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욕당한 게 내 혀 탓인가요?
당신이 짓밟힌 게 내 말 때문인가요?
당신은 속이 뒤집히고 펄펄 끓었다지만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다지만
숨 한번 제대로 쉴 수 없었다지만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녜요.
당신의 근육은 스스로 부들부들 떨었고
당신의 눈에는 저절로 핏발이 섰어요.
자다 말고 일어나 벽을 치며 악쓴 것도
당신 몸이 스스로 저지른 짓이지
내 말이 그랬다는 증거 있어요?
설사 내 혀가 그런 말을 했다 해도
나는 혀에게 그런 말을 시킬 생각이 없었어요.
뱉고 싶은 침이 자꾸 고이는 걸 어쩌라고요.
내 말이 설사 당신 몸으로 들어가
갖은 행패를 부렸더라도
뉴런과 신경망과 핏줄을 속속들이 들쑤셨더라도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
내 말이 아직 당신 귀에 남아 있더라도
내 입에서는 아주 오래전에 떠났고
지금은 아무 흔적도 없어요.
당신은 이미 그때 죽었다지만
먹고 싸는 거죽만 남기고 죽어버렸다지만
내 말은 절대로 당신을 죽일 뜻이 없었어요.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현대문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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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녜요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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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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