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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
가슴속의 비밀 (1)
“건살포라뇨?”
영신이도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고목이 된 대추나무가 얼크러진 큰마을 편을 바라본다. 옥색 저고리를 입은 호리호리한 사나이가, 안경을 번쩍거리며 기다란 살포를 지팡이 삼아 짚고, 언덕길을 어슬렁거리고 내려온다.
“살포는 감농(농사짓는 일을 보살피어 감독함)이래두 헐 줄 아는 사람이 물꼬나 보러 댕기는 데 쓰는 건데요, 저 사람은 일년 감이 열린 걸 보구 ‘거 잠자 탐스럽게 열렸군’허던 출신이, 살포를 건성 휘두르며 댕겨서 건살포라고 별명을 지었어요. “
입바른 소리 잘하는 동화의 대답이다.
“저 사람이 누군데요?”
영신은 새신랑처럼 옥색 저고리를 입은 인물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며 물었다.
“성님헌테 들으셨겠지만, 저 강 도사 집의 둘째 아들 기만이에요. 동경 가서 어느 대학엘 댕기다가, 무슨 공부를 그렇게 지독허게 했는지 신경쇠약이 걸려 나왔다나요. “
“네, 그래요? 그럼 이 근처선 제일 공부를 많이 헌 청년이로군요. “
“그런 셈이지요. 헌데 자제가 아주 노새예요. “
“아아니, 노새가 뭐야요?”
하고 영신이가 채쳐 묻는 말에 동화는 무심결에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놓고는, 말대답을 얼른 못하고 픽픽 웃기만 한다. 노새는 말과 당나귀 사이에 난 튀기인 것은 알고 있으나, 그 물건이 명색만 달랐지, 생식은 못 하는 동물이라는 것까지는 영신이가 모르고 있었다. 이 동리 청년들끼리 엇먹는(사리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비꼬다) 수작으로, 허울만 좋지그려, 아무짝에 소용이 닿지 않는 인물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영신은 어렴풋이 ‘기만’이라는 사람을 놀리는 말이거니 하고 더 묻지를 않았다.
기만이는 언덕에 살포를 꽂고 왼팔은 하느르르한 회색 바지를 입은 허리춤에 찌르고 서서, 여러 사람의 일하는 것을 내려다보고 섰다. 무슨 풍경화나 감상하는 듯한 자세를 짓고 선 것이 몹시 아니꼬워 보여서 그것만 보아도 비위가 뒤집히는 듯,
“병이 났습네 허구 영계만 실컨 과먹구 나니까, 게트림이 나는 게지. 저 작자가 어슬렁거리구 댕기는 꼴은 뒀다가 봐두 눈꼴이 틀리드라. “
하고 동화는 저 혼자 투덜거린다. 곁에서 말둑을 박고 있던 형은,
“아서라, 오다가다 들을라. 귀먹은 욕두 그만큼 먹였으면 고만이지. 그렇게 원수치부(원수진 것을 오래 기억하여 둠)를 헐 게야 뭐 있니? 제 딴엔 우리헌테 허느라구 허는 걸. “
하고 아우의 험구를 틀어막는다. 이번에는 건배가 영신의 곁으로 와서 바지에 흙탕물이 튀어서 말라붙은 것을. 부벼 털면서, 기만이가 앉은 언덕 위를 흘끔 쳐다보더니,
“그래두 저 사람은 돈밖에 모르는 저의 아버지나 형한테 대면, 없는 사람들을 꽤 동정허는 셈이에요. 이 논 닷 마지기를 우리헌테 도지루 얻어주려구, 담배씨루 뒤웅박을 파려고 드는 제 형허구 쌈을 다 했으니까요. 겉탈인지 몰라두, 우리가 허는 일을 여간 창성을 허지 않어요. 이따금 우릴 청해서 그 집엘 가는 날이면, 이밥에 고기반찬에 한밥 잘 먹여서, 소복을 단단히 허구 나오는데, 저 동화허군 아주 옹치(하던 일이나 말을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흐지부지 그만두거나 끊어버림)거든요. 술만 먹으면 ‘요샛세상에 양반이 무슨 곤장을 맞을 양반이냐’구 들이대기를 일쑤 하는데, 그뿐이면 좋게요. 실컨 얻어먹구 나선 들어두라는 듯이 허는 소리가 ‘제이길 요까짓 걸루 어름어름 우리 비위를 맞추려구, 몇 대를 두구서 저희가 우리를 빨어먹은 게 얼만데…..그걸 다 토해놓려면 안직 신날(짚신이나 미투리 바닥에 세로 놓은 날) 두 안 꼬았다’허구 건주정을 한바탕씩 허니, 누가 듣기 좋다나요. 저 사람두 동화라면 딱 질색이건만, 그럴수록 극성맞게 쫓어다니며 성화를 받쳐서, 아주 학질을 떼지요, 여간한 심술패기라야지….”
“그렇게 혈기 있는 청년두 있어야 해요. 급헌 때면 그런 사람이 앞잡이 노릇을 하니깐요.”
하고 영신은 동화가 멀찌감치 서 있는 것을 보고 칭찬 비슷이 하고는,
“그런데 여긴 지금두 양반 상놈이 있나요?”
하고 묻는데, 어느 틈에 기만이가 언덕을 내려와서 영신이자 앉은 맞은 편 논둑에 가 버티고 섰다. 여학생이 동혁이를 찾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구경을 하려고 나왔는지도 모른다. 기만이가 가까이 오자, 동혁의 형제는 못 본 체하고 돌아섰는데, 일하던 사람 중의 반수 이상은 그 앞으로 가서 허리를 굽히고,
“구경 나오셨시유?”
하고 손길을 마주 부빈다. 그네들은 강 도사 집의 작인들이나, 그렇지 않으면 돈을 얻어 쓴 사람의 자질(자손)들인 것이다.
기만이는 바지춤에 손을 찌른 채 여러 사람이 인사를 하는 대로,
“응, 응. “
하고 코대답을 할 뿐이다. 논 귀퉁이에다가 살포를 꽂고 우두커니 섰다가, 석돌이란 회원을 손짓해서 부른다. 영신의 편으로 눈짓을 하며 무어라고 수군거리는 것이 ‘저게 동혁이를 찾어온 여자냐’고 붇는 눈치다. 석돌이는 말대답하기가 거북한 듯이 고개만 끄덕여 보이다가 일자리로 돌아간다.
영신이는 기만이가 맞은짝에서 안경 너머로 똑바로 건너다보고 섰는 것이 면구스러워서,
“난 저리루 거닐다 오겠어요.” 하고 일어선다.
“나 허던 일은 다 했는데, 혼자 다니시다 길이나 잊어버리시게요.”
하고 건배가 뒤를 대선다. 동혁은 책임상 일이 다 끝나기 전에는 일어서기가 어려운 모양인데, 영신이 혼자 돌아다니라고 내버려두기도 안됐고 하던 이야기도 남어서, 건배는 입이 궁금하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기만의 등 뒤를 돌아,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논과 밭이 눈앞에 질펀히 깔렸는데, 여기저기서 두레로 물을 푸는 소리와 소 모는 소리가 들린다. 한 서너 군데서나 못자리를 만드느라고 흰옷 입은 농군들이 손을 부지런히 놀리는 것이 보인다.
영신은 바위틈에 홀로 피었다가 이운 진달래 잎새를 어루만져주다가,
“참, 아까 양반 얘길 하다가 중둥무이(허던 일이나 말을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흐지부지 그만두거나 끊어버림)를 했죠?”
하고 먼저 말을 꺼내더니,
“그런데 저 기만이란 사람의 아버지, 무슨 도산가 허는 이는 뭘 하는 사람이야요?”
하며 잔디 위에 손수건을 깔고 앉는다.
남들은 다 벗고 들어서서 일을 하는데, 저 혼자 외톨로 돌아다니며 구경하듯 하기가, 미안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료하기도 해서, 이 말 저 말 묻는 것이다.
“합방 전해꺼정 금부의 도사라는 벼슬을 나녔다나요.”
“금부라뇨?”
“지금으루 치면 경무국쯤 되겠는데, 도사란 건 경부 같은 거라지요. 아무튼 그 늙은이는 여태 노루꼬리만헌 상투를 달고 체수는 조그만히, 빠쭈헌 노랑 수염을 쓰다듬으며 도사라구 앉어서, 에헴에헴 헛기침을 허면서 위엄을 부리는 게 여불없는(틀림이나 의심이 없다) 염소지요. 헌데 체격은 고 모양이래두 목구녁 하나는 크거든요. 한참 망해 들어가는 판에, 주자들이나 장사치를 사뭇 도적놈으로 몰아서 옭아다가는, 주리를 틀구 기왓장 꿇림을 시켜서, 박박 긁어모아 이 고장에 전장(田莊)을 장만해가지고 내려왔대요. 내려와선 심심허다구 돈놀이를 허구, 장릿벼를 놔서, 이 근동에서 강 도사의 돈을 아니 얻어 쓴 사람이 하나두 없다고 해두 과언이 아니에요.”
“멀쩡한 고리가시(고리대금업자)로군요.”
“고리가시구 말구요. 그 취리허는 법이나 장릿벼를 놔먹는 수단이 알구보면 기막히지요. 그런데, 근자엔 ‘인젠 이 세상에 더 두구 볼 게 없다’구 매일 술로만 장복을 허다가, 간이 뚱뚱 부었다나요. 그래서 살림두 기천이란 큰 아들헌테 내맡기구선 꼼짝 못 허구 누웠세요.”
“그래 저 오입쟁이 같은 사람이, 그 늙은이의 둘째 아들이군요?”
“저 기만이라는 인물만은 그래두 해외 바람을 쏘여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 짐작은 허는지 저 딴엔 우리가 허는 일을 찬성두 허구 추렴두 몇 곱절이나 내는데….”
“그런 사람을 잘 이용허면 좋지 않아요? 가끔 기부금이나 뜯어 오구요. 청석골 근처에두 대학이니 전문학교니 졸업을 허구 와서, 저 건살포 모양으로 번들번들 놀면서 장거리루 술추렴이나 다니는 사람이 서넛이나 돼요. 우리가 허는 일을 헤살이나 놀지 말었으면 헐 뿐이지, 그따위 고등 유민들헌테 기대허는 건 없지만요, 논밭 팔어가며 공부헌 청년들이 다 그 뻔새로 건공중에 떠돌아다니는 걸 보면 여간 한심허지가 않어요.”
하는데, 기만이가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그 백납같이 흰 얼굴을 들고 어슬렁거리고 올라온다. 아마 영신이와 인사를 청하려고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스운 일이 많지요. 저 사람이 첨엔 자꾸만 우리 회엘 들겠다구 허니까, 동혁이 말이 ‘어느 시기까지는 누구나 다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구 찬성을 해서 입회를 시켰더니, 얼마 동안은 ‘나두 상일을 해보겠다’구 저 딴엔 열심으로 따러댕겼는데….”
“그래서요?”
“저이 부형은 양반의 체면을 더럽히는 미친 자식이라구 야단을 치다 못해, 아주 내버려두게까지 됐었세요. 장에서 새루 사온 괭이를 뻔쩍거리며 그루를 가는 데 덤벼들어서 하룻동안 덥적거리더니(자꾸 남에게 붇임성 있게 굴다), 이튿날은 고만 몸살이 나서 한 댓새나 된통으루 앓었대요. 저이 집에서 ‘이거 생자식 잡겠다’구 자동차를 ‘가시끼리(전세를 뜻하는 일본어)’히서 읍내의 공의를 다 불러오구 한참 야단 법석을 했세요.”
“참 정말 혼이 났군요.”
“그뿐이면 좋게요. 저이 집 앞 채마전에서 한 반나절만 꿈지럭거리면, 그날 밤엔 행랑 계집들을 불러다가 ‘다리를 주물러라’, ‘허리를 밟어라’ 허구 죽는 시늉을 헌대요. 그나 그뿐인가요, ‘나두 농군들이 단 꿀 빨듯 허는 걸 먹어봐야 헌다’구 머슴들이 두레를 놀던 이월 초하룻날은, 지푸라기 꽂아두 안 넘어가는 그 틉틉한 수수막걸리를 두 사발이나 들이켜군 그만 배탈이 나서 한 사날 동안이나 설사를….”
하는데 영신은 웃음을 참다 못해서,
“고만요, 고마안.”
하고 허리를 잡으며 손을 내젓는다. 건배의 수다에는 또다시 항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동혁은, 기만이가 올라가는 것을 보자, 앞질러 두 사람이 앉은 데로 올라왔다.
“자, 그만 우리 집으루 내려가십시다.”
하는데, 기만이는 살포자루를 내두르며 뒤미처 올라왔다.
기만은 세 사람이 내려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동혁이더러 소개를 해달래서 영신이와 인사를 했다. 기만이는 영신이가 초면이건만 M 대학 정경과의 졸업논문을 쓰다가, 신경쇠약이 걸려서 나왔다는 것과, 별안간 궁벽한 이 시골서 지내려니 갑갑해서 죽겠다는 것과, 그러나 이러한 동지들이 있어서 함께 일을 하니까 여간 의미 깊은 생활이 아니라고 일본말 조선말 반죽으로 건배의 다음 결은 갈 만치 씩둑꺽둑 늘어놓는다.
영신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그러서요? 네, 그러시구말구요.”
하고 말대꾸를 해준다. ‘동지’라는 말만 해도 귀에 거친데, 함께 일까지 한다는 데는 우습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응달에서만 지내서 하얀 살결과 안경 속에서 사람을 깔보는 듯한 조그만 눈동자며, 삶아논 게발같이 갸날픈 손가락을 보니, 어쩐지 말대답을 하기도 싫었다. 더구나 명주 옥색 저고리를 입은 것과 부사견 회색 바지를, 또 구두가 덮이도록 사복을 치뜨려 입은 것이, 바로 보기 싫을 만치나 누꼴이 틀렸다.
기만은 안 보는 체하면서도 영신의 아래 위를 훑어보더니,
“심심허신데 우리 집으로 놀러 가시지요.”
하면서 동혁을 돌려다 보고,
“우리 동지들끼리 저녁이나 같이 먹으면서 좋은 얘기나 듣구 싶은데….”
하고 양해를 구한다. 그는 영신이가 먼 데서 찾아온 귀한 손님이라고 대접을 하려는 것보다도, 몸이 비비 틀리도록 심심한 판에, 동리에 처음으로 떠들어온 신여성을 불러다 놓고 하루 저녁 소견이나 하고 싶은 눈치다.
제가 거처하는 작은 사랑채를 말끔 중창(낡은 건물을 헐거나 고쳐서 다시 지음)을 하고 유리를 붙이고 실내를 동경 같은 데의 찻집을 본떠서, 모던식으로 꾸며논 것과, 또는 새로 사온 유성기를 틀면서 ‘이 시굴 구석에도 이만치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듯. 또 한편으로는 몇 해를 두고 이혼을 못 해서, 죽느니 사느니 하던 본처를 월전에 쫓아 보내서 영신이 같은 여자를 저의 집으로 한번 끌고 들어가 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혁이가 얼른 말대답을 아니 하는 것을 보고, 영신은,
“오늘 저녁은 저 동혁 씨 댁으로 가기로 먼저 약속을 했습니다.”
하고 두말 못 하게 똑 잡아떼었다. 기만은 자존심을 상한 듯,
“그럼 여러 날 계실 테니까, 일간 다시 한 번 청허지요.”
하고 머리를 까닥해 보이더니 무색해서 내려간다.
“난 우리 집에까지 따러 내려올 줄 알았더니….제가 헐 일 없는 생각만 허구, 줄줄 따러댕기는 덴 학질이야.”
하고 동혁은 앞을 섰다. 건배는 휘적거리고 동혁의 뒤를 따라오다 말고, 멋쩍은 듯이,
“여보게, 약국의 감초두 빠질 차롄가?”
하고 일부러 돌아서는 체를 한다.
“압따 이 사람, 화젓가락(‘부젓가락’의 방언) 위사마디 꼬듯 허지 말구, 어서 사발 농사나 지러 오게그려.”
하고 동혁은 건배를 돌려다 보고 손짓을 한다.
세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은행나무 아래로 내려갔다.
“어쩌면 인사를 허자마자 대뜸 저의 집으루 가재요?”
“그러니깐 자제가 노새지요.”
동혁도 영신을 돌려다 보며 웃다가,
“그 사람은 문제가 없세요. 잘 구슬려주기만 허면 고만이니까. 허지만 기천이라는 그 형 때문에 큰 걱정이에요. 우리 일엔 덮어놓구서 반대니까요. 반대만 허면 좋겠느데, 머리악(‘기(氣)’를 속되게 이르는 말)을 쓰구 훼방을 놀아서 마구 대들어 싸울 수두 없구, 큰 두통거린걸요.”
하고는 쩍 하고 입맛을 다신다. 영신이가,
“형은 뭘 허는 사람인데요?”
하니까, 입이 궁금하던 건배가 다가선다.
“대대로 곱사등이라구, 그자두 고리대금을 허지 뭘 해먹겠세요. 여러 해 면서기를 댕기다가, 요샌 명정거리(죽은 뒤에 명정에 올릴 만한 재료라는 뜻으로 변변치 못한 사람이 본분에 지나치게 행동함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나 장만을 허려는지 면협의원을 선거허는 데 출마를 했다나요. 저의 아버지버텀두 더 옹충맞게 생겨먹은게, 얼리지 않는 양복을 뻐질르구 자전거를 타구서 유권자를 찾어댕기는 화상이란 참 장관이지요.”
“그런데 무슨 까닭으루 청년들이 허는 일을 반대허는 건가요?”
하고 영신이가 묻는데, 어느덧 동혁의 집 앞까지 당도하였다. 동혁의 어머니는 싸리문 밖으로 내달으며,
“어서 오우.”
하고 여러 해 보아오던 사람처럼, 영신을 반가이 맞아들인다. 그는 치마를 갈아입고 새 버선까지 꺼내 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