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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개인전 '단절된 시간 속에서' 2005년 8월 22일~8월 31일 갤러리 카페 브레송 | |
시간이란 “나‘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조건이다. 시간이란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분위기이다. 시간은 존재와 존재하기 위한 조건 사이의 연결이 끊어져 버리면 소멸한다. 개체가 죽어 버리면 개인적인 시간도 따라서 죽게 된다. - 타르코프스키의 봉인된 시간 중에서 - | |
사진은 과거의 흔적을 담아내는 장치이다. 돌아오지 않을 과거에 대한 회상이며 자신의 기억에 대한 증언이다. 박혜정의 사진들은 무엇을 암시하거나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미세한 질서와 균형을 시간의 숨결 속에서 그 흔적들을 담아내고 있다. 견고한 벽이 시간의 퇴적에 따라 생긴 질감, 갈라지고 벌어진 틈새와 균열, 단순하고 소소한 식물의 형태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직관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 태도는 사물과 소통했던 감정의 흔적을 형식주의적인 면밀한 프레임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고,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형상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촉발시키는 작업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물의 형상에만 집착하는 즉물(卽物)적이고 물신(物神)적인 형식이 아닌 사물이 지니고 있는 집중적인 디테일을 자신만의 조형적 장치를 이용해 표현하고 있다. 일상에서 채집된 사물들의 단편적인 형태들은 그녀만의 사진 회로 속에서 감정적 합일(合一)을 자연스럽게 이루면서 우리 정서에 호의적으로 접근해 온다. 때로는 질박하게 때로는 소박하게 예상치 못한 사물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 |
이러한 사물과의 감정적 합일은 대상과의 찰나적인 견고한 결합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파편화된 형상들을 자신의 존재 속에 오래 동안 집적시켰을 때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박혜정의 사진 속에는 일상의 모든 사물들이 지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겪게 되는 퇴행적 단계 즉, 소멸의 단계가 필연적으로 담겨져 있다. 비록 눈 앞에 현존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또는 사라지려는 어떤 것의 아름다움 순간들-생성과 소멸, 부유와 침전의 순환되는 반복을 지루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찾아내어 빛의 흔적을 빌려 표현하고 있다. | |
따라서 벽으로 표상되는 박혜정의 사진에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소멸의 과정을 격어야만 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사유의 흔적이 담겨져 있다. 연속적이지만 결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시간의 층위에서 생명과 존재에 대해 관조적인 조형언어로 그리고 있다. 타르코프스키의 견해처럼 시간은 존재와 존재하기 위한 조건 사이의 연결고리이듯이,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대상들은 연결고리가 단절된 시간 속에 기억이란 이름으로 박제되어 있다. 모든 사진에는 과거의 소멸된 대상 위에 새롭게 구축된 현재의 형상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가의 작업은 시간의 연결고리가 단절된 채 소멸된 사물의 화석층을 시추하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혜정의 사진은 단절된 시간 속으로 소멸된 사물의 기억을 들춰내는, 눈에 보이는 사물의 풍경 이면의 보이지 않는 풍경까지 아우르는 듯한 자세가 엿보이는 한편의 주관적 감정의 서사시이다. 김남진(전시 기획자/사진가) | |
작가 노트 벽을 마주 하면 기나긴 세월의 나의 다양한 모습이 보이고, 자기 한계를 벗어 나려는 자아가 보이며, 무질서와 질서가 공존하는 추상적 이미지에서는 낯선 세월의 표정이 느껴 집니다. 상암동,화정,고양시의 골목들....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던 잔상들..... 여러 이미지 중에서 추상적인것,시간의단절을 의미하는 몇 작품을 선별 했습니다. "벽을 찍다 보면 벽에 부딪힌다"는 속설을 실감하며,좀 더 시야를 넓혀, 생의 궁극적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구도하는 자세로 이어 나가려 합니다. 박혜정 1950 출생 1972 이화여대 생활미술과 졸업 개인전 2005,8 " 단절된 시간 속에서" 갤러리 카페 브레송 단체전 2000,2001,2003 사진 예술회 회원전 2001,12 6인전"진관외동" 사진마당 2003,2 6인전"between looks and image" 갤러리 룩스 | |
갤러리 카페 브레송 : 02)2269-2613 |
첫댓글 저도 예전에 벽을 찍어 보았지만 말그대로 벽에 부딧치기 쉬운데 잘 찍은 사진이네요!! 오래동안 시선을 잡아 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