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지휘 펠로우십
'25.2.28.(금) / 롯데콘서트홀
#. 상임지휘자를 따로 두지 않는 빈필은, 최초로 대면하는 지휘자가 처음 몇번의 연습에서
단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지휘하기 매우 까다로워진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연주를 마쳐도 결국 그 지휘자는 다시 빈필의 부름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도.
꼬장꼬장한 양반들 같으니라고.
#. 오늘의 서울시향이 빈필처럼 그렇게 뻣뻣하게 텃세를 부리지는 않았다. 어린 지휘자들이었지만,
충분히 존중하고 협조적이었으며, 어설픈 태도로 연주하지도 않았다.
#. 그러나 서울시향의 태도와는 별개로,
이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는 3명의 어프로치는 각각 달랐으며, 서로가 느낀 오케스트라와의
미묘한 텐션에 따라 곡의 분위기와 완성도는 생각보다 갭이 컸음.
#.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관계를 기싸움으로 보는 해석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늘의 3명을
이야기하자면 결국은 그 긴장감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초장부터 기선 제압 당한 A.
기선제압 시도했으나 실패한 B.
자신만의 기세로 기선제압하고 인정받은 C.
#. C는 어떻게 보면 츠베덴과는 좀 대척점에 서있는 지휘자인데, 츠베덴의 마스터클래스에서
가장 인상깊었다는 점이 조금 아이러니이긴 함. 폭발적인 응집력은 츠베덴의 장점이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특징이기도 한데, C는 폭발적이라기 보다는 점진적인 서사와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었음.
예를들어, 츠베덴이 "10-15-20-100-빵!!!" 의 전개라면, C는 "1-2-5-10-20-50-100!" 의 빌드업이 돋보였는데,
이 자기주장 강한 오케스트라 데리고 피아니시모 살려내는 모습은 매우 신선했음.
특히나 이 곡에서 개별악기가 두드러지는 순간을 너무나도 잘 포착하는 한편, 칸타빌레로 표현하는
구간에서는 심장떨릴만큼 아렸는데, 특히나 그 자신감에 찬 모습에 아마 오케스트라도 더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싶다.
#. B는 다 괜찮았는데, Horse-eye 같은 기질이 있다고 해야하나. 주변을 못살핌.
#. A는 Nothing but a 메트로놈.
덧.
그와중에 츠베덴에게 Now you have your own orchestra- 라는 말을 들은 데이비드 이가 울컥하는
모습은 누군가의 성장스토리를 목도하는 느낌이 들어 보는이 또한 새삼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이었음. 이래서 빨리 자식 낳아야 하는건가 "잠시" 생각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