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교회의 성도들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중에 단연 재판에 고소된 교인들의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외국인에게 혹은 고용인들에게 혹은 같은 한국인에게 고소 고발을 당하게 된다.
한 교인은 30여명의 종업원을 둔 사업체를 인수했는데 전 주인이 교회 장로이며 독실한 신자라는 말에 마음을 놓았으나, 결국 밀린 임금이 있었고 종업원을 학대와 차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새로 인수한 주인이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종업원들에게 배상하고 빈털털이가 되어야만 했다. 자기한 한 일도 아닌 전주인의 일로 재산을 잃게 된 것이다.
다른 교인은 거대 자본의 힘으로 대형로펌을 이용 고소를 당하게 되어서 고스란히 눈뜨고 사업체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다. 변호사를 선임할 엄두도 내지 못한채 영어도 잘 모르는 교인은 날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급기야 알콜중독의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지켜보면 현대판 욥의 고난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팔 걷어부치고 함께 나섰다. 서툰 영어이지만 한국말을 영어로 번역하고, 정부기관을 찾아다니고 이리저리 인맥을 동원하여 변호사를 찾아다니고 열심히 노력하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재판정에 서게된 교인을 따라 법정에 가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재판이 3-4일 후면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게 된다.
그동안 막대한 분량의 번역과 자료정리를 해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나와 몇몇 교우가 직접 모든 것을 해야만 했다. 지방에서는 연합성회가 열렸고 그것도 준비하고 진행하랴 재판도 준비하고 진행하랴 보통 새벽 2-3시를 넘기기 일쑤였고 새벽기도를 다녀와서도 숨가쁜 하루가 지나갔다.
어제 밤 금요일 모든 걸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교인들과 함께 마음속 깊은 눈물을 흘렸다. 평안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평안한 마음으로 모처럼 일찍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정말 단잠이었다. 자는데 애들이 발에다 혹은 몸에다 볼펜으로 시계를 그려준다 뭘 그린다 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냥 죽음보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누군가의 비명소리 비스무레한 소리에 얼떨결에 이게 뭔 소린가 놀라 얼떨결에 일어나보니 집안에 안개가 자욱하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구분이 안된다. 계속 울려대는 싸이렌소리~~
도대체가 상황 파악이 안된다. 그냥 드는 생각이 이게 불나는거구나 싶고 아무 생각없다.
겨우 겨우 상황파악한게 싸이렌소리가 아니라 집안 화재경보기 소리이며 연기의 진원지는 우리집 부엌이다. 경보음을 꺼야 되기에 온 집안 문을 열어 일단 환기를 시키니 오분쯤 후에 요란한 경보음이 꺼진다. 이런황당스러운 일이 있을 수가 ... 아직도 눈이 맵다. 오븐위에서 연기가 무럭무럭 나는 그릇을 밖에 내어놓고 집사람으로 부터 사건 경위를 청취했다.
토요일 아침 좀 편해볼려고 미역국을 끓여놓고 내일 아침에는 느즈막하게 미역국먹고 애들데리고 동네 한바퀴 돌면서 가라지세일(중고물건 팔고사는 일을 대개 집집마다 토요일에 함)다녀올려고 했는데, 그만 깜박잊고 불을 안껐다는 사실이다. 오! 아까운 미역국
시간을 보니 새벽 두시 미역국은 미역숯이 되버렸고 온 집안은 현재 시간 새벽3시임에도 아직도 연기로 눈이 맵다. 그 난리통에도 아이들은 쿨쿨 잠을 자고 있다. 집이야 불나도 보험이 들어있으니 괜찮으나 타버린 미역국과 보장받은 내일 아침의 편안함을 날려버린 아내의 아쉬움과 모처럼 단잠속에서 숙면을 하다가 잠을 설쳐버린 나의 잠에 대한 미련이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연기와 함께 낮게 깔려버렸다.
때론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목사님이 왜 재판장에 나가세요? 목사님은 기도만 하세요"
"목사님이 나가셔야 재판에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발 동행해 주세요 판사도 목사님 말을 신뢰합니다"
"목사님이 간여하실 일이 아니에요 목사님이 하실일은 말씀전하고 기도하는 일이잖아요"
"목사님이 해주셔야지요. 저 사람들을 누가 돌봐야 합니까?"
미역국을 먹게 해주시는 것도, 아침의 평안함도 깊은 수면의 휴식도 재판도 우리 모든 삶도 하나님이 허락해주시고 그분이 주관해 나가시는 것이다.
결국 모처럼 깊은 잠에서 깨어서 매운 연기가 빠져나가라고 창문 다열고 벌벌떨면서 이 글을 쓰고 있지 않는가 이 새벽에 말이다. 연기 빨리 빠져서 자고 싶은데 하나님 바람좀 세게 불게 해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