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프리즘]
‘헤이트 스피치’와 ‘프리 허그’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폭력을 부추길 목적으로 의도적인 폄하, 위협, 선동을 하는 증오언설(憎惡言說)을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라 한다. 차별선동을 일컫는 이 말은 극우 일본인들의 ‘혐한(嫌韓) 시위’를 지칭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21일 헤이트 스피치로 요란한 일본 오사카 거리에서 한국 여성이 한복을 입고 ‘프리 허그(free hug)’ 캠페인을 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떠올라 한‧일 두 나라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겼다.
일장기와 욱일승천기를 든 반한(反韓)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는 거리에 한복을 입고 눈을 가린 한국인 여성이 팻말을 들고 등장, 프리 허그를 시작한다. 팻말에는 일본어로 “나는 한국인입니다. 오늘 이곳에선 반한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함께 안아보실래요?”라는 글이 씌어있다. 한 젊은 여성이 다가와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려 포옹하자 이내 소녀부터 중년 남성에 이르기까지 줄지어 프리 허그에 동참한다.
이 캠페인은 일본 여행작가 쿠와바라 코이치(桑原功一)가 기획하고 두 나라 청년들이 참여했다. 2분 30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증오로부터 평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쿠와바라는 2011년 서울과 부산에서 직접 프리 허그에 참여해 한국 시민들과 정을 나눴는데, 이번이 9번째 이벤트였다. 한복을 입고 출연한 재일 한국인 유학생 윤수연은 지난해 교토에서도 프리 허그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프리 허그는 길거리에서 스스로 ‘free hug’라는 피켓을 들고 기다리다가 자신에게 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 사람을 안아주는 행위이다. 이 캠페인은 포옹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프리 허그 닷컴 설립자 제이슨 헌터에 의해 2001년 최초로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에는 2006년 호주인 후안 만의 동영상으로 확산이 됐다.
쿠와바라 코이치가 만든 프리 허그 동영상은 모두 18개로 유튜브에서만 500만 명 이상 지켜봤다. “이런 이벤트를 하니까 혐한이 된다”고 이죽거린 반응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감동했다” “지켜보며 울었다”는 등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쿠와바라는 지난 2011년 처음 피켓을 들고 서울 거리에 섰을 때 ‘〇바리’ 등의 욕지거리를 듣고 무섭기도 했지만, 한 남학생이 다가와 포옹하는 순간 가슴속 응어리가 풀렸고 ‘사람을 믿자’고 마음을 다져먹었다고 한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신문의 이시바시 가쿠(石橋學) 편집위원 등이 펴낸 책 『혐한시위를 멈춘 거리』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지난해 11월 혐한 시위대가 가와사키(川崎)시 코리아타운 진입을 시도했는데 이를 저지하고자 재일동포들이 들고 일어나 8개월가량 투쟁을 이어간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길고도 외로운 투쟁은 국회 증언, 서명운동 등을 통해 혐한시위 규제법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쿄의 위성도시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는 인구 140만 명의 제법 큰 도시로 일본 최초로 혐한 시위대 발길을 돌려세운 곳이다.
2015년 11월 재일코리언의 집단거주지역에서 헤이트 스피치 집단데모가 일어난 것을 보고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 등을 중심으로 반(反)헤이트 스피치 운동이 벌어졌다. ‘헤이트 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가와사키시민 네트워크에 찬성하는 단체는 162개로 반헤이트 스피치 집회 때는 1,000명 이상 참가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가와사키시는 인종차별금지 법률제정에 박차를 가하는 등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이웃나라이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 곧 혐한시위는 양국의 우호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나라 청년들이 손을 잡고 프리 허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갈등과 증오 대신 화해와 평화를 희구하는 몸짓으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프리 허그의 참다운 정신, 따뜻한 마음이 한‧일 두 나라의 많은 시민들에게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계간 조선통신사] 2016년 겨울호
첫댓글 아름다운 프리허그, 용기있는 젊은이 들에게 희망을 보면서 큰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고문님 감사드립니다
대단한 용기입니다.
적진에서
적들사이에서 벌인 평화 메시지라니~!!!
어떤 프리허그보다도 감동입니다
작년 겨울 크리스마스때 남포동에서 프리허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시민들과의 프리허그도 기억에 남을 만큼 감동적인데 한일 양국간의 평화를 도출해내는 젊은이들은 역시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