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김치볶음밥을 해서 밥을 먹는데 깜짝 놀랄 광경 하나가 목격됩니다. 제법 큰 김치조각 하나가 준이 몫에 들어가 있는데 준이가 그 김치조각을 밥에 얹어 꿀떡 입에 넣는 것입니다.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손뼉을 치며 브라보를 외쳤습니다.
주간보호센터 덕분인지 거기서 채소를 먹여보려 애쓴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요즘 부쩍 야채듬뿍 음식에 거부감이 대폭 줄었습니다. 두부와 부추, 파를 듬뿍 넣고 갈아낸 돼지고기와 버무려 구워준 동그랑전도 너무 잘 먹고, 당근 버섯 양파가 눈에 보이는 볶음밥, 김치가 눈에 띄는 김치전, 부추전도 거부감없이 잘 먹습니다.
그래도 김치조각을 밥에 얹어 꿀떡 삼키는 장면은 10년만에 처음 봅니다. 이제 야채먹는 부분은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습니다. 야채의 맛을 혀가 받아들이고 몸이 느끼는 단계가 되면 야채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되지요. 아직 갈 길은 요원하지만 요즘 준이가 이 단계로 가고있지 않나 싶게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더불어서 일주일째 심한 편두통이 왔음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늘 두통의 요지인 그 곳, 좌우 두정엽과 전두엽 사이 영역, 체감각피질 쪽에서 스파이크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편두통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을 괴롭게하는지 잘 알기에 준이의 고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도 매끼 주는대로 다 먹고 잘 자고하니 일단 안심하고 있습니다. 몇 번 두통약도 먹였으나 잠시 나아진 듯 하면서도 근본은 개선되지 못하니 일단 준이가 잘 견뎌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습니다. 두통에서 놓여나면 한층 더 성장해 갈 듯 합니다.
하원하고 와서는 노래방에서 30분 가량 놀고 약간의 간식도 먹고 집으로 걸어가기는 여전히 진행 중. 점점 꾀가 늘어서 걸어가는 거리가 더욱 짧아지고 있는 태균이에 비해 준이는 무던히 집까지 오차없이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출발점부터 차이가 나버린 두 녀석입니다. 저만치 앞서서 먼저 걸어가는 준이, 거의 자동모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루 운동량을 보태니 다행입니다.
첫댓글 편두통만 아니면 넘 좋은 소식이군요.
성실 그 자체인 태균씨 걷기에 꾀를 낸다하니 ^^
그게 정상이지 싶습니다. 저는 걷기 싫어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