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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서울 동대문구에는 요즘 이상한 펼침막이 걸려 있다. 2011 동대문구민과 함께 하는 송년 음악회 <福GO콘서트>라는 것이 그것이다. 안다성, 한명숙, 은방울자매 같은 원로가수들을 불러 노래잔치를 하기에 그렇게 한 모양인데 “복고(復古)”가 “福GO”로 바뀐 웃지 못할 표기이다.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인데 무슨 시비냐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하나 둘 허용하다 보면 도시의 간판이나 펼침막(현수막) 들이 모두 이런 국적불명의 말들로 도배되어 갈 우려가 크기에 걱정이다.
요즘 그러잖아도 도시가 완전히 영어 간판으로 도배되어 가고 있는 판에 길가에 걸어둔 펼침막까지 이런 식이라면 좀 곤란하다. <복고(復古)>란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감"이라는 사전 풀이처럼 옛것을 오늘에 다시 보는 것이지만 <福GO>란 장난기를 넘어 국어를 망치는 것 같아 이 펼침막을 보고 지나다닐 때마다 걱정스럽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이렇게 우리말을 완전히 외면하고 영어나 한자로 펼침막이나 간판을 도배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국적 불명의 나라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일제강점기 외솔 최현배 선생님은 '한글이 목숨이다.'라고 절규 하셨고 윤동주 시인은 한글로 시를 쓰다가 잡혀 죽어갔다. 그들이 그렇게 목숨처럼 여기던 우리의 한글을 장난기 어리게 쓴다든지 한갓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 영어나 한자에 자리를 내주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본다.
내일은 동대문구청장에게 이런 광 고로 동대문구 누리집(홈페이지)을 꾸미고 있는 사실을 아는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다른 말로 바꿀 용의는 없는지도 확인해 보고 싶다. "나 하나쯤이야"라든지 "광 고니까" 같은 잘못된 언어 의식이야말로 나라를 더러운 흙탕물 속으로 몰아넣는 일이 아닐까?
* 마지막 단락 첫째줄 "광 고로"와 셋째줄 "광 고니까"는 일부러 띄어쓰기를 했습니다. 대량메일에서는 성 적이거나 광 고성 또는 속된 말을 쓰면 발송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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