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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32
#.1 씬. 진하의 묘 앞.(낮)
31회 마지막 상황에서.
강석 : 당신을 놓는 게 미안해서 오래 망설였을 이 여자,
내가 허우적거리는 게 가여워서 오늘 날 붙잡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이 여자와, 이 여자를 살리기 위해 죽은 당신에게 약속하려고 왔습니다.
이 여자가 죽은 다음엔.....당신 옆으로 보내주겠습니다.
단아 : (눈물을 흘리는)
강석 : (눈물이 흐르는)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이 여자, 제 곁에 두겠습니다.
#.2 씬. 묘소 언덕 길.(낮)
단아,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 내려오는. 그런 단아를 돌아보면서 조금 앞서 걷는 강석.
단아 : (마음의 소리) 오빠. 저 사람 따라 가는 나, 많이 밉지? 네가 어떻게 나 두고 가니, 그러지?
그런데 오빠.....추운데 있는 오빠보다,
이젠 전갈의 천성을 타고 나서 미친 짐승으로 살려고 했던 저 사람,
나 때문에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는 저 사람이 더 가여운 걸......
그래서 나, 오빠 영원히 가슴 속 깊이 묻을 거야. 다시는 꺼내지 않을 거야.
오빠 더 춥게 만들고 떠나는 나.....용서하지 마.
(울먹한 심정으로 내려오는데, 눈앞이 흐려서 비틀하는)
강석 : (놀라서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는데)
단아 : .....
강석 : (손을 거두는)
단아 : (몸을 가누고)
강석 : (묘소를 올려다보면서) 이 앞에선 당신 손잡지 않는 게
내가 저 사람한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읜 거 같아서.....
묘소 길을 걸어 내려오는 두 사람.
#.3 씬. 묘소 앞 주차장.(낮)
강석, 단아 차에 올라타는.
단아 : (묘소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강석 : 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 말해요.
단아 : (강석을 보고)
강석 : 나 모르게 혼자 오려고 하지 말라는 겁니다. 나와 함께 가겠다고 어렵게 결심한 거 압니다.
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이 미안해하는지도.
당신이 미안해하는 만큼 나도 미안하니까 오고 싶으면 말하라구요.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같이 올라갔지만,
다음엔 당신 혼자 올라가요. 난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단아 : 부탁할 게 있어요.
강석 : (보면)
단아 : 나 놔두고 먼저.....죽지 말아요.
강석 : (울먹한 심정으로 보는)
단아 : 그럼 나.....살아지지 않을 거예요.
강석 : (단아의 손을 잡는) 사람 목숨, 약속할 수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럴게요. 당신 두고 먼저 가지는 않을 겁니다.
단아 : .....
#.4 씬. 의상실.(낮)
단아 앞에 여종업원 두툼한 코트를 들어 보이고 있는.
강석 : 저 번에 그 옷보단 실은 이런 코트를 사주고 싶었어요.
단아 : ......(옷을 입는)
강석 : (다가서서 옷의 단추를 끼워주는) 이제부턴 찬바람만 불기 시작해도, 두텁게 입고 다녀요.
그동안 너무 많이 춥게 지냈으니까. (거울 앞으로 돌려세우는)
단아 : (거울 속에 비친 코트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다보는)
강석 : (단아의 어깨를 잡고 서서 거울을 바라보면서 미소 지으며) 이제부턴 너무 두껍게 입혀서
겨울엔 떼굴떼굴 굴러다닐지도 모릅니다.
단아 : (미소 짓는)
#.5 씬. 보석 가게. (낮)
강석, 단아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강석 : 확실하게 도장 찍어 놔야할 거 아닙니까?
단아 : (보면)
강석, 단아. 주인이 보여주는 반지 보고 있는. 모두 다이아 알이 큰 반지들이다.
단아 : 저.....
강석 : 왜요? 다 마음에 안 듭니까?
내 맘대로 골라 가지고 가지 않길 잘했네. 은근히 까다로울 거 같았거든요.
단아 : 저희 집안에선 결혼반지에 알 있는 거 안 해요.
강석 : 네? 저번에.... (하다가 주인을 의식하고) 그럼?
단아 : 금으로 된 둥근 반지를 하는데......
#.6 씬. 남교수 사무실.(낮)
강석, 단아 마주 앉아있는.
강석, 반지 케이스를 열면. 아무 모양 없는 금으로 된 둥근 링반지 두 개가 나란히 꽂혀 있는.
강석 : 그 집안 여자들 너무 소박한 거 아닙니까?
단아 : (미소 지으며) 아무 장식도 없는 반지가 순수하게 결합되는 부부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할머니도, 어머니도 그런 반지를 끼셨어요.
강석 : 그럼....그 반지는? 목에 걸고 있던 반지 알이 있었던 같은데.
단아 : 청혼 할 때, 평생 알 있는 반지 못 낄 거 알고 일부러 그런 걸 골랐었나 봐요.
강석 : 결혼반지는.....아직 가지고 있습니까?
단아 : 사고 나고 퇴원할 때, 오빠 어머님이 억지로 빼셨어요. 이젠 인연이 끊겼다고 생각하라구.
강석 : ......(여자 반지를 꺼내는데)
단아 : 아니요.
강석 : (보면)
단아 : 그날 낄래요. (남자 반지를 빼면서) 그동안 강석씨 껀 내가 가지고 있을게요.
강석 : (보다가 미소 지으며) 혹시 원수지간 될까봐, 안 끼겠다고 하는 건 아니죠?
단아 : (미소 지으며) 그 반지 빨리 끼워주고 싶으면, 원수지간 안 되도록 이 악물고 싸우세요.
타고난 싸움꾼이라 크게 걱정은 안하지만.
강석 : (웃으면서) 칭찬 같기도 하고, 욕 같기도 하고.
(일어서며) 밥 먹으러 갑시다. 배가 든든해야 잘 싸울 거 아닙니까?
#.7 씬. 석호의 사무실.(낮)
만기,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앉아있는.
수영 : 전상길 쪽에선 인수 후에 골프장과 스키장을 분리 매각해서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걸로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태영 : 결국엔 이천갑, 이강석 그 부자 때문에 할아버지가 평생 일구신 꿈을 산산조각 내게 생긴 거라구요.
전요, 할아버지. 뒤늦게 뛰어들어서 지 배속 챙기겠다고 하는 전상길보다
이천갑하고 그 아들놈이 더 괘씸해요.
만기 : 누가 누구보다 더 밉다는 게 지금 상황에서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
지금 상황에선 그래도 전상길 같은 사람한테보단 이천갑 회장에게 회사를 넘기는 게
최선의 방법 아니겠냐? 그렇게 해야 리조트가 쪼개지는 걸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주주들 다시 접촉해보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주주들 설득해서 이천갑 회장 쪽에 서달라고 하는 것 밖에 없지 않겠냐. (일어서는)
석호 : 저도 같이 가서 주주들 만나보겠습니다.
#.8 씬. 회사 복도. (낮)
만기, 석호,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영인, 수영, 태영, 인사하는.
엘리베이터 문 닫히고.
태영 : 난 차라리 엿먹어라 그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
수영, 영인, 태영을 보면.
태영 : 리조트가 쪼개지든 말든, 전상길한테 넘어가면
이천갑하고 이강석 그 자식, 닭 쫓든 개 지붕 쳐다보는 꼴 될 거 아냐.
돈은 돈대로 쓰고, 헛물만 켜게 된 거잖아.
수영 : 리조트 우리 집안만의 사업이 아니라는 거 명심해라.
태영 : 그것 때문에 할아버지 최후의 혈전까지 포기하시고 이강석 그 자식 손을 들어주신 거잖아?
그렇지만 그러면 뭐하냐구? 결국 이 꼴이 나고 말았는데.
영인 : 미운 건 미운 거구, 그래도 어쩌겠어요. 할아버님은 리조트만은 쪼개지는 걸 원치 않으시는데.
직원들 동요 더 심해질 테니 단속이나 잘 하면서 결과를 지켜봐야죠. (걸어가는)
#.9 씬. 수영의 사무실.(낮)
수영, 태영, 들어오는.
태영 : 이실장님, 한 치 건너 두 치인 거지.
아무리 이젠 우리 집안 식구라곤 하지만, 우리처럼 분하진 않으실 거잖아?
수영 : 그런 거 같냐?
태영 : 아니면? 저렇게 침착하게 직원들 단속이나 잘하자, 그러실 수 있냐구?
수영 : 어머니, 사시던 집까지 내놓으셨다.
태영 : 뭐?
수영 : 주식 한 주라도 더 사 보려구. 가지고 계신 돈으로 벌써 매입 하신 주식도 있구. 아버지 이름으로.
태영 : 집까지 내놓으셨대?
수영 : 아버지 그것 때문에 미안해하시고 계셔.
그러니까 행여라도 어머님 앞에서 한 치 건너 두 치니 하는 소리는 하지 마라.
#.10 씬. 레스토랑.(낮)
강석, 단아, 걸어 들어가는데,
강석과 맞선 봤던 여자, 친구로 보이는 여자1과 계산하고 나오다가, 강석을 보는.
맞선녀 : (친구1에게) 먼저 나가 있어.
친구1 : 응. (나가면)
맞선녀 : (단아와 강석 번갈아 보면서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요즘도 맞선 많이 보고 다니시나 봐요?
강석 : 결혼할 사람입니다. 요즘은 맞선 안 보시나보죠? 여자 분하고 같이 다니시는 거 보면?
맞선녀 : 봉변 당할까봐 어디 함부로 아무 자리나 나갈 수 있어야 말이죠.
강석 : 잘 생각하셨네요. 봉변당하기 알맞은 성격이시니.
맞선녀 : (인상 구겨지면서) 아무리 봉변을 당한들 지 밥값만 내고 나가는 파렴치한 인간이야 다시 만나겠어요.
(단아 보면서) 끼리 끼리들 만난다고 하던데, 잘 어울리시네요. (비웃으면서 나가는)
강석 : (난처한 표정으로 단아 보면서) 나 점수 얼마나 깎인 거예요?
단아 : 내 학생 같으면 유급이에요.
#.11 씬. 레스토랑.(낮)
단아, 강석 식사하는.
강석 : 뚱한 채로 먹지 말아요. 체합니다.
단아 : 결혼할 남자하고 예전에 맞선 본 여자한테 끼리끼리 잘 어울린다고 비웃음 당한 상황에서
헤헤거리며 밥 먹는 것도 정신상태 온전해 보이진 않잖아요?
강석 : 그래서 정신상태 온전해 보이려고 사람 기죽이는 표정 하고 있는 겁니까?
단아 : 기가 죽긴 해요?
강석 : 고기 맛이 꼭 가죽 씹는 거 같거든요.
단아 : 대체 얼마나 맞선 보러 다닌 거예요?
그리고 맞선을 보면 봤지, 왜 밥값은 자기 것만 내고 그랬는데요?
강석 : (보다가 웃는)
단아 : (의아하게 보는) 웃음으로 때우려는 거예요?
강석 : 이제 진짜 애인이 되긴 된 거 같네. 제대로 질투 해주는 거 보니.
단아 : 질투가 아니라, 인간성에 대해서 묻는 거거든요.
강석 : 변명 하면 더 질투 같거든요. (고기 입에 넣으며) 갑자기 고기맛이 쫄깃쫄깃 하네.
단아 : 그리고....
강석 : (보면)
단아 : 이젠 정확하게 알아야겠거든요.
강석 : 뭘요?
단아 : 그날, 호텔에서 그 일이요.
강석 : (숨이 턱 막히면서, 갑자기 물 들이키는)
단아 : (곱게 흘겨보는) 당황 심하게 하네요?
강석 : 말했잖아요? 그 일은 말 못할 사정이 있다구. 진짜 그 여자하곤 아무 사이 아니거든요.
단아 : 아무 사이 아닌 여자하고 대낮에 왜 호텔방 앞에서 그러고 있었는데요?
강석 : (물만 들이키는)
단아 : 지금 행동 많이 의심스럽거든요.
강석 : (버럭) 물도 못 마십니까?
단아 : 지금 되려 화내시는 겁니까?
강석 : 왜 남의 말투 흉내 내고 그럽니까?
단아 : 지금 그거 시비 거실 때가 아닙니다.
강석 : 그, 그건 정말 집안 망신이라 말하기 곤란하거든요.
단아 : 집안 망신시킬 일이라는 건 아세요?
강석 : 아, 진짜 그런 거 아니라는데. 그냥 좀 넘어갑시다.
단아 : 평생 바가지 긁히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자백하고 용서 받도록 하시죠.
강석 : (보다가 미소 짓는) 그냥 평생 바가지 긁힐게요.
단아 : (보다가 미소 지으며) 긴장 좀 풀려요?
강석 : (보면)
단아 :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잖아요?
강석 : (깊은 시선으로 보면서) 연극을 하면서 늘 답답하고 화가 났어요.
내 마음대로 흔들어놓을 수 있을 것처럼 만만해보였는데, 왜 이렇게 휘둘리는 걸까 하고.
그런데 이젠 오히려 마음이 놓입니다. 저 여자한테 휘둘리면서 살면 편안하겠구나 싶어서.
단아 : 과연 편안하기만 할까요?
강석 : (보면)
단아 : 호텔 일 꼭 진실을 알아낼 거거든요.
강석 : (또 물 마시는)
단아 : 휘둘러대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강석 : (물이 목에 콱 막히는)
#.12 씬. 예식장 건물 앞.(낮)
장기, 말순, 걸어 나오는.
말순, 손에 부케를 들고 있는.
장기 : 아니, 그걸 왜 받고 그래요? 김순경 친구가 받으려고 했다는데?
말순 : 운동신경이 남다른 걸 날더러 어쩌라구?
장기 : 부케 받고 6개월 안에 결혼 못하면 3년 뒤에나 결혼 한다는 말 있는 거 몰라요?
말순 : 그런 거냐?
장기 : 3년 뒤면 선배 나이가 몇인 줄이나 알아요? 진짜 대책이 없이 살아요, 대책 없이.
말순 : 야, 야, 너 먼저 가라. (급하게 걸어가는)
장기 : 어디 가요? 다들 뒤풀이 하러 갈 건데.
#.13 씬. 회사 로비.(낮)
말순, 부케 뒤로 감추고 서있는.
태영, 걸어오는.
태영 : 그 놈의 일수 찍으러 또 여기까지 온 거냐? 급한 일 좀 정리 되면, 알아서 받을 텐데.
말순 : 나 큰일 났어.
태영 : 왜?
말순 : (뒤로 감추고 있던 부케 보여주는)
태영 : (받으려고 하면서) 넌 무슨 여자 애가 남자한테 꽃까지 주고 그러냐?
말순 : 이거 부케다.
태영 : (보면)
말순 : 오늘 우리 서 여순경 하나가 결혼했는데, 부케 내가 받았어.
태영 : 그래서?
말순 : 나 6개월 안에 결혼해야 할 거 같아.
태영 : 뭐?
말순 : 안 그러면 30년 동안 결혼 못한대.
태영 : 뭐? 30년? 설마.
말순 : 그런 속설이 있대.
태영 : 속설은 그야말로 속설이다.
말순 : 나, 어떡하냐? 하태영?
태영 : 너,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말순 : 아무래도 내가 너 데리고 살아야 할 거 같아.
태영 : (멍하니 보는)
말순 : 30년 뒤에 결혼 할 수는 없잖아?
태영 : (말순 이마에 손 집어보면서) 열도 없는데, 애가 왜 헛소리를 이렇게 하지.
영인E : 하과장?
태영, 말순 돌아보는.
태영 : (당황해서) 네.
영인 : (다가서며, 말순이 들고 있는 부케 보고) 누구?
태영 : 아, 그냥 아는 경찰관 분이예요. 참, 나경장님도 어지간하세요. 그동안 딱지 좀 많이 뗐다고
뭘 이런 것까지 가져오고 그러세요. (말순 쿡쿡 찌르며) 바쁘신데, 어서 가세요.
말순 : 어. 어.
태영 : 어서요, 나경장님. 미안해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알았으니까.
말순 : 네, 그럼. (어정쩡한 느낌으로 걸어가는)
태영 : 요새 경찰분들 참 인간적이신 거 있죠.
제가 법규 위반으로 딱지 좀 많이 뗐거든요, 그게 미안하셔서....
영인 : (자르며) 말 안 되는 거 알죠?
태영 : .....
#.14 씬. 영인의 사무실.(낮)
영인, 태영, 들어오는.
태영 : 무슨 말씀을 하시겠다고 바쁜 사람을.....
영인 : (앉으며) 앉아요.
태영 : (눈치 보면서 앉는) 정말 별 일 아닌데....
영인 : 하과장 연애해요? 아까 그 경찰 아가씨랑?
태영 : 연애는요. 아니에요. 그런 거.
영인 : 하과장?
태영 : 그냥, 좀, 아, 그래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예요.
영인 :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가 회사까지 꽃다발 들고 찾아오고 그래요.
태영 : 그, 그게요. 그 꽃다발 부켄데요. 요 앞에서 친구 결혼식이 있었대요.
영인 : 하과장?
태영 : 네.
영인 : 하과장, 지금 자중해야 할 때 아닌가요?
태영 : 저도 회사가 이 지경인데, 연애질이나 하고 그럴 정신없습니다.
영인 : 회사 문제 말고도 자중해야 할 때 같은데요.
태영 : 무슨 말씀이세요?
영인 : 하과장 이혼에 결정적인 이유, 하과장한테 있는 걸로 아는데.
태영 : (보다가) 또 조만이가 떠들었겠군요?
영인 : 내가 어떻게 안 건 중요한 게 아니고.
태영 :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일어서며, 기분 상해서) 앞으로 자중하면서 살죠.
영인 :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요. 동동이 할머니로,
동동이 새 엄마 좋은 사람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니까.
하과장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동동이가 상처 받게 될 거란 건 잘 알죠?
태영 : (보다가, 나가는)
영인 : ......
#.15 씬. 회사 복도.(낮)
태영, 씩씩대는 느낌으로 걸어오지만, 영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느낌 때문에 무거운 마음이 되는.
#.16 씬. 회사 화장실.(낮)
영인, 들어오는데, 진아, 배를 움켜쥐고 쪼그리고 앉아 고통스러워하는.
영인 : (들어오다가 놀라서) 진아씨? 왜 그래요?
진아 : (고개를 들면, 땀이 흥건한) 아, 아니에요.
영인 : 어디 아픈 거 같은데, 일어서 봐요. (일으켜 세우려고 하면)
진아 : (억지로 일어서려다가 주저앉으며 신음하는)
영인 : 안되겠네, 많이 아픈가보다. (얼른 핸드폰 꺼내 누르는) 하실장?
진아 : 그러지 마세요, 아저씨 부르지 마세요.
영인 : 하실장, 진아씨가 좀 안 좋은 거 같은데....
#.17 씬. 회사주차장. (낮)
영인, 수영, 진아를 부축하고.
영인 : 하실장, 차.
수영 : (긴장한 모습으로) 아, 네. (차 문 열고)
영인, 진아를 부축해서 뒷좌석에 타고.
수영 : (운전석에 타는)
영인 : 나 아는 병원 있어요, 그리로 가요.
#.18 씬. 수술실 앞.(낮)
영인, 수영, 은주 서있는.
은주 : 급성 충수염이니까 수술만 하면 아무 문제없어.
차칫 했으면 복막염으로 발전할 뻔 했는데, 빨리 와서 다행이야.
영인 : (수영에게) 참을성이 많은 사람인가? 그렇게 아프면서도 아저씨 부르지 말라고, 하던데.
수영 : 엄살이 없는 편인 거 같아요.
은주 : (수영 보고) 누구?
영인 : 아, 참 정신없어서 인사도 못시켰네. 여긴 우리 큰 아들.
수영 : (인사하며) 하수영입니다.
은주 : 너 수지맞았다. 배도 안 아프고 이렇게 큰 아들도 생기고. 근데 입원한 아가씨는?
영인 : 우리 큰 며느리 될지도 모를 아가씨야.
수영 : (그런 영인을 보며 약간 당황하는)
영인 : (미소 지으며) 될지도 모른다구.
#.19 씬. 병실.(낮)
1인실, 잠들어있는 진아, 그 옆에 서있는 수영과 영인.
진아 : (눈을 뜨는)
수영 : 정신 들어요?
진아 : (둘러보고) 죄송해요, 놀래켜 드려서.
수영 : 아프면 얘길 해야지 왜 참아요. 하마터면 복막염 될 뻔 했다잖아요.
진아 : 며칠 좀 아픈 거 같았는데, 금방 가라앉겠지 했어요.
영인 : 두 사람 미련한 거 보면 진짜 닮았어. 미련하다는 말 무슨 뜻인지들 알죠?
은주, 들어오는.
은주 : 깼어요?
영인 : 내 친군데, 여기 의사로 있어요. 뭐 섭섭하게 하는 거 있으면 나한테 바로 바로 꼰질러요.
은주 : 며느리 될 아가씨라고 너무 챙긴다 너.
진아 : (그런 영인과 은주를 번갈아보며 무안해 하는)
영인 : 입원한 김에 종합검진 한번 해줘.
은주 : 그럴게.
진아 : 아니에요.
영인 : 참을성 많은 거 보니까 걱정 되서 그래요.
어디 안 좋은데 있는데 무시하고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게 없나 해서.
(은주에게) 바로 해줘. 알았지?
은주 : 알았어. 그럼 나중에 봐요. (나가는)
진아 : 저 병실.....
영인 : 병실이 왜?
진아 : 여긴 비쌀 텐데,
영인 : (미소 지으며) 그게 걱정 되요?
진아 : 월급 타면 수술비랑 꼭 갚아드릴게요.
영인 : 진아씨, 성격 빡빡하구나. 진짜 둘이 닮았다.
수영 : (미소 짓고)
영인 : 병원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진아씨는 아무 걱정 말고 몸이나 잘 추스려요.
수영 : 아니요, 어머님. 병원비는 제가.....
영인 : 나 꿍쳐놓은 돈 꽤 있는 사람이거든. 종합 검진도 내가 시켜주는 거야, 그러니까 딴 말들 말아요.
수영 : 그럼, 제가 너무 죄송해서....
영인 : (곱게 흘겨보면서) 그런 말 계속하면 역시 새엄마라 저러는구나 할 거예요.
#.20 씬. 병원 복도.(낮)
수영, 영인 병실에서 나오는.
영인 : 난 회사 들어가 볼 테니까 옆에서 잘 보살펴줘요.
수영 : 고맙습니다.
영인 : (수영의 어깨를 툭 치면서) 수고해요.
수영 : 어머님?
영인 : (보면)
수영 : 고맙습니다. 아버지와 결혼해주셔서.
영인 : 이제 하과장한테만 그 말 들으면 퍼펙트겠다.
근데 좀 어렵겠지, 하과장한테 까지 그 말 듣기는? (웃으면서 걸어가는)
수영 : (고마운 느낌으로 바라보는)
#.21 씬. 종가 앞.(밤)
차 옆에 서있는 단아와 강석.
강석 : 오늘 같은 날은 자축하는 의미에서 둘이 밤새고 그래야 하는데.
단아 : (강석 옷 매만져주면서) 힘든 싸움 하려면 잠도 많이 자두고 그래야죠.
강석 : (자신의 옷을 만져주는 단아의 손을 잡고)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아서 다시 한번 고마워요.
이젠 잠 안자도 피곤한 줄도 모를 거 같은데.
단아 : 센 척 하지 말구요.
강석 : (웃고) 뭔 말을 못하게 해. 들어가요, 가서 전화할게요.
단아 : 처음으로 뭐 하나 해주고 싶은데.
강석 : (보면)
단아 : (강석을 조심스럽게 안는) 많이 힘들 거예요. 그럴 때 꼭 하나만 해줘요.
강석 : 뭐요?
단아 : 나한테 응석 부리는 거. 그럼 다 받아줄게요.
강석 : (단아를 감싸 안으며) 알았어요.
제발 좀 그만 징징거리라고 할 때까지 원도 한도 없이 한번 보채볼게요.
#.22 씬. 단아의 방.(밤)
단아, 사진과 혼서, 목걸이 작은 상자에 담는.
삼월, 문 여는.
삼월 : 뭐 좀 줄까?
단아 : 아, 아니에요.
삼월 : (들어와 앉는)
단아 : (상자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삼월 : 보내주는 게야?
단아 : (끄덕이고)
삼월 : (단아 손잡으며) 그래, 잘 생각했어. 진작 이랬어야 하는데.
단아 : 이 사람 나 많이 서운해 하겠지? 할머니?
삼월 : 그런 말 말어. 진하가 어떤 사람인데, 왜 그렇게 날 붙잡고 있냐고 안타까워했을 거야.
단아 : (상자 뚜껑을 닫으며) 예전엔 그런 생각 안했는데.
삼월 : (보면)
단아 : 죽으면 아무 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산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삼월 : 네가 보내주면, 진하 이젠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채 편히 쉴 수 있을 거야.
단아 :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할머니.
#.23 씬. 강석의 집 거실.(밤)
강석, 들어오면, 영자 마중하는. 순진이, 연속극 보고 있는.
강석 : 아버지는요?
영자 : 주주들 만난다고 늦겠다고 하셨어.
강석 : 네.
영자 : 우리 헛물만 켜는 거 아니지?
강석 : 아니에요, 어머니.
영자 : 걱정 돼 죽겠어, 강석아. 네 아버지, 그 리조트에 목숨 건 양반인데, 일이 잘못 되면 어쩌나 해서.
강석 : 그런 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세요. 올라갈게요.
순진 : 어머, 또 그냥 끝나네. 저 놈의 비밀은 대체 언제 밝혀지는 거야.
영자 : (다가오며 버럭) 집안이 뒤숭숭한데 넌 연속극 보면서 그런 말이 하고 싶어?
순진 : 집안이 왜요? 이모?
#.24 씬. 강석의 방.(밤)
강석, 들어와서 서는. (싸대기 보면서)
강석 : 네 주인 덕에 너 매일밤 발길질 안당하게 생겨서 좋지?
네 주인한테 나중에 고맙다고 꼭 인사해라.
#.25 씬. 길.(밤)
술에 취해 앉아있는 현규, 친구들 일으켜 세우려고 안간힘 하면서.
성민 : 좀 일어나봐라, 친구.
강하 : 집에 좀 가자.
성민 : 등치나 작아야지, 이 자식 친구로 삼던 날부터 우린 고생문이 열렸던 거다.
혜주E : 저기.
친구들 돌아보는.
혜주 : 제 차까지만 좀 데려다주세요.
#.26 씬. 현규 원룸.(밤)
친구들 현규 부축해서 들어오는.
성민 : 들어오세요, 여기까지 배달 해주셨는데.
혜주 : (망설이다가 들어서지만, 문 앞에서 신발도 벗지 못하고 서있는)
친구1,2 현규 침대에 눕히는.
강하 : (혜주에게) 들어와요.
혜주 : 아니에요. (가방에서 약 세 병 꺼내 내미는)
성민 : (받으면서) 이게 뭐예요?
혜주 : 술 깨는 약이예요.
강하 : 술 깨는 약을 세 병씩이나 가지고 다녀요?
혜주 : 그럼. (인사하고 나가는)
성민 : 야, 있지?
강하 : 뭐?
성민 : 혹시 쟤 현규 자식 좋아하는 거 아니냐?
#.27 씬. 말순의 집.(밤)
말순, 태영 앉아있는.
태영 : 뭐?
말순 : 동동이랑 따로 자리 한번 만들어달라니까. 피자집 같은데서.
태영 : 너 지금 뭐하는 거냐?
말순 : 나, 부케 받았다니까.
태영 : 너, 나 동정하지?
말순 : 뭐?
태영 : 애도 있는 놈이 곧 실업자는 된다고 하지, 아무리 봐도 인생 제대로 살 주제도 못되는 거 같지,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저 구질한 놈 내가 구제해주자, 그런 거 아니냐구?
말순 : 나 그렇게 착하지 않다.
태영 : 그런데 왜 이래?
말순 : 널 보면.....
태영 : (보면)
말순 : 아귀가 맞는 거 같아.
태영 : 아귀는 또 뭐냐?
말순 : 이 인간하고 같이 있으면 내 깨진 부분이 채워지는 거 같다. 그렇단 말이야.
태영 : 말순아 제발.
말순 : 그런 사람 또 만날 거 같지 않다구.
태영 : 네가 날 아직 덜 겪어봐서 그러는데....
말순 : 살면서 겪을 거야.
울리는 핸드폰.
말순 : 어, 진아야? 왜 아직 안 들어와. 오늘 내 애인 정식으로 소개 시켜주려고 데려왔는데.
태영 : (그런 말순을 보고)
말순 : 빨리 들어와. 아니, 왜? 왜 못 들어와? 뭐 병원?
#.28 씬. 병원 복도.(밤)
말순, 태영을 끌고 걸어오는.
태영 : 태워다줬으니까 난 그냥 갈게.
말순 : 정식으로 인사하고 가. 병문안 겸 좀 좋냐?
태영 : (딱 멈춰서면서) 나....
말순 : (보면)
태영 : 나 네 애인으로 정식으로 소개 당할 자격 없는 놈이야.
말순 : 그 자격 내가 주는 거야. 이 사람 내 꺼다, 막 세상에 떠들고 싶다구.
태영 : (안타깝게 보는) 정말 왜 그러냐? 왜 나 같은 놈한테?
말순 : 나 중증이다.
태영 : (보면)
말순 : 언급증이라는 게 있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막 떠들어대고 싶은 거, 그게 언급증이래.
나 그거 중중이거든. 그런데 나 그 병 고치고 싶은 마음 없어.
태영 : 왜 인생 망치려고 이러니?
말순 : 내 인생이야. 망치든 흥하든 내인생이라구.
그리고 나, 너랑 인생 망치면서 안살 자신 있어. 그리고 너 조금 전에 들었냐?
태영 : (보면)
말순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 거?
태영 : .....
말순 : 네가 정말 나쁜 놈인 건, 뽀뽀도 내가 먼저 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내가 먼저 하게 만든 거야.
그러니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결혼 하자는 말은 네가 먼저 해야 해.
부케 얘기 내가 먼저 꺼낸 건, 바람만 잡았던 거다. 알았지? 그 말은 네가 먼저 해야 하는 거야.
#.29 씬. 병실.(밤)
수영, 침대 옆에 앉아있는.
수영 : 가스가 나와야 뭘 좀 먹을 텐데.
진아 : 저....조금 전에 나왔어요.
수영 : 언제요? 소리 못 들었는데.
진아 : 창피해서.....아저씨 화장실 들어가셨을 때.....
수영 : 그럼 진작 말을 해야죠. 배고프죠? 가서 죽 사올게요.
진아 : 아니에요. 배 안 고파요.
노크 소리.
수영 : (일어서며) 네.
말순, 들어서며.
말순 : 진아야?
진아 : (억지로 일어나 앉으며) 언니?
말순 : (수영 보고) 누구?
진아 : (배시시 웃기만 하면서) 나중에 말할게요.
말순 : (뒤를 보고, 억지로 태영 손 잡아끌며) 들어와.
들어서는 태영. 수영 마주 보고 놀라는.
태영 : 형?
수영 : 네가. 여긴 어떻게?
말순 : (두 사람 번갈아보고) 형, 형이셔?
태영 : 어, 어.
말순 : 안녕하세요?
수영 : 아, 네. (인사하는데)
태영 : 아니, 쟨. (진아 보면서) 아니, 저 분은. 우리 회사에서.... (수영을 보는)
진아 : 언니, 그럼 사귀신다는 분이?
말순 : 응. 근데 두 분이 형제 사이신 거야? 그럼 그때 경찰서에서.....
#.30 씬. 병원 복도.(밤)
태영, 서성이고 있는, 수영 서있는.
태영 : 그러니까 정리를 좀 해보자구. 형이, 저 청소하는 애랑....
수영 : (보면)
태영 : 저 오진아씨란 분이랑 그럼. 에이, 말도 안돼. 그게 말이 돼, 형?
수영 : 말이 안 되냐?
태영 : 어떻게 형 같은 샌님이 우리 단아보다도 훨씬 어린 저런 아가씨랑?
수영 : 넌 진짜 저 나말순씨란 분하고 사귀고 있는 거냐?
태영 : 지금 내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구.
수영 : 근데 저 분, 그때 경찰서에서, 하던 말은 뭐냐?
태영 : 형, 기억 안나? 말순이 그때 경찰서에서 나랑 싸우고 그러던 거?
수영 : 아, 그럼.
태영 : 어떻게 이렇게들 엮여서 만나냐? 가만 가만.....그리고 보니, 저 아가씨,
왠지 낯이 좀 익다했더니. 그 아가씨지? 경찰서에서 어떤 놈 따귀 때리던 그 아가씨, 맞지?
수영 : ......
태영 : 형,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수영 : 왜 말이 안 되는데?
태영 : 딴 놈하고 연애하다가 경찰서까지 끌려와서 그 난리를 폈던 아가씨랑.
수영 : 난 그날 무릎까지 꿇었어.
태영 : 그거야, 증조 할아버님 장례 치러야 하니까. 형. 잘 생각해야해.
난 종손이 아니니까 아무하고나 서로 마음만 맞으면 결혼이든 뭐든 할수 있어.
하지만 형은 아니잖아? 형은 종손이야, 종손. 형이 결혼할 여자는 우리 집안 종부가 될 사람이라구.
그런데 오진아 저 아가씨가 우리 집안 종부감으로 가당키나 하냐구?
수영 : 그 짐 지워주고 싶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태영 : 형, 그럼?
#.31 씬. 병실.(밤)
진아, 앉아있고, 말순 서성이면서.
말순 : 태영이 형님, 이혼하신 분이잖아? 너보다 나이도 너무 많구.
진아 : 가만 좀 서서 말씀 하세요, 언니.
말순 : 저 사람 성격 좀 이상한 사람이잖니?
진아 : 네?
말순 : 간통한 마누라 앞에서 무릎까지 꿇은 사람이야.
진아 : .....
말순 : 그것도 할아버지 장례 치러야 한다고. 그거 진짜 이상한 거잖니?
간통한 마누라 뺨이라도 갈겨야 정상적인 상황에서 무릎 꿇고 사정하는 게 얼마나 이상하냔 말이야?
저런 사람하고 네가 왜 연애를 해?
진아 : 언니 그렇게 말씀 하시면 나도 할 말 있어요.
말순 : 무슨 말?
진아 : 하태영 과장님, 간통한 분이잖아요. 그날 그래서 경찰서에 끌려오신 거잖아요?
언니는 왜 그런 분하고 연애를 해요?
말순 : 그, 그거야. 간통만 빼면 진짜 괜찮은 인간이란 말이야, 하태영.
진아 : 그렇게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빼요?
말순 : 그래도 우리 하태영은 인간적이란 말이야.
진아 : 간통하고 끌려와서 막 소리 지르고 그러는 게요?
말순 : (버럭) 간통한 마누라 앞에서 무릎 꿇는 이상한 성격보단 훨씬 났지.
들어오다가 그 말을 듣게 되는 수영과 태영.
말순 : (순간 멈칫하고)
태영 : 또 간통 소리 시작했다, 너?
말순 : 진아 얘가 자꾸 너 문제 있다고 하니까.
진아 : 언니는. 언니가 먼저 우리 아저씨더러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니까 그런 거죠.
수영 : (다가와서) 언니 분 오셨으니까 난 동생하고 같이 들어갈게요.
진아 : 네.
수영 : 내일 아침에 올게요.
진아 : 아니에요. 출근하셔야 하잖아요?
수영 : 출근 전에 잠깐 들를 게요.
태영 : (그런 수영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순에게) 말순아, 나도 갈게.
말순 : 응.
#.32 씬. 마루.(밤)
수영, 태영, 들어오는데,
영인, 부엌에서 커피 가지고 나오다가.
영인 : 지금들 들어와요?
수영 : 네.
태영 : 네.
영인 : 하실장은 병원에 있겠다고 했잖아요?
수영 : 보살펴 줄 사람이 와서요.
태영 : (얼른 두 사람을 번갈아보는)
영인 : 누구?
수영 : 같이 살고 있는 언니 분이 오셔서요.
영인 : 그래요. 들어가들 자요. (방으로 움직이는)
태영 : (수영을 잡으며) 어떻게 어머님이 오진아씨 입원한 걸 아셔?
#.33 씬. 수영의 방.(밤)
수영, 태영 들어오는.
태영 : 어떻게 어머님이 아시냐니까?
수영 : 나더러 용기 내라고 해주시고 계신다, 어머님.
태영 : (입이 딱 벌어지고) 어머니가? 형한테 그 어린 아가씨랑 잘해보라고 부추기고 계신단 말이야?
수영 : 가서 자라.
태영 : 어머니랑 형이랑 다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수영 : (보면)
태영 : 종부를 들이는 일이 우리 집안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정말 몰라?
어머니는 워낙 이상한 양반이니까 그렇다 쳐. 하지만 형은 아니잖아? 뼈 속까지 종손인 사람이잖아?
수영 : 종손이기 이전에 나도 사람이다.
태영 : (멍하니 보는)
수영 : 그거 깨닫게 해준 사람이 오진아씨다.
태영 : .....
#.34 씬. 강석의 2층 거실.(밤)
강석, 혜주 서있는.
강석 : 축해해 줄래?
혜주 : (보면)
강석 : 오빠 그 사람이랑 결혼하기로 했다.
혜주 : 오빠?
강석 : 그 사람도 그러겠다고 했어.
혜주 : 정말이야?
강석 : 임마, 실없이 오빠가 왜 너한테 거짓말 해?
혜주 : 잘 됐어. 정말 축하해, 오빠.
1층에서 들리는 초인종 소리.
강석 : 아버지 들어 오시나보다. 들어가라, 오빤 아버지랑 얘기 좀 하고 올라와야 해.
혜주 : 응.
강석 : (1층으로 움직이는)
#.35 씬. 강석의 집 거실.(밤)
강석, 내려오고,
영자 : 뭐 하러 내려와?
천갑, 들어오는.
영자 : 이제 오세요? 술 많이 안 드셨나보네?
천갑 : 마셨는데도 취하지도 않더라. 머리가 지끈거려서.
영자 : 왜 일이 잘 안됐어?
천갑 : 하나 같이 눈치들만 보고 있으니.
강석 :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천갑 : 그래?
천갑, 영자, 강석 앉아있는.
강석 : 아버지?
천갑 : (보는)
강석 : 전, 무엇보다 리조트를 지금 상태로 유지하고 싶어요.
천갑 : 그거야 나도 그렇지. 그래서 이 밤까지 주주들 만나러 다닌 거 아니겠냐?
강석 : 하지만 이 상태가 계속 되면 또 다른 세력이 끼어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요.
천갑 : 그걸 막아보려고 이 고생 아니냐?
강석 : 아버지. 리조트 황제로 인생 마감하고 싶으시다는 꿈, 조금 수정하시는 게 어떻겠어요?
천갑 : 수정이라니?
강석 : 적대적 인수 합병 계획 철회 하시죠.
천갑 : (벌떡 일어나며) 뭐야?
영자 : 왜 또 일어나?
천갑 : 철회라니? 철회라니?
강석 : 진정 하시고 앉으셔서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
천갑 : 지금 철회 소리가 나왔는데 진정이 돼?
강석 : 그게 최선의 선택인 거 같아요.
천갑 : 이대로 물러나는 게?
강석 : 아니요. 하회장님과 본격적인 동업자 관계로 가는 게요.
천갑 : 뭐라구?
강석 : 우리 지분과 하회장님 쪽이 가지고 계신 지분, 합치면
어느 누구도 함부로 인수 합병에 욕심을 가지고 뛰어들기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확실한 동업자 관계로 간다고 하면, 주가 차액을 노리고 뛰어드는 세력도 없을 거구요.
천갑 : (앉으며) 그, 그러니까 울며 겨자 먹기를 하자 그거냐? 지금?
강석 : 전부를 가지실 수는 없지만, 하회장님과 함께 리조트 황제가 되실 수는 있어요, 아버지.
천갑 : 이 자식아. 난 이날 이때껏 동업이라는 건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야.
동업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너도 모르지 않잖아?
이번에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다 알게 해줬는데.
그쪽에서 서서히 준비해서 언제 우리 뒤통수를 칠 줄 알아?
강석 :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천갑 : 하회장은 아닐지 몰라도, 하사장이나, 그 아들놈들은 달라.
이번에 당한 거에 앙심 품고 때만 기다리면서 우리 등 뒤에서 딴 짓하면 그땐 어쩔 거냐?
강석 : 그런 생각 절대 안 해요.
천갑 : 네가 그 인간들 속에 들어갔다 나왔어?
강석 : 제가 막을게요.
천갑 : 너 저번에도 막겠다고 했다가 이 꼴 난 거잖아?
강석 : 이번은 달라요, 아버지. 그 분들 딴 생각 안하시게 막아낼 방법이 있다구요.
그러니까 아버지만 마음을 정해주시면 되요.
천갑 : 모르겠다, 난. 명성까지 무너뜨려가면서 일을 여기까지 만들었는데
겨우 동업이나 하자고, 여기서 멈춰야 하는지.
강석 : 생각해봐주세요. 아버지.
#.36 씬. 강석의 방.(밤)
강석, 들어와서 책상 앞에 앉는.
강석 : (핸드폰 꺼내는)
#.37 씬. 단아의 방.(밤)
단아, 책상 앞에 앉아 강석의 몫의 링 반지를 만지고 있는데. 울리는 신호음.
단아 : (핸드폰 들고)
#.38 씬. 강석의 방.(밤)
강석, 신호음 듣고 문자 확인하는.
문자, 오늘부턴 잔다는 문자 오기 전까진 안 자려구요. 저 의리파죠?
강석 : (미소 지으며, 통화 버튼 누르는) 조직 쪽에 있었으면 형님으로 모시고 싶네요.
단아E : 감동 받으셨나 봐요?
강석 : 눈물나는 거 억지로 참고 있는 중입니다.
근데, 정말입니까? 나 잔다고 하기 전까지 안잘 거냐구요?
#.39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힘들게 싸우는 사람 그거라도 해줘야 하잖아.
강석E : 내기 할래요?
단아 : 네.
강석E : 밤새 얘기하다가 누가 먼저 잠드나?
단아 : 안돼요, 그건.
#.40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밤새 얘기하는 건 체력이 달리나보죠?
단아E : 내기만 했다하면 정신이 좀 이상해지는 사람이잖아요? 저 먼저 재우려고 별 짓을 다 할 거면서.
강석 : (미소 짓는) 무슨 짓 할 거 같은데요?
단아E : 자장가 같은 거 쭉 불러댈지도 모르잖아요.
강석 : (웃는) 그럼 그쪽도 불러요.
단아E : 제가 자장가 부르면 절대 잠 못 드시거든요. 그래서 이 내기는 저한테 불리할 수 있어요.
강석 : 많이....
#.41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핸드폰)
강석E : 사랑합니다.
단아 : (울먹해지는)
강석E :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단아 : ....더.....
#.42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
단아E : 사랑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할게요.
강석 : .....
#.43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
강석E : 우린 어쩔 수 없는 호적수가 만난 거 같군요. 당신하고 나, 끊임없이 싸워댈 테니.
단아 : 내가 이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44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
단아E : 처음부터 당신을 마음에 품지 못한 미안함이 조금은 덜해질 테니까요.
F.O
#.45 씬. 회사 전경.(낮)
#.46 씬. 석호의 사무실.(낮)
석호, 수영, 태영, 영인 앉아있는.
영인 : 대체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전상길은 계속 주주들과 접촉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천갑 회장 쪽은 아무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으니.
태영 : 뒤에서 뭔가 꾸미고 있을 거예요.
영인 : 우리 지분 인수 서류에 아직 싸인도 안하고 있잖아요?
석호 : 며칠 여행을 간다고 연락은 왔었어.
영인 : 지금 이런 상황에서 여행은 뭐야?
태영 : 뭔가 꿍꿍이들이 있다니까요? 어쩌면 그 인간들 이 참에 우리 지분 인수고 뭐가 없었던 일로 하고
통째로 삼킬 궁리를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수영 : 그렇기야 하겠냐?
태영 : 갑자기 잠수 탄 것부터가 이상하잖아?
석호 : 이강석 실장은 어떡하고 있냐?
수영 : 업무처리 하면서 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태영 : 있어, 뭔가 꿍꿍이가. 이래서 태풍 전야가 더 고요하다고 하는 거라니까.
#.47 씬. 강석의 사무실. (낮)
강석, 책상 앞에 앉아 서류 보고 있고, 진호 그 옆에.
진호 : 주주 이정섭씨가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강석 : (보면)
진호 : 어떻게 할까요?
강석 : 일정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해라.
진호 : 주주들 사이에선 꽤 입김이 작용하는 인물입니다. 우선은 만나두시는 게.
강석 : 바쁘다고 하라니까.
진호 : 알았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는데)
서류, 들고 들어오는 태영.
강석 : (일어서서 인사하는) 어서 오십쇼.
태영 : (다가오며) 웬일이십니까? 아랫사람이 들어오는데 일어서기까지 하시구?
강석 : 앞으론 쭉 이렇게 할 겁니다.
태영 : 왜요? 물먹이고 내쫓으려니 미안해서 이렇게라도 달래보자 그건가요?
그런데요, 그러는 게 더 사람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냥 쭉 하던 대로 하십쇼. 어차피 곧 떠날 사람들이니. (서류 내려놓으며)
강석 : (자리에 앉으며 서류 펼치는. 고개 들지 않은 채로) 제가 마음에 안 드시죠?
태영 : 그럼 댁 같으면, 집안 사업 말아먹는 인간이 마음에 들겠습니까?
강석 : 어떻게 하면 됩니까?
태영 : 뭐가요?
강석 : (고개 들며) 하과장님 마음에 들려면?
태영 : (멍하니 보는)
#.48 씬. 회사 복도.(낮)
태영, 걸어오는, 수영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태영 : 형, 저 자식 싸이코야.
수영 : (보면)
태영 : 이강석 저 자식 말이야.
수영 : 왜 또?
태영 : 나더러 내 마음에 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구 묻는 거 있지?
수영 : .....
태영 : 진짜 싸이코지? 저 자식?
수영 : 미안한 모양이구나.
태영 : 그런 게 아주 없지는 않는 모양이드라구.
그동안은 내가 들어가도 절대 일어서는 법 없던 놈이 오늘은 서류 결재 받으러 들어갔는데,
일서서서 깍듯하게 인사까지 하는 거 있지. 가만 보면 저 놈 묘하게 또라이 짓 하는 경향이 있어.
수영 : 나 퇴근한다.
태영 : 벌써?
수영 : 진아씨 퇴원하는 날이야. 일 봐라. (걸어가는)
태영 : (위태로운 느낌으로 보는)
#.49 씬. 병원 복도.(낮)
수영, 걸어오는데, 영인, 은주 서서 얘기하고 있는.
수영 : 어머니?
영인 : 와요.
수영 : 제가 퇴원 시키면 되는데 일부러 뭐 하러 오셨어요.
은주 : 내가 좀 오라고 했어요.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영인 : (걱정스러운 느낌으로) 어떡해? 하실장?
#.50 씬. 은주의 병원 진료실.(낮)
은주, 영인, 수영 앉아있는.
은주 : 종합 검진 결과에 안 좋은 게 나왔어요.
수영 : (긴장해서 보는) 어디가 많이 안 좋은 겁니까?
은주 : 그게.....
영인 : .....
수영 :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은주 : 이런 일은 환자 자신에게만 알려야 하는 거지만, 결혼할 사이라고 하니, 안 알릴 수도 없고 해서....
수영 : 무슨 병입니까?
은주 : 그게....
영인 : 영구 불임이래요, 하실장.
수영 : (굳어져서 보는)
은주 : 터너 증후군이라는 건데. 드물지만 생리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니 본인 자신도 몰랐을 테고.
보통 징후가 있는데 오진아씨 같은 경우는 예외기도 하고...
수영 : ......
영인 : 저기, 치료 방법은 전혀 없는 거야?
요즘은 의학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잖아? 뭔가 치료법이.....
은주 : 아직은 없어. 염색체 이상이라 그냥 선천적인 장애라고 봐야해.
임신 문제만 아니면,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
#.51 씬. 병원 복도.(낮)
영인, 수영 서있는.
영인 : 두 사람 참 이뻐서 어떻게든 맺어졌으면 하고 바랬는데.....
수영 : ......
영인 : 이럴 줄 알았으면 모른 척하는 거였는데. 내가 용기 내라고 등 떠밀지 않았으면
하실장 오래 망설이고만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괜히 끼어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어요.
수영 : .....
영인 : 하실장?
수영 : 네.
영인 : 아프겠지만, 이쯤에서 두 사람 정리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하실장, 종손인데,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수영 : .....
영인 : 나 오진아씨 얼굴 보면 눈물 날 거 같으니까 그냥 갈게요. (돌아서서 걸어가는)
수영 : (암담한 심정으로 서있는)
#.52 씬. 병실.(낮)
진아, 짐을 챙기고 있는. 수영 들어오는.
진아 : 뭐하러 바쁘신데 오셨어요?
수영 :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내가 안 오면 누가 와요?
진아 : 이젠 멀쩡해져서 혼자 갈 수 있는데.
수영 : 가요.
#.53 씬. 길.(낮)
운전하는 수영, 넋이 나간 느낌으로, 진아, 그 옆에.
진아 : 어, 이 길로 가시면 안 되잖아요?
수영 : (보고. 당황하는)
진아 : 딴 생각 하셨나 봐요. 그러니까 뭐 하러 오세요. 회사 일 때문에 정신도 없으시면서.
수영 : .....
진아 : 회사 많이 안 좋은 거예요?
수영 : 아니에요, 거의 정리가 돼가고 있어요.
진아 : 근데 오늘 많이 피곤해보이세요.
#.54 씬. 말순의 방.(낮)
진아, 수영 들어오는.
진아 : 커피 타드릴게요.
수영 : 아니요, 안 마실래요, 그냥 앉아있어요.
진아 : 그래도 손님이신데.
수영 : 앉아있어요.
진아 : 저기요, 아저씨?
수영 : (보면)
진아 : 동생분이 뭐라고 하시죠? 저 싫어하시는 거죠?
수영 : 왜 그런 말을 해요?
진아 : 청소나 하는 어린애하고 왜 만나냐고 그러시죠?
수영 : 아니에요.
진아 : 저도 그만 눈치는 있어요.
수영 : (보는데,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고이는, 일어서며) 나 그만 가볼게요.
진아 : 벌써요?
수영 : 회사로 다시 돌아가 봐야 해요.
진아 : 저 때문에 괜히 시간 뺏기셔서 어떡해요.
수영 :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쉬어요. (나가는)
#.55 씬. 길.(낮)
운전석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수영.
#.56 씬. 남교수 사무실.(낮)
남교수 : (멍하니 보고 있는)
단아 : 교수님께 제일 먼저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남교수 : 결혼하겠다구? 그 사람하구?
단아 : 네, 하고 싶어요.
남교수 : 느네 집안 회사는?
단아 : 그 사람이 해결할 거예요.
남교수 : 그럴 거면서 왜 일을 이렇게 만들었대니?
단아 : 제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말려달라고 했었는데, 그때는 못 그랬어요.
남교수 : 그래서 말리기로 한 거니?
단아 : 스스로 그러고 싶어 해요.
남교수 : 단아야?
단아 : 네.
남교수 : 어쨌든 잘 됐다. 너하고 잘 맞는 사람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마음을 준 사람이니, 이제부턴 믿어줘야겠지. 네가 아무한테나 마음을 열었을 리 없으니 말이야.
단아 : 고맙습니다, 교수님.
남교수 : (단아 손잡고) 우리 진하, 이젠 마음 놓겠구나, 고맙다, 단아야.
단아 : (울먹해지는)
노크 소리.
단아 : 네.
강석, 들어서는. 단아, 남교수 일어서는.
강석 : (인사하는)
남교수 : (손 내미는)
강석 : (보고)
남교수 : 정식으로 인사하죠. 나 남영숙이라고 해요.
강석 : (악수 하고) 이강석입니다, 정식으로 인사가 늦었습니다.
남교수 : 이강석씨?
강석 : 네.
남교수 : 우리 단아 잘 부탁해요. 참 고운 사람이란 거 알죠?
강석 : 네.
남교수 : 그럼 얘기들 나눠요. (나가는)
단아 : 결혼할 거라고 말씀 드렸어요.
강석 : 나 그동안 저 분한테 많이 찍혀 있었는데, 만회 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네요.
단아 : 진하 오빠 육촌 누님 분이세요.
강석 : .....
단아 : 그래서 절 많이 안타까워하신 거구요.
#.57 씬. 길. (낮)
혜주, 차에서 내리면 다가와 옆에 서는 현규.
현규 : 요즘은 몇 시간이나 걸려요?
혜주 : 3시간 정도로 줄었어요.
현규 : (미소 지으며) 그거 그쪽이 가져다 놓는 거죠?
혜주 : .....
현규 : 반찬이랑 우유랑? 그런 거. 어젠 화분도 문 앞에 있던데.
혜주 : 물만 주고 창가에 놔두면 잘 자란대요.
현규 : 그럼 벨이라도 누르던가?
혜주 : 귀찮아 할까봐서요.
현규 : 고마워요, 반찬이랑 우유는 잘 먹었고, 화분은 잘 키워볼게요.
혜주 : 고마워요.
현규 : 자기가 해줘놓고 고맙기는.
하는데, 여자 아이 뛰어오다가 넘어져서 앙하고 우는. (딸기 아이스크림 없어서 울던 그 꼬마다)
엄마, 뛰어와 안는.
엄마 : 그러니까 왜 뛰어가?
큰 소리로 우는 꼬마.
혜주 : (겁에 질리는데)
현규 : (뒤에서 잡아당겨, 혜주의 손으로 눈을 가리는)
혜주 : .....
현규 : (혜주의 뒤에 서서 한 손으로 혜주의 눈을 가린 채) 그냥 울음소리예요.
귀를 막아주고 싶은데, 그럼 눈으로 보일까봐. 소리 안 들리고 눈으로만 보면 더 겁날 거 같아서.....
혜주 : (현규의 손 아래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현규 : 무서워요?
혜주 : 아니요.
현규 : 그런데 왜 울어요?
혜주 : 따뜻해서요, 그쪽 손이. 울음소리가 들리는데도.....무섭지 않아요.
꼭 봄날인 거 같아요. 아주 따뜻한....
#.58 씬. 남교수 사무실.(낮)
강석, 단아 차 마시고 있는.
강석 : 내가 마음에 들려면 어떡해야 하냐고, 하니까 꼭 미친 놈 보는 것처럼 보는 거 있죠, 그쪽 작은 오빠.
단아 : (미소 지으며) 나라도 그렇게 봤겠네요.
회사 집어삼키려고 하면서 마음에 들고 싶다는데, 이상한 거야 당연하죠?
강석 : 나중에 제일 문제 되는 사람 아마 그쪽 작은 오빠일 거예요.
단아 : 작은 오빠는 쨉도 안될 걸요.
강석 : 그럼 누가 또?
단아 : 우리 어머니요.
강석 : 이영인 실장님이 왜요?
단아 : 나 진짜 근사한 신랑감 골라서 시집보내고 싶어 하시거든요.
강석 : 지금 뭡니까? 내가 진짜 근사한 신랑감이 아니다 그겁니까?
단아 : 우리 집안 분들께는 최악의 신랑감이거든요, 강석씨.
강석 : (일어서며) 나 갑니다.
단아 : (일어서며) 삐쳤어요?
강석 : 그런 말 듣고 안 삐칠 놈이 어디 있습니까?
단아 : 본인이 해온 행실을 좀 생각해보시죠.
강석 : 이겁니까?
단아 : (보면)
강석 : 맘껏 응석 부리라고 해놓고, 이게 지금 달래주는 겁니까?
단아 : (피식 웃고) 어이구, 화났구나, 우리 애기. 뭐 줄까? 사탕 사줄까?
강석 : 아주 가지고 놀아라, 놀아.
#.59 씬. 강석의 집 거실.(밤)
강석, 들어오면, 천갑, 술 마시고 있는.
강석 : 다녀오셨어요?
천갑 : 앉거라.
강석 : 어머님은요.
천갑 : 고단한지 잔다.
강석 : 생각 정리 되셨어요?
천갑 : .....
강석 : 정리 끝내고 오셨으면 했는데.
천갑 : 우선은 그렇게 가보자. 네 말대로 이리 떼 같은 놈들 더 달려들기 전에
우선은 그렇게 정리하자, 동업 관계로.
강석 : 잘 생각하셨어요, 아버지.
천갑 : 하지만, 우선인 거다. 자리 잡고 나서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들어보자꾸나.
강석 : .....
#.60 씬. 강석의 방.(밤)
강석, 들어와 핸드폰 꺼내는.
#.61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책상 앞에서) 네.
강석E : 내일 가족분들 다 집에 계시겠죠?
단아 : 일요일이니까 그러시겠죠.
강석E : 나 내일 집에 갑니다.
단아 : 강석씨.
#.62 씬. 종가 전경.(낮)
#.63 씬. 마루.(낮)
석호, 수영, 태영, 동동 청소하고 있는. 영인, 주정, 찻잔 들고 서있는.
태영 : 가뜩이나 회사 일로 심란한데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영인 : 몸을 많이 움직여야 딴 생각 안날 거 아니에요.
주정 : 그건 조카댁 말이 맞아. 방 안에 앉아서 한숨 올려쉬고 내리쉬고 하는 것보단
일하고 땀 흘리면 개운해지긴 할 거 아니니?
#.64 씬. 종가 앞.(낮)
차에서 내리는 강석. 서있는 단아.
강석 : 왜 나와 있어요?
단아 : 강석씨?
강석 : (보면)
단아 : 너무 서둘지 말아요. 회사 일 어느 정도 정리 되고 나서.
강석 : 어느 정도 정리 됐어요.
단아 : (보고)
강석 : 이젠 터트립시다. 이왕 맞을 매 빨리 맞고 말자구요.
#.65 씬. 마루.(낮)
석호, 수영, 태영, 동동 청소하고 있고, 영인, 주정 차 마시며 서있는.
삼월 : (동동에게 걸레 가져다주는)
영인 : 그냥 두시라니까요, 걸레도 남자들이 빨아서 할 텐데.
삼월 : 동동이한테 걸레 빨아주기 쿠폰 줬거든요. 동동이가 오늘 쓰겠다네요.
주정 : (킥킥거리고 웃는)
동동 : 고맙습니다, 할머니.
단아, 강석 걸어오는.
주정 : 아니, 댁이 여긴 또 웬일이세요?
강석 :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태영 : 무슨 또 드릴 말씀?
#.66 씬. 만기의 방.(낮)
만기, 강석 앉아있는. 앞에 찻상 놔주는 단아, 삼월.
만기 : 오늘은 또 무슨 일이신가?
삼월, 단아 나가려고 하면.
강석 : (단아에게) 하교수님.
단아 : 네?
강석 : 앉으시죠.
단아 : ......
삼월, 갸웃하는 느낌으로 나가는.
만기 : 앉거라.
단아 : (앉는)
강석 : 할아버님?
만기 : 말해보구려.
강석 : 손녀분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만기 : (굳어져서 보는)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