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벌악(賞善罰惡). 선한 이는 상을 받고 악한 이는 벌을 받는다는 뜻으로 가톨릭의 네 가지 기본 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것은 신앙을 지니지 않은 이들에게도 당연한 내용이지만 성경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하느님의 다른 모습도 봅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이 말씀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말씀을 듣고 왜 모든 이를 똑같이 대하시냐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악인이 회개하여 당신께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시는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기다림은 악인에게 자비를 체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야 합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사랑하지 않는 이들도 품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하느님을 닮으라고 우리를 격려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함을 따라 거룩해지고, 하느님의 완전하심을 따라 완전해지고자 노력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실천의 바탕이자 행동의 기준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신앙을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냅니다.
한편 예수님의 가르침은 무겁고 힘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깊이 체험한 이들에게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그 사랑과 자비를 손수 보여 주시기 때문입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