 개조한 전시공간이다. 실내 공간 40평, 야외 공간 30평이 본격적인 대안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15평 규모의 휴게공간 겸 갤러리도 별도로 갖췄다.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삶터였던 집이 예술의 소통 공간으로 바꾼 이는 조각가 이윤숙(46)과 남편 김정집(50)이다. 나서 자라고 결혼해 신혼까지 살았던 집, 이들은 이곳을 젊은 예술인들의 예술 아지트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개관 이후 전시장은 한푼의 대관료를 받지 않았다. 한옥을 전시공간으로 개조하는 동안 작가가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슈룹’ 그룹의 회원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김성배, 김수철, 경수미, 신승녀 등이 그들이다. 또한 건축가 김동훈은 무료로 설계와 자문을 도왔다고 하니 이 공간은 처음부터 예술가들의 어울림을 이룬 셈이다. 김정집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대안공간 눈>은 순수 창작활동을 하는 실험적인 작가들을 위해 기획 위주의전시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며 지역의 미술대학과 작가, 일반시민의 연계와 소통을 통해 지역 문화발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숙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소목장 김순기의 작업장(창호공방)을 전시공간으로 오픈하자고 설득해 곧 개관 예정이라 했다. 이곳이 오픈하면 ‘골목집’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는 골목을 아예 예술 공간으로 바꿔 보려는 작업을 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대안공간 눈’은 7월 두 주를 빼고 연말까지 연이어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
양평 ‘서종사람들’‘서종사람들’은 양평군 서종면에 거주하는 지역주민 15명으로 구성된 민간 문화NGO 그룹이다. 민정기 회장, 이철순 부회장, 시인이자 전 『월간미술』 편집장인 이달희(54), 서양화가인 나경찬(43)총무와 이근명(46) 사무국장 등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돼 있다. 2000년 1월 모임을 만들어 수십여 차례의 음악회와 기획전시 등 꾸준한 지역 문화행사를 추진해 오고 있는데, <우리동네 음악회>의 내용을 보면,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의 ‘타악기와 함께 하는 가을’, 유진 현악 4중주단의 ‘세레나데가 있는 가을’, 한국페스티발앙상블 공연,‘우광혁 교수의 세계 악기 여행’,‘더 솔리스트 초청 아카펠라 음악회’, ‘도깨비 스톰의 <도깨비 난장>’, 일본 와라비좌 극단의 ‘일본 전통음악과 춤’ 등 다양하다. 이외에 오페라 아리아에서 실내악, 국악, 무용, 퍼포먼스 등도 주요 공연 목록이다. 2002년 8월에는 체코의 프라하 브라스앙상블의 연주도 있었다. 당시 단원으로 참여했던 지리 리시Jiri Lisy는 “청중들의 반응이 좋아 매우 흡족했다. 체코에서도 이런 시골 마을의 작은 음악회는 아주 흔한 일”이라며 매우 만족해했다고 전한다. 음악회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동네 그리기 전>이다. 지역 미술인들과 동네 초중학생들이함께 전시회를 만들어 전시를 하는데 누가 작가이고 학생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그것은 북한강을 끼고있는 서종의 수려한 자연환경 덕분이다. 처음 서종초등학교 강당을 빌려 시작했던 무대는 현재 서종면사무소에 딸려 있는 문화의집에서 계속되고 있으며, 면사무소 앞마당에 있던 소방차고를 개조해‘북한강미술관’이라는 아담한 갤러리도 들어섰다. 전시가 열리거나 음악회가 열리면 마을 큰길에 플래카드가 걸리고 학교에선 ‘가정통신문’을 발송한다. 예술이 삶과 더불어 함께 있는 곳, 바로 서종이다.
|
양평‘수종사水鐘寺’초의선사는 “수종사는 청고淸高한 곳에 있고 / 산천은 그 아래 깔렸도다”고 노래하면서“한잠 자고 일어났는데 차 한잔 줄 사람 없을까 / 게을리 경서經書 쥐고 눈곱 씻었네 / 그대가 여기 있는 줄 알고 / 이곳 수종사까지 오지 않았나”라고 읊었다. 조선 후기 이곳은 당대 학자들이 차茶를 통해 교우를 나누던 곳이다. 지금도 이 사찰에는 ‘삼정헌’이란 다실이 대웅전 만한 크기로 자리잡고 있다. 사찰에 차를 마시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다실을 지어 무료로 공양하는 곳은 아마도 이곳뿐이지 않나 싶다. 이름난 차 한 잎 나오지 않는 경기도에서 웬 공양이란 말인가? 현 주지인 동산스님에 따르면, 초의선사가 한양에 올라오면 반드시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東茶頌』, 『茶神傳』과 같은 책을 저술한 차의 명인 초의가 한양에 올라와 수종사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차를 통해 교우했던 지인들의 만남이 자연스레 이곳에 이뤄졌다. 서거정徐居正(1420-1488), 김종직金宗直(1431-1492), 이이李珥(1536-1584), 최경창崔慶昌(1539-1583), 이덕형李德馨(1561-1613), 홍만종洪萬宗(1643-1725), 정약용丁若鏞(1762-1836) 등이 이곳을 찾아 시를 남겼으니 세조 이후 많은 이들이 수종사를 찾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다산 정약용은 가장 많은 15수의 시를 남겼다. 이는 다산의 생가가 두물머리(양수리)에 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일 터이나 초의와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 물 좋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차의 만남이 이뤄진 이유일 것이다. |
어린 시절에 노닐던 곳을 어른이 되어 오니 한 가지 즐거움이고 곤궁할 때 지나갔던 곳을 뜻을 얻어 이르매 한 가지 즐거움이며 혼자서 갔던 곳을 좋은 손님들과 좋은 벗을 이끌고 이르니 한 가지 즐거움이다 가파른 돌비탈길 넝쿨로 덮여 절 집 찾아 가는 길 못 찾겠구나 산 그늘엔 묵은 잔설 아직 남았고 맑은 강물 아침 안개 흩어지누나 샘물은 돌 구멍서 솟아나오고 종소린 깊은 숲서 울려 퍼진다 내 유람길 예서부터 비롯됐으니 숨은 기약 어이해 다시 어기랴
다산의 「유수종사기游水鐘寺記」
|
|
수원 ‘사탕색깔’‘사색실’이라 줄여말하는‘사탕색깔’은 젊은 예술가 이정화(27), 홍성연(27)이 2004년 10월 수원시 권선구 교동성당 앞에 오픈한 작업실겸 카페이다. 자신들의 작품을 공간에 꼴라쥬하듯 덕지덕지 붙여 놓은 이곳은 학생, 예술가 할 것 없이 누구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드나든다. 장사를 하겠다는 목적성, 작품을 알리겠다는 적극성이 충돌해 만들어 내는 이 정체불명(!)의 공간은 오히려 예술의지의 전면화라는 신세대 아이콘으로 다가온다. 크리스마스전, 오픈 스튜디오, 사진전 등을 기획했고 최근에 새침한 YP(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상 기발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싸이월드 홈(saseksail.cyworld.com)에 공간을 마련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 |
안양 ‘스톤앤워터’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286-15번지 2층. 석수시장 내에 자리한 이곳은 그동안 예술이 지역에서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톤앤워터가 밝히는 미션에서 모든 걸 알 수 있다. Stone & Water는 supplement space.“Stone & Water는 좁은 미술의 영역을 생활 속으로 확장하여 부재, 결손, 부족, 손상된 도시 환경과 생활조건들을 보수, 보완, 보충, 대리하는 적극적 예술 공간 입니다.” 그외 생활 속의 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지역의 숨은 작가 발굴 육성, 작품유통을 통한 활동지원, 네트워크를기반으로 한 새로운 미술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
|
안성‘죽산’경기도 안성의 죽산은‘죽산국제예술제’로 국제적 장소가 되었다. 죽산국제예술제는 전위무용가 홍신자와 그가 운영하는‘웃는돌 무용단’이 주축이 되어 예술을 통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주제로 펼치는 전위예술축제이다. 용설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산자락에 나무와 흙으로 세운 웃는돌 캠프에서 자연을 무대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예술인들이 참여해 장르를 넘나드는 전위예술을 선보임으로써 국제예술제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행사에는 국내외 작가들의 설치작품전, 행위예술, 웃는돌무용단공연, 해외무용가의 공연, 뮤지컬 공연, 전시, 음악의 조형화 등이 펼쳐진다. 모든 공연이 탁 트인 야외에서 진행되며, 행사에 참가하는 예술가들이 워크숍을 진행하여 관객과의 교류를 시도한다. 이제 이곳은 국제예술의 주요 아지트가 되었다. 올해, 제11회 안성죽산국제예술제는 지난 1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층 더 전문적이고 참신한 프로그램으로 2005년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죽산아트빌리지에서 개최되었다. 주제는 예술가들의 영원한 모티브인 자연과 연관된 ‘푸른 지구Green Earth’였다.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을 음악과 춤으로 보여 줄 이번 축제엔 음악감독(강석희), 무용감독(남정호)을 영입, 보다 수준 높은 그러나 모두가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었다.
|
|
‘사람’ 또는 아지트의 발원지 : 이영섭 , 류연복 우리는 장소와 공간 외에 예술 아지트의 개념이‘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성에 사는 판화가 류연복은 몸 자체가 아지트이다. 그는 지역에서 생명문화운동과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안성천 살리기 시민모임과 푸른안성맞춤21 등을 이끌고 있으며 사단법인 ‘열린문화’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조각가 이영섭은 여주 고달사지를 중심으로 개성 있는 작업세계를 천착해 온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철물점 아줌마, 농부 등 주변 마을 사람들과 예술가들을 모아 1년에 수차례씩 작은 축제를 벌인다. 고고한 예술의 벽이 아니라 늘 사람과 사람간의 만남과 소통을 원하는 예술가들이 있는 한 바로 그들이 예술 아지트인 셈이다.
| |
첫댓글 烏山에는 어디 있는지를 알려줘야죠....?
아직 못 찾았어요...숙제가 하나 더 생겼당,,
촬영감독님 돌아댕기면서 어디 없던가요?..부산동 가뫼골, 세마동 세이지,,요정도만 알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