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문화탐방, 천년고찰 선암사와 민속마을 낙안읍성
4월 24일, 10여 일만에 걷기를 쉬는 날이다. 오전 9시부터 문화탐방에 나섰다. 좀더 여유를 가지고 각 지역의 문화탐방도 병행하면 좋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오늘의 행선지는 천년고찰 선암사와 전통민속마을 낙안읍성이다. 9시에 시청에 들어서니 버스가 대기중이다. 유춘자 관광과장이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잘 살펴보라는 인사를 하고 일본인 문화해설사 고이케 사나에(여) 씨가 안내를 한다.순천에는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데 그런 중에 버스를 제공하고 안내를 붙여준 순천시청의 배려에 감사를 드린다.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승주읍 죽학리에 있는 선암사에 도착하니 9시 40분, 조계산 자락에 자리잡은 선암사는 1500년 전 도선국사가 차밭을 가꾸고 연못도 팠다는 오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불교태고종총림이기도 하다. 550년 된 철쭉나무에는 하얀 철쭉이 싱그럽게 피어 있고 4월 초에 만개한다는 홍매화는 꽃이 지고 푸른 잎들이 빛을 발한다. 500년 된 와송(누은 듯 하늘로 뻗었다.)과 잘 자란 전나무 숲이 채색없이 자연스런 미를 갖춘 고찰의 품격을 높여준다. 웅장하면서도 정갈하게 닦은 뒤간(깐)이 운치가 있고(선암사 뒤간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절집화장실이다.) 신선들이 오르고 내르는 승선교와 영선교를 지나는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니 이곳이 선계로다.
사찰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다음 코스는 경내에 있는 순천 야생차체험관에서 다례를 익히는 것이다. 사찰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 야생차체험관에 이르는 길을 걷노라니 다산초당에 거하던 정약용이 산길을 넘어 백련사의 초의선사를 찾아가서 다향에 취한 옛 모습이 떠오른다. 이를 알았을까. 다례를 시범으로 보여주며 녹차의 효능과 예법을 상세하게 일러주는 순천시 문화예술사 김재희 씨에게서 뒤늦게 다례를 익힌다. '소년이 늙기는 쉬워도 배움을 완성하기는 어렵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모른는 것은 지금이라도 배워야함을 새겼다. 후배 교수의 부인은 다도와 예법으로 석사, 박사과정을 밟기도 하였으니 사물의 각 영역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내용들이 무궁무진하다. 전도서 기자는 '여러 책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케 하느니라'(전도서 12장 12절)고 경계하지만 그래도 배우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하리라. 차는 원래 잔에 반을 채우고 나머지 반은 아름다운 마음을 채우는 것이라는데 선암사의 뿌리 깊은 녹차를 마시며 아름다운 봄의 향기도 마음에 담아왔다.
차를 마시고 일어서니 어느새 11시 40분, 선암사에 들어와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서둘러 버스에 올라 주암호와 조계산 자락을 휘돌아서 낙안읍성에 이르니 12시 반이 가깝다. 읍성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동동주를 곁들여 토종 반찬의 백반으로 점심을 들고 오후 1시 넘어 읍성탐방에 나섰다.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에 있는 낙안읍성은 고려 후기에 자주 침입한 왜구를 막기 위해 1397년에 토성을 쌓아 외적을 방비하기 위해 세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속마을로 지금은 읍성 안에 120여가구 280여 명이 살고 있다. 연간 120여만명이 찾아온다는데 오늘도 어린이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찾아와 붐빈다. 성곽위를 걸으며 마을 전체를 한눈에 살펴보고 삼베짜는 집에 들러서는 곱상한 할머니(이옥례, 77세)가 직접 삼베를 짜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였다. 재일동포가 짜놓은 삼베가 있느냐고 물으니 반 필짜리 삼베 뭉치를 내보인다. 가격은 25만원, 수의 한 벌 만드는 데 세필 반이 들어간다니 원단 값만 175만원이다.
낙안읍성은 사적 302호로 지정되었고 중요민속가옥 9채가 국가지정문화재, 객사와 노거수 14본은 도지정문화재, 임경업장군비각은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다. 작년에 충주를 지나며 임경업 장군 사당에 들렀는데 임경업 장군이 이곳 군수로 있을 때 선정을 베푼 공덕비가 문화재자료인 것을 보며 충신의 행적을 해를 걸러 접하게 되는 것도 감회가 크다. 지금도 국태민안을 비는 마음 간절한데 이를 지켜낼 재목들이 도처에 있었으면.
서둘러 읍성을 둘러보고 차에 오르니 오후 2시, 당초 예정보다 약간 지연되었다. 돌아오는 길은 벌교를 거쳐 순천에 이르는 어제 걸었던 코스를 다시 돌아본다. 벌교를 지나며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키니 태백산맥 전집을 읽고 있는 강정춘씨가 그곳에 가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한다.벌교를 지나 산업도로로 달리며 어제 지난 길과 주변경관을 다시 확인하는 것도 묘미가 있다. 순천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반, 모두들 숙소에 돌아와 쌓인 피로를 풀며 휴식을 취하였다.
내일은 또 다시 남부지방에 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동생이 집안의 카페에 올린 글에 다음과 같이 댓글을 썼다.
'다산과 영랑의 강진, 강우량 120mm 속에 강행군 한 장흥, 백범 은거지와 서재필 기념관의 보성 등 봄날의 남도 정경이 걷는 분들에게는 힘든 여정이셨겠지만 글로 느끼기에는 그림같이 아름답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한려수도 인접 지역의 자연과 문화,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아들도 회사의 동료, 상사들과 아버지의 걷는 일을 화제에 올리며 열심히 걷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처럼 여러분들이 보내주는 관심과 성원을 등에 업고 '오늘도 걷는다만은 정처 없는 이 발길,,'의 노래가사를 떠올리며 남녘의 봄길을 열심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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