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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33
#.1 씬. 종가 전경.(낮)
#.2 씬. 만기의 방.(낮)
32회 연결 상황에서.
강석 : 할아버님?
만기 : 말해보구려.
강석 : 손녀분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만기 : (굳어져서 보는)
#.3 씬. 마루.(낮)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주정, 삼월, 조만, 동동 멍해져서 서있는.
태영 : 저, 저 자식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조만 : 단아랑 결혼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태영 : 저 새끼 저거 진짜 사이코 아냐?
#.4 씬. 만기의 방.(낮)
만기, 강석을 멍하니 보다가 단아에게 시선을 돌리는.
단아 : .....
강석 :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린 여러 가지 행태 때문에
손녀 사윗감으로 마음에 안 드시리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라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할아버님의 손녀사위로, 이 집안의 일원으로,
이 사람의 남편으로 새롭게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할아버님.
만기 : (강석을 보다가, 다시 단아에게 눈길을 주는) 단아야?
단아 : 네. 할아버님.
만기 : 그동안 교제를 해왔던 게냐?
단아 : ......네.
#.5 씬. 마루.(낮)
가족들 멍한 표정으로.
주정 : 지금, 단아 네라고 한 거니?
조만 :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하더니.
세상에, 단아가 저런 사람하고, 진짜 말도 안돼요.
태영 : 아버지?
석호 : (보면)
태영 : 들어가셔서 이건 절대로 안 되는 일이라고 못을 박으세요.
우리 단아가 왜 저런 놈하고 결혼을 해야 하냐구요?
#.6 씬. 만기의 방.(낮)
단아 : ......
만기 : 너도 결심이 선 게냐?
단아 : 네, 할아버님.
만기 : 이사장?
강석 : 이름을 불러주십쇼, 할아버님.
만기 : 아직 그럴 개제가 아닌 거 같소, 이사장.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떻든,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든 아니든.
난 그렇소. 우리 집안에선 결혼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오. 그건 집안과 집안 간에 인연을 맺는
중요한 일륜지대사요. 이사장도 잘 알다시피 이사장 집안과 우리 집안은 이미
사업의 문제로 인해 깊은 골이 패인 상태 아니오?
그런 상태에서 젊은 두 사람의 마음만 보고 이런 결혼을 허락한다는 게 나로서는 쉽지 않을 거 같구려.
강석 : 사업 문제는 제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만기 : 해결이라면?
강석 : 적대적 인수 합병, 포기하는 걸로 저희 아버지와도 결론을 내렸습니다.
만기 : .....
강석 : 제가 벌인 일로 인해 이익을 챙기겠다는 세력들이 끼어들게 만든 거,
입이 열이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만기 : 단아야?
단아 : 네.
만기 : 솔직하게 대답해 보거라.
단아 : .....
만기 : 이사장과 결혼을 결심하는데, 우리 집안 사업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던 게냐?
단아 : .....
만기 : 이 할애비의 평생의 꿈이 허물어지는 걸 차마 볼 수 없어서
이런 결혼을 통해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니냐고 묻고 있는 게다.
단아 : 아닙니다, 할아버님. 할아버님의 손녀로 당연히 할아버님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해 뭔가 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가 아니란 생각 때문에
이 사람이 우리 집안 사업을 해하려고 할 때도 가만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기 : 그럼, 또 한번 묻자꾸나.
단아 : .....
만기 : 왜 이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게냐?
단아 : .....이 사람과 저, 서로를 가여워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란 확신이 섰기 때문입니다.
만기 : 이사장?
강석 : 네.
만기 : 단아, 이 아이에게 아픈 과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소?
강석 : 알고 있습니다.
만기 : 그 일이 어쩌면 그 댁에선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강석 : 이 사람과 함께 가기 위해서라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자신이 있습니다. 믿어주십쇼, 할아버님.
만기 : 이사장?
강석 : 네.
만기 : 두 사람의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 당장은 뭐라고 대답을 해줄 수가 없구려.
이 아인, 나에게 아주 특별한 자손이요. 아픈일을 겪은 아이라 더 애잔하고 그렇소.
그래서 이 아이가 나머지 인생은 좀 평탄하게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소.
그런데 나는 이사장의 그 성격이 불안하구려. 나와 처음 따로 만났을 때,
난 천성이 야박한 장사칩니다, 했던 말이 아직도 마음에 깊이 남아 있소.
그런 사람에게 내 귀한 손녀 아이를 보내야 하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구려.
강석 : 우려하시는 마음 압니다. 하지만 이 사람과 함께 가기 위해서
할아버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으로 달라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려 하는 그 마음이
제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깨닫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십쇼, 할아버님.
만기 : 오늘은 두 사람 마음을 안 걸로 얘기를 끝내도록 합시다.
이런 일은 나 혼자 허락을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니,
이 아이 부모, 형제들과도 신중하게 의논을 해볼 테니 오늘은 그만 가주시오.
강석 : 알겠습니다, 할아버님.
강석, 일어나는. 단아 따라 일어서고.
강석 : (인사하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만기 : .....
강석, 단아 방에서 나가는.
#.7 씬. 마루.(낮)
강석, 단아 방에서 나오는,
모두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주정 : 단아, 너 정말 사람 까무러치게 만든다.
단아 : 죄송해요, 할머니.
주정 : 이강석씨?
강석 : 네.
주정 : 우리 단아와 결혼을 하고 싶었으면 일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오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석 :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영인 : 이실장?
강석 : 네.
영인 : 단아 부모로 우리와 얘기 좀 해야 할 거 같은데요.
#.8 씬. 석호의 방.(낮)
석호, 영인, 강석 앉아있는.
삼월, 조만 찻상을 들고 들어오는.
영인 : 그냥 얘기만 좀 하고 보낼 건데, 뭐 하러 차는 내오세요.
삼월 : 그래도 우리 집안에 온 손님인데.
삼월, 조만, 찻상을 놓고 나가는.
영인 : 여보?
석호 : 응.
영인 : 이실장의 청혼 어떻게 생각해요?
석호 : .....
강석 : 죄송합니다. 제가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영인 : 새엄마긴 하지만, 나 우리 단아를 친딸처럼 생각하는 사람으로
내 의견을 분명히 해야 할 거 같네요.
강석 : (보면)
영인 : 난 우리 단아의 짝으로 이실장은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데.
#.9 씬. 단아의 방.(낮)
단아, 태영, 주정 앉아있는.
주정 : 대체 언제부터 연애를 했던 거니?
단아 : ....
태영 : 단아야?
단아 : 응.
태영 : 너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이 심정으로 저 자식과 결혼하려고 결심한 거 같은데.
단아 : 그런 거 아니야, 작은 오빠.
태영 : 그런 거 아니면, 저 자식이 너랑 어울리기나 하는 놈이야?
네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 바로 저런 놈이잖아? 사람 무시하고, 위아래 없고,
돈이면 세상에 안 되는 일 없다고 생각하는 저런 놈이 네 짝으로 말이나 되는 거냐구?
단아 : 저 사람.....겉으로 보이는 것하곤 많이 다른 사람이야.
주정 : 얘 진짜 저 친구 사랑하나보네.
조만, 급하게 뛰어 들어오면서.
조만 : 어머님이 절대 안 된다고 하세요.
주정 : 뭐?
조만 : 단아 엄마로 이실장은 문제가 너무 많아서 안 되겠다고 하신다구요.
태영 : 그야, 당연하지. 어머니, 오랜만에 나하고 맘이 통하시네.
주정 : (단아 보고) 어쩌니? 이 결혼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거 같은데.
#.10 씬. 석호의 방.(낮)
석호, 영인, 강석 앉아있는.
석호 : 우선 우리 아이에게 가져준 마음은 고맙소, 이실장.
우리 아이도 결혼을 하겠다고 하는 거 보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면을 이실장에게서 본 거 같은데.
하지만 이실장?
강석 : 네, 아버님.
영인 : 이실장, 너무 앞서 가는 거 아니에요? 아직 어느 누구도 허락 한 적 없는데.
강석 : 그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에 이미 제게는 아버님이시고 어머님이십니다.
석호 : 난요, 이실장? 이실장의 그 저돌적인 성격이 좀 마음에 걸려요,
지금까지 보아온 이실장은 늘 자신이 결정한 걸 밀어붙이는 사람 아니었습니까?
우리 아이가 그런 이실장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건지도 모르겠지만,
자신과는 너무 다른 이실장한테 마음이 끌렸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연애 초기에 잠시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요인으로만 끝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성격차이가 살아가는 데는 아주 중요한 장애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난.....(영인을 보고) 단아 엄마인 이 사람과 생각이 같습니다.
강석 : (암담한) 지금 당장 결혼을 허락해 주십사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저질러온 잘못을 아는데, 쉽게 허락이 떨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와 저 사람의 마음이 확고하니,
어른들께 저희 마음을 알려드려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석호 : 오늘은 이만 가보도록해요.
#.11 씬. 마루.(낮)
강석, 석호의 방에서 나오는, 서있던 삼월.
삼월 : 가시려구요?
강석 : 네. (단아를 찾는 표정으로)
삼월 : 단아야? 손님 가신다는구나.
단아의 방에서 단아, 태영, 주정, 조만, 나오는.
주정 : 얘긴 잘 끝났어요?
강석 : (어색하게 미소 짓는) 제가 저지른 잘못들이 워낙 많아서 허락하기 힘드시다고 하네요.
태영 : 이강석씨?
강석 : 네.
태영 : 할아버님 말씀 들어서 알겠지만,
우리 집안에선 자기들끼리 연애했다고 다 결혼하고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주정 : 야, 야, 넌 연애해서 지 맘대로 결혼했으면서?
태영 : (버럭) 저하고 단아하고 같아요? 저 같은 개망나니하고 우리 단아하고....
주정 : 얘, 얘, 네 얼굴에 침 뱉지 말고 진정해라, 진정.
강석 : 저.....(단아 보면)
단아 : .....
강석 : 잠깐 나갈 수 있겠습니까?
태영 : 나가긴 어딜 나가? 단아, 너 집에 있어.
어른들께서 절대 안 된다고 하시는 이 마당에 둘이 붙어 다니고 그러는 거 아니야.
단아 : 밖에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옷 갈아입고 나갈게요.
태영 : 단아야? 너 정말 왜 이러냐? 이건 정말 너답지 않은 거거든.
강석 : 밖에서 기다릴게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는)
#.12 씬. 단아의 방.(낮)
단아, 들어오면, 태영 따라 들어오면서.
태영 : 나가지 마, 너. 니들 결혼 못해. 어른들이 허락하신다고 해도
이 작은 오빠가 목숨 걸고 결사 반대할 테니까. 너 작은 오빠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단아 : 나 옷 갈아입어야 해.
태영 : 나가지 말라니까.
단아 : (문 닫는)
태영E : 너 정말 이럴 거냐?
#.13 씬. 단아의 방 앞 마루.(낮)
태영, 단아의 방문 두드리면서.
태영 : 나가지 말라구. 나가지 마. 너 저런 자식한테 시집 못 보내,
이 작은 오빠가 죽으면 죽었지 저런 인간 같지 않은 놈한테는 너 시집 못 보낸다니까.
삼월, 뒤로 다가와서 태영 잡으며.
삼월 : 그냥 둬.
태영 : 할머닌 또 왜 이러세요?
삼월 : 진하 잊게 해준 사람이야. 그럼 된 거 아닌가?
태영 : 할머니?
삼월 : 그냥 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좀 내버려둬.
#.14 씬. 종가 앞.(낮)
강석, 차 옆에 서있는. 단아, 집에서 나오는.
강석 : (차 문 열어주는)
단아 : (차에 올라타는)
강석 : (단아 손 잡는)
단아 : 왜 이렇게 손에 땀이 흥건해요.
강석 : 나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살면서 오늘처럼 대책 없이 떨어보긴 처음이라구요.
단아 : (미소 지으며) 그래도 할 말은 다 하던 걸요.
강석 : 덜덜 떠는 거 들키면 다들 그러실 거 아닙니까?
사내자식이 뭐 저래. 저런 놈한테 우리 단아 절대 못줘, 그러실 거 아니냐구요?
단아 : 떠는 거 들키지 않으려고 애 많이 썼는데, 어떻게 해줘야 해요?
강석 : 갑시다. (차 출발 시키는)
#.15 씬. 수영의 방.(낮)
수영,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태영, 들어오는.
태영 : 형은 쏙 빠져서 뭐하고 있는 거야? (앉으며) 단아, 그 자식 따라 나갔단 말이야.
우리 단아, 저 자식한테 홀려서 좀 이상해진 거 같아.
진하 집에 왔을 때, 한번이라도 따라 나간 적 있어? 그냥 먼발치에서 인사만 하고 보내던 애잖아?
수영 : 그때 우리 단아 고등학생이었다. 수줍어서 따라 나가고 싶어도 못했을 거다.
태영 : 어쨌든 저 자식은 안돼. 우리 단아한테는 진하처럼 진중하고 따뜻한 애가 맞다구.
수영 : 단아가 결혼하겠다고 하잖냐?
태영 : 형은 저 자식 편인 거야? 저 자식이 정말 마음에 드냐구? 우리 단아 남편감으로?
그동안 저 자식 그렇게 겪어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수영 : 제일 중요한 건, 단아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태영 : 단아, 지금은 저래도 집안 식구들이 모두 반대하고 나서면 결국 물러설 애야.
할아버지, 아버지, 뜻 거역할 거 같아?
수영 : 단아도 달라진 거 같다.
태영 : (보면)
수영 : 모르겠니? 할아버님이 결혼 결심하는데, 우리 집안 사업이 역할을 했냐고 물으시니까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는 거. 그건, 정말 저 친구를 사랑한다는 거 아니겠냐?
태영 : .....
#.16 씬. 만기의 방.(낮)
만기, 생각에 잠겨 앉아있으면, 동동, 그 앞에 앉아 눈치를 보면서.
동동 : 할아버지?
만기 : 왜 그러느냐?
동동 : 그 아저씨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우리 집안 망하게 만들 사람이잖아요?
근데 어떻게 우리 고모랑 결혼을 해요? 그건 진짜 이상한 거 아니에요?
우리 거지 만들고, 고모만 데려다가 부자 만들어주겠다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할아버지?
만기 : 그런 건 아니다.
동동 : 그래도 나쁜 사람인 건 맞잖아요?
만기 : .....
#.17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강석 들어오는.
단아 : 왜 이리로 오자고 해요?
강석 : 아무도 없잖아요.
단아 : (보면)
강석 : 나 좀 안아줘요.
단아 : ......
강석 : 나 아직도 떨린단 말이에요.
단아 : (보다가, 미소 지으며, 강석을 안아주는)
강석 : 청혼이라는 거 처음 하러 가서 그런가, 왜 이렇게 덜덜 떨리고 죽겠는 거지.
단아 : 몇 번 해보면 나아지겠죠.
강석 : (떨어지면서) 뭐요?
단아 : (웃으며) 내 유머 살벌하죠?
강석 : (웃는) 조심해요, 순간 매다 꽂을 뻔 했으니까.
단아 : 앉아요. 오늘은 고생 많이 했으니까 내가 정성 가득 담아서 커피 한잔 대접 할게요.
강석 : 고작 커피 한잔으로 떼우려는 겁니까?
단아 : 그럼요?
강석 : 아무도 없는데 괜히 오자고 했겠어요? 겨우 안아만 주고 말거냐구요? (얼굴 들이대는)
단아 : 여기 저 공부하는 데거든요. (강석 얼굴 밀어내면서) 공기 탁하게 하지 말고 앉기나 해요.
(돌아서서 테이블쪽으로 걸어가는)
강석 : 야, 뽀뽀 한번 하자는데, 공기 탁하게 만든다고 하는 저 여자와 진짜 결혼을 해야 하는지 갈등 생기네.
단아 : 계속 깐죽거리면 커피 사약처럼 타는 수가 있어요.
강석 : 이젠 내 꺼다 그거지. 이래서 기선을 제압해야 했던 건데.
단아 : 한마디씩 더 할 때마다 커피 한 스푼씩 더 들어간다는 것만 알아요.
강석 : 이젠 입도 뻥끗 못하게 하네.
#.18 씬. 만기의 방.(낮)
만기, 석호, 영인, 앉아있는.
만기 : 나나 수영이 태영이 생각보단 부모인 너희들 생각이 가장 중요한 거 같구나.
너희들 생각은 어떤 게냐?
석호 : 전 이실장에게 확실하게 제 생각을 말했습니다, 아버지.
만기 : (보면)
영인 : 이 사람이나, 저나 단아의 짝으로 그 사람은 절대 아니란 생각이에요.
만기 : 그런 게냐?
석호 : 네, 아버지. 지금은 좋아하는 마음이 앞서서 달라지겠다고 하지만
사람 본성이라는 게 달라지기 쉽지 않은 거 아닙니까? 전, 이강석 그 친구의 본성이 무섭습니다.
단아를 푸근히 감쌀 수 있는 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란 생각에 듭니다.
영인 : 저도 그렇습니다, 아버님.
단아가 먼저 간 사람 잊고 새롭게 시작해보겠다고 하는 건 너무 반가운 일이지만,
그러니까 더 안 된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렵게 시작하는 길인데
왜 하필이면 그렇게 냉혈한 같은 사람하고 가야 하는지, 마음이 선뜻 내키질 않습니다.
만기 : (끄덕이는)
#.19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강석 차 마시고 있는.
강석 : 허락 쉽지 않겠죠?
단아 : 걱정 돼요?
강석 : 나 정말 쫄아 있어요. 내가 잘못 살아오긴 살아온 모양이다. 속으로 반성 많이 하고 있는 중이라구요.
단아 : 나도 그렇다고 하면 위로가 되겠어요?
강석 : (보면)
단아 : 우리 집안 어른들보다 더 반대가 심할 거잖아요? 강석씨 부모님?
강석 :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단순하고 순진한 분들이세요.
처음엔 좀 반대를 하시겠지만, 내가 밀어붙이면 못이기는 척하고 물러서주실 거예요.
하지만 그쪽 집안 어른들은 무지하게 논리적이시잖아요? 뭐라고 변명도 못하게.
단아 : 어쩌면 아닐 수도 있어요.
강석 : (보면)
단아 : 단순하고 순진하신 어른들이라 더 용납이 안 되실 수도 있단 말이에요.
강석 : 만약에 그러면, 흔들릴 겁니까?
단아 : .....
강석 : 내가 왜 이런 놈하고 결혼하자고 이런 반대를 겪어야 하나 자존심 상해서 흔들릴 거냐구요?
단아 : 자존심 같은 거 없어요.
강석 : (보면)
단아 : 사랑에 그런 거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강석 : (손 내밀면)
단아 : (손을 잡는)
강석 : 빠르진 않겠지만, 천천히 당신을 닮아가려고 애 쓸 겁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난지 모르게 될 거예요. 그게 이제 내가 사는 이유가 될 거구요.
단아 : (강석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약간 고개를 숙이면서) 사랑한다는 말보다, 그 말이 더 설레게 하네요.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난지 모르게 될 날이 우리한테 있을 거란 게.
(고개 들면,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런 당신과 함께 늙어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거예요.
두 집안 반대 때문에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한대도, 조급해 하지 않고, 참아낼 거예요.
이 사람이 나니까, 내가 이 사람이니까,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강석 : (울먹한 시선으로 단아의 손을 맞잡는)
#.20 씬. 하옹의 방.(낮)
멍하니 서있는 수영.
영인, 들어오는.
영인 : 왜 이 방에 들어와 있어요?
수영 : 그냥, 생각 좀 하느라구요.
영인 : 단아 때문에 정신없는 이 와중에 이런 말 하는 거 좀 그렇지만.
수영 : .....
영인 : 하실장이 왜 이 방에 들어와 있는지, 알 거 같긴 해요. 종손으로 갖는 부담감, 얼마나 클지.
수영 : .....
영인 : 그렇지만 하실장?
수영 : 네, 어머니.
영인 : 종손이 아니라 해도, 아이 문제는 누구한테나 문제가 되는 거 아닐까요?
그건 인간이면 본능적인 거잖아요. 자기 아이를 가지고 싶은 거.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살면서 그게 서로를 힘들 게 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수영 : ......
영인 : 힘들겠지만, 진아씨와는 더 발전하기 전에 그만 두는 게 어떨까 싶은데?
수영 : ......
#.21 씬. 길.(낮)
수영의 차 안. 수영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31회 48씬)
진아 : 어려서 제 장래 희망이 뭔지 아세요?
수영 : 뭐였는데요?
진아 : 엄마.
#.22 씬. 말순의 집.(낮)
말순, 공부하고 있고, 진아 뜨개질 하고 있는데.
진아 : (울리는 핸드폰 반색하며 받는) 네, 아저씨?
말순 : (보는)
진아 : 네, 나갈게요. (전화 끊고, 얼른 일어서서 옷 꺼내는데)
말순 : 너 정말 그 아저씨랑 쭉 갈 거니?
진아 : (보고) 왜 그래요? 자꾸? 전 언니가 더 걱정이에요.
말순 : 내가 왜?
진아 : 아저씨 동생분, 간통 하셔서 이혼하신 거잖아요?
말순 : 그러는 네 아저씨는? 마누라 간통이나 하게 만든 사람 아니니?
진아 : 지금 그거 억진 거 아시죠?
말순 : 억지는 무슨 억지야. 오죽 했으면 와이프가 간통까지 했겠냐구?
얼마나 남편한테 정을 못 붙였으면 그랬겠냔 말이야?
진아 : (화가 나서 앉으며) 정말 따져볼까요? 언니?
말순 : 뭘?
진아 : 간통을 한 당사자가 나빠요? 간통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나빠요?
말순 : 우리 하태영은 인간이 좀 물러서, 저도 그러고 산 거 후회 많이 하고 있단 말이야.
하지만, 네 아저씨는 경찰서에서도 봤지만, 얼마나 이기적이냐?
간통한 와이프 앞에 무릎 꿇은 거, 그거 할아버님 장례 치르자고 그런 거잖아?
그게 솔직히 말이나 되는 거니?
진아 : 언니?
말순 : 왜?
진아 : 난 무조건 언니 편이려고 했거든요.
말순 : 난 네가 걱정이 되서.
진아 : 제 걱정이 되면 무조건 제 편이 돼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울먹해지면서)
말순 : 왜, 왜 그래?
진아 : 아저씨랑 저 사람들 눈치 많이 본단 말이에요.
사람들이 나이 많은 아저씨하고 손잡고 다니는 어린 여자 아이 보는 시선 뻔하니까
남들처럼 그런 연애도 못해요, 우리는. 그런데 자꾸 언니까지.....
말순 : 난, 난 말이야. 너랑 그 아저씨 나이차이 많이 나는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니잖니?
그렇게 답답하고 이기적인 사람하고 네가 혹시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진아 : 아저씨, 그런 용기 못 내세요.
말순 : (보면)
진아 : 어린 저한테 결혼하자고 하실 수 없는 분이라구요. 그런 분이 이기적인 거예요?
말순 : ......
#.23 씬. 길.(낮)
수영, 운전하고, 진아 그 옆에 앉아있는.
진아 : 어디 가시려구요?
수영 : 그냥요, 답답해서 바람 좀 쐬고 싶네요.
진아 : 왜요? 회사 일 때문에 많이 답답하신 거예요?
수영 : 네. 회사 일 때문에 많이 답답해요. 수술한 데는 아프지 않아요?
진아 : 다 아물었어요.
수영 : 다행이네요.
진아 : 회사 일 정리 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수영 : (보면)
진아 : 아저씨 얼굴이 너무 많이 안 좋으세요. 푸석하니.
수영 : 나이 먹어서 그렇죠 뭐.
진아 : 저기,...혹시....
수영 : (보면)
진아 : 동생분이 저 만나지 말라고 하세요?
수영 : 왜 그런 말을 해요?
진아 : 청소 하다가 실수 했을 때도 그렇고, 성격이 다혈질이신 거 같던데.
저 같이 어린 애 마음에 안 드실 거 당연해요.
수영 : 난 그 놈 말 신경 안 써요.
진아 :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건 맞나 보네요?
수영 : .....
#.24 씬. 주정의 방.(낮)
주정, 태영 앉아있는.
태영 : 고모 할머니, 알게 모르게 멜로 취향이신 것 때문에 걱정이거든요.
주정 : 난 중립이라니까. 단아 인생 지가 알아서 사는 거지, 옆에서 왈가왈부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니?
우리 집안사람들 너무 남의 인생에 관여하라고 하는 못된 버릇들 있어, 난 그거 마음에 안 든다.
태영 : 단아를 위해서 이건 막아야 하는 일이예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급이시니까 말발 좀 발휘해 주세요.
주정 : 아, 난 모르겠다니까.
태영 : (울리는 핸드폰 받고) 왜?
말순E : 네, 형은 진아 불러내서 데이트 하는데 넌 뭐하냐?
태영 : (벌떡 일어나며) 뭐?
#.25 씬. 마루.(낮)
태영, 전화 하면서 주정의 방에서 나오는.
태영 : 형, 언제 나간 거야? 집안에 난리가 났는데, 데이트, 진짜 맛 갔네, 우리 형.
말순E : 느네 집 난리 났냐? 진짜 망한 거야?
태영 : 아, 그런 일 있어.
말순E : 위문 좀 와라.
태영 : 뭐?
말순E : 공부할 건 산더민데, 머리엔 안 들어가구, 배고파서 그런가봐.
뭐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위문 좀 와달라구.
#.26 씬. 말순의 집.(낮)
말순, 빵 입에 넣다가 욱하는.
말순 : 그 제비 자식이랑?
태영 : (말순 등 쳐주면서) 그렇다니까.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 떨어진 거 이상이다, 지금 우리 집.
말순 : 네 동생은 왜 그러냐?
태영 : 내 말이.
말순 : 아니, 어디 남자가 없어서 그런 돼먹지 않은 놈하고?
태영 : 그니까.
말순 : 그리고 보면 정상적인 커플은 너하고 나 밖에 없는 거 같다.
태영 : 커플?
말순 : 너하고 나 커플이잖아? 안 그래? 자기?
태영 : 그것 좀 하지 말라니까.
말순 : 솔직히 한번 말해봐라, 하태영?
태영 : 뭘?
말순 : 네 형 어떤 사람이냐? 진아한테 무슨 맘인 거냐구? 진짜 결혼이라도 하려는 거야?
태영 : 조금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인 거 같다. 집안에 그 난리가 났는데도
그 아가씨 불러내서 데이트 하는 거 보면, 살짝 맛이 간 거 같기도 하구.
말순 : 결혼 할 거 같냐구?
태영 : 우리 형, 죽었다 깨나도 다시 결혼하긴 힘들 거다.
말순 : 왜?
태영 : 종손이거든.
말순 : 종손이 뭐?
태영 : 종손은 태생이 종부감인 여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사람들이거든.
근데, 그 아가씨 어딜 봐서 종부감 같냐?
말순 : 종손은 뭐고, 종부는 뭔데?
태영 : 그런 게 있다.
말순 : 그럼 난 상관없는 거지?
태영 : 뭐가?
말순 : 넌 종손 아니니까 내가 종부감 아니라도 상관없는 거잖냐구?
태영 : 너 왜 자꾸 나한테 들이대냐? 사람 싱숭생숭하게.
#.27 씬. 야외 장소.(낮)
수영, 진아 나란히 앉아있는.
수영 : 나한테 얘기해줄래요?
진아 : (보면)
수영 : 아저씨 아니면, 세상사는 거 너무 외로울 거 같다구.
진아 : .....말 안 해도 아시잖아요?
수영 : 그래도 말해줄래요?
진아 : 왜 그러세요?
수영 :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봐요. 그런 게 확인하고 싶은 거 보면.
진아 : 그런 말씀드리면 부담 가지실 거면서?
수영 : 나한테 부담 좀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야 맨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이 미련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진아 : .....
수영 : 망설이고만 있는 내가 답답해서 그래요.
진아 : 전요, 아저씨.
수영 : (보면)
진아 :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는 아이예요. 그래서 저한테는 아저씨가 부모고, 형제고, 그리고.....
수영 : .....
진아 : 연인이에요. 그래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좋아요. 그냥 이렇게 쭉 간다고 해도 괜찮아요.
아저씨만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면, 저 외로운 거 모르고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수영 : (진아의 손을 잡으며) 됐어요. 그 말이 진짜 듣고 싶었어요.
#.28 씬. 커피숍. (낮)
혜주, 현규 각자 책 보고 있으면, 들어오는 단아, 강석.
혜주, 현규 일어서는.
강석 : 혜주야? 하교수님하고 잠깐 나가서 얘기 좀 할래?
혜주 : (단아를 보면)
강석 : 나 이 친구하고 할 얘기가 좀 있는데.
단아 : 혜주야?
혜주 : 네.
단아, 혜주 나가는.
강석 : (앉고) 앉지.
현규 : (앉으면)
강석 : 우리 결혼하기로 했다.
현규 : 들었습니다. 혜주한테.
강석 : 그래도 너한테는 내가 직접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왔다.
현규 : .....
강석 : 그날, 나 찾아와서 저 사람 대신 고백해준 고마움에 대한 답례인 거 같아서.
현규 : 축하합니다.
강석 : 고맙다. 너한테 잔인한 짓을 하고 있으면서 늘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되는구나.
현규 : 좋아보였습니다. 저번에 학교에서.
강석 : 네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나, 제정신 못 차리고 저 사람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단축시켜줘서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현규 : 고맙습니다.
강석 : (보면)
현규 : 한 때는 저 사람을 사랑했던 사내놈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날 사랑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저 사람이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라서.
박물관에서 박제처럼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서.
이제 저 사람이 달라졌으니 저도 달라지겠죠.
강석 : 많이 괴롭혀서 미안하다.
현규 :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사랑하고 싶어 했던 귀한 사람입니다.
또 한 사람은 정말 목숨까지 걸면서 사랑한 사람이구요. 그러니 늘 귀하게 여겨주십쇼.
강석 : 새겨두마. (일어서는)
현규 : (일어서고)
강석 : 너하고 나, 인연이 이게 전부가 아니었으면 싶은데. 그건 내 과한 욕심이겠지.
현규 : ......
강석 : (나가는)
#.29 씬. 상가 내.(낮)
단아, 혜주 앉아있는.
혜주 : 오빠가 옛날에 그 따뜻한 사람으로 돌아온 거 같아서 너무 좋아요.
단아 : ......
혜주 : 다 교수님 덕분이에요.
단아 : 혜주야?
혜주 : 네, 교수님.
단아 : 이제부턴 언니라고 불러주지 않을래?
혜주 : .....
단아 : 아직은 낯설겠지, 그런 호칭?
강석, 다가오는.
강석 : 얘기 길어질 거 같아요? 그럼 나 차에 가 있을게요.
혜주 : 아니야, 오빠. 같이 가세요, 교수님. 아니, 언니.
단아 : (미소 짓고 보는)
강석 : (혜주를 보는) 언니?
혜주 : 그렇게 불러야 하는 거잖아. 가, 오빠, 가세요, 언니. (인사하고 걸어가는)
강석 : 제법이네, 자식, 언니라고 부를 줄도 알고.
시누이 하난 완전하게 포섭한 거 같네요. (손잡고 걸어가는)
2층에서 그 모습을 보고 서있는, 현규. 걸어오는 혜주.
혜주 : (현규의 눈을 쫓아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는) 왜 나와 있어요?
현규 : 자학 같은 거겠죠. 저 사람, 이젠 그쪽 오빠 사람이다.
눈에 자꾸 담아둬야 현실로 빨리 받아들일 테니까.
혜주 : 그럼 난 눈 가려주면 안되는 거죠?
현규 : (보면)
혜주 : 아플까봐, 저렇게 가는 모습 보면 많이 아플까봐 눈을 가려주고 싶은데, 그쪽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난 그러면 안 되는 거겠죠?
현규 : 이따가 나 술 마시러 갈 건데, 밖에 있지 말고 앞에 좀 있어 줄래요?
혜주 : (보고)
현규 : 나 술 먹는 술집 밖에서 늘 떨고 있잖아요. 어딘가에 주저 앉아있으면, 약병 들고 나타나구.
혜주 :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거 해도 돼요? 술 마실 때 앞에 있는 거?
현규 : 그게 그렇게 좋아요?
혜주 : 네.
#.30 씬. 종가 앞.(낮)
강석의 차에서 내리는 단아와 강석.
강석 : 저녁 먹고 데려다 준다니까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어요?
단아 : 눈치 보여서요.
강석 : 뭐가 눈치가 보여요?
단아 : 강석씨랑 나간 거 다 아는데 해져서 들어가는 게.
강석 : 아니, 그럼. 뭐야. 이제부턴 해지기 전에 들여보내야 하는 겁니까?
단아 : 지금처럼 편하진 않겠죠.
강석 : 그런 건 진작 말을 했어야죠?
단아 : (보면)
강석 : 이젠 해지는 시간이 통금시간이란 거. 그럼 이렇게 서둘러서 터트리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단아 : 지금 말 단순난폭 그 자첸 거 알죠?
강석 : 부탁 좀 합시다.
단아 : .....
강석 : 얼굴에 철판 좀 깔아 달라구요. 난 매일 해지기 전에 들여보낼 자신 없으니까
그 쪽이 양보해달라는 겁니다. 식구들 눈치 보여도, 나 연애한다, 어쩔래, 이런 배포로 나가 달라구요.
단아 : 저 소심한 거 알잖아요?
강석 : 아까 한말 벌써 깜빡했습니까?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인 것처럼.
난 배포 하난 타고난 놈이니까 그건 무조건 나 따라 해요.
단아 : (미소 지으며) 어리광 그만 부리고 어서 가요. 이러다 집 앞에서 해지겠어요.
강석 : (어깨 잡고) 가서 전화 할게요.
단아 : 그것도 이젠 눈치 보일 거 같은데.
강석 : 아, 그럼 이불 뒤집어쓰고 받아요.
단아 : (미소 짓는)
#.31 씬. 마루.(낮)
단아, 들어오는, 영인, 찻상 들고 만기의 방에서 나오는.
영인 : 금방 들어올 줄 알았는데, 꽤 걸렸네?
단아 : 네.
영인 : 조만씨?
조만, 부엌에서 나오며.
조만 : 네.
영인 : 찻상 좀.
조만 : (찻상 받으면)
영인 : (단아에게) 우리 얘기 해야지?
#.32 씬. 단아의 방.(낮)
영인, 단아, 앉아있는.
영인 : 아버지하고 난 생각 정리 했어.
단아 : ....
영인 : 회사 일 이강석씨가 잘 해결해보겠다고 해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그거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 결혼 허락해버리는 건 꼭 거래 같아서 더 마음에 안 들고.
솔직히 회사 살리자고 너 팔아먹는 거 같은 마음 아주 없는 것도 아니야.
단아 :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머니?
영인 : 그런 마음이 드는 걸 어쩌니. 넌 둘이만 만나왔을 테니,
이강석씨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는 면들이 많을 수 있어.
그 사람이, 회사에서 얼마나 냉혹하게 한지 아니?
단아 : .....
영인 : 직원들 감원 문제 때문에 아버지하고 오빠들하고도 심하게 대립했었던 사람이야.
그 사람, 밑에 사람들을 마치 소유한 물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야.
단아 : 그런 면 때문에 그 사람도 괴로워해요. 조금씩 달라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너그러운 눈으로....
영인 : 단아야?
단아 : 네.
영인 : 나 그거 알아.
단아 : .....
영인 : 하실장한테는 얘기 했지만, 나 세 번 째 결혼한 남자,
나하고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고, 성격도 비슷한 면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달랐어.
그런데도 한동안은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걸 덮고 갔어,
하지만 결국은 그 다른 면들 때문에 내가 감당이 안 되서 그 사람 떠났어.
그 사람하고 결혼했던 거 후회 하진 않지만, 결과적으론 실패한 게 사실이야.
난 네가 그렇게 되는 거 바라지 않아.
단아 : 저랑 그 사람 노력할 거예요. 많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서로 닮아가려고 노력할 거예요.
영인 :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는)
#.33 씬. 석호의 방.(낮)
석호, 생각에 잠겨 앉아있으면, 들어오는 영인.
영인 : 단아 들어왔어.
석호 : .....
영인 : 우리 단아, 이실장, 많이 사랑하는 거 같아. 어떡하지?
석호 : ......
#.34 씬. 강석의 집 거실.(낮)
강석, 들어오면, 영자, 전화중이고,
천갑, 순진 연속극에 심취해서 떠들어대고 있는.
순진 : 그림이 예술이죠? 이모부?
천갑 : 근데 그림은 죽이는데, 스토리가 좀 허술하지 않냐?
순진 : 그쵸? 이모부도 뭐 좀 보실 줄 아시는구나?
천갑 : 임마, 이모분 이제 거의 전문가 수준이야.
영자 : (전화 끊으면서) 진짜 시끄러워서 전화도 못하겠네.
강석 : 아버지랑 순진이 무슨 만담하는 거 같으세요.
영자 : 일찍 들어왔네.
강석 : 네. 아버지, 아들 들어왔는데, 아는 척 좀 해주세요.
천갑 : (손만 들고) 아들 방가 방가다.
강석 : (웃으며 돌아서려고 하는데)
영자 : (일어서며) 강석아? 그 아가씨 돌아왔단다.
강석 : (보고)
영자 : 출판사 편집장 한다는 아가씨, 출장 갔다 돌아왔대. 번호표 1번 줘놨는데, 이제 만나봐야지.
강석 : 저 봐둔 아가씨 있는데요.
영자 : (놀라서) 뭐? 누구? 어떤 아가씬데? 그럼 집에 데려다 인사를 시켜야 할 거 아냐?
강석 : 그 아가씨 집안에서 아직은 절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요.
그 댁에서 허락 떨어지면 데려오려구요.
영자 : 이게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야. 네가 왜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집 아가씨랑 왜 만나? 네가?
강석 : 그럼 어떡해요? 제가 더 목매고 있는데. 올라갈게요. (2층으로 움직이면)
영자 : 강석아? 강석아?
천갑 : 조용히 좀 해라. 클라이막스다 지금.
영자 : (버럭) 강석이 여자 있대.
천갑 : (홱 돌아보는)
#.35 씬. 강석의 방.(낮)
강석, 들어와서 웃옷을 벗는데, 방문 벌컥 열리고 들어오는 천갑, 영자.
천갑 : 야, 아들, 그게 무슨 말이냐? 너 여자 있다며?
강석 : 네. 있어요.
영자 : 여자 집에서 우리 강석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한다니까.
천갑 : 그건 또 무슨 말이냐? 네가 어디가 어때서 마음에 안 들어 해?
강석 : 좀 까다로운 집안이거든요.
천갑 :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기에, 너 같은 신랑감을 놓고 골질이야?
영자 : 너 그런 여자, 만날 거 없어. 네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수모를 당해?
천갑 : 그래, 아들. 그건 좀 아닌 거 같다.
강석 : 수모라고 생각 안되는 게 문제예요. 이 여자 정도면 그럴만하다, 해지거든요.
#.36 씬. 강석의 집 거실.(낮)
천갑, 영자, 내려오는.
영자 : 지금 쟤 우리 강석이 맞아?
천갑 : 자식, 완전히 빠진 모양일세.
영자 : 아니, 그게 말이 돼? 우리 강석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게.
순진 : 엄청난 집안이라고 봐야죠.
영자 : 뭐? 얼마나 엄청나면 우리 강석일 마음에 안 들어 하는데?
순진 : 제가 보기엔.....
천갑, 영자, 순진을 보면.
순진 :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가나, 정치가 집안 뭐 그런 쪽이 아닐까 싶은데.
천갑, 영자 서로를 보고.
순진 : 탁 까놓고 이모부 돈 밖에 내세울 게 없으시잖아요?
그럼 그런 대단한 집안에서 딸 주기 좀 망설이는 거 당연하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37 씬. 천갑의 방.(낮)
천갑, 영자, 기가 죽어서 들어오는.
영자 : 그것도 그런 거 같지?
천갑 : (앉는)
영자 : (앉으면서) 우리 어떡해, 여보?
천갑 : 뭘 어떡해?
영자 : 강석이 쟤가 아무 여자애나 만났을 거 같진 않잖아?
천갑 : 저 놈 눈에 들었으면 대단하긴 대단한 여자 애겠지.
영자 : 그럼 우리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거잖아? 상전 며느리 모셔 와야 하는 거 아니냐구?
강석이 쟤 벌써 저렇게 눈치 보는데, 우리라고 별 수 있겠어?
천갑 : 아, 자식, 얼마나 대단한 집 아가씨를 잡은 거야. 대체.
#.38 씬. 강석의 방.(낮)
강석, 옷 갈아입고, 핸드폰 꺼내는.
#.39 씬. 부엌.(낮)
단아, 조만, 삼월 저녁 준비하고 있는데. 문자음.
단아 : (문자 보면)
문자 - 지금 귀가했음. 아직도 훤한 낮. 긴 밤을 뭐하며 보내야 하는지 난감함.
전화 안하면 다시 찾아갈지도 모름.
단아, 미소 짓다가, 보고 있는 조만과 눈이 부딪히고. 쑥스러워하면서 나가려는데.
조만 : (잡으며) 그 사람이지?
단아 : (그냥 나가는)
조만 : 단아, 진짜 연애하는 거 맞나 봐요? 얼굴 빨개진 거 보셨죠?
삼월 : 그럼 연애도 안하면서 결혼하겠다고 찾아왔을까?
#.40 씬. 단아의 방.(낮)
단아 : (들어와 서서 핸드폰 누르는) 진짜 어지간히도 보채네요?
강석E : 그러니까 왜 훤한 대낮에 사람을 집에 들여보내고 그럽니까?
단아 : 금방 해질 거거든요. 나 길게 얘기 못해요, 저녁 준비하고 있던 중이에요. 곧 상식도 올려야 하고.
강석E : 어머니, 아버지께 여자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단아 : .....
#.41 씬. 강석의 방.(낮)
강석 : 운은 떼놔야 할 거 같아서요. 그래야 충격이 적으실 거 아닙니까?
단아E : 그렇게 운 떼놨다고 충격이 적으시진 않을 거예요.
강석 : 그럼 어쩝니까? 번호표 1번 줘놓은 여자랑 당장 선보라고 하시는데.
그냥 선보러 나갈 걸 그런 겁니까?
단아E : 그러다 죽는 수가 있거든요.
강석 : (웃는) 그렇죠. 반응 아주 제대로였습니다.
단아E : 끊을게요. 눈치 보여서 전화 길게 못하겠어요.
강석 : 다시 전화 하는 겁니다.
단아E : 네.
강석 : 왜 안 끊습니까?
단아E : 그거 싫어하잖아요. 먼저 끊으세요.
강석 : 싫습니다.
단아E : 왜 그래요? 정말, 나 나가봐야 한다니까요.
강석 : 내가 안 끊으면 정말 안 끊을 겁니까?
단아E : 졌어요. (툭하고 끊기는 전화)
강석 : (핸드폰 보면서) 어째 기분 좀 맞춰주나 했다 내가.
(싸대기 보면서) 재밌냐? 그래, 나 공처가 될 소질 다분한 놈이다, 됐냐?
#.42 씬. 부엌.(낮)
단아, 들어오면, 주정 물마시고 있고.
조만, 삼월 저녁 준비하는.
주정 : 너 전화하러 들어갔었다며?
단아 : (조만 흘겨보는)
조만 : 맞잖아?
주정 : 같이 있다가 들어와서 금방 또 전화하고, 진짜 니들 좋아 죽나보다.
단아 : 왜 그러세요? 할머니?
주정 : 할멈?
삼월 : 왜?
주정 : 단아, 얘 갑자기 이뻐진 거 같지 않아? 볼도 발그레 하니, 얘 오늘따라 무지하게 이뻐보이네.
삼월 : 우리 단아가 언제는 안 이뻤나.
영인, 들어오면서.
영인 : 하실장하고 하과장은 아직 안 들어왔어요?
조만 : 네.
주정 : 상식 올릴 시간인데 안 들어오는 거 보면, 둘이서 대책 회의 하고 있는 모양이네.
금쪽같은 우리 동생, 날강도 놈에게 내주지 않기 뭐 그런 거.
#.43 씬. 말순의 방.(밤)
말순, 공부하고 있으면, 태영, 밥하고 있는. 찌개에 두부도 잘라 넣고.
말순 : 그냥, 초코바 먹으면 된다니까.
태영 : 나 너 우렁 각시 아니냐? 열공 하는 애한테 초코바 먹일 수 있냐?
말순 : 자기 어쩌고 하면, 질색 팔색 하면서 우렁 각시 노릇은 왜 하는데?
그런 거 보면 자기도 너무 일관성 없어.
태영 : 자기 소리 좀 하지 말라니까.
문 벌컥 열리고 들어서는 말순모.
말순 : (놀라서 일어서는) 엄마?
말순모 : 너는 아가 우짬 그래 야멸차다냐?
(가방 놓고 털썩 주저앉으며 신발을 벗는, 그러다 태영을 보고) 누구냐?
태영 : (당황해서) 안녕하십니까?
말순모 : 누군데,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말순 : 왜, 웬일이야? 엄마가?
말순모 : 웬일은 몰라서 물어 쌌냐? 핸드폰은 아무리 해도 안 받아불고.
경찰서로 전화하면 외근 나갔다고 허고. 죽었나 살았나 나가 보러 왔다.
(들어서면서 태영에게) 근데, 참말 뉘쇼?
말순, 태영, 말순모, 어색한 느낌으로 앉아있는.
말순모 : 너 사귀는 사람이냐?
말순 : .....
말순모 : 워째 말을 못혀?
말순 : 그냥, 만나는, 아 그래 사귀는 사람이야.
말순모 : (말순 어깨 때리면서) 너가 요래서 정내미가 떨어진다는 것이여.
살림꺼정 채려놓고, 집에다가는 일언반구 말도 없이.
말순 : 살림은 누가 살림을 차렸다고 그래?
말순모 : 밥하고 있는 것을 나가 다 봤는디 시침 떼는 거 보라지. 이것아, 눈 가리고 아웅이라구 혀라.
말순 : 그런 거 아니란 말이야.
말순모 : 이보쇼?
태영 : 네.
말순모 : 이름이?
태영 : 인사가 늦었습니다, 하태영이라고 합니다.
말순모 : 하씨시구먼. 쩌그 식은 언제 올릴 생각이쇼?
태영 : 저희 아직 그런 사이 아닌데요.
말순모 : 아따 천생연분이구만 뭘, 둘 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을 보니.
태영 : 진짜 저희 그런 사이 아닌데요.
말순모 : 쩌그?
태영 : 네?
말순모 : 직장은 다니쇼?
태영 : 그, 그럼요.
말순모 : 고람 나 명함 한 장 줄 수 있소?
태영 : 아, 네. (얼른 주머니에서 지갑 꺼내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네는)
말순모 : 대성 건설, 하태영 자재과장. 과장인갑소?
태영 : 네.
말순모 : 회사는 워째 좀 큰가?
태영 : 네, 그냥 좀.
말순 : 엄마, 왜 그래? 회사 큰 건 왜 묻는데?
말순모 : 나는 그런 것이 젤로 궁금허다, 됐냐?
말순 : (일어나며, 태영 잡아 일으키고) 가라, 빨리.
말순모 : 아니 거시기, 나랑 야그도 좀 더 허고.
말순 : 가라니까, 어서.
#.44 씬. 말순의 집 앞.(밤)
태영, 머리 긁적이면서 말순의 집에서 나오는.
태영 : 어머니, 캐릭터 독특하시네. (하면서 걷는데, 차에서 내리는 수영과 진아,
난감한 느낌으로 두 사람을 보다가 다가오며) 형?
수영, 진아 돌아보고.
진아 : (인사하는)
태영 : 어디 갔다 와?
수영 : 넌 진아씨가 인사하는데?
태영 : (하는 수 없이, 고개 까닥하고) 형은 집안에 난리가 났는데 이러고 싶어?
수영 : 그러는 넌 왜 거기서 나오는데?
태영 : (말문이 막히고) 더 있을 거야?
수영 : 들어가요, 진아씨. 내일 회사에서 봐요.
진아 : 가세요, 아저씨.
#.45 씬. 수영의 방.(밤)
수영, 태영 들어오는.
태영 : 진짜 어쩌려구 그래?
수영 : 뭘?
태영 : 아저씨 아저씨 하는 애랑.
수영 : 너.
태영 : 아저씨 아저씨 하는 아가씨랑 계속 만나서 뭘 어쩌겠다고 그러냐구?
수영 : 내가 너 나말순씨 만나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한 적 있냐?
태영 : 나하고 형하고 같아? 형은 종손이잖아?
수영 : 태어나서 지금까지 종손으로만 살았다.
태영 : .....
수영 : 사람이기 이전에 종손이기만 해서, 이혼도 하게 된 거였구.
넌 네 형이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냐?
태영 : 형, 그럼, 정말 오진아씨랑?
수영 : .....
#.46 씬. 종가 전경.(밤)
#.47 씬. 하옹의 방.(밤)
만기, 앉아있는, 삼월 조심스럽게 다가와 서는.
삼월 : 회장님?
만기 : (보면)
삼월 : 잠시 앉아도 될까요?
만기 : 앉으시구려.
삼월 : (앉는) 회장님께서 그 젊은이를 저어하시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만기 : .....
삼월 : 언젠가 말씀 하셨죠? 정자에서. 이상한 젊은이를 봤다구.
먹이감을 앞에 두고 슬슬 주위를 도는 맹수같은 친구였다구. 그 사람이 오늘 온 그 사람인 거죠?
만기 : 그렇소.
삼월 : 저도 흔쾌히 저 사람이면 우리 단아 짝으로 괜찮겠다 그래지진 않습니다.
만기 : .....
삼월 : 그런데요, 회장님. 단아가 진하를 떼어내면서까지 마음을 준 사람입니다.
며칠 전에 단아, 진하 사진하고 혼서를 상자에 집어 넣드라구요.
이젠 정말 보내주려나 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오늘 온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우리 단아, 여전히 진하 사진 보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을 거예요.
만기 : 단아 좀 불러주시겠소?
#.48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핸드폰 중) 정말 눈치 보인다니까요. 이따가 식구들 다 잠들면 그때 전화 할게요, 이불 뒤집어쓰고.
강석E : 싫습니다. 밤이 너무 길어서 심심하다니까요.
단아 : 그럼 일이라도 좀 하던가요?
강석E : 일요일까지 집에서 일하는 놈 일벌레 같지 않습니까?
단아 : 일벌레 같지 않으니까 제발....
삼월 : (문 열면서) 단아야?
단아 : 네, 할머니. (전화 끊는)
삼월 : 회장님이 좀 오라시는구나.
단아 : 네. (일어서며, 핸드폰 책상 위에 놓고 돌아서는)
#.49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핸드폰 보면서) 아니, 이 집안 식구들은 왜 잠도 안자고
(싸대기 보면서) 네 주인을 괴롭혀대는 거냐?
#.50 씬. 하옹의 방.(밤)
단아, 만기 옆에 앉는.
만기 : 단아야?
단아 : 네, 할아버님.
만기 : 네 아버지, 어머니도 그렇고 나도 그 젊은이가 네 짝이다 싶은 확신이 없구나.
단아 : .....
만기 : 그래서 물어보마. 우리가 반대를 하면 어쩔 테냐?
단아 : .....
만기 : 대답해 보거라.
단아 : 할아버님?
만기 : 그래.
단아 : 지금까지, 태어나서 한번도 어른들 말씀 거역한 적 없었습니다.
만기 : 그래, 안다.
단아 : 어른들이시니까 저보다 생각이 더 깊으실 테고,
그래서 시키시는 일이니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만기 : 그럼 이번에도 우리 뜻을 따라주겠느냐?
단아 : 죄송합니다, 할아버님.
만기 : (보고)
단아 : 허락 안하시면, 저희끼리 결혼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용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다리겠습니다. 허락해주실 때까지.
만기 : 그 젊은이여야 한다는 확신이 있는 게냐?
단아 : 네. 그 사람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만기 : 알았다, 나가 보거라.
단아 : (일어나서 인사하고 나가는)
만기 : .....
#.51 씬. 단아의 방.(밤)
단아, 들어와서 책상 앞에 앉는. 핸드폰을 보면. 문자 메시지 다섯 개 찍혀있는.
강석E : 그 집안 분들은 잠도 없습니까? 심심해서 몸 비틀고 있음.
문자 씹으십니까? 뭐하고 있습니까? 확 전화 걸어버릴 겁니다.
단아 : (미소 지으며 통화 버튼 누르는) 병 있죠?
#.52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사랑이라는 게 정신병이라잖아요?
단아E : 도대체 이렇게 안달복달하면서 그동안 연애 안하고 어떻게 살았대요?
강석 : 늦게 배운 도둑질이 원래 날 새는 줄 모르는 거라잖아요.
이불 뒤집어써요. (침대로 가서 누우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떠들어볼 거니까.
#.53 씬. 단아의 방.(밤)
단아, 누워서 핸드폰 들고 잠이 들어있는.
#.54 씬. 강석의 방.(밤)
강석, 침대에 누워 핸드폰 들고 잠이 들어있는.
강석 : (몸 뒤척이다가 깨는, 시계를 보면 5시가 다 된 시간이다) 이봐요? 이보세요?
단아E : (잠결인 목소리로) 네? 네?
강석 : 잤죠?
단아E : 그쪽도 잔 거 같은데요?
강석 : 우리 성공 했습니다.
단아E : 네?
강석 : 전화기 들고 잠드는 거 해냈다구요. 우리 장하지 않습니까?
#.55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하품 억지로 참으면서) 네, 장해요, 우리.
#.56 씬. 회사 전경.(낮)
#.57 씬. 강석의 사무실.(낮)
강석, 일하고 있으면, 들어오는 진호.
진호 : 하회장님 전화십니다.
강석 : (일어서며) 몇 번이야?
진호 : 1번입니다.
강석 : (수화기 들고) 네, 할아버님?
#.58 씬. 마루.(밤)
강석, 걸어오는. 영인 부엌에서 나오다가 보고.
영인 : 웬일이에요? 또?
강석 : 할아버님께서 부르셔서 왔습니다.
#.59 씬. 만기의 방.(밤)
만기,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주정, 강석, 단아 앉아있는.
만기 : 에비야?
석호 : 네, 아버님.
만기 : 부모인 너희들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의 생각보다 난 본인들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주정 : 하여간 우리 오빠 단아한테는 약하시다니까.
만기 : (주정을 보면)
주정 : 입 다물고 있을게요.
만기 : 그래서 모두 다 같이 있는데서 얘길 하려고 한다. 이봐요, 이사장?
강석 : 이름을 불러주십쇼, 할아버님.
만기 : 아직은 그럴 수가 없구려.
강석 : (의아하게 보는)
만기 : 나는 마음을 굳혔지만, 두 사람이 넘어야 할 산이 높은 건 사실 아니겠소? 그래서.....
강석 : .....
단아 : .....
만기 : 그 댁 어른들께 허락을 받아오면, 그때 우리도 두 사람 결혼을 허락하는 걸로 하겠소.
#.60 씬. 석호의 방.(밤)
석호, 영인, 태영 들어오는.
태영 : 할아버지? 왜 저러시는 거예요? 우리가 여자 쪽이라고 너무 저자센 거 아니냐구요?
우리 쪽 허락이 왜 이강석 부모 허락에 좌지우지 돼야 하냔 말이에요?
석호 : 순리대로 가보시겠다고 하는 거 같다.
태영 : 그게 왜 순리냐구요? 이강석 같은 놈한테 우리 단아 시집보내는 게 어떻게 순리예요?
영인 : 우린 마음에 안 들지만, 단아 마음을 더 존중해주신 거겠지.
태영 : 단아 쟤 순진해서 그래요. 세상도 모르고, 남자도 모른다구요.
영인 : 그래도 어쩌겠어. 할아버님께서 저렇게 말씀 하셨으니, 누가 토를 달 수 있겠냐구?
태영 : 아, 진짜. 우리 단아 그런 집안에 시집가면 진짜 안 되는데. (투덜거리며 나가는)
영인 : 정말 보내야 하는 거야? 우리 단아?
석호 : 그쪽에서 허락하면 보내야지 별 수 있겠어. 아버님이 저렇게 나오시는데.
영인 : 허락이야, 당연히 받아오겠지. 그만한 자신도 없이 결혼하겠다고 찾아왔겠어?
그리고 우리 단아만한 며느리감이면 그런 집에선 황송한 거지 뭐.
#.61 씬. 종가 앞.(밤)
강석, 단아 서있는.
강석 : 오늘 밤은 새게 하지 않을게요. 잠 못 잔 얼굴이면 안 되잖아요?
단아 : 내일 찾아 봬야 해요?
강석 : 겁나요?
단아 : .....
강석 : 그럴 거 없어요. 우리 부모님 당신 마음에 들어 하잖아요?
단아 : ......
강석 : 왜 이래요? 깡 하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
단아 : 가세요.
강석 : 집에 들어왔다는 문자만 보낼 테니까 전화 하지 말고 그냥 자요.
단아 : 네.
#.62 씬. 단아의 방.(밤)
단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삼월 문 여는.
삼월 : 늦었는데 왜 안자고 앉아있어?
단아 : 잠이 안와서요.
삼월 : (들어와 앉는 단아 손잡으면서) 언제 인사 가기로 했어?
단아 : 내일이요.
삼월 : (끄덕이면서 단아 머리 쓰다듬으며) 우리 단아가 드디어 님 만나서 시집을 가는구나.
단아 : ..... (기대면서) 삼월씨? 나 조금 겁이 나.
삼월 : 겁날 거 뭐 있누? 우리 단아 잘하고 살게야. 아들 딸 낳고 얼마나 이쁘게 살까나, 우리 단아.
단아 : .....
#.63 씬. 강석의 집 전경.(낮)
#.64 씬. 강석의 집 거실.(낮)
천갑, 영자, 긴장해서 앉아있는.
영자 : 당신 넥타이 삐뚤어졌다.
순진 : (한껏 차려입고 나오는)
영자 : 넌 왜 나오니?
순진 : 새언니감 인사 온다는데 저도 봐야죠.
영자 : 주책 떨지 말고, 넌 네 방에 들어가 있어.
순진 : 제가 무슨 주책을 떤다고 그래요? 이모?
천갑 : 순진아, 부탁 좀 하자, 좀 빠져 있거라.
순진 : 너무 하세요. (하면서 뛰어 방 쪽으로 들어가고)
초인종 소리. 아줌마 인터폰 받고.
아줌마 : 아드님이세요.
영자 : (안절부절 하는 느낌으로) 나 머리 하고 올걸 그랬지?
천갑 : 됐다, 그만하면.
영자 : 나, 이 옷 너무 튀지 않아?
천갑 : 됐다니까. (입에 침 바르면서) 왜 이렇게 긴장이 되나 모르겠네.
영자 : 여보, 너무 대단한 집안 아가씨면 어쩌지? 기죽어서.
천갑 : 강석이가 데려오는 거 보면 그쪽에서 오케이 났다는 거 아니냐? 기죽을 거 없어, 기죽을 거....
하는데, 강석, 단아 들어오는.
천갑, 영자 일어서며.
천갑 : 아니, 하교수님이 웬일이신가?
강석, 단아 손잡고 다가서며.
단아 : (인사하는)
강석 : 아버지, 어머니, 저랑 결혼할 사람이에요.
천갑, 영자, 굳어지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