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볼 시험은 공부를 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침일찍 도서관에 나왔습니다. 한
창 시험기간이면 집이 좀 먼 관계로 아무리 일찍 서둘러도
도서관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그게 아니네요.
많은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버렸나 봅니다. 부럽습니다.
마지막날이긴 해도 아직 시험기간인데 도서관은 텅 비었다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네요.
그도 시험이 끝이 났을까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전 시험보러 가야겠군요. 책이 좀 많아요.
시험 보고난 뒤 다시 와야 겠습니다. 가방은 가져가질 않았습니다.
시험은 잘 봤어요. 오늘은 일찍 집에가 쉴 수 있겠네요.
도서관으로 책을 가지러 왔습니다.
이런! 호호. 왜 눈에 띄었을까요? 낯선 자리에서 낯익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방을 챙겨서 그자리로 갔습니다. 훗 아직 그는 일어나지 않았군요.
그냥 갈까요? 싫은데요. 내가 그를 깨울까요? 못하겠는데요. 나 나쁜 여자죠?
그가 자고 있는 자리 근처로 때마침 어려 보이는 남학생하나가
책을 몇권이나 생각없이 들고 지나갔습니다.
그학생이 나를 지나칠 때쯤 아주 살짝 다리를 걸었습니다.
내 예상처럼 일이 풀리네요. 뭘 보니? 네가 부주의한거야.
그 학생이 떨어진 책을 주우며 나를 조금 원망스러운듯 쳐다봅니다.
책 떨어지는 소리가 컸나 봅니다. 주위에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쪽을 많이 쳐다 봤습니다.
호호 그도 부시시 일어나는 군요.
안돼. 다시 잘려고 합니다. 제가 먼저 아는체 해야 되나요? 아니네요.
그가 다시 머리를 책상바닥에 댈려다 벌떡 일어 났습니다.
그러고는 눈을 비비며 근처에 서있던 나를 봤습니다.
호호 그의 이마에는 나 많이 잤어요. 라고 말하는 붉은 자욱이 선명합니다.
책이나 펴고 자지. 그가 나에게 쑥스러운 듯 아는척을 하네요.
그가 아는체 해주는데 내가 모르는척 할 필요는 없겠죠.
"시험 안 끝났어요?"
"어제 끝났는데요. 수민씨는..."
"저는 금방 끝났어요. 이제 집에 갈려구요."
"예..에.."
"시험이 끝났는데 도서관은 어쩐일로...?"
"진짜 자러 왔는데요."
"??... 커피 한잔 하실래요?"
< 철이 >
시험기간에 수업을 진행하는 사악한 교수가 있습니다.
나야 어제 시험이 끝이 났지만 오늘 시험이 있는 놈들도 있습니다.
아니지 말을 다시 해야 겠네요.
오늘 시험있는 놈들이야 어짜피 학교를 나와야 되지만
나같이 오늘 이 수업 때문에 학교를 나와야 하는 놈들은 참 억울합니다.
수업이 끝나도 집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91동기회가 오후에 있습니다.
잠이 옵니다. 도서관에 가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이때쯤이면 모두들 시험이 끝이 났겠죠.
그녀는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잘 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곳에서 하는지, 아니면 평소때 열심히 해서 기본이 있는지
시험기간에는 예전부터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예상대로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기 좋네요.
꿈에서 누가 날 아는체 했습니다.
그녀와 모르는 사이로 마냥 짝사랑할 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슴떨림이 일어납니다. 누구여? 신성한 도서관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사람은?
잠시 일어나 보았습니다. 누군가 책을 떨어뜨렸습니다.
책을 줍는 학생 옆으로 여학생이 서있네요. 예쁘군요.
조금더 자야겠습니다. 지금 내가 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예쁜 여학생은 잠시전 꿈에 나타난 소녀와 참 많이 닮았었거든요.
벌떡 일어나 자세히 보니 그녀가 맞네요. 하하. 이런 쪽팔린 경우가!
한손을 들고 침묵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녀가 쌩긋 웃습니다.
그녀는 이제 시험이 끝이 났다는군요. 나는 어제 끝이 났는데...
시험도 끝났으면서 도서관은 왜 왔냐구요?
오늘은 분명히 그녀를 보러 도서관에 온것이 아니지요. 진짜 자러 왔습니다.
그녀가 웃으며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합니다. 마침 동전이 있습니다.
그녀를 앞장세우고 휴게실로 갔습니다. 뭘 봐? 웃지말고 지나가.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이것들이 선배를 보고 감히 쪼개고 지나가?
제가 뽑아 오겠습니다. 그녀는 휴게실 한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옆자린 제자리겠죠? 하하. 커피 두잔을 뽑았습니다.
난 참 생각없는 놈이었습니다. 그녀와 난 커피를 들다가 둘이 모두 얼굴을 찌푸렸지요.
이제는 설탕과 크림을 생략해버린 자판기가 미웠습니다.
그녀와 난 잠시 웃었습니다.
커피를 들고 있는데 어떤 남녀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군요.
분명 그들은 밀크커피를 눌렀습니다.
"이것도 괜찮죠?"
"그렇네요."
그녀와 얘기 하면서 잘못 세상에 나온 블랙커피를 다 마셨습니다.
그렇게 쓰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녀와의 달콤함이 녹아 들어갔기 때문이죠.
오랜시간 대화를 하진 못했지만 오늘따라 학교정경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녀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하늘빛은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갑니다.
그녀에게 줄 것이 있지요? 월요일 내 교양수업이 끝나면 그녀가 그곳에서 기다릴겁니다.
"한잔해. 그래."
"이제 시작이야. 91은 늙지 않았다. 90은 몰라도..."
"얌마. 난 삼수생이여."
< 민이 >
그와 휴게실에 썩 미소짓는 오후의 잠시를 즐겼습니다.
그가 뽑아온 커피는 맹물은 아니었지만 자판기의 또다른 장난으로 날 웃음짓게 했습니다.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겠네요. 그와 난 웃었습니다.
자판기 앞에서 얼굴 찌푸리는 남녀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모습이 왠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쓴 블랙커피였지만 그 쓴맛을 없애주는 그의 미소짓는 모습 때문에
나도 미소지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시간 그와 대화를 한것은 아니지만 오후의 한때는 정겨웠습니다.
호호 그가 내가 버스타는 곳까지 길안내를 해주는군요.
버스정류장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버스 뒷창에서 풋풋하게 옅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월요일 듣는 교양강의실에서 볼 수 있을까 물어보았습니다. 훗. 그럴까요?
난 일요일에도 학교를 나올텐데...
< 철이 >
일요일날 학교를 나와 봤습니다.
시험이 끝난터라 캠퍼스가 더없이 한산합니다.
도서관에 나온 자취생의 자전거를 빌려 캠퍼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사대앞의 정경이 그녀의 연상 때문에 정겹기도 하지만
그녀의 모습이 없음에 애처롭기도 합니다.
벤취에는 많이도 푸르른 플라타너스의 울창함으로 좋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사대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아와 홀로 그 벤취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웠습니다.
여유롭습니다. 이제 가야겠네요. 배가 고픕니다. 밥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우아. 이 자전거 브레이크가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
사대앞 내리막길을 겁나는 속도로 내려왔습니다. 식은땀이 났습니다.
이 자전거 주인한테 밥을 얻어 먹어야 겠습니다.
< 민이 >
일요일 오전 동아리방은 캠퍼스의 분위기처럼 차분합니다.
친구와 단둘이서 동아리 방을 한동안 지켰습니다.
그러다 바깥의 따스한 유혹에 못이겨
여운 그늘이 드리워진 벤취에 앉아 둘이 커피를 마셨습니다.
괜찮네요. 자전거 한대가 사대의 비탈길을 올라왔습니다.
현철이네요. 옷차림이나 생긴거나 누가 저모습이 새내기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요?
"밥 먹었니?"
"예. 누나선배님들은 먹었어요?"
친구가 자기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하네요.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자전거 타고 말입니다.
현철이에게서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내리막길은 걸어서 내려왔지만 친구는 정말 자전거를 잘 탔습니다.
여학생 둘이서 자전거에 몸을 싣고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밥을 다먹고 다시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캠퍼스에 들어서자 나도 자전거를 몰아보고 싶네요. 전에 좀 배웠지요.
"잘잡아." 친구가 뒤에서 잡아준채로 자전거를 몰아봤습니다.
좀 불안합니다. 뒤가 허전하네요. 어렵사리 뒤를 돌아 보았지요.
"야. 기집애야. 아아..." 결국 넘어졌습니다.
친구가 손을 놓고 있었거든요. 아픕니다.
친구는 저게 걱정스런 표정일까 의심스러운 모습으로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야 저사람은 자전거를 참 잘 타네."
지금 내가 남의 자전거타는 모습에 신경을 쓸땝니까?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얘. 딴사람 쳐다보지 말고 나한테나 신경을 써줘."
아팠지만 그래도 재밌어 자전거를 다시 탈려고 했습니다.
"금방 내가 자전거 잘탄다고 말했던 사람은 니가 아는 사람인데..."
"누구...?" 자전거를 세운 채 친구가 보고 있던 곳으로 시선을 주었습니다.
누군가 빠른속도로 자전거를 몰고 시야에서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레포트 대신해 준 사람..."
호호 이 웬수야. 진작 말해주지...
그는 일요일날 학교를 나왔었군요. 무슨 일로 나왔을까요?
< 철이 >
하루만큼의 해를 또 그리움으로 보냈습니다.
도서관 찻창으로 도심의 주홍빛들이 어둠이 내림을 반기고 있습니다.
저녁은 집에서 먹어야지요. 가방을 챙겼습니다. 배가 아픕니다.
친구녀석한테 얻어 먹은 밥은 좀 이상한 맛이 났었지만 꾹참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열람실을 나오는데 배가 너무 아픕니다. 안되겠습니다
가방을 근처 빈자리에다 놓고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좀 앉아 있었지요.
희봉아 널 사랑해. 최철규 전자93.
대학생이나 되었으면 이런 짓 관둘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변기통에서 사랑에 빠지면? 한심한 놈들... 마침 저에게도
펜이 있군요. 그럴 일 없겠지만 모레 지구가 망한다면 내일은 당신을 사랑하겠소.
예전부터 철이는 민이를 사랑했습니다. 이정도는 되어야지요. 암.
뿌듯한 맘으로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이제 집으로 갈까요?
일부러 사대쪽으로 난길로 돌아서 버스정류장으로 갔습니다.
그녀는 일요일이라 학교를 나오지 않았나 봅니다.
버스정류장 앞에 도착했을때 잔잔한 노래한곡이 끝이 나고 있었습니다.
내가 타고가는 버스는 혼자 기다릴때면 언제나 짜증나는 기다림을 줍니다.
< 민이 >
동아리방의 불빛이 바깥보다 많이도 밝음을 느낄때 친구와 전 집으로 갈 준비를 했습니다. 친구를 꼬셔 도서관에서 커피나 한잔 하고 가자 했습니다.
사대보다는 그곳 휴게실이 훨씬 낫지 않겠냐고 친구를 달랬습니다.
호호 열람실을 한바퀴 돌았어요.
그냥. 잠시동안만, 단지 들고있던 종이컵의 커피가 사라질 때까지만 휴게실에 있었습니다.
그가 없는데 오래 있을 필요 없겠죠.
친구가 또 눈빛으로 절 태울려고 했습니다.
잘가라.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때 신호등 너머로 내가 탈 버스의 모습이 바로 보였습니다. 음반점에선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시작하네요.
잔잔한 내마음 같은 곡이죠. 듣고 갈까요? 그냥 탈렵니다. 버스가 도착했어요.
< 철이 >
조금 있으면 이 수업이 끝나고 그녀를 볼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 점심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걸주면 그녀가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할것 같아서입니다.
강의실을 나오는데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하.
인사를 했지요. 학생들이 많습니다. 사대앞 벤취앞으로 나왔습니다.
좀 떨립니다. 좀 앉으면 될텐데 그녀는 앉지를 않는군요.
선채로 그 테프를 주었습니다. 포장이 예쁩니다.
그녀가 뭐냐고 묻습니다. 그때 준 테프라고 말했지요.
야속한 사람... 그녀가 바쁘다 그러며 사대로 들어갔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배고픔이 왔습니다.
흑흑... 밥이나 먹으러 가자.
< 민이 >
축제기간에 뭘 할것이냐에 대한 것 때문에 한창 바쁩니다.
난 간부도 아닌데 왜 나까지 덩달아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오전에 있던 수업도 못들어갔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한산하던 동아리방이 북적되는군요. 진작 좀 서둘지...
그의 교양수업이 끝이 날 시간이 되어 갑니다.
잠시 틈을 내어 다녀와야 겠습니다.
그의 뭔가 빠진 듯한 미소가 나에게 잠시의 여유를 꾸며주는군요. 호호.
내가 재미삼아 한 말이 그에게는 아니었나 봅니다.
그가 준다고 한건 내가 전에 주었던 테프를 말함이었군요.
근데 이건 두개 같은데... 개철씨. 아니 계철씨 죄송하지만 바빠서 이만.
그가 준건 내가 주었던 테프가 아니라 새로 산 테프였습니다.
이것들은 집에 같은것이 시디로 있습니다.
그는 조금 단순했군요. 다른걸로 바꿀까요? 그러긴 싫네요. 잘 들을께요.
편지가 있었군요. 집에가서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편지를 열어봤습니다.
단지 시한편만이 그의 편지를 꾸몄군요. 읽어볼까요? 말까요?
찬성 하나. 둘. 셋. 반대 하나. 둘... 수십명. 그래서 읽어 보겠습니다.
당신은
가을바람이 처음 불던 날
내 마음속에 왔습니다.
가을색이
대지에 내려 앉듯이,
가을색으로
내 마음을 덮어 버렸습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편지를 썼지요.
당신이 꾸며놓은
가을색에 못 이겨서.
몇 장의 종이에
불가하지만
그건 내 마음으로 적은 것이죠.
며칠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당신앞을 지나쳐 갔습니다.
당신 눈망울에 비친 내 모습이 반가와
쳐다봤지만 얼른 피해야 했지요.
당신은 나를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겨울이 육체를
시립게 하지만
나의 마음은 아직 가을색으로
온통 번져 있습니다.
당신이 거기에
가을빛 가슴떨림으로 머물고 있기에...
92년 어느 겨울날 당신이 준 가슴아픈 편지를 받고 썼던 제 자작시에요. 철이가...
조금 안타깝네요. 나도 그하고 비슷한 심정이었는데...
그때 편지는 당신 때문에 그렇게 쓴 것이었는데 당신은 알수 없었겠지요.
< 철이 >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전공수업은 하나도 휴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만나야 되는데... 이렇게 사람 많은 캠퍼스에서 그녀를 어떻게 찾을까요?
이럴줄 알았으면 약속이나 잡아 둘걸 그랬습니다.
일교과 주점엔 그녀의 모습이 없었습니다.
축제때 도서관이나 가볼까요? 미쳤습니까?
첫날은 공강시간에 여기저기 구경하는거에만 그쳤습니다. 서러운 축제날입니다.
< 민이 >
기껏 주점할거면서 왜 그렇게 바빴는지 모르겠네요.
이거 하나 때문에요. 퍼팅에 성공하면 상품을 드립니다.
어디서 빌려 왔을까요? 골프채가 신기합니다.
홀컵 앞에 압침은 왜 박아 났을까요? 현철아 장사 잘해라.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축제가 재밌을것도 같습니다. 행사가 많았거든요.
혹시나 하고 도서관을 가보았습니다.
축제기간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꽤 됩니다.
그 중 대부분은 공대생인거 같습니다. 그런거 같아요.
< 철이 >
오늘도 그녀를 못 만난다면 큰일이지요. 내일은 축제가 파장 분위기 일테니까요.
오늘 유명한 가수가 콘서트도 한다고 했습니다.
표를 두장 사놓았어요. 만나기만 하면 그녀가 거절하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그녀는 도대체 어디에 그 모습을 감추고 있을까요?
전자과에서 노래방기계를 설치하고 돈을 벌고 있습니다.
"전자과93 최철규입니다. 사랑하는 희봉이를 위해..."
어디서 들은 이름같기도 합니다. 구경이나 해볼까요?
노래 참 못 부르네요. 포즈는 왜 저렇게 심각하게 지을까요? 저도 한곡 불러볼까요?
옆에 친구도 있고 학번도 있고... 신청을 하고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습니다.
"꼭 소개를 해야 합니까?"
"싫음 말고..."
사회자가 참 무뚝뚝하네요.
"에... 전산과 91년도엔 새내기였던 성아무개 올시다."
웃지마세요. 사회자님.
"이 노래를 민이씨 한테 바칩니다."
사회자님 민희씨가 아니고 수민씨 줄임말이에요.
그 자꾸 묻지 마세요. 그녀가 들을 수도 있단 말에요.
쪽팔리게끔 말이에요. 아 그 사회자 참...
"자 전산과 성선배님의 수민씨에게 바치는 노래... 윤도현의 먼훗날입니다.
이노래는 아직 나오지 않은 곡이나 소설인데 뭐 어떻습니까..."
".... 정말 널 사랑해. 차마 그말 한마디 못한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워...
먼훗날 다시 널 우연히 마주칠 수 있다면 사랑했다 말할거야..."
제가 노래는 좀 합니다. 박수도 많이 받았고 누가 앵콜이라고도 했습니다.
머쩍은 듯 손을 흔들어주었지요.
< 민이 >
현철아 장사 잘되니? 네 모습이 불쌍해 보인다.
축제 이튿날 너무다도 썰렁한 골프 퍼팅 연습기 앞에서
현철이와 또 저녀석을 좋아하는 꼬맹이 후배하나가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골프채를 잡고 퍼팅연습을 해보았지요.
공이 잘가다 픽 꺽이네요. 이러니 손님이 있을리 없지.
아직 들키지 않은게 용하다.
저기 노래방기계 갖다놓은 데는 장사가 잘 되나 봅니다.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누가 부르는지 가수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는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 오후는 나도 좀 놀아야 하는데...
노래방기계를 설치한 곳에서 "민희가 아니고 수민이의 민이라는 말입니다."라는
마이크음이 들렸습니다. 수민이는 내 이름인데... 가보았습니다.
에구 누가 노래를 부르는 거야?
드디어 그를 찾았습니다. 그가 노래를 부를려고 합니다.
그가 이 노래를 날 위해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는 노래를 참 잘 불렀습니다.
가사가 참 맘에 듭니다.
노래가 끝이나자 전 "앵콜!"이라고 외쳤습니다.
뭘 봐요? 앵콜 외치는 사람 첨봐요?
어떤 사람뒤에 숨어서 외쳤는데 그 사람이 날 쳐다봅니다.
노래 부르던 그의 모습은 사랑스러웠습니다.
< 철이 >
무리를 했나요? 목이 좀 아프네요. 그녀는 어디서 찾지요?
퍼팅 성공하면 상품을 드립니다. 낯익은 목소립니다.
하하. 드디어 찾았습니다. 그녀가 늙은 새내기하고 같이 손님을 끌고 있네요.
당연히 가보았지요. 그녀가 어색하지만 밝은 미소를 지어 줍니다.
그냥 쳐본것 인데 공이 픽 꺽이더니 옆에 있던 벽을 맞고 홀컵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미안하네요. 작은 인형을 줍니다. 헤헤 그녀에게 그 인형을 주었지요.
뭘봐? 너는 그 꼬맹이 한테나 신경을 써. 그곳에 잠시 그녀와 있었습니다.
그녀가 자꾸 웃네요. 뭔가 좋은 일이 있는듯...
"오늘 저녁에 안 바쁘세요?" 어렵사리 물어보았습니다.
"왜요?"
"제가 콘서트 표가 두장이 있는데요..."
"몇신데요?"
"여섯시요.."
"그래요 같이 봐요."
허허. 표가 두장있다고만 말했는데 그말은 같이 보자는 말이 함축되어 있는거 였군요.
긴장을 안은채로 어렵사리 물어 본것인데 그녀는 아주 간단하게 긍정의 답을 해주었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그녑니다.
< 민이 >
그는 다시 캠퍼스의 인파속으로 사라졌지만 저녁에 나와 다시 만날거에요.
미쳤니? 이걸 왜 너에게 주니.
현철이가 장사도 안되는데 상품까지 가져가면 어떡하냐고 도로 내놔라 합니다.
불쌍한 표정 짓지마. 안 줘. 그와 만났습니다.
해지는 캠퍼스에 콘서트 준비로 울리는 악기소리가 날 설레게 했습니다.
그와 난 또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와는 자주 나란히 앉았었지만 오늘은 첨으로 그의 어깨와 내 어깨가 닿았습니다.
역시 라이브음이라 다르네요.
어둠이 내려앉고 밝은 조명속에 야외에서 듣는 생음악은
사람들의 흥을 돋구기에 조금도 어색하지 않읍니다.
그와 나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는 웃음과 대화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오늘 오후에 그가 노래 부르던 모습이 생각 납니다.
비록 콘서트는 끝이 났지만 이 기분은 오래 갈것 같습니다.
조명등 불빛사이사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흥겨움으로 더 하네요.
오늘은 그가 타는 버스와 내가 타는 버스가 동시에 왔습니다. 내일도 볼 수 있겠죠.
< 철이 >
공연장 좌석이 왜 이리 비좁을까요? 기분좋게 말입니다.
에구 부끄러워라. 그녀의 히프와 내 히프가 맞 닿았네요.
노래는 참 기분좋게 울려 퍼집니다.
그녀의 밝은 모습이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그녀와 만약에 사랑을 하게되면 이 세상 모두를 아름답게 볼 수 있을겁니다.
"***가 노래를 참 잘 부르지요?"
"네. 계철씨만큼 잘 부르네요."
무슨 말일까요? 나만큼 잘 부른다니... 여하튼 즐겁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그러나 저 조명불빛들 만큼이나 밤은 빛나고 있습니다.
< 민이 >
축제 마지막날 오후는 일찍 파장 분위기네요.
행사도 거의 끝이 났고 말입니다.
단지 주점들만이 그 파장 분위기를 뒤로 한채 아직 북적됩니다.
오늘은 우리과 주점에도 들려봐야 겠습니다.
대부분이 우리과 학생들이네요. 대학원생들도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친구와 동기 몇 녀석들과 술한잔 했습니다. 기분 좋네요. 헤헤.
친구도 얼굴이 빨개 졌습니다. 지금 물들고 있는 석양처럼 말입니다.
옛날 동아리 회장을 했던 오빠가 우리 자리로 왔습니다.
덩치가 더 커진거 같네요.
그래요. 오빠도 한잔 하세요.
< 철이 >
축제 마지막날 오후는 일찍 파장 분위기네요.
선배는 왜 이런 분위기일때 학교를 왔을까요?
선배누나 몇개월째에요? 사개월째야.호호. 불러보이니? 아니요.
결혼한지는 삼개월 되었죠? 참 쑥스러워 하는 선배부부를 보았습니다.
괜찮아요. 두분 행복해 보입니다. 술한잔 해야지요.
선배누나 주량은 알지만, 선배누나는 좀 자제를 하셔야 겠습니다.
우리과 주점에서 노을을 안주 삼아 선배와 술한잔 했습니다.
헤헤 나도 곧 여자친구가 생길수도 있겠어요.
왜 그런 눈으로 쳐다 보세요? 저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안됩니까?
"장하다!"
조금 있으면 천막을 거둔다고 합니다.
쓰레기들은 한곳에 모두 모으라고 하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아직 여덟시도 안되었는데... 우리과 주점인데 도와주어야 겠지요.
< 민이 >
이제 축제는 완전히 끝이 날려나 봅니다. 천막을 거두네요.
힘쎈 선배는 거뜬히 맥주병 박스 두개를 들고 갑니다.
그래도 우리과 주점이라 마무리하는데 안 도와 줄수는 없었나 봅니다.
제법 크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읍니다. 쌈 났을까요?
쓰레기 모으는 장소에서 정말로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우리과 학생하고 붙은 싸움이었습니다.
회장했던 오빠 제발 끼지 마세요.
하지만 그 오빠는 자기과의 일이라 끼어듭니다.
큰 싸움은 벌어지지 말아야 할텐데...
< 철이 >
선배와 쓰레기 몇가지를 들었습니다.
쓰레기 모으는 장소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싸움이 났나 봅니다.
쌈구경은 재밌지요. 선배와 마주보며 웃고는 구경하러 갔습니다.
하필이면 그 주체가 제 동기들입니까? 선배님은 끼어들지 마세요.
상대는 어딜까요? 그냥 말다툼에서 끝이 나기만 바랄 뿐입니다.
말다툼이 과열됩니다. 술까지 그하게 먹은 상태라 잘못하면 큰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쪽편에 덩치 큰 학생하나가 합세를 했습니다. 낯이 익군요.
그 사람은 첨에는 말리려 했으나 제 동기들과 끝내는 다툼쪽으로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하. 그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녀도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얼굴은 밝지 못하군요.
"너희들 몇 학번이야?" 덩치큰 학생이 제 동기중 한 녀석 멱살을 잡았습니다.
저녀석은 비록 우리과이긴 하지만 체육특기생으로 들어왔다가
부상 때문에 전향한 녀석인데요. 한때 유도 도대표까지 했던 녀석입니다.
덩치는 작지만 무서운 놈인데...
"91이다 임마."
"난 90이다 임마."
선배님은 또 왜 그러세요.
"저녀석 옛날에 나한테 88학번이라고 했던 놈이잖아."
그럼 일교과 학생들하고 또 붙은 겁니까? 제발 그만 두세요.
"얌마 나 알아 보겠냐?" 선배가 드디어 싸움에 끼어 들었습니다.
선배누나는 어딜 갔지요. 말려야 되는데... 술이 웬숩니다.
그 큰 덩치가 선배에게 윽박지르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넌 뭐야?" 그 유도했다는 녀석 선배한테는 참 깍듯한 녀석이지요.
그 덩치를 잡더니 유도 기술을 썼습니다.
그 큰 덩치가 공중에 한바퀴 돌다가 땅바닥에 꼬구라 졌습니다.
속이 확 풀리네요. 하지만 덩치차이가 너무나 났습니다.
그 덩치가 금방 일어나더니 내 동기를 번쩍 들었습니다.
몸이 들리니 기술을 쓸 수가 없었지요. 기대를 했던 내맘은 아팠습니다.
동기녀석은 멀리 던져져 땅에 박혔습니다.
"너 왜그래 임마. 니가 떡대면 다야?"
우리 선배 결혼했다고 전혀 기가 죽지 않고 대듭니다. 예전하고 다르네요.
"왜 반말이야? 나도 재수했어 임마." 상대가 될리 없죠. 또 들려 올라가는군요.
선배누나 제발 참아요. 여긴 왜 왔어요. 올려면 일찌기나 오던지...
선배누나는 홀몸이 아니잖아요. 구두는 왜 벗어요. 제가 나가서 말릴께요.
< 민이 >
우리과와 싸움이 붙은 과는 전산과인거 같습니다. 그를 보았거든요.
그가 싸운건 아니지만 기분이 그렇네요.
빈병들이 우리과거면 어떻고 저네들과 것이면 어떻습니까?
돈문제가 걸려 있다고요? 그는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서로 적군에 몸을 담고 있네요. 마음이 아픕니다.
오호. 회장오빠가 업어치기 맞나요? 하여간 저 조그만 상대편 학생에게 당했습니다.
뭡니까? 씨름했다면서 덩치값을 해야지... 덩치값 하네요.
금방 일어나더니 그 학생을 던져 버렸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아저씨가 그래도 기가 죽지 않고 덤비네요.
안돼요. 회장오빠는 떡대소리를 제일 싫어해요.
결국 그 아저씨는 들려 올라갔습니다.
어머 그가 회장오빠쪽으로 다가 갔습니다. 예전에도 그런적이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들려간 아저씨가 그때도 멱살을 잡힌 아저씨 같습니다.
아무일 없어야 할텐데... 이런!!
< 철이 >
"참으세요." 전 싸움을 말리러 갔습니다. 단지 그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덩치는 열이 많이 받은 상태였습니다.
선배를 떼어 내는데는 성공을 했지만... "퍽!" 눈앞에 별빛이 일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땅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새콤한 맛을 주며 무언가 흘러 내리는 감촉.
'으...쌍코피!.'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우이쒸 나도 못참겠다.
"왜 그래요? 오빠가 뭐 잘났다고 사람을 때려요? 저 사람이 뭘 잘 못했어요?"
누군가 달려나와 그 덩치와 싸움을 했습니다.
그 덩치는 꼼짝도 못하는군요. 상대는 치마를 입었어요.
내가 코피난게 그렇게 분했을까요?
코피를 줄줄 흘리며 싸움을 구경을 했습니다.
말 잘합니다. '이겨라 수민씨...!"
난 너무나 감격을 했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손수건을 주었습니다.
피야 멈추지 마라.
수민씨 덕분에 싸움은 끝이 났어요.
그 덩치와 같이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사랑합니다!'
선배는 선배누나한테 야단을 좀 맞았지요. 자기도 신발까지 벗었으면서...
이제야 조금 알겠네요.
예전에 선배누나가 그 큰 덩치에게 엉겨 붙었던게 술주정이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추어졌던 이유를...
"아까 그 여학생 너하고 아는 사이지?"
"하하 예. 제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여학생이에요."
"저 여학생도 널 참 좋아하는거 같다."
선배누나는 나에게 꿈을 주는 소리를 해주었습니다.
< 민이 >
왜 이렇게 기분이 나빠집니까? 자기가 덩치가 크면 답니까?
자기가 뭔데 계철씨를 때립니까?
이런... 그가 코피를 흘리며 어이가 없는 듯 땅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제가 너무 했나요? 회장오빠는 할말을 잃은채 저를 쳐다만 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보기 싫습니다. 그는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이쪽을 보며 흘러내리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흘러내리던 피가 그의 셔츠위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모습에 내 눈에 눈물까지 맺히네요.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장오빠한테 더 대들었습니다.
나 때문일까요?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그에게 손수건을 주며 아프지 않냐고 물었는데 그는 웃음으로 괜찮다고 합니다.
"전 가볼께요."
회장오빠는 저에게 사과를 했습니다만
그 학생이 니 애인이라도 되냐면서 왜 그랬냐 합니다.
"그래요. 내가 사귀는 사람이에요.."
< 철이 >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다시 학교생활이 예전으로 돌아가겠죠?
교양수업을 들으러 가야합니다. 친구가 자전거를 빌려 주었습니다.
고물 자전거이긴 하지만 걸어가는 거 보다는 편하죠.
교양수업 강의실로 들어가는데 그녀가 있었습니다. 날 기다린 듯한 모습입니다.
그녀는 나에게 편지봉투를 하나 건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복도를 걸어갔습니다.
저기 끝 어느 교실로 들어 갔습니다. 무슨 편질까요?
교양수업 맨 뒤에 앉아 그녀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아홉번째 편지? 그녀가 나한테 언제 편지 보낸적이 있습니까?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난 한동안 멍했습니다.
군대에서 받았던 무기명의 편지는 그녀가 나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난 바봅니다. 왜 그렇게 몰랐을까요?
에이씨... 왜 저보고 읽어보라고 그래요? 제가 고등학생입니까?
다행히 그녀가 토를 달아 놓은 곳이었군요.
책을 읽고는 있었지만 내 머리속에는 그녀의 모습만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강의실 나와 아까 그녀가 들어갔던 교실로 찾아 갔습니다.
일교과 어학동아리...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다행히 그녀가 있었군요.
그녀가 내 모습을 보자 수줍은 듯 미소를 지어줍니다.
옆에는 그녀의 친구와 늙게 보이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수민씨 밥먹으러 가요."
"예? 나만요?" 그녀의 동그란 눈빛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예."
하하. 제 친구 자전거입니다만 제가 자전거는 잘 타지요.
타세요. 그럼 어디로 갈까요? 그때 그 경양식점으로 갈까요? 그래도 되겠어요?
친구가 아직도 브레이크를 고쳐놓지 않았습니다. 내리막길이 좀 불안하네요.
"좀 천천히 가요."
"브레이크가 안 듣는데요."
아. 황홀해라. 가르는 바람색깔은 봄이지만 가을처럼 가슴떨렸습니다.
빠르게 사대앞 비탈길을 내려가는 내가 탄 자전거 뒤에는 그녀가 탔습니다.
그녀는 내 허리를 꽉 붙잡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어쩌면 말입니다. 뭔가 그녀에게 심한 말을 해버릴것 같습니다.
< 민이 >
교양을 듣고 나오는데 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호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네요.
어제 내가 준 편지도 받았을것이고 밥먹으면서 많은 대화로
그도 내가 그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알았을텐데 어색하게 표정이 굳었네요.
"커피하잔 하실래요?"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공대옆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여러그루 서 있는 그늘이었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그곳에 앉았습니다.
"하하. 이곳에서 바라보는 학교 정경이 제일 아름다와 보여요.
언제고 수민씨와 한번 앉아보고 싶었던 곳이지요."
"정말 나무사이로 보이는 학교가 참 예뻐 보이네요. 한번도 못 와본 곳인데..."
"하하...."
"예?"
"하하. 날씨가 참 좋죠?"
"예..."
"고마웠어요. 수민씨가 보내준 편지는 수민씨가 보낸줄 몰랐지만
수민씨를 생각하며 읽었어요."
"호호 그랬어요?"
"이 편지는 그때 무기명이라 보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딴에는 답장이라고 쓴 거에요.
나중에 읽어 보세요."
"그럴께요."
바람이 사랑스럽게 그와 내가 앉은 자리에 쉬었다 갑니다.
구름에 잠시 가렸다 나오는 햇살이 그와의 침묵을 깨버립니다.
"저 말이죠. 아무래도 난..."
"예? 못 들었는데요."
"...수민씨를 사랑하는데요."
나무가지에서 이름 모르는 새가 웃으며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커피는 이미 다 마셔 버렸네요.
하지만 종이컵을 전 입에다 갖다 댈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나를 쳐다 보지 못하고 아직 반도 못마신 커피잔만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뭐라고 대답을 해줄까요? 해는 구름에 가리워 졌습니다.
하지만 그해를 가리는 구름은 너무나 작고 귀여울 뿐입니다.
곧 해가 다시 나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