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지평선＞

[호월]

<저무는 지평선>

외다리 물새는 외로움을 먹고 살고

막차는 놓치게 마련, 종착역은 없는데

틈은 사람들 사이에서 숨 쉬며 살며

사이로 모나리자의 미소 같은 비웃음이 새어 나오고

산이 등을 돌리고 웅크리고 앉은 동쪽에는

우듬지 너머 오솔길 가르마가 보이고

산아래 고샅길 초가에는

아버지가 사 올 국화빵을 기다리다 잠든

어린아이의 숨소리가 김처럼 새어 나오는데

멀리에서 돌고 있는 도시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는

야간 불빛 속에 방아깐 발동기 소리를 내고 있고

수평선과 지평선은 언제나 나를 둘러싸고 있어

나는 그 감옥에 갇힌 한 마리 동물

종신 징역, 이동 감옥에 살고 있는 처지

이제는 해라는 간수가 자러 갔으니

낮의 분주를 넘어 평화로운 얼굴을 보일 때

감옥에도 어쩔 수 없는 허무한 안식이 깃드는 순간.

*: 첫 연에서 연결되지 않은 듯한 시상의 집합으로 낯설(?)게 하다가 차츰 구체화해 가는 실험.

[호월]

공감이 가지 않은 실험인 듯싶습니다. 이런 feedback이 귀중합니다.
수평선과 지평선에 갇힌 한 마리 동물은 계속 실험만 하니....

[水遊/오명현]

지평선도 수평선도 울타리처럼 세워져 있지 않으니, 우리는 자유인이다?
우리를 가두는 공간이 인식되어야만 감옥에 갇혔다고 느끼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호월]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이동 감옥살이지요.
감옥의 담과 같이, 나는 지평선을 넘을 수가 없으니 담보다 더 뚫기 어렵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