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그 영화를 봐
야 한다는 나의 바람이 나를 데려다준 곳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이 영
화를 보았다.. 크크..
우선.. 감독의 전작품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처음 보았을때 느꼈
던 충격에 대해 고백할 필요가 있다.. 아니.. 주인공 소년이 친구에게
공책을 돌려주려고 이 길 저 길을 2시간 동안 헤매고 다니는 것이 영화라
니!!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의 당혹감이란.. 크크..
소년이 참 귀엽고, 영화속 지그재그로 뒤틀린 길 과 풍경이 아름답다는
점을 제외하고는..뭐,, 이런 영화에 대해 평단에서 그렇게 열광적일까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의구심이 감독 영화에 대한 열광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체리향기> 등
의 작품을 접하면서..
마땅히 영화가 예술이려면 키아로스타미적이어야 한다는 그에 대한 환호
로 바뀌었다.
역시,,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의 영화는..아니 그의 영화의 공통분모는..
'길'이고,, 그 길위에서 인생의 새로운 깨닮음을 터득하게 되어..
구불구불하기만 그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하는 힘을 제공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위에서 길을 찾는 인생의 어떤 경지를 보여주는 감독이랄까??
예컨대.. 영화<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는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길을 떠나는 주인공의 2시간짜리 여정이 결국 실패로 끝나지만 ..
관객에게는 이란 사회에 대한 어떠한 시각내지 깨달음을 제공해주며,,
(특히. 한국관객에게는 이란하면 이슬람사회고, 이슬람하면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이란 식의 이해를 가지지만,, 이란에도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서는.. 90년 이란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
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이란의 코케 마을로 <내 친구의..>에 출연한 두
소년을 찾아 떠나는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감독은 두 소년
을 만나는 데는 실패하고,, 정작 발견하게되는 것은 재앙속에서 피어나
는 희망과 웃음이고 ,, 결국 삶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란 깨달음이다.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에서는.. 영화 <그리고 삶은..>을 찍고 있는
감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로.. 주인공 감독은 자신이 찍는 영화
를 찍는데 실패하면서도.. 영화속 영화의 주인공들이 실제사랑이 영화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깨닮음을 얻게되며..
영화 <체리향기>에서는.. 자신의 자살을 도와줄 사람을 애차게 찾아 헤매
이는 주인공이 결국 자살에 실패하지만,, 세상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깨닫
고.. 자살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부연하건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작품의 공통분모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길을 떠나는 주인공이..
여행과정에서 그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는데는 실패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 다시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새로운 진리를 깨닫게 된다
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에서는 감독의 이야기가 어떻게 새로
운 형식으로 등장하고 있을까..
이 영화는 주인공 베흐저드가 이란 북부의 어떤 마을에 특종을 취재하려
고 왔다가.. 결국 그 취재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깨닮음을 얻게 된다는 것 아닐까..
이 영화는 감독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언덕위에 난 꾸불꾸불한 길을 달리는 자동차를 먼거리에서 카메
라로 잡은 장면에서 출발한다..
첫 장면을 본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크크..
역시.. 키아로스타미군!! ^^
정말이지 스위스도 부럽지 않은 멋진 자연...
그리고.. 차가 도착한 마을은 어찌나 멋지던지.. 마치 동화속에나 나올
듯 하고.. 그 모양새는 역설적으로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의 예술건축을
보는 듯했다..
마을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정말 이보다 여유로울 수 없
고 평화로울 수 없었다. 더우기 영화 속 소년주인공의 말은 얼마나 현자
적인가!!
그런데,,
영화속 주인공 베흐저드가 바라보는 이 마을은 ..
내가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 마을과는 전혀 달랐다.. 취재를 끝내고단지 빨리 떠나고 싶은 곳이다..
아니..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주인공이 자동차를 운전할때..
주인공의 시선임을 암시하는 앞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장면은 한장면도
나오지 않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우기.. 주인공은 그 멋진 풍경과 그가 만나는 멋진 사람들의 찬사,감탄
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이 마을과 관객인 내가
바라보는 이 마을이 과연 같은 마을이기나 할까??)
주인공은 특종기사의 취재에 사로잡혀 있고.,, 핸드폰 받으러 수신 가능
한 언덕으로 차를 타고 달려가는데도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결국.. 주인공에게 우리가 바라보는 멋진 언덕이란 휴대폰 통화가 가능
한 곳일 뿐이고.. 우리가 보기에 여유롭고 평화롭게 사는 "느리게 살아가
는 사람들?"은 그에게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일 뿐이다..
이러한 시선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즉 주인공 베흐저드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클라이 막스에 이르러..
주인공과 시골의사의 결정적 만남을 통해,,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고..
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사나이가 자기 자동차의 앞유리창을 닦는 행동으로 상징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볼때,,
"빨리빨리"로 상징되는 한국사회의 특징적 사회환경속에서..
우리 자신이 어느정도는 영화속 주인공 베흐저드가 아닐까??
즉..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시각으로 세상에 대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
어쩌면.. 흙먼지 가득낀 유리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따라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둔감한 사람들..
아무튼..
다소 관념론적인 주장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바로보는 우리의 시선의 변화가..
세상 그 자체도 재구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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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를 보고,,, "문제는 세상 자체인가 아니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인가?" ^ ^
강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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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27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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