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술 3개를 assist했다. 첫 번째 환자는 갑상선 환자였다. 내가 갑상선 수술을 받은 후로는 유독 갑상선 환자를 보면 더 관심이 가는 것 같다. 한국 같으면 Thyroid Scan(핵의학 검사)를 했겠지만 초음파와 FNA(세침검사)만을 한 상태였고 악성의 소견은 보이지 않는 환자였다. 양승봉선교사님(외과전문의)과 둘이서 수술을 하였다. 한국 같으면 보통 Operator(집도의)와 Assistant 3명(레지던트 2명과 인턴 1명)이 모이지 않으면 수술을 안 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큰 병원에서는 수술 한 건에 보통 4명이 참여하는데 여기서는 인력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두 사람이서 수술을 하였다. 손이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특히 갑상선 수술을 할 때는 중요한 구조물인 Recurrent Laryngeal Nerve와 갑상선 뒤에 위치하고 있는 부갑상선을 보존하는데 주의를 기울인다. Recurrent Laryngeal Nerve가 손상당할 경우 성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갑상선을 부갑상선과 함께 제거해 버릴 경우에는 칼슘대사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수술 중에도 중요한 구조물을 잘 보존하였고, 수술후 환자를 찾아가서 상태를 확인해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수술 후 약간의 출혈 소견이 보였는데 더 이상의 출혈은 없었다. 아마도 수술 자리에 약간 고여있던 피가 나와서 그랬던 것 같다.
두 번째 환자는 약물 남용으로 에이즈에 걸린 환자인데 자기 스스로가 약을 허벅지에 있는 근육에다가 남용하다가 감염이 되었는지 피부가 몽땅 녹아버린 환자였다. 이 환자의 Debriment(죽은 조직을 제거하는 것)에 관련된 수술에 3번을 들어갔다. 파탄 병원 일반외과에 근무하는 외과 의사들도 모두 마다하는 환자라서 양선교사님께서 보시고 계시는 환자였다. 피부 이식을 몇 차례 실시했는데 피부가 잘 생착하지 못하고 많은 부분에 결손이 생겨서 이번에도 피부 이식 수술을 하였다. 처음 이 환자를 수술하는데 양선교사님께서 에이즈 환자이니깐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수술에 매번 들어갔다. 에이즈 환자를 수술하는 외과의사는 언제나 에이즈에 감염될 유험에 노출이 된다. 수술하는 것 자체가 감염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술하는 외과 의사들은 항상 날카로운 외과 수술 기구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언제 다쳤는지 모르지만 수술 장갑안에 피가 고여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날카로운 수술기구나 바늘이나 혹은 잘려진 뼈에 자기도 모르게 찔린 경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염, 에이즈를 비롯한 전염성 질환을 수술하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인턴 생활을 하면서 바늘에 많이 찔린다. 항상 잠이 부족하기 때문에 졸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채혈을 한 후 바늘 두껑에 바늘을 꽂다가 자신의 손을 찌르는 경우가 제일 많다. 내가 인턴을 할 때 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내가 실수해서 바늘에 찔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인턴때 수술실에는 몇번 바늘에 찔렸다. 내가 잘못해서라기 보다는 집도의가 바늘로 내 손을 찌른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특별히 감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아니라서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드문 경우긴 하지만 의사들 중에는 간염 환자를 치료하다가 바늘에 찔러 자신이 급성 간염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간혹 있기도 하다. 암튼 나는 이 에이즈환자의 피부 이식수술에 참여를 했다. 내가 아프리카로 선교사로 가고자 하는 이유는 오랜 동안 아프리카를 품고 기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이즈가 가장 창궐하고 있는 지역이 아프리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외과의사들은 에이즈 환자의 수술을 꺼린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 또한 원치 않게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이즈환자들도 사실 에이즈라는 병으로 금방 죽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약만 제대로 먹으면 자신의 수명만큼은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Acute Abdomen(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급성 복증)일 경우 응급 수술을 받으면 목숨을 잃지 않고 살수 있는데 모든 의사들이 그 수술을 꺼린다면 그 환자는 에이즈로 죽는 것이 아니라 응급 수술을 받지 못해서 죽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비록 내가 수술하다가 에이즈에 걸릴지라도 그런 환자들 외면하지 않고 수술해 줄거라고.... 예전에 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 유행할 때 대만에서 의사들이 환자들을 보기를 거부했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의사도 똑같은 사람이기에 전염병에 대한 특별한 면역을 갖고 태어나진 않는다. 또한 의사들은 항상 환자들 사이에 있기 때문에 사실 누구보다고 더 병에 노출이 된 상태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의사가 그 병이 전염병이라해서 환자를 외면한다면 누가 환자들을 돌보고 치료하겠는가... [양화진]이란 책과 [조선회상]이라는 책을 보면 닥터 헤론과 닥터 홀이 조선에 온지 3년이 채 안되어 환자들을 돌보다가 병에 전염되어 순교를 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바보같이 너무 자신의 몸은 너무 돌보지 않고 환자들을 보는데 힘을 쏟은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조선인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만약에 그들이 자신의 몸 걱정도 하고 환자들을 돌보았다면 3년이 아니라 30년은 사역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한편으론 든다. 하지만 3년을 사역하고 30년을 사역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한 상황 가운데 최선을 다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다시 에이즈 환자의 수술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내가 한 말에는 거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내가 아프리카로 가고 싶어하는 이유가 소외당한 에이즈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라고 말을 했으니 이 에이즈환자의 수술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에이즈환자 피부 이식 수술에 양선교사님과 함께 들어갔다. 떼어낸 피부를 한 조각씩 피부가 없는 부분에 이식을 했다. 이식 수술을 하면서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이번에는 피부가 잘 생착해서 자라도록 해 주세요.' 수술은 2시간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수술에 너무 집중을 해서 그런지 나는 에이즈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수술이 끝난 다음에 수술실 간호사와 일하는 아저씨는 에이즈환자를 수술한 수술방을 소독한다고 분주했다.
세번째 환자는 Venous ulcer(정맥성 궤양) 환자였다. 벌써 일년 정도 Medial malleolus on Rt. tibia(오른쪽 안쪽 복숭아뼈 부분)에 3x4cm정도의 궤양을 앓고 있었다. 이미 한 번 피부 이식을 실시했지만 피부가 잘 생착하지 못하고 녹아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발등에 있는 피부 전체를 돌려서 환부를 덮고 다시 돌려진 부분에 다른 피부를 떼어다가 이식을 하는 Rotation Flap을 실시했다. 이곳에서 사역하고 계시는 양승봉선교사님의 손을 거쳐서 수술받는 모든 환자들이 빨리 회복되고 또한 양선교사님께서 쏟고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향기를 느끼며 또한 나아가서는 구원의 길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첫댓글 많은 에이즈 환자들은 질환 자체에서 오는 두려움도 두려움이지만 소외되고 고립되는 두려움이 사실 더 큰 것 같다. 이번주부터 내과외래를 통해 anti-retroviral treatment를 시작한다는데 그들을 위한 좋은 호스피스들이 생겨나길 소망한다.
앗~~ 류상한!!! 언제쯤 들어오는데??????
상한이 형 들어오실때 다 된 것 같은데... 보고싶네요.... 동국이 형도.. 제가 들어가면 밥 한끼 주시나요? 사는 거 말고 집에서 손수 한거.... 저는 11월 초에 들어갑니다. 찾아 뵙겠습니다.
11월초!! 밥을 내가 어디 손수 하겠냐^^.....들어올 때 연락하거라......집이 분당이니까 집에서 하루 지내고 내려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