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인 정부의 통일정책
최근 대북 삐라살포 문제로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삐라살포를 하는데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는 우스꽝스러운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다행이도 이 해프닝은 정리되어 보수단체 회원들은 당분간 삐라살포를 자제하겠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개성공단 사업의 위기니 개성관광 중단과 같은 남북관계 위기가 초래되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희태 옹이 찾아가서 충심을 인정하니 그제서야 삐라살포를 자제하겠다고 나선 보수단체 회원들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들의 그동안 주장은 위선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박희태 옹이 나선다고 그만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듯이 박희태 옹이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그들이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청와대 인사들의 위선이 사실은 더 문제다.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지만 국내에서 이들이 못할 말은 없다. 국내에서 김정일 화형식을 진행하든 규탄대회를 하든 이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들이 좌빨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존치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이 또한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반인권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공권력의 만행에 침묵하고 오히려 박수치던 사람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삐라살포를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하려 한다면 국민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형평의 추는 움직이지 않는다.
일부 진보단체에서 이들의 삐라살포 행위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려 시도한 것은 분명히 주제넘은 행동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은 말리는 척하며 실제로는 시누이 노릇을 하고 있는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현 정권과 한나라당은 삐라살포에 나서고 있는 바로 이들 보수단체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정권에 오를 수 있었다. 대북관에 있어서 보수단체와 현 정권의 인식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사실, 정부로서는 두 가지 길 중에 하나를 택해야 했다. 위선적인 가면을 벗어 버리고 자신들의 지론에 따라 강경하게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치던지 아니면 자신들의 대북 압박정책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전 정권에서 다져 놓은 화해와 포용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든지 둘 중의 하나로 나아가야 했다. 그것이 엉거주춤하지 않고 정직한 길이었다.
그리고 강경론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민간단체에 삐라를 뿌리도록 할 게 아니라 통일부와 국정원을 동원해 정부가 직접 삐라를 뿌리는 게 마땅하다. 시시껄렁하게 진정성이나 운운하며 뒤로 호박씨 까는 대화책에는 세계 제일의 바보정권이라도 화답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는 유일한 길은 대화와 포용으로 북한이 스스로 문을 열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집권 전의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이점을 인정하지 않고 대화와 포용을 위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통일정책을 사사건건 비난하며 상호주의를 주장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을 퍼주기 논리로 공격했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신뢰의 문제가 우선이다. 믿지 않으면 거래할 수 없음은 상식이다. 상호주의라는 거래적 관점이 남북문제에 적용될 수 있으려면 먼저 남북 간의 신뢰, 거래하는 당사자인 남북의 정부당국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천명하고 나서는데 이에 화답한다면 북한의 정권주체는 바보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북한 당국과는 대화하는 시늉만 내고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체제에 저항하도록 나서게 하려는 심산인 듯하다. 나는 이런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이 이를 모를 리 없고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한과의 교류를 차단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당국과도 접촉할 수 없지만 북한주민에게 자유민주주의 강점을 알리는 기회도 상실하게 된다.
정부와 보수단체의 이러한 딜렘마는 사실은 과거의 업보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한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의 비판은 사실은 통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주의자들을 빨갱이로 몰아 반대급부로 보수주의자들을 규합하려는 목적으로 제기된 정치선동이었을 뿐이다. 이는 또 하나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이들이 통일정책 비판으로 얻고자 한 것은 정치권력이었고 권력의 떡고물이었다. 납북자가족모임의 회원들이 진정으로 가족의 귀환을 바라고 가족의 귀환이 어떻게 하면 가능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봤다면 이런 방법이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챘을 것이다. 물론 포용정책을 편다 해서 북한정권이 납북자들을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포용정책이 북한을 더 자유스러운 상태로 더 빨리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납북자 가족은 알아야 한다. 박희태 씨가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연대의 탈북자 회원들의 충정을 인정한다고 해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는 한 북에 두고 온 가족이 돌아올 길은 없다. 당신들이 원한 것이 고작 정권이 내려주는 ‘훈장’이라면 당신들은 정직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도 북한당국과는 대화할 용의가 없으면 가뜩이나 불황으로 경제사정이 팍팍한 국민들의 성금으로 민간단체에서 대북 삐라를 제작 살포하게 할 것이 아니라, 통일부와 국정원 예산으로 정정당당하게 삐라를 살포하는 것이 정직한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곧바로 남북관계의 경색과 한반도 전쟁 위험의 증가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의 증가로 이어지고 경제마저 파탄 낼 것이다. 개성공단에 거액을 투자한 기업들은 도산하고 납북자 가족과 자유북한연대 회원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 못해 제사도 지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망할 놈의 정책으로 국정을 농단한 세력은 다음 선거에서 완전히 망해 권력의 떡고물마저 나눠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슬픈 것은 위정자들은 망해도 잘살지만 비판의 돌팔매는 불쌍한 어용세력과 앞잡이들이 다 맞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