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더라도' - 실패한 순교자의 수기
시라이 도쿠미치(白井 德滿)
좀 오래전이지만, 안이숙 씨가 쓴 '그렇지 않더라도'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1972년에 '그렇지 않더라도'간행회에서 출판하여, 1975년 재판되고 지금까지 벌써 반세기 전의 책입니다. 저자 안이숙 씨는 일본 통치하의 한국에서 태어나 식민지 백성이자 크리스천이라는 이중의 역사적 짐을 지고 산 인물입니다. 하나님의 이끄심을 받아 일본에 건너와, 국회 회의장에서 일본정부를 향해 경고문을 붙이고 체포되었던, 참으로 대단한 인생을 산 분입니다.
그런 놀라운 거사를 벌였던 일을 이 책 서문에서 안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학교 교사였던 나는 결국 순교를 목표로 바로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벌인 일은, 무엇보다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일본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안 씨는 침략자이며 박해자였던 일본에 복수하거나 항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을 구하기 위해서 행동에 나섰다고 썼습니다.
"만주사변이 일어나기 전, 즉 1936년경의 일이었습니다. 조선총독부는 일본 통치하의 한국민을 황민화(일본국민화)하는 정책을 취하여 헌병과 경찰을 동원하여 궁성요배와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였다. 수많은 애국자와 크리스천 지도자들은 잔인무도한 박해에 직면하여 비인도적인 고문의 희생자, 순교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나에게 큰 놀라움과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본의 죄
첫째는 이 책을 통해 조선(한국)과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의 죄를 가까이, 즉 나 자신의 문제로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기회에 활자를 통하여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한 가정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으로서, 또 한 사람의 한국인 여성의 고난과 번뇌와 기도를 통해서 내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난 일로 다가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저자의 글은 부드럽고 아름답습니다. 박해자인 일본의 위정자나 관리에 대해서 쓸 때도 그런 자세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부드러운 붓으로 기록한 사건 하나하나는 내 심장을 도려내는 듯하여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저자의 부드러운 말은 격렬한 단죄의 언어보다 격렬하고, 일본인에게 다시 한 번 스스로의 과오를 직시하도록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하나님은 살아 있습니다.
저자의 책은 주 예수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이 살아계신 신이며, 고통받는 자와 도움을 구하는 성도의 기도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며, 위로하시고 분명히 일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여학교의 교사에 지나지 않았던 저자가 박장로라 불리던 신비롭기까지 한 인물에 이끌려 박해자의 나라인 일본에 와서 전 조선총독이던 宇担一成 대장을 면회하고, 정치가로서 힘을 가진 두 명의 모범적 크리스천도 면담하여 조선에서의 일본통치 현황과 일본이 멸망으로 가는 징조를 제시한 사건은 실제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이 소설같은 이야기가 실제 일어나도록 이끌었던 분은 살아계신 하나님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위험이 닥쳐올 때마다 기적으로 보호해 주셨고, 일을 마치도록 힘을 주셨다고 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박장로에 관한 일입니다. 박장로는 이 세상을 살면서도 이미 하나님 나라의 주민이었던 듯합니다. 이 사명을 위해 하나님이 파견한 분이라 말합니다. 갑자기 안 선생 앞에 등장하여 함께 일본에 건너가고, 언제나 앞장서서 걸으며 행동하였습니다.
한국인
안 선생과 가족, 주변 성도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통해 저는 한국인들이 주예수의 아버지되는 하나님을 믿음에 있어, 얼마나 진실하고 충실하였는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가족과 동포에 대한 사랑이 되었고, 자비가 되었습니다. 그 고귀한 민족성은 냉혹한 박해 아래서도 사라지지 않았고 한층 더 빛이 났습니다.
제가 이 책에 깊이 감동한 첫째 이유는 제가 속한 무교회집회를 통해 알게된, 한없이 진실하고 겸손한 한국무교회 선생님들과 만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그분들을 통해서 한국의 대단한 '어떤 것'에 접하였던 것입니다. 안 선생의 책을 통해, 또 무교회 선생님들을 통해, 저에게 한국은 존경하는 나라, 한국인은 존경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웃입니다. 그러나 양국의 현실은 정치적으로 교착상태입니다. 참 애석한 일입니다. 양국의 화해를 위해서라도 일본은 지금 안이숙 선생의 책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은 스스로 과거의 죄를 인정하고, 진정한 회개로 새출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신주쿠집회)
첫댓글 귀한 소감문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안이숙 선생의 그렇지 않더라도를 읽어보겠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