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기별/이광하
당신의 이름은
슬픔의 기별인가요
대성통곡할 상처가
울 자리를 만나지 못해
막막하니 웅얼거리다가 부르는
주여,
슬퍼하는 사람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어딘가 숨어드는 한숨
훌쩍거림만 아니라
까닭 없이 답답한 가슴
목에 음식 걸린 듯 탈이 잦은
(아픈 몸의 재채기였을까요)
들으시는
주여,
신음마저 들으시는
당신의 귀를 주십시오
들을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슬퍼해야 할 줄 모릅니다
슬픔으로 뒤척이는 침묵의 바다를
앞에 두고도 어찌할 바 모릅니다
9월 1일에야, 100년 전 일본 간토대지진이
아직 위로받지 못한 슬픔의 진앙인 줄 알았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사십구재가 있던 9월 4일에야,
공교육이 멈추었지만 우리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슬퍼할지 몰라 먹먹했습니다
주여,
들을 수 있는 귀를
슬픔의 기별을
아는 마음을 주십시오
어느 날 거리에서
I’m still fucking christian
지올팍의 노래1)를 처음 들었을 때
경건한 벗은 제 귀를 씻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Though I’m wearing new “christian”이라니
크리스챤디올 루이비통 프라다 명품처럼
광고판에 걸린 기독교는 산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몰랐습니다
모름지기 아임스틸퍼킹크리스천은
그래도 나는 그리스도인일 수밖에 없다는
목사 아버지를 둔 동성애자 청년의 눈물
부서진 슬픔의 고백인 것을 몰랐습니다
욕된 것은 나의 부끄러움인 줄 몰랐습니다
주여,
슬픔의 기별은 어떻게 다가오는지요
웅크린 상처를 싸맬 말도 없는데
잡아줄 손 하나 그리운 벗들이
꽃잎 지듯 떨어지고 있습니다
첫댓글 항상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는 제 마음같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