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정모(52)씨는 평소 일과 결혼했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직장에서 승승장구했고 건강에도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7년 전 어느날 감기 증세가 호흡곤란과 발열로 악화돼 응급실을 찾았다가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정신적 충격을 이겨 냈다.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로 완치 판정을 받은 후 여행과 취미 생활을 즐기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정씨 사례처럼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에게 날벼락처럼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연령, 예후 인자에 따른 맞춤 치료로 완치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흔한 질환이 아니다 보니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답으로 진실을 알아 본다.
정씨 사례처럼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에게 날벼락처럼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연령, 예후 인자에 따른 맞춤 치료로 완치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흔한 질환이 아니다 보니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답으로 진실을 알아 본다.
Q. 부모님은 연세가 많은데 왜 젊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백혈병에 걸리나.
급성골수성백혈병은 30대에는 10만 명당 1명, 70대에는 10만 명당 15명으로 고령층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질환이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 급성백혈병이 걸리는 것으로 많이 나와 이런 오해가 많은 게 현실이다. 백혈병은 염색체의 이상이 발병 원인 중 하나인데 나이가 들면서 염색체의 이상이 많아지므로 고령으로 갈수록 백혈병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 시 대부분의 젊은 환자는 완치를 위한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65세 이상에게는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을 시행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고령의 환자에게 어떤 맞춤 치료로 생존율을 높일 것인지가 치료의 관건이다.
Q. 신체검사 시 백혈구 수치가 높게 나왔는데 백혈병 아닌가.
건강에 관심이 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검진을 받고 있는데 백혈구 수치가 조금 높게 나오거나 약간 낮게 나오면 백혈병을 의심해 외래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혈구는 감기만 걸려도 약간 높게 나올 수도 있고 약재 등의 영향으로 낮게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 없이 검진에서의 약간의 수치 변화는 대부분 일시적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0만 명당 발생빈도, 자료: 미국 식품의약국(FDA)
Q. 혈액형이 달라도 동종조혈모세포 이식 공여자가 될 수 있나. 공여 후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사실인가.
공여자는 우선 형제 간에 맞는 사람이 있는지 조직형 검사를 혈액으로 진행한다. 조직형이 같으면 혈액형이 달라도 공여할 수 있다. 장기이식과는 달리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일부 제공하고 이마저도 몇 달 안에 모두 회복한다. 매년 2000여 건이 넘는 이식이 진행되고 있고 지난 수십년간 공여자가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경우는 없었다. 형제 간에 조직형이 100% 일치하는 경우는 25%이고 부모자식 간에는 조직형이 50%가 맞다.
따라서 동료나 친구, 친척이 조직형이 맞을 확률은 극히 낮으므로 조혈모세포은행에 등록을 하는 편이 좋다. 국내 조혈모세포은행에 10만 명이 넘는 공여자가 등록되어 있고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드물게 조직형이 같아도 본인 건강에 나쁠 것으로 오해해 공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오해로 놓치는 경우를 볼 때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따라서 동료나 친구, 친척이 조직형이 맞을 확률은 극히 낮으므로 조혈모세포은행에 등록을 하는 편이 좋다. 국내 조혈모세포은행에 10만 명이 넘는 공여자가 등록되어 있고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드물게 조직형이 같아도 본인 건강에 나쁠 것으로 오해해 공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오해로 놓치는 경우를 볼 때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Q. 급성백혈병은 치료 과정이 너무 힘들고 치료를 해도 결국은 죽는 병이 아닌가.
치료 과정이 길고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신에 암세포가 존재하는 악성 질환 중 급성백혈병만큼 완치율이 높은 질환도 드물다. 60세 이하, 좋은 예후 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완치율은 70%에 달한다. 65세 이상 환자는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신약 개발로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생존율이 높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Q. 항암치료 중이나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 시행 후에 모든 음식은 익혀 먹어야 하고 기름기 많은 닭고기 돼지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나.
항암치료 초기에 백혈구 저하가 심한 경우에만 날 것을 조심하고 조리가 깨끗이 된 음식은 무엇이든 먹어도 된다고 환자에게 권유하고 있다. 일부에서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으면 재발이 잘 된다고 믿고 있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정보로 살코기는 어떤 종류라도 조리과정이 깨끗하면 항암치료 후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Q. 방사능이 백혈병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데, CT 등 검사 시에도 방사선이 나오니 찍지 않는 게 좋은 건가.
최근 북핵문제로 방사능 노출과 백혈병의 발생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대량 노출이 아닌 검사를 진행하는 정도의 노출로는 백혈병 발생이 증가하거나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꼭 받아야 할 검사를 이 같은 오해로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요약하면 급성골수성백혈병은 노인성질환이며, 젊은 환자는 완치율이 타 악성질환에 비해 매우 높은 만큼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 등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고령 환자인 경우도 저메틸화제제를 비롯한 많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보험으로 치료하고 있거나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니 주치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요약하면 급성골수성백혈병은 노인성질환이며, 젊은 환자는 완치율이 타 악성질환에 비해 매우 높은 만큼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 등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고령 환자인 경우도 저메틸화제제를 비롯한 많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보험으로 치료하고 있거나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니 주치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