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계좌 속 금고'
예금 중 일정액 예치, 이자 더 줘
시중은행은 오히려 금리 내려
은행 0.1% 對 빅테크 0.6% 수준
자유입출금식 예금 전쟁 벌어져
직장인 김모씨는 가입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적금을 최근 깼다.
미 대선 이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120원대까지 떨어지자,
적금에 넣을 돈을 차라리 달러 예금으로 적립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쥐꼬리만 한 적금 이자였다.
김씨는 '돈 굴릴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가입한 적금인데, 중도해지하니 이자율이 고작 연 0.12%라고 했다.
마땅한 투자채ㅔ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여유 자금을 정기예금이나 적금으로 묶어두는 것은 금물이다.
김씨처럼 중도에 해지하면 손해 막심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많이 이용하는 상품이 수시입출금 통장인데, 이 상품도 금리가 매우 낮은 것이 단점이다.
금융 영역으로 진출한 빅테크(대형 IT 기업)들이 이런 갈증을 해소해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여유 자금에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얹어주며 고객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0.1%, 빅테크 0.6%
올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금은 빠르게 불어났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7월말 523조4000억원에서
10월 말 549조7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26조원 늘었다.
하지만 정기.예.적금에 비해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매우 낮다.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에 1000만원을 넣어두면 연 1%대 금리를 받지만,
요구불예금에 1000만원을 넣어두면 붙는 금리는 연 0.1%(1만원) 수준이다.
빅테크들은 이런 아쉬움을 반영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동시에,
당장 쓰지 않는 여윳돈에 대해서는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10일 간편결제 업체인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과 함께 '미니금고'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속에 별도의 '금고'를 만들고 그 안에 넣어둔 금액에 대해 금리를 더 주는 서비스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잔액 중 미니금고에 보관할 금액을 최대 1000만원까지 설정하면
해당 금액에 대해서 하루만 맡겨도 연 0.6%의 이자를 준다.
금액 설정도 수시로 바꿀 수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와 미니금고 모두 원금 보장이 되고, 5000만원까지 예금 보호도 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출시 초기인데도 빠르게 신청자가 늘고 있는 걸로 봐서
여웃돈 보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이와 비슷한 '세이프박스' 서비스를 2017년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 말까지 세이프박스 가입 계좌 수는 작년 말과 비교해 40%나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입출급 통장 잔액 중 당장 이용할 계획이 없는 일부를 세이프박스에 넣어두면,
해당 금액에 대해서는 입출금 통장 기본 금리(0.1%)의 다섯 배인 연 0.5%의 금리를 매달 제공한다.
최대 1000만원까지 카카오뱅크 앱에서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은행 입출금 통장 금리는 내려가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릊;ㅣ만, 네이버페이가 내놓은 '미래에셋대우 네이버 통장'도
일정 금액까지 높은 금리를 쳐준다는 점에서 여웃돈 보관에 호라용할 수 있다.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보관 금액 1000만원까지는 최대 연 3%, 100만원초과 ~1000만원까지는
최대 연 1% 금리를 준다.
다만 예탁금을 국공채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해 굴리는 CMA 통장 특성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
여웃돈 보관 서비스에 대한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저금리 여파로 시중은행들이 입출금 통장 금리까지 내리는 추세라 금리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저축은행 금리(잔액 5000만원 이상)를 0.2%에서 0.,21%로 나눴고,
국민은행도 14일부터 저축예금 금리(잔액 5000만원 이상)를 0.2%에서 0.15%로 내렸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도 올해 세이프박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지만,
가입자 연령이 20~30대로(제한돼 있고, 한도도 100만원~200만원으로 낮아 활용도는 비교적 낮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