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舍廊房) 야화(夜話) 회갑(回甲) 선물(膳物)
이대감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는 늦둥이 막내아들 결국(結局) 집나가…
5년만에 여인(女人) 둘을 데리고 와서 한사람은 아내라 소개(紹介)하고 또다른 색시를
인사(人事)시키는데
이 대감은 딸 하나 아들 셋이 있다. 맏딸은 유 대감 댁으로 시집가 조신(操身)한 신부(新婦)로 잘 살고 있고, 맏아들은 천석(千石)꾼 집안 살림을 꾸려가고, 둘째 아들은 급제(及第)하여 부사(府使)로 봉직(奉職)하고 있는데, 늦게 본 열여섯살 막내아들이 이 대감 얼굴에 먹칠(漆)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
막내아들 항곤은 어릴 때부터 낮이면 서당(書堂)을 빼먹고 못된 친구들과 저잣거리를 배회(徘徊)하고 밤이면 닭 서리를 도맡아 했다. 머리가 조금 굵어지더니 색줏집에 출입(出入)하며 곳간의 곡식(穀食)도 퍼가고 제 어미 농(籠)속의 주머니도 뒤지고 끝내는 이 대감 방에 있는 다락 속의 전대(錢帶)에도 손을 댔다. 봉놋방에서 노름으로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고 어떤 날은 무슨 시비(是非)에 휘말렸는지 멍이 든 눈에 다리를 절면서 들어오기도 했다.
항곤 때문에 이 대감 집은 바람 잘 날이 없다. 꼭두새벽에 왈패(曰牌)들이 대문(大門) 을 박차고 들어와 노름판 외상(外上)값을 받으러 왔다고 고래고래 고함(高喊)치다가 하인들과 안마당에서 육탄전(肉彈戰)을 벌이기도 했다. 점잖은 이 대감이 사랑방에서 유림(儒林)의 문객(門客)들과 시(詩)를 짓고 있을 때도 색줏집 주모(酒母)가 찾아와 안마당에서 행패(行悖)를 부려 이 대감이 얼굴을 못 든 때도 있었다. 이 대감은 회초리로 항곤의 종아리를 때리다가 이제는 몽둥이를 들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가을밤에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맞은 항곤이 대문을 박차고 나가더니 그 후로 행방(行方)이 묘연(杳然)했다. 사흘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 항곤은 돌아오지 않았다. 항곤 어미가 사람을 풀어 백방으로 찾아봤지만 바람처럼 사라진 그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는데도 항곤을 봤다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항곤은 어미가 죽었을 때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에 촛불 아래서 글을 읽던 이 대감(大監)은 부인(夫人) 생각(生覺)에, 그리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막내아들 생각(生覺)에 눈물이 흘렀다.
이 대감의 회갑(回甲)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맏아들은 이 대감의 회갑(回甲) 선물(膳物)로 여섯달 전부터 드넓은 뒤뜰을 파서 연못을 만들고 한복판에 섬을 조성 (造成)해 그 위에 정자(亭子)를 짓고 있다. 물이 가득한 연못에 비단(緋緞)잉어를 넣고 연꽃도 심고, 정자(亭子)엔 기와를 이으며 마무리 공사(工事)가 한창이다.
회갑날 이 대감의 문우(文友)들과 유림(儒林)들은 한결같이 맏아들의 효심(孝心)을 칭찬(稱讚) 하느라 입이 닳더니, 둘째 아들이 털이 반들거리는 늘씬한 백마(白馬)를 회갑 선물(膳物)로 몰고 오자 이번엔 모두 둘째 아들을 치켜세웠다. 유씨 문중(門中)에 시집간 맏딸은 금박(金箔)에 노리개를 단 화려(華麗)하기 그지없는 가마를 회갑(回甲) 선물(膳物)로 가져왔다. 모두가 입을 벌렸다.
술잔이 돌고 풍악(風樂)이 울리고 소리꾼의 창(唱)이 이어지며 회갑연(回甲宴)의 흥(興) 이 무르익을 때쯤, 옥색(玉色) 비단(緋緞)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훤칠한 젊은이 하나가 대문 (大門)에 들어섰다. 그 뒤에는 곱게 차려입은 여자(女子) 둘이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따라 들어왔다.
젊은이는 성큼성큼 이 대감(大監) 앞으로 가더니 “아버님, 절 받으십시오” 하며 넙죽 절을 했다. 개차반 항곤이 돌아온 것이다. 5년전(前) 집을 나간 항곤은 한양(漢陽) 큰 노름판에서 한밑천 잡고 제물포(濟物浦)에서 새우젓 장사로 거상(巨商)이 되었다.
항곤이 “제가 장가(丈家)를 갔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를 따라온 30대 중반쯤 되는 얌전한 색시가 이 대감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러고 나서 항곤이 또 다른 여인을 소개(紹介) 했다.
“아버님, 회갑(回甲) 선물(膳物)입니다.” 박수(拍手) 소리가 우뢰(雨雷)처럼 터지고 그 여인(女人)은 꿇어앉아 이 대감(大監)에게 술 한잔을 거하게 따라 올렸다.
그날 밤 이 대감(大監)은 그녀를 끼고 자며 회춘(回春)을 했고, 이튿날 이 대감의
맏딸과 세아들은 그 여인(女人)을 어머님이라 불렀다.
※ 세상사(世上事) 최고(最高)의 값진 선물은 뭐니 머니해도 여자(女子) 선물(膳物)이 최고여 그담이 머니... 효자불여악처(孝子不如惡妻)라고는 하는디, 잘못 다루면 패가망신(敗家亡身) 혀고 황천(黃泉)길로 질러 갈수도... 갈때가더라도 함 해봐?.. 인생 뭐인남. 갈때 싸들고 강것도 아니고. 그래서 쪽박찬놈 여럿봤다. 아주 많이.. 잼 봤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지발요..
문사(文士) 우호기(禹浩基) 배(拜)
첫댓글 사고뭉치 막내아들이 아버지 회갑 선물로 새 어머니을 선물했으니 최고에 효도입니다 ~*~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항상 언제봐도 야화는 재미가 솔솔~~~회갑선물이 여자라~~참 좋겠네유 ㅋ ㅋ ㅋ
인간은 죽을때까지 금욕 성욕 식욕은 끝이없는것 같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