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치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 여론조사기관의 절반 이상이 분석 전문가가 한 명뿐인 영세업체로 나타났다. 전문성 부족은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기관 79곳 중 45개(57.0%) 업체가 조사분석 전문 인력을 단 한 명만 보유했다. 분석 인원을 빼고 상근 직원이 3명 이하인 곳도 43개(54.4%)나 됐다.
중앙선관위에 실적조차 제출하지 않은 ‘무늬만’ 여론조사기관도 상당했다. 등록 당시 33곳(41.8%)이 실적을 아예 미기재했고, 39곳(49.4%)은 매출 자료를 내지 않았다. 실적ㆍ매출을 등록한 업체 중에서도 7곳은 실적이 6건 이하였다. 또 3곳은 매출이 5,000만 원도 안 되는 등 자격에 미달하는 기관이 적지 않았다.
영세업체 난립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4년간 분석 전문가 한 명만 보유한 선거 여론조사기관 9곳이 고발 및 수사의뢰 조치를 당했다. 사유도 조사결과를 왜곡해 공표하거나 휴대폰 가상번호를 도용하는 등 심각했다.
여론조사 업계의 낮은 진입장벽은 문제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여론조사 업체로 등록하려면 분석 전문인력 1명 포함, 상근직원을 최소 3명만 두면 된다. 10회 이상의 조사 실적이 있어야 하지만, 설립 1년 미만은 3번이면 충분하다. 연간 매출 실적 역시 최소 5,000만 원으로 적은 편이다.
한 조사업체 관계자는 “비과학적인 조사가 범람하면서 공신력을 갖춘 여론조사 결과도 불신을 받는 사례가 자주 생기고 있다”며 “미국처럼 자동응답방식(ARS) 조사는 법으로 규제하고 언론도 인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여론조사는 정책 결정과 투표에 절대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면서 “선관위가 조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대하고, 등록 요건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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