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브레드 피트가 좋아서 찾게된 영화였다. 그러나 한번 보고 너무 큰 충격과 배우들의 연기에 반해 두번,세번.. 지금까지 5번을 본 영화다. 그래서 다른 영화보다도 내 머리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지금은 매니아 수준이 되어서 영화를 볼때마다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수준이랄까?ㅎㅎ "양들의 침묵"과 비슷한부분도 없지않았지만 이영화를 계기로 스릴러물에 큰 관심을 갖게되었다. "세븐" 을 처음 보았을때 화면을 바라보는 나의 기분은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어두웠다. 무더운 여름날의 장마처럼 꿉꿉하고 짜증나고, 시종일관 음침하고 어둡다. 7(seven)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영화는 ‘7’이 의미하는 행운과는 정반대로 영화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희망이란 단어를 파괴해버린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게 된다. 왠지 서늘함이 느껴진다.
영화는 거대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내내 마치 폐쇄된 공간처럼 막막하고 답답하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태양은 어디간들 찾을 수 없고 어두우며, 을씨년스럽게 떨어지는 빗방울도 어딘지 모르게 끈적거린다. 낯선듯 하지만 반면에 우리가 언제나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 역시 오늘날의 우리 자화상처럼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고 단절되어 있다. 인물들 간의 대화는 단조로우며 사무적이며 타인을 배려하기 보다는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며, 인간 간에 신뢰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서머셋(모건 프리먼)은 영화에서 “사람들은 모두 남의 일에 무관심하잖나. 강간을 당할 때도 도와 주세요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불이야’라고 외쳐야 되지.”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는 배우들의 눈높이조차도 자연스럽게 맞추어 주지 않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거나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언제나 약간씩 비켜간다. 화면 전체를 한 번에 보여주는 일도 거의 볼 수 없다. 다만 찬찬히 훑고 지나갈 뿐이거나 그조차도 생략해 버릴 때도 있다. 건물 안에 있을 때에도 거리로 나왔을 때에도 카메라는 아주 답답하게 보여진다. 그렇다고 카메라가 늘 고정되어 있다거나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어떤 땐 현란하다고 느낄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지 화면 전체가 숨막히게 답답함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철저한 인간 불신에서 출발하며, 현실에 대한 기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심지어 그런 노력조차 저버린다. 트레이시는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서머셋 형사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녀는 이 도시에서 아이를 기른다는 것에 불안해하며, 서머셋은 그런 그녀에게 아이를 가지지 말 것을 조언하다. 아이가 살아가기에 사회는 너무나 어둡고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불신은 어쩌면 인간 생존의 궁극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 종족 보존의 의무조차 회피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렵게 결심한 생명의 생산은 비극적 죽음을 통하여 철저하게 파괴되어 버린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 아니 세상은 더 이상 미래란 있을 수 없고 단지 포기라는 단어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영화언어로 『SEVEN』감상해보기 : 촬영과 카메라의 움직임, 편집, 미장센까지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면은 세븐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이다. (이부분에서 브레드피트의 연기에 감탄했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이 장면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빛이 난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을 잘 담아내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다음은 이 장면을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으로 직접(!!!!!!)분석한 것이다.
1. 도로를 달려오는 자동차(extreme long shot) →서서히 멈추는 자동차 →차에서 내리는 밀즈와 서머셋(full shot)→ 창살 너머 존, 창 밖을 바라본다(측면 close up) →컨테이너와 그 주변모습(panning shot/존의 시점) →걸어가는 밀즈 →전봇대(밀즈의 시점) →부셔진 자동차(밀즈의 시점) →걸어가는 서머셋 →전신주(low angle/서머셋의 시점) →걸어가는 밀즈(bast shot) →차창 안의 존과 그 앞을 지나는 밀즈 →걸어가는 밀즈(bast shot) →서머셋(medium shot)
comment: 인물 각자의 시점에서 주변의 모습을 관찰한다. 그러나 보는 관점은 각자가 다르다. 존이 panning shot, 밀즈는 eye level에서의 cut, 서머셋은 low angle. 이렇게 각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주변의 상황을 보여주고, 그 관점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은 그 인물의 심리적 상태와 앞으로 그들의 행동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 이때부터 background music이 깔리기 시작한다. 긴장되고 약간은 음산한 느낌의 음악이지만 아직은 낮게 들려지면서 장면에 적극적으로 개입되지는 않는다.
2. 옆에서 본 헬기 →망원경을 통해본 서머셋 일행(헬기에서의 시점) →차에서 내리는 존 → 서머셋(bast shot/low angle) →죽은 개(서머셋의 시점) →서머셋(bast shot) →존(bast shot) →망원경으로 본 서머셋 일행 →헬기 안의 경찰과 저격수 →존(bast shot) →서머셋과 존(two shot) →존(close up) →서머셋 →존 →밀즈(bast shot/존을 보며) →존, 밀즈를 보고 돌아선다 →밀즈, 존을 따른다 → 망원경으로 본 서머셋 일행
comment: 헬기에서 망원경으로 본 shot와 세 인물의 모습이 교차된다. 망원경으로 내려다본 모습은 bird's-eye view이다. 이러한 앵글로 인해 세 인물의 모습을 관찰함에 있어 꼭 신이 지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따라서 인물들은 추상적인 형태로 관찰되고, 앞으로의 결말이 그들이 운명에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결말은 존이 의도한대로 흘러갈 것임을 함께 알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여기서 망원경의 관점을 부각시킴으로 인해서 엿보기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느낌은 어느 정도 상쇄되고 숨겨지게 된다.
3. 걸어가는 세 사람(dolly shot/follow shot) → 총을 든 밀즈와 존(dolly&tilt shot/low angle) →언덕길을 따라 내려오는 밴(extreme long shot) →서머셋(low angle/bast shot) →밀즈&존(low angle/zoom in) →밴 →밀즈&존(tilt&dolly shot) →서머셋(dolly shot) →존&밀즈 → 망원경,존&밀즈 →서머셋(panning shot/full shot) →밴 →망원경,서머셋 →경찰&저격수 → 차에 오르는 서머셋 → 출발하는 자동차 →망원경,자동차 → 서머셋(측면 close up) →망원경 든 경찰(close up) →밴(panning shot/long shot) →막아서는 자동차 →다가오는 밴(full shot) →차에서 내리는 서머셋(bast shot) → 서머셋&밴(medium shot) → 총을 겨누는 서머셋 →망원경 든 경찰 →망원경,서머셋&밴 →밴에서 내리는 배달원&서머셋 → 헬기,망원경 든 경찰 →망원경,서머셋&배달원 →배달원(bast shot) →서머셋(bast shot/돌아본다) →존&밀즈(long shot/서머셋의 시점) →서머셋&배달원(medium&two shot) →망원경 →박스를 꺼내는 배달원 →서머셋 →박스 →서머셋 →배달원(panning shot) →서머셋 →배달원(tilt shot) →망원경,서머셋&배달원 →망원경 든 경찰(close up/조종사를 본다) → 경찰(조종사의 시점) →배달원&서머셋(tilt&panning shot) →배달원 지갑을 꺼내는 서머셋(손만 보임) →서머셋 →배달원 →서머셋 →망원경,서머셋&배달원 →서머셋 →달려가는 배달원(full shot) →망원경,배달원
comment: 인물을 잡는 앵글은 low angle이 주로 보여진다. 때문에 인물들의 혼란 상태를 잘 읽어낼 수가 있다. 그리고 왠지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한 느낌을 준다. 분명 광활한 황무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환경은 인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화되고 폐쇄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전히 망원경은 인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망원경을 통한 관찰은 한 인물의 심리상태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각 인물간의 다양성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된다. 그리고 근접된 shot가 어떤 맥락에서 찍혀졌는지 가늠하게 한다. 배달원이 박스를 내리는 shot부터는 음악이 사라진다. 지금까지도 음악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음악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긴장을 서서히 유발하게 한다.
comment: 존과 서머셋의 shot에서는 low angle이라기보다는 앉아있는 존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장면의 중심은 상자에 있다. 상자는 인물의 접근 정도에 따라서 full shot-close up-full up로 변화된다. 그리고 상자가 열리고 난 후 scene은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먼저 서머셋의 경우 medium shot이던 것이 close up으로 변화되고 그의 표정변화를 세심하게 잡아낸다. 그리고 cut의 분할도 많아진다. background music도 다시 깔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음악이 여기서부터는 scene안에서 크게 부각되어지고 이러한 음악의 갑작스런 변화는 서머셋의 심리적 충격과 앞으로의 상황을 미리 짐작하게 한다.
comment: 존의 shot는 간간이 극단적인 low angle로 잡혀진다. 이는 존에게 공포감을 느껴지게 하고, 뭔지 모를 권위를 부여하게 된다. 또한 close up을 통해서 존의 위치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한편 밀즈는 존의 시점 안에서 보여지고, 카메라는 panning한다. 이러한 panning shot는 밀즈의 불안감을 은근히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망원경 shot와 헬기 shot에서 나오는 무전소리가 조금씩 긴박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sound effect로 긴장감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주고자 함이다.
comment: 영화 전체에서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든 인물은 존의 눈높이 위에 있다. 때문에 밀즈와 서머셋의 shot는 low angle이다. 그렇지만 존의 시점 안에서 인물들이 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한편 밀즈의 shot는 hand held camera에 의해 촬영되어졌다. 그래서 카메라의 움직임이 불안정하고 흔들림이 느껴진다. 이것은 비단 hand held camera에 의해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의도된 shot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shot에 의해서 밀즈의 극도로 불안하고 긴장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존과 밀즈의 shot에서 카메라가 서서히 panning하면서, 뒷배경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인물이 주변 환경과 유리됨을 느끼게 한다. 밀즈가 방아쇠를 당기기전 밀즈의 얼굴이 close up되고 그 사이로 트레이시의 shot이 insert되면서 cut away된다. 이는 밀즈의 고뇌와 후회를 보여주고 밀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운명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존이 죽음으로써 사건은 종결되고 카메라는 인물들의 모습을 완만하게 잡아간다. 그리고 잠시 사라졌던 망원경 shot가 다시 등장하여 사건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며 마무리 짓고 있다. 거리감을 둔 망원경 샷을 통해 이러한 결말이 스스로를 신의 대변자라 칭하는 존의 의도(결국은 신의 의도, 운명)대로 되었음을 보여준다. 밀즈의 감정에 의해 결말이 개인적인 슬픔과 분노로 치우쳐서 감상적인 측면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사건의 종결지가 광활한 황무지라는 것. 왜 감독은 지금까지의 답답하고 음침한 도시를 떠나 왜 하필이면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탁트인 공간을 선택한 것일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도시의 어둑한 골목이 더 음침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풍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존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것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기대를 꺽어버리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음침한 도시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다를 수 있다는 기대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데이비드 핀처는 어떠한 공간에서도 인간은 면책 받을 수 없음을 도피할 수도 없음을 이야기하려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서머셋은 결국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남게 된다.
▷존이란 인물을 화면에 단독적으로 잡히는 부분은 로우 앵글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장면에서 존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신의 사도로서 상당히 강력한 힘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결국 모든 것이 범인의 의도대로 이루어질 것을 암시한다.
▶이 화면의 인물들의 배치와 조명은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범인인 존의 얼굴은 빛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두 형사, 특히 밀즈의 얼굴은 빛을 받고 있지 않아서 어둡게 잡힌다. 밀즈는 지금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이다. 화면 속 인물들의 배치는 한 쪽에 서 있는 밀즈 형사에게 어떠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존의 의도대로 될 것인가, 서머셋의 만류를 들을 것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밀즈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의 인물이 누구인지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영화에 있어서 특이할만한 것은 조명, 빛의 사용이다. ‘세븐’은 조명을 철저한 계산 하에 영상 안에 담아낸다. 영화 마지막 황무지 시퀀스에 이르기까지 자연광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노출된 광원도 언제나 화면 안에서 일정하게 분배되고 제한되어 있다. 그 어디에서도 충분한 빛은 기대할 수 없고, 최소한의 정도로만 허용된다. 그럼에도 영화의 영상은 세련되고 깔끔하다. 단순히 어두운 이미지에의 집착이 아니라 계산된 절제로써 다른 영상미를 추구하고 보여준다. 다리우스 콘쥐는 앞서의 영화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나 ‘잃어버린 아이들’에서처럼 빛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에게 있어서 빛의 양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주어진 빛과 그에 발생하는 그림자를 카메라 안에서 새로이 배치하고 조절해 나간다. 그는 빛을 카메라를 이용하여 통제하고, 이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조바심을 유발시키고 의도대로 관객의 감정을 조절하다. 아마도 다리우스 콘쥐가 만들어낸 빛과 그림자가 아니라면 평범한 스릴러 영화로 전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세븐의 스토리는 고전적 방식인 시간적 순서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제목이 의미하는 숫자 “7”에 따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시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7개의 죄목이 붙은 살인이 압축적이고 자극적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에 상당히 몰입하게 한다.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와 단테의 ‘신곡’등에서 따온 7가지 죄악은 각각 gluttony(탐식), greed(탐욕), sloth(나태), envy(시기), wrath(분노), pride(자만), lust(정욕)을 의미하고, 이는 범인의 살인 계획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은 범죄의 잔인함보다는 그 치밀함에 놀라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치밀함은 수위는 관객의 예상을 넘어 마지막에 가서 이루어지는 밀즈(브래드 피트)의 행동으로 범인의 계획이 완결되어진다. 너무나 완벽한 범인의 계획, 자신을 쫒는 형사의 손으로 맞이하는 자신의 죽음이 그의 최종계획이었던 것이다. 범인이 잡혔을 때, 영화를 보는 이는 해피엔딩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영화에는 2가지의 갈등이 존재한다. 범인과 형사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갈등, 밀즈로 대표되는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사회의 무관심에 길들여진 인물과 서머셋으로 나타난 현대사회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떠나가려는 인물 간의 대립이다. 밀즈와 서머셋의 대립은 범인과 형사의 대립 관계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메시지와 하나로 융합된다.
영화 내의 순차적인 시간적 흐름이 단순하게 여겨지지 않게 타임프레임을 관객에게 제시하여 영화적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화면에 요일이 자막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처음에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중반에 가서는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주일로 한정되어 있음을 추측하게 하고, 이러한 요소가 작품의 결말로 향해가는 기대감과 동시에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만들어, 작품이 느슨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종 감상평
“영화에서 가장 큰 죄악은 관객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랭크 대니얼
헐리우드 영화는 상업성을 제 1의 목표로 한다. 이 영화도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관객의 입맛, 소위 영화를 봤을 때 “참 재미있네.”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헐리우드 영화제작사들은 그 분야에선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세븐」역시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여타의 헐리우드 영화에 비하여 많은 차이점이 있고, 오히려 그러한 차이점이 헐리우드 영화의 식상함에 질려버린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아서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요인을 꼽자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각적인 효과와 탄탄한 구성, 충격적 결말, 배우들의 연기력 등이 잘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난 밀즈역을 맡은 브레드피트의 연기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사실 이전의 브레드피트를 얼굴로 반쯤 먹고 들어가는 스타성 연기자로 알았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카리스마와 특히 엔딩부분에서 보여지는 절규는!!!! 날 완전히 매료시켰다. 남자가 보아도 멋진 외모 거기다 카리스마넘치는 연기!! 그는 이제 단순히 스타성 배우가 아니라 스타성+성격파 배우이다.ㅎ)
특히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상당히 무거우며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한 번쯤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감독의 시각은 인간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에서 출발하여 현대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나약한 인간을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더 이상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한다. 그리고 최후의 선택은 성스러운 광명이 아니라 파괴를 통한 구원으로 귀결된다. 범인을 쫓던 밀즈 형사가 오히려 범인에 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큰 충격을 먹었던 것은, 그 결말이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데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 역시도 화면속의 밀즈와 같은 상황에 놓여질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나의 세븐에 대한 영화 감상평을 압축해본다면,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낸 시각적 효과와 탄탄한 구성에 힘입은 충격적 결말이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히는 색깔있는, 그래서 다른 헐리우드 영화와는 차별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좋은 영화라는 말이 꼭 예술성이 넘치는 영화, 혹은 영화사에 기억될 명작임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세븐을 좋은 영화의 범주에 넣고 싶다.
TIP : 영화가 시작할 때 올라 오는 자막에는 케빈 스페이시의 이름이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 올라오는 자막에서는 제일 먼저 케빈 스페이시의 이름이 올라온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거 같네요. 그리고 ‘탐식’이라는 죄목으로 죽은 뚱뚱한 사내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라고 하네요. 그냥 주워들은 이야기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