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시골로 전학가선 신이 났었다.
놀자~
뛰어다니며 놀았다.
빨래하러 가자~
빨래를 하러 가자 소리에 벽에 걸려있던
옷가지들을 챙겨 친구따라 간 곳은
뚝방따라 한참을 걸어야하는 시냇가였다.
정사각형 아냐?
직사각형이거든?
똑같이 가져온 아부지 바지길이를 재보며
느네 아부지가 우리 아부지보다 더 작을껄?
깔깔댔었는데.....저만치....
그 아부지들이 모여 있다.
뭐하는거지?
소풍오셨나?
아부지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한판 거하게 벌어진 음식잔치 자리에
이리오너라 불려진 우리들.....
뭣도 모르고 정말....겁나 맛있게...
먹었었다.
그 자리 한켠에 장작더미와 수상한
흔적들이 뭐였는지 그땐 몰랐었다.
그날 나를 불러낸 친구는
발을 동동거리며
눈물범벅으로 목까지 메여 대성통곡
울엄마까지 나서서 달래기를 한참
"아부지가 누렁이를 잡아 먹었어."
나만 보면 꼬리를 흔들어대던 누렁이
커다란 눈에 속눈썹이 유난히 길었고
반질반질한 털의 감촉이 좋아서
몸 쓸어주며 놀았었는데.....
과자가 생기면 누렁이 준다고
친구집으로 달려 갔었는데....
너무 놀래서 같이 털썩 주저앉아 울었던...
"우리가 먹은게 누렁이였어?"
그날따라 울 아부지 얼굴은
얼마나 번지르르하게 보여졌던지
내 머리를 쓰다듬던 친구 아부지는
또 얼마나 꼴뵈기 싫던지.....
오늘 초복이다.
동네 유명한 영양탕집에
특대로 주세요 주문한 상태.
눈빛이 빛날 내 부모님의 모습에
난 때때로 영양탕을 주문한다.
어김없이 시냇가에서 화형으로 죽었을
내가 정신없이 먹었을 누렁이이와의
개떡같은 추억을 떠올리며......
내가 먹은 처음이자 마지막 그 맛은
여전히 맛있었다는거는 부정 못하겠다.
카페 게시글
풍류가 있는 주막
개울에서
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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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4
22.07.16 07:2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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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과 비교할 경우
모든것이 부족했던 그 시절.
최고급 단백질 보충 음식이었다는 사실.
윤회가 있다면 사람으로 태어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테니
아직도 누렁이 때문에 슬퍼하기 없기 입니다.
그러믄요...누렁이...행복하게 살겁니다.
전.....다음생땐?...것두..그러려니 해얍죠?
근데...사람으로 태어나는건 행복한걸까요?
요즘 시간이 남아도니 생각이란 것도
롤러코스터 위에서 춤을 춥니다~
@몽연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건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빠져 나가는 것 이랍니다
살면서
많은 덕을 쌓아도
모자라다는 얘기 일진대
그래도
만물의 영장이 사람이니
윤회가 없다면
몰라도...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이였으면 합니다
양귀비 처럼
세상에 다시 없는
절대 가인으로~~
풍주방에
시선님들이 놀러 오시니
뿌듯 합니다
석촌님
석우님
몽연님
호태님
노을섬
심송님
많은 분들이요~~♡♡
https://youtu.be/WfbpxF9QmEo
PLAY
아하
여기도
어느 복날의 슬픈 이야기네요
누렁이
두고두고 몽연님 기억속을 어지럽힐 일입니다
맞습니다.
해마다....떠오르는 참...힘이 쎈...
누렁이와의 기억입니다...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면
크게 먹을게 없던 시절이라
멍멍이들의 희생이 많았던거
같아요
저희집 똥개도 없어진적이 있었는데
혹시 울 아브지가 그랬을까요? ㅎ
아마도 지호님 아부지 친구분이 그랬을지도요~ㅎㅎ
오늘이 초복이라니 보신탕 이야기가 나와야지요.
참 오래된 이야기겠지요.
네...오래된...그러나 매년 생각나는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