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blues)는 18세기 미국 남부 지역 목화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의 노동謠에서 유래돼
대체로 슬프고 우울한 정서를 표현한다.
블루스를 즐겨들으며 삶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일상의 고단함과 괴로움을 위로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대표적인 블루스 그룹이 신촌블루스다.
'거리엔 또다시 어둠이 내리고
희미한 가로등 불이 켜지면
어우러진 사람들 속에 길을 걸으며
텅빈 내 마음을 달래봅니다.'
이는 신촌블루스가 1988년 내 놓은 제1집의 첫 번쨰 수록곡 '그대 없는 거리' 시작부분이다.
신촌부르스의 리더 엄인호(62)가 작사, 작곡해 한영애가 부른 '그대없는 거리'는 지금도 즐겨 듣는
사람이 많다.
블루스 애호가들은 이 노래와 함께, 역시 엄인호가 가사, 작곡해 정서영과 듀엣으로 부른 '아쉬움',
서판석 작사, 엄인호 작곡의 故 김현식 노래 '골목길' 등을 '영원한 클'으로 친다.
신촌블루스 제1집은 2007년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선정한 '한국 100대 名盤'' 42위, 제2집 '황혼(1989년)은 45위에 각각 올랐다.
신촌블루스를 엄인호가 이정선과 함께 주도해 결성한 것은 1986년이었다.
한영애, 김현식 등과 어울려 서울 신촌의 카페 '레드 채플린'에서 자주 블루스를 연주하다가 자연스럽게 정식 그룹이 된 것이다.
객원 보컬 체제로 운영해 이은미, 이광조, 정경화 등 걸출한 가수들이 많이 거쳐가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 활동을 위해 하나둘씩 흩어져 2004년 쯤엔 엄인호 혼자 남게 돼 사실상 해체됐다.
그런데도 엄인호가 서는 무대는 모든 사람이 신촌블루스라고 여겨왔다.
작곡가의 思惟를 담은 노래라야 오래들을 만하다는 엄인호가 후배 뮤지션들을 모아 그룹을 재결성했다.
'신촌블루스 리바이벌'로 개명해 신촌 CGV아트레온 무빙홀에서 지난달 30~31일 콘서트를 가졌고,
앞으로 매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제능 기부 형식의 공연 '신촌사람들'을 이어간다.
엄인호는 "실력은 있지만 변화없이 머문 상태로 늙어가는 뮤지션들도, 아이돌 위주인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도 안타깝다"며
"한국 정서가 담긴 블루스 음악으로 '이런 韓流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신촌사람들' 무대를 장기적으로는 문화운동으로도 확산시킬 생각이라는 그의 새 출발과 시도가 가요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김종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