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기의「격렬비열도」 감상 / 오민석
격렬비열도
박후기 (1968~ )
격렬과
비열 사이
그
어딘가에
사랑은 있다
............................................................................................................................................................................................
......
그 이름도 독특한 격렬비열도는 우리나라 제일 서쪽에 위치해 있어서 "서해의 독도”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독도처럼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격렬, 비열, 그리고 사랑처럼, 동격렬비열도, 서격렬비열도, 북격렬비열도 세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 무인도였는데 얼마 전 사람이 있는 등대가 부활돼, 조금 따듯해졌다.
시의 제목과 실제 섬의 한자 표기는 다르다. 시클롭스키의 말마따나 시는 “일상 언어에 가해진 (통제된) 폭력”이다. 시인은 자연물에 인위적인 기법을 덧입힌다. 그리고 예술은 이 기법을 경험하는 한 방식이다. 격렬하고 비열한 사랑을 해본 자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 사랑은 낮아서 높고, 높아서 쓸쓸하며, 그 쓸쓸함 때문에 때로 비열의 길을 걷는다. 그리하여 격렬과 비열은 쌍둥이 같다. 사랑이 늘 위태로운 이유다. 박후기 시집 『격렬비열도』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첫댓글 격렬비열도
세개의 섬 속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는 사랑
제목도 시도 무엇가 품고 있는 듯
큰 소망으로 읽힙니다...
격렬비열도 그 이름 자체로 참 격렬하고 비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