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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던트 속 세상 *
==========줄거리란
천성적으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수진은 17년동안 짝사랑해 온 태훈에게 고백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에 절망한 수진에게 펜던트가 그와 엉킨 인연의 실을 풀 [기회]를 주기 위해
그녀의 영혼을 먼 차원의 과거(전생)였던 때로 불러들이는데........
ps.
예전에 다른 사이트에서 썼던 소설을 다시 재구성해서 올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이상한 문장이나 단어가 있으면 바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쓰진 못하겠지만 완결이 날때 한꺼번에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랍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해주세요~ㅎㅎ
* * *
햇빛이 반사되여 생긴 넓은 그림자 배경 속에서 나와 내 베프 현진이는 시원한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었다. 청명하여 구름한 점 없는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나는 돌연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자 내 옆에서 같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베프 현진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나는 니가 언제 고백하나 손꼽아 기다렸다는 거 아니겠냐."
"그, 그래?"
"그래, 이년아. 옆에서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났는지 알아?"
정말 기분이 언짢다는 듯이 살벌히 째려보는 베프의 표정에 나는 괜히 겸엄쩍어 볼만 긁었다.
"크음, 아무튼! 아까 분명 태훈이에게 말해 뒀으니까 여기로 꼭 오겠지?"
"그렇겠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 고백은 이루어 질 것 같지 않는데 말이야......."
이년은 날 응원해주러 온거야, 놀리려고 온거야?
"야! 넌 내 친구라는 년이 응원은 못해줄 망정 초장부터 초를 치고 있냐!"
"뭐, 내 생각은 그렇다고."
정말 한대 쥐어 박고 싶구나, 내 베프여. 난 팔을 앞으로 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난 최선을 다해 고백할 꺼야!!"
"그래그래, 꼭 최선을 다하렴."
"응! 반드시!!"
저홀로 고개를 설설 젓는 내 베프를 본체만체하고 나는 눈을 빛냈다.
그래 오늘은 꼭 고백하고 말리다.
17년 짝사랑을 이곳에서 꼭 마무리하고 말 것이다!
"........근데 태훈이가 거절하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그냥 평소대로 밥이나 먹고 잠이나 퍼자야지."
정말로 간단명료한 해답에 나는 고백도 하기 전에 맥이 빠져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얘, 괜히 데려온 듯 싶었다.
그렇게 기운이 빠져 어깨를 축 늘여뜨리고 있는데 누군가 옥상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야! 왔나부다."
방금전까진 귀찮은 눈빛으로 일관하던 저주스런 베프 현진이뇬이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바로 흥미로운 눈빛으로 돌변하며 내 어깨를 두어번 세개두들였다. 그에 나는 잠시 주먹을 불끈 쥐고 드디어 몸을 옮기려는데......!
"!!"
으힉!
나는 반쯤 나갔던 몸을 되돌려 다시 벽 뒤로 섰다. 그에 베프가 왜 그러냐는 듯이 쳐다보며 물었다.
"야, 너 왜그래?"
"저, 저, 저기....."
"저기?"
현진이는 내 몸을 발판삼아 벽 뒤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야, 쟤가 여기 왜 있냐?"
"모, 몰라. 난 태훈이만 불렀는데......"
우리 둘은 한 동안 서로를 빤히 쳐다보다가 재빨리 몸을 돌려 벽 뒤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살짝 얼굴만 내밀어 본 그곳에선 굉장히 수상쩍인 일들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더 자세히 듣기 위해 귀쪽 얼굴을 경련이 일도록 쭉 내밀었다.
"저, 태훈아.....나 그동안 너를.........좋아해왔어."
".........!"
"나와 사귀어 줘."
".......뭐?!"
나는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나는 설마 내 귀가 이 젊은 나이에 벌써 멀어버렸나 싶어 확인 차 내 베프를 바라보았더니 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표정으로 똑같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베프의 표정에 내 가슴은 철렁하며 밑으로 쑥 꺼졌다.
나는 다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서 귀여운 표정으로 서있는 자그마한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쟤가 누구더라?
그래, 저 자그마한 여자애는 걔구나, 김보영
우리학교에서 알만한 애들은 다 안다는 얼짱인 그녀.
나도 평소에 김보영을 볼때마다 감탄하곤 했었다. 너무나 예쁜 김보영의 모습에 나는 다른 애들과는 달리 질투의 감정이 아닌 순수한 감탄만 느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나는 부지불식간에 맘속으로 다급히 쳐들어오는 불같은 감정에 몸을 가눌수가 없었다. 이런게, 이런게 질투인가? 저 여자애가 너무 꼴보기 싫었다. 지금 이 순간 없어졌으면 좋겠어! 하지만............
내 맘속으로 태훈의 당황한 듯 하지만 그래도 반기는 듯한 표정이 막을 세도 없이 빠르게 들어왔다.
어째서.....
은근히 기뻐하는 태훈의 모습에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파 꽉 쥐었던 주먹으로 다시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 너를 많이 좋아해서 남친하고도 헤어졌어."
쐐기를 박는 김보영의 말에 태훈이의 표정이 점차 환하게 바뀌어갔다. 나는 씨익 미소짓는 태훈의 표정과 모습을 보며 화르륵 타오르던 감정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는 새 그냥 눈물이 나왔다. 저 행복한 표정을 내가 지어 보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났다.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쾅!!
"야! 김보영!!"
그 순간 옥상문이 쾅하고 열리며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톤이 낮은데도 굉장히 크게 들려와 그가 무척이나 흥분해 있다는 것을 순식간에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태훈을 보던 눈길을 돌려 그를 쳐다봤다.
태훈과는 달리 남성적인 기운이 물씬 풍기는 듯한 모습으로 거침없이 크게 크게 걸어와 눈깜짝할 새에 그 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태훈의 옷길을 거칠게 잡아 위로 끌어올렸다.
엄청난 악력!
그 힘에 놀라새도 없이 태훈의 찡그린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저, 저런 무식한 놈이!
화들짝 놀란 나는 또 다른 생각을 미쳐 하기 전에 재빠르게 두다다다 태훈과 남자사이로 뛰어가 그의 단단한 팔뚝을 물었다.
와압!
"아앗!"
그 남자애는 어느새 와서 자신의 팔뚝을 물은 나를 보며 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표정을 보니 아픈 표정이 아니었으니까.
다행히 멱살을 바로 풀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그 남자애는 내 행동이 상당히 어이가 없는지 나를 기껍게 쳐다보며 물었다.
"너 뭐야?"
"뭘봐? 팔뚝 문 사람 처음봐?"
턱을 끝까지 치켜 세우며 당당히 대답하자 그는 할말을 잃었는지 입을 헤 벌리기만 했다. 그렇게 나와 덩치남의 대치를 보고 있던 태훈이가 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이.....수진?"
약간 더듬거리며 말을 거는 태훈을 향해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획 돌아서 조금 서운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태훈이 너 여기서 뭐해? 내가 먼저 약속 정한거 잊었어?"
"어? 그, 그게......."
따지는 듯한 내 물음에 태훈은 할말을 잃어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그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의 당황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게 아니라서 나는 서운한 감정조차 잊고 그저 놀라기만 했다. 이젠 나 같은건 안중에도 없을 줄 알았는데......
물론 지금 그의 상태는 친구로써 약속을 생각하지 못해 당황한거라지만 그래도 나는 잠시나마 착각의 늪에 빠져있고 싶었다.
그가 나 때문에 당황한 거라고.....
스스로의 망상때문인지 아까의 내 초라했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알면 내가 많이 불쌍할 것 같다, 흑-
그래 뭐 어떠라.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포기하지 못할 거면서......
난 아까의 다짐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도 난 그에게 최선을 다해 내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줄 것이다. 그의 마음안에서 나의 존재가 더욱 선명해 질 수 있게.
단단히 마음을 다듬은 나는 태훈이를 보며 베시시 웃었다. 물론 태훈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내 귀로 두명의 남녀의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야, 김보영 너 정말 나랑 헤어진다고 한 거였어? 그냥 평상시처럼 장난친게 아니라?"
"어, 나 처음부터 너 안 좋아했어."
"뭐?! 그럼 처음 내가 고백했을 때부터 안 좋아한거였어? 그럼 왜 나랑 사귄건데!!"
"그거야 네가 그나마 낫었으니까."
"뭐가 낫었는데!!"
"그게 여기서 그렇게 중요해?! 너랑 나랑 이젠 끝났어! 게임오버!!"
"뭐? 너 진짜!!"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는 사이 옆에 서있던 태훈이 갑자기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
태훈은 그 남자애의 팔을 잡고선 힘을 주어 내팽겨 쳤다. 그러자 틈이 생기더니 그 사이로 태훈이 들어가 김보영을 감싸주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이제 그만 하시지."
"........뭐?!"
잠시 잠깐 충격을 받은 듯 모든 기능이 멈춘듯 했던 남자애는 태훈의 말에 스위치가 온이 되었는지 아까보다 더 화가난 것 같았다. 그 사이에 과하게 충전된 모양인 듯. 너무나 화가나면 오히려 할말이 없어진다 했던가. 남자애가 딱 그 모양이었다. 그 아이는 얼굴을 새빨게 물들이며 큼직만한 주먹으로 태훈의 얼굴을 가격했다.
퍼어억!!
헉!!
"꺄아악!!"
김보영의 비명소리를 듣기 전에 난 까무럴칠 정도록 놀라버렸다. 그런데 내가 채 정신을 차리고 말리기도 전에 한 대 맞은 태훈은 자신도 맞은게 억울한 듯 그 남자애를 향해 반격했다.
퍼어억!
그에 나는 속으로 나이스! 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김보영이 그 둘 사이를 끼어들려고 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곧 거친 몸싸움이 되버려 끼어들수가 없어 그녀도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다.
이거 점점 심각해 지는데?
나는 덩치남과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태훈이의 모습에 손을 쥐었다폈다 했다.
어떡해, 어떡해!
그때 언제 옆으로 왔는지 현진이가 내 어깨를 툭툭치며 자신은 이 일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야, 쟤네 말려야 하는거 아냐?"
"응? 그, 그래야지. 근데 어떡해~"
나는 안절부절 못하는 김보영의 모습과 몸싸움을 하는 두 남자를 보며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어떻게 하면 이 싸움이 멈출까.
선생님을 불러올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막을 만한 상황도 못 되었다. 그럼 어떻게........!
나는 아직 옥상에 채 둘러쳐지지 못한 철조망의 조그만 사이를 보며 입을 앙 다물었다.
"현진아!"
"응?"
내가 고개를 휙하니 돌리며 어느 방향을 가리키자 눈치빠른 현진이 다행스럽게도 내 의도를 바로 알아차려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떨떠름하게 말할 뿐이었다.
"야, 괜찮겠어?"
"아, 몰라! 지금은 이 방법밖엔 생각나지 않아!"
"난 모르는 일이다?"
"아, 알았어! 넌 전혀 상관없어!"
나중에 선생님께 들켰을 때는 염려하 듯 현진이는 행동하기도 전에 먼저 발을 뺐다. 정말 치밀한 아이다, 유현진.
나와 현진은 한번 서로 눈을 마주친 다음 바로 앞으로 달려갔다. 우리둘의 눈 앞에 표적은 가식적일 것 같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김보영의 몸 전체였다.
"난 머리!"
"난 다리!"
우리둘은 서로 해당하는 부위를 말하며 바로 행동에 옮겼다.
휘리릭!
꽈악!
"뭐, 뭐야!"
나는 현진이가 다리는 감는 걸 보자마자 김보영의 머리통을 휘어 감고선 바로 목적지로 향해 달려갔다. 그에따른 부작용으로 김보영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우리둘의 귀를 아프게 했다.
"꺄아아아악! 뭐하는 짓이야!!"
".......!!"
한창 싸우기 바쁘던 남자 두 분께서는 김보영의 비명을 듣자마자 바로 싸움을 멈추고 돌아보았지만, 이미 나는 옥상난간에 올라가 김보영을 허공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황당하는 두명의 남자를 보며 크게 외쳤다.
"너희 둘! 계속 그런식으로 싸움만 하면 김보영을 확! 밀어버릴꺼야!!"
"너! 무슨 짓을....."
"꺄아아아아악!!"
계속 비명을 지르며 죽자사자 나에게 매달리는 김보영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그 둘을 향해 계속 말했다.
"지금 이자리에서 당장 결정해! 김보영하고 어떻게 결판지을건지 말이야!"
"너! 당장 이리 못 내려와?!"
놀라 비명을 지르는 듯한 거친남자애의 목소리에 나는 힘있게 답했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내려주지 않을꺼야!"
"너,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 지랄이야!"
"사, 상관있어!!!!"
나는 소리를 빽 지르며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왜냐면, 왜냐면. 나는!!"
그 순간 내 눈이 태훈이의 형태를 찾았다. 바로 찾아 보이는 곳에 있는 그는 내 쪽을 바라보며 놀라 입만 벌린 채 굳어있었다. 아니, 정확히 내가 아니라. 김보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눈에 담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 담긴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한번 두 눈을 꾹 감았다 뜬 나는 간절한 마음을 목소리에 담았다.
"나는 태훈이를 좋아하니까!!"
결코 이런식으로 고백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그만큼 절박했다.
아까마냥 그러다가 한사람이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는 두 사람을 보며,
태훈이의 포기할 수 없다는 모습을 보며,
혹시라도 나의 자리가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계속 가지고 있을바엔
이런식이라도 좋으니 그가 내 마음을 알았으면,
이렇게라도 고백하는 내 모습을 조금 알아봤으면 하는 절박한 내 마음을 지금 이 순간 전하지 않으면,
더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정말 포기하고 싶어질 것 같아서,
나는 세상모든 사람들이 듣는 것처럼 온 힘을 다해 그에게 고백했다.
비록 거지같은 상황이지만,
그 순간.
나는 너무나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가벼운건가, 내 몸이 가벼운건가.
아무래도 좋아.
아아, 그래
그러니까 고백을 하는구나.
이렇게 시원한 느낌이었구나. 이렇게..............
태훈이의 모습과 나머지 애들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현진이의 경악한 얼굴이 보인다. 왜 그래, 현진아?
막상 고백한 후엔 정신이 멍해져서 몸도 채 가눌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런데 왜 애들이 점점 멀어지는 거지? 왜 다들 놀라는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도대체 왜............?
그 뒤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뭔가 알 수 없는 빛이 나는 것 같았는데..................
* * *
뿌연 안개속을 헤매는 내 작은 손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귀여운 얼굴을 가진 태훈이의 얼굴도 같이 보였다. 나는 그가 가지고 있는 펜던트를 보며 그의 팔에 매달려 조르고 있었다. 그는 처음엔 안된다며, 엄마가 준거라 줄 수없다며 거절했지만 완강한 내 부탁에 결국은 펜던트를 주고 말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쿡하고 웃었다.
착한 태훈이
넌 이렇게 다정했었지.
점점 희미해져가는 영상에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어렸을 적 꿈을 꿔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그때는 태훈이와 많이 가까운 사이였는데 어쩌다 지금은 이렇게 되버린걸까?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또 다른 나의 영혼이여.]
"......?"
맑게 울리는 영롱한 목소리가 언뜻 희미하게 들렸지만 내 머리속으론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뭐지?
나는 다시 눈을 뜨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누구세요?"
너무 작아 들리지 않을 것 같아 다시 말하려 하는데, 다행히도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답변이 들려왔다.
[저에게는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부디 제 말을 들어주세요.]
"무슨 말이요?"
그런데 참 이상했다.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고 있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하지만 난 내 생각을 마저 이을 수 없었다.
벌떡!
"여, 여긴 어디야!"
처음 눈을 떴을 땐 시야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그려러니 했는데, 완전히 눈을 떠서 본 이곳은 처음에 봤던 그 광경 그대로 이지 않은가! 사방이 온통 하얀 이 곳은 내 몸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 몸을 연신 확인하고도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최대한 몸을 움추리며 눈알을 뱅뱅 돌렸다.
"누, 누구없어요?"
그러자 날 외롭게 하지 않게 함인지 아까 들렸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또 다른 나의 영혼이여, 저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또, 또 다른 나의 영혼이라니요? 헉! 서, 설마 내 다른 분신?!"
설마 내 안에 또다른 내가 하나 더 존재했단 말인가! 이럴수가!
경악스런 깨달음에 패닉상태에 빠져버린 나의 귀로 예의 그 목소리가 진정하라는 듯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진정하세요. 당신은 바로 저이자 제가 아닌 존재입니다. 혼돈하지 마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그게 무슨말이에요?"
[또 다른 나의 영혼이여, 당신이 이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왠지 염려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나의 의문은 커져갔다.
"무슨 말이요?"
[지금 이시간부로 당신의 시간은 멈췄습니다.]
"네?!"
이게 무슨 말이야? 시간이 멈췄다니.....
"내, 내가 죽었단 말이에요?"
[죽되 죽지 않았으며 살되 살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소리에요?"
이해할 수 없는 그말은 날 더 혼란의 세상을 집어넣기 충분했다. 하지마 그 목소리는 내 혼란을 더 가중시켰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또 다른 나의 영혼이여.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무, 무슨 약속이요?"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이 깨어남에 따라 기억에서 희미해져버리고 말겠지만 그래도 그에 대한 간절한 마음 하나만큼은 기억해주세요.]
간절한 마음이라구?
"그, 그게 뭔데요?"
[당신과 그의 인연은 결코 엇갈림이 아닙니다. 어리석은 저로 인해 그와의 인연이 엇갈려 당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그에 대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해주십시오.]
그?
"태훈이요?"
나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그 목소리는 나에게 태훈에 대한 마음을 잊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야 물론, 이 목소리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쉽게 잊지 않을 거지만 나는 본능적인 호기심에 다시 되물었다
"왜요?"
[또 다른 나의 영혼이여. 당신과 나의 간절한 마음이 차원과 공간을 넘어 서로를 연결해 주어 엇갈렸던 인연의 고리를 묶어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내 멍청한 머리는 목소리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마음을 잊지 마세요. 그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와의 인연을 묶을 기회는 영영 사라져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래도 방금 전에 한 목소리의 말은 언뜻 알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채 대답하기 전에 그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져갔다.
[인연의 고리는 머나먼 저편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 엉켜진 인연의 실을 풀기 위해 그대의 영혼을 이곳으로 부릅니다.]
"네?! 그, 그게 무슨...!"
[지금으로부터 30일간의 인연의 여행에서 엉켜있던 인연의 실들이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이 여행은 멈출 것입니다. 또 다른 나의 영혼이여, 부디 그대가 원하는 것을 이루길 바랍니다.]
"자, 잠깐!!"
목소리가 말을 마치자마자 내 목에 걸려있던 펜던트로부터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손으로 눈을 최대한 가렸다. 그리고 나는 커다랗고 눈부신 빛 안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첫댓글 아.. 이거 타사이트에서 재밌게보다가 갑자기 없어져서 슬펐던 ㅠㅠ 여기서 다시 연재하시는군요!!
어이쿠~ 거기 있으셨군요~ㅎㅎㅎ 이번엔 정말 완결을 하려구요~ 맘 굳게 먹고 있답니다~ㅎㅎㅎㅎ 댓글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