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남파랑길(여덟 번째 - 1)
(광양시∼삼천포, 2023년 10월 28일∼29일)
瓦也 정유순
첫 방문지는 섬진강 망덕포구에 있는 배알도이다. 배알도(拜謁島)는 대동여지도 등에 사도(蛇島)로 표기되어 있어서 뱀섬으로 불려오다가 망덕리 망덕산(望德山) 산정에 있다는 천자(天子)를 배알하는 형국에서 배알도라는 이름을 얻은 신비의 공간이다. 별 헤는 다리, 해맞이 다리 등 2개의 해상보도교로 수변공원과 망덕포구를 잇는 낭만플랫폼이며 다채로운 길거리공연이 펼쳐지는 예술의 섬이다. 배알도 정상 해운정 현판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휘호와 관련된 흥미로운 스토리가 전해지는데 올라가지는 못했다.
<배알도와 별헤는 다리>
<배알도 - 안내판 촬영>
섬진강(蟾津江)은 전라북도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를 이루는 팔공산(八公山, 1,151m) 북쪽 기슭인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상추막이골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임실군, 순창군, 남원시, 전남 곡성군을 거쳐 지리산 동쪽의 구례군과 경남 하동군을 휘돌아 전남 광양시의 망덕포구로 약530리(212.3㎞)를 흘러 남해로 들어간다. 섬진강은 다른 큰 강과 달리 계곡사이를 흐르는 부분이 많아 경사가 급하고 전답(田畓) 등 평야지대가 비교적 적다.
<데미샘 - 2016. 1. 30>
데미샘의 ‘데미’는 샘 주변이 돌더미로 되어있어, 이곳 방언에 ‘더미’를 ‘데미’로 부르다가 ‘데미샘’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강의 이름은 모래가람, 다사강, 사천, 기문화, 두치강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어오다가 고려 우왕(禑王) 때 왜구가 이강을 통해 지금 광양의 섬거라는 곳으로 쳐들어오자 ‘수만 마리의 금두꺼비가 울어대어 왜구를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어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달빛을 섬광(蟾光)이라고 하듯이 ‘달의 강’이란 뜻이 담겨 있다.
<섬진강 하구>
배알도가 위치한 지점은 섬진강이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 물의 흐름을 완화 시키고 바닷물과 강물이 조우하는 기수역으로 망덕포구라고 한다. 망덕포구(望德浦口)는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의 망덕산(望德山)에서 유래 되었는데, 왜적의 침입을 망(望)보았다는 데서 생겼다는 설과, 전북의 덕유산(德裕山)을 바라본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망덕산>
또한 망덕포구는 백두산에서부터 시작하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이 지리산(智異山)으로 내려오다가 덕유산에서 뻗어 나와 호남을 아우르며 이어지는 호남정맥(湖南正脈) 남쪽 바다와 만나는 망덕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한겨레의 기상을 품고 뻗어나듯이 백두산 너머 북간도에서 나고 자란 윤동주와 남녘 바닷가에서 꿈을 키운 정병욱의 운명적 만남을 연결한 듯하다. 그래서 이곳 망덕리는 시인 윤동주의 친필 원고가 보존되어 있다가 세상에 빛을 보게 한 <정병욱가옥>이 있는 곳이다.
<백두대간과 호남정맥>
윤동주(尹東柱, 1917∼1945)는 1941년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하숙집 후배였던 정병욱에게 이 원고를 맡겼다. 또한 정병욱(鄭炳昱, 1922∼1982)도 학병으로 끌려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소중하게 보관해줄 것을 당부하여 보존해오다가 8∙15광복 후 1948년에 시집으로 발간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정병욱은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한국의 국문학 발전에 공헌한 인물이다.
<윤동주 원고를 보관한 마루 밑 쌀독>
1925년에 지은 정병욱 가옥은 점포형 주택으로 지어졌고, 정병욱의 일가가 터를 잡은 것은 1930년대 초 부친 남파 정남섭(南波 鄭南燮) 때 일이다. 부친은 일찍이 고향 남해군에서 20세의 나이로 3·1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여 일제 경찰에 쫒기는 처지가 되자, 주위의 강권에 의해 사범교육 과정을 밟는 조건으로 당시의 혹독한 옥고를 면하였다고 한다. 그 후 1922년 경남교원양성소(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거제와 하동에서 교편을 잡았다.
<정병욱 가옥>
그러나 일제치하에서 마음 편한 교직이 아니었으므로 몇 해 후 사직하고 광양의 이 가옥에서 양조사업 등을 하게 된다. 지역의 명망을 얻은 선각자로서 광복 후 미군정 시기에 이곳에서 진월면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일제징병으로 끌려간 큰아들의 소원에 따라 정병욱의 모친(밀양박씨)과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윤동주의 시고(詩稿)를 이곳에 보존하여 후대에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넘겨줄 수 있게 한 숨은 공로자다. 문화재청은 이 건물을 ‘대한민국 근대 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341호)’으로 지정하였다.
<정병욱의 부모님>
정병욱가옥 뒤에 있던 구 채석장에는 무슨 공원을 조성한 것 같다. 채석장 절벽에는 윤동주의 서시가 하얀 글씨로 장식하고 있다. 서시(序詩)는 1948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1년 씀)>라는 시집을 발간하기 위해 시집 맨 앞에 올린 일종의 ‘들어가는 글’을 쓴 것으로 시집의 전체적인 내용과 윤동주의 생애를 암시하고 상징한다. 고뇌와 서정성으로 혼란한 시대에 방황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위안과 아름다운 감동을 주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정병욱 가옥 뒤의 공원>
그리고 망덕포구는 전북 진안군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 물이 그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광양만을 거쳐 남해바다로 들어간다. 섬진강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큰 강 중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기수역(汽水域)이 잘 발달된 지역이다. 기수역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으로 바다와 내륙이 소통하는 유일한 수역이며, 생태계의 숙려(熟廬)공간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하여 가장 보호 받아야할 자연환경이다.
<망덕포구(기수역)>
연어와 숭어 등 민물에 산란하는 어종과 뱀장어와 참게 등 바다에 산란하는 어종들이 이곳에서 적응훈련을 한 다음 이동을 하고, 실뱀장어 등 치어들이 바다에서 민물로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다. 그리고 섬진강에서만 잡히는 벚굴과 재첩 등 맛있는 어패류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 또한 기수역으로 전어가 많이 잡혀 망덕포구에서 열리는 가을 전어축제가 유명하다. 따라서 경제적 생태적 가치는 경작지 환경의 250배에 달한다.
<섬진강 재첩국 - 네이버캡쳐>
배알도 남쪽으로는 광양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광양국가산업단지(光陽國家産業團地)는 광양제철소 및 연관단지 조성을 위해 포스코(주)가 1982년부터 전라남도 광양시 일원에 조성한 국가산업단지다. 섬진강 하구 도서인 태인도의 남쪽 간석지를 준설하여 조성하였다. 광양제철소 내 유통 기지 센타 북측 1.5㎞지점의 항만을 이용할 수 있고 남해고속도로간 폭 25m의 산업도로를 진입로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남해에서 본 광양제철소>
광양제철소는 광양시 광양국가산업단지 안에 (주)포스코가 건설한 대규모 제철소다. 1982년 연간 270만t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1기 설비 건설에 착공하여 1987년에 준공하였으며, 이후 1999년 5고로가 준공됨으로써 모두 5기의 고로에 연간 1800만t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 7월 LNG터미널을 준공하였고, 2006년 8월에는 TWB(Tailor Welded Blanks) 공장을, 2008년 4월에는 자동차강판기술센터를 준공했으며, 7월 연간 200만t의 후판공장 건설하여 세계1위의 후판 생산업체로 도약하였다.
<광양제철소 - 포스코제공>
가을바람이 부드럽게 내 뺨을 스칠 때 발길은 섬진대교를 건너 남해대교로 향한다. 섬진대교(蟾津大橋)는 전라남도 광양시 태인동과 경상남도 하동군 금성면을 잇는 섬진강하구의 교량으로 1995년 개통되었으며, 광양시와 영남권을 연결하는 산업물류수송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량의 길이는 700m, 폭은 18.5m의 왕복 4차선이며 일반국도 59호선 도로다. 교량이 노후화로 5개월간의 보수공사를 2011년 11월 마쳤다.
<섬진대교 - 네이버두산백과>
다음 발걸음이 멈춘 곳은 경상남도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 남해대교 앞이다. 하동군(河東郡)은 백두대간이 남으로 뻗어 내려 정점을 이룬 지리산 아래에 자리 잡은 곳으로 섬진강의 동쪽에 위치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행정구역은 1개 읍과 12개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동군의 지형은 동서의 너비가 좁고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지형을 이루며 산지가 많고 경지가 협소하다. 섬진강은 서쪽으로 전라남도와의 경계를 이루며 남해로 흘러든다.
<경남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
https://blog.naver.com/waya555/223257629856
첫댓글 등제감사합니다.
[섬진강] [나제통문] [윤동주시인] [백두대간]....모두가본인의추억물이다.
젊고어린시절직장생활하면서 [나제통문]앞에서의추억은지금도삼삼하다.
...15박장춘...
선배님 고맙스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