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김영완
자발적 실종을 꿈꾸며
가슴에 섬 하나 품고 산다
미련은 씹지 말고 뱉어 버릴 것
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는 날려 버릴 것
종신보험처럼 지겨운 날들을 해약하고
잿빛 도시의 전원을 끈 채
속옷 몇 장 주섬주섬 챙겨
안개가 걷히지 않는 곳
등대 불빛마저 스며들지 않는 곳
백령도 아래 지도에 없던 섬 하나 만들어
평생 외로움이나 낚으며
빈둥빈둥 살아갈
꿈같은 섬 하나 가슴에 품고 산다
ㅡ문학청춘작가회 동인지 6 『성지곡 수원지』(황금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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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낍니다
혈연, 학연, 지연으로 얽히고 설켜 있으면서도 홀로 섬이 되어 산다고 여깁니다
자아실현이 최종목표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이기적인 부귀영화를 추구하니
주변은 모두 각자도생을 지지하지 않는 훼방꾼이 되는 것이지요
이득이 되지 않으면 멀리하려는 것을 인간 본성이라 합니다
사람이 넘쳐나는 관계 속에서 외로운 섬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자기만의 공간을 가꿉니다
파도를 즐기고 갈매기를 기다리며 등대를 닦습니다
자기 혼자만 아는 낚시터를 마련해둡니다^*^
첫댓글 시대에 따라 옮겨 다니는 섬 말하자면 저 서슬퍼런 군부독재정권하 정현종 시인은 독재라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한 절규로 사람과 사람 사이 섬을 만들어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하였는데 먹고 살기 풍족한 이 시대 시인은 차라리 나만 아는 고립된 섬을 택한다. 그게 이 시대의 꿈같은 섬이라면야 좋으련만 지도에도 없던 섬 하나 기어코 만들고 싶을 만큼 이 생이 시인의 말마따나 어두운 밤바다 좌표를 밝힐 등대 불빛마저 보이지 않을 만큼 이 시대가 안개같은 미궁이라는 시그널이다. 그러나 시인이여, 외로워 말자 빈둥빈둥 살아가는 용기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