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꼭 예수님 믿으세요
(이사장 이임 인사에 임하신 하나님)
기독교학교 첫 이사장
2016년 3월 25일. 50년 역사 속, 영훈학원이 오륜교회를 재단 교회로 하며 새롭게 태동했다. 그 후 오륜교회에서 K이사장님을 파송했다. 이 분은 대학 교수로 평생 후학들을 양성하셨던 교육자이시며, 오륜교회 장로님이다. 70대 초반, K이사장님은 온화한 미소와 인품을 갖고 계신 분으로, 모든 선생님들에게 따스한 모습으로 다가가셨다.
영훈학원이 기독교학교로 바뀌면서 처음 오셨기에 감당할 일이 많았고, 또 여러 스트레스도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하나님께서 기도할 때마다 그것을 깨닫게 하셔서, 나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찾아뵐 때마다, 대화 후에 꼭 이사장님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면 그 분은 함께 일어나셔서 나와 진한 허깅을 하곤 했다.
제가 파킨슨병예요
2021년 4월 중순경이었다. 그날도 이사장실로 찾아뵈었다.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고, 끝날 즈음 기도하려고 할 때였다. 이사장님께서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목사님,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나는 마스크 너머로 그분의 얼굴과 눈빛을 보았다. 5년 남짓 영훈학원에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셨던 이사장님의 모습은 그저 평범한 노인이었다. 갈수록 기력이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네, 그럼요~ 이사장님. 특별히 어떤 기도 제목이 있으신가요?”
순간의 정적, 그리고 이내 이사장님은 잠시 숨을 고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가 병을 갖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이라고요~~.”
4년 전 발병했어요
예상치 못한 말씀이었다. 그 짤막한 말씀 속에 수년 간 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파킨슨병요? 에구~~. 언제부터 그러신 건가요? 지금 상태는 어떠시구요?”
“네, 4년 전에 확정을 받았습니다. 조금씩 진행이 되어서 아무래도 이사장직을 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치료중이긴 한데~~. 일단 목사님만 아시고 기도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쓰실 때까지 쓰시길요.”
이번에는 내가 잠시 숨고르기를 했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4년 전이라면, 영훈학원 이사장으로 부름 받은 후 1년 남짓 후였다.
그 시기 한동안 일부의 선생님들이 새로운 재단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교회가 학교를 인수한 것에 대해 불평을 토해 놓을 때였다. 수업 이후의 시간에도 모여, 이사장과 당시 상임 이사, 사무국장을 불러 올려, 부정적 생각과 염려 등을 토해 놓을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세 학교를 감당해 가야 했던 이사장님, 이사장이라는 위치로 인해 누구에게 얘기하기도 어렵고, 이런 불평 불만에 대해 함부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킨슨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그날,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이사장님께 영육으로 강건함 부어주시길 기도했다. 또한 하나님 곁에 갈 때까지 모든 사명 잘 감당하시길, 삶과 죽음의 순간까지도 사용하셔서 영혼 구원의 은혜가 가득하시길 기도했다.
각 학교에서 인사를 나누고
결국 K이사장님은 2021년 5월 31일자로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6월 22일에 새로운 이사장님과 함께 이취임식을 하기로 했다. 먼저 5월 3일 초중고 관리자 연합 기도회에서 이사장님과 각 학교 관리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함께 기도했다.
그리고 이어서 이사장님은 각 학교를 다니면서 교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기로 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영훈초등학교, 국제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의 교직원들과 한꺼번에 모두 자리를 할 수 없기에, 단위 학교로 다니면서 인사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루에 세 학교를 모두 다니면서 인사를 해야 해서, 한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은 약 20분 가량. 그래도 인사만 나누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사장님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고등학교 교목실에서 미리 제작했다. 그동안 이사장님의 활동 사진을 정리하고 문구를 작성했다. 그리고 동역하는 차목사님이 영상을 제작했다.
행정실에서는 꽃바구니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사장님의 인사 말씀, 이어서 내가 축복기도를 하기로 했다. 또한 마지막에 전체 교직원들과 사진 촬영 등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예수님 믿으세요
5월 17일, 방과 후에 이사장님과 영훈고 교직원들이 함께 자리를 했다.
먼저 준비한 영상을 보며,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한 것이 기도 자리를 지키셨다는 것과, 항상 겸손하게 기도하며 나아가셨다는 것이다. 많은 말보다 기도로 승부를 걸었다는 표현이 좋을 것 같다.
영훈고의 대부분 선생님들이 자리한 것도 감동이었다. 순서마다 진한 감동이 묻어나왔다. 무엇보다 파킨슨병으로 인해 물러나게 된 사실을 직접 들으며, 선생님들의 마음이 복합적이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동적인 영상의 순서가 끝나고 이사장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다. 그 말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선생님들, 제가 파킨슨병에 걸렸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예수님을 만날 때 주어집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구원자 되시는 예수님을 만나셔서, 영원한 생명을 보장 받는 행복한 삶을 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선생님들, 예수님을 꼭 믿으시기 바랍니다.~”
감사의 시 낭송을 하고
이 말을 들으며 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진한 감동을 맛보고 있었다.
그렇다. 하나님의 사람은 현재 어디에 있을 때나, 그 자리를 떠날 때나 어떠한 순간에도 복음의 증인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귀한 사명이고, 축복이라는 것이다. 이사장님은 그 본분을 확실히 알고, 또 행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어서 내가 앞으로 나가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선생님들, 이사장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셔서 약 5년여 시간 기도하시며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시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하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것들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운 것이라, 제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모아 시로 표현했습니다. 제가 읽어드리고, 이사장님 위해 축복기도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아래의 시를 낭송했다.
평생에 하나님만을 찬양하리
평생에 하나님만을 높이며
평생에 하나님만을 경배하며
평생에 예수님의 형상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하며 살아온 칠십 여 인생
영훈학원 이사장으로 부름 받아
어언 다섯 개의 성상을 지나고
맡겨주신 사명을 잘 감당케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라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에 때가 있어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고
지킬 때가 있고 내려 놓을 때가 있으니
이 모든 것 하나님의 사랑이라 크신 은혜라
인자한 미소와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서시며
영훈학원의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시던 이사장님
최선을 다해 뿌려 놓으신 영혼을 사랑하는 씨앗들이
영훈학교 곳곳에 복음의 열매로 알알이 맺혀지리라
이사장님 가시는 길 걸음걸음에 복 주시니
하나님의 예비하신 사랑과 은혜로 가득 채워지리라
사랑의 수고에 합당한 상급으로 축복하시리라
앞으로의 인생 주님 곁에 가실 때까지 주님 동행하여 주시리라
평생에 하나님을 찬양하며
평생에 하나님을 경배하며
사나 죽으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으로 축복하시옵소서
예수님 다시 오실 때까지 영원토록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2021. 5.17
000 장로님의
영훈학원 이사장 사명 감당에 감사드리며
시인 최관하
함께 기도해요
내가 시낭송을 마쳤을 때, 하나님의 마음이 흐르는 듯했다. 나는 모든 교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이 시를 저만 갖고 있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써서 작은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모아, 제가 써서 전달하는 것이니 만큼 이사장님께 ‘감사합니다’의 의미로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사장님께 그 시가 쓰여진 작은 액자를 선물로 드렸다. 나는 이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감동으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들, 지금 이 시간에는 우리 이사장님을 위해 한 번 기도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사장님 앞으로 나오시구요. 교장, 교감 선생님도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이내 이사장님과 교장, 교감 선생님이 양쪽 앞으로 나와 섰다. 그리고 이사장님의 양쪽 팔을 붙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 공간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성령님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이사장님께서 이제 언제 이렇게 우리를 만나게 되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혼자 축복기도를 하는 것보다 선생님들 마음을 모아 이사장님을 위해 잠시 함께 기도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도하실 수 있는 분들은 기도하시고, 신앙이 달라 기도의 방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건강 회복해 달라고 기원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기도할게요. 우리 잠깐 마음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이윽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시간, 기도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성령님께서 운행하시는 가운데 모든 교직원들의 마음이 하나로 묶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눈에는 뜨거운 감동의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 마디로 하나님의 역사이며, 감동의 순간이었다.
축복기도를 드리며
2021년 5월 17일은 영훈고등학교 50여 년 역사상 처음으로 믿는 자, 안 믿는 자가 모두 모여 합심기도를 한 첫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기도하시는 장로님인 K이사장님의 이임 인사 시간을 통해, 모든 교직원들의 마음을 만져주시고, 하나님 앞에 합심하여 기도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계셨던 것이다. 나중에 모든 순서를 마치고 이 순간의 사진을 보니, 모든 분들이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임을 보고 한 번 더 감사했다.
합심기도가 끝날 무렵, 나는 이사장님을 축복하며 기도를 드렸다.
“살아계신 하나님, 우리 이사장님을 보내주시고, 이사장으로서의 사명이 끝나는 시간표대로 잘 마무리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모든 삶에 간섭하여 주시고, 특히 육체적으로 연약한 부분 있사오니, 만져주시고 온전히 회복시켜 주옵소서. 모세가 120살까지 살면서도 하나님의 사명을 다했던 것처럼 이사장님께 동일한 은혜를 부어주시옵소서~~”.
기도는 한동안 계속되었고, 내 가슴속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감동이 자맥질처럼 올라왔다. 참으로 감사한 순간이었다.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K이사장님의 이임 인사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영훈고의 모든 교직원들에게 사랑과 감동을 선사하셨고, 이사장님의 입술을 통하여 예수그리스도의 ‘복음(福音)’을 전하게 하셨다.
마태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지상명령(至上命令)’이 있다. ‘지상명령’은 세상의 명령과 다르다.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다. 즉, ‘절대복종’이라는 것이다. 그 명령의 핵심은 ‘영혼을 구원하라’는 것이며, ‘예수님의 제자로 키우라’는 것이다.
“18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19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20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태복음 28:18~20)
가르쳐 지키게 하는 사역, 그 사역을 위해 특별히 학교로 부르심 받은 이 땅의 기독교사, 기독교육자들 모두에게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용기와 지혜, 믿음이 가득하기를 이 글을 쓰는 지금 간절히 기도합니다.
특히 모든 사명을 다하시고 영훈의 교정을 떠나시는 K이사장님의 삶과 가정 가운데 하나님의 놀라우신 역사하심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모든 영광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할렐루야~ 아멘!
2021. 6. 4
영훈고에서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