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만큼은...” 친윤, 尹 후계자 다변화 시나리오로 韓 견제수위 높이나
안녕하세요. 일요서울입니다.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12월 18일 저녁,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는
서울 명동 유세에서
‘차기 대통령은 정몽준’이라고 쓰인
피켓 문구를 의식한 듯 넌지시
“속도 위반하지 말라. 추미애 최고위원과
정동영 고문도 있다”고 했답니다.
당시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는
2002년 월드컵 훈풍을 탄 유력 대권주자였음에도
단일화를 결심하며 노 후보를 단숨에
지지율 1위 대선후보로 격상시킨 일등공신이었답니다.
그런데 그런 정 대표를 두고 노 후보는
당시 진영 내 잠룡으로 손꼽혔던
추 최고와 정 고문을 언급했는데요.
정 대표는 집권 후 자신을 배제하려는 듯한
노 후보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지
불과 두 시간여 만에 지지를 철회했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의 현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총선 이후 검찰 시절 호형호제했던
현 정권 1‧2인자 간 기류는 급속도로 냉각됐답니다.
용산 대통령실과 총선 사령탑을 맡았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
김건희 여사 명품수수 의혹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노선이 틀어지면서입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은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지난 총선 당시 김 여사가 한 전 위원장에게
문자로 따로 연락해 명품수수 의혹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의향이 있다는 취지를 전했으나,
한 전 위원장이 이를 무시했다는 게 논란의 골자입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집권당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다”며
논란화되는 과정에서 김 여사의 발신문자 내용이
왜곡됐다는 점도 강조했답니다.
아울러 김 여사가 당시 전해온 문자 메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왜 지금(전당대회 직전) 시점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의문을 내비쳤답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친윤계가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악연을 매개로
‘배신 정치’ 프레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같은 논란에 불씨를 지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총선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의 공천 취소에
탈당했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과
도태우 변호사의 복당설이 최근 화두에 오른 것도
친윤계 핵심 인사들의 권고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 파다합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총선 때부터
김 여사 의혹 및 채 상병 특검 등
주요 쟁점현안에서 용산과 차별화된
소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전대 출사표를 내며 ‘당정관계 재정립’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우기도 했답니다.
이에 총선 참패 후
당정을 향한 실망과 무력감이 깊어진
온건‧중도 보수층 사이에서
‘보수의 미래 대안은 결국 한동훈’이라는
여론이 팽배해지며 어대한이라는
거대 기류를 낳았답니다.
실제로 지난 4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실시한
국힘 당대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은 35.0%의 지지율로
당권 경쟁자인 원 전 장관(11.3%),
나 의원(9.8%), 윤상현 의원(5.2%)을 압도했답니다.
그 중 여당 지지층으로 설문 범위를 좁히면
한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62.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한 전 위원장의 전대 레이스 단독질주는
최근 국정지지율 20%대로 부침을 겪고 있는
윤 대통령과 대조되며
윤-한 디커플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윤 대통령에게 썩 달갑지 않은 일인데요.
정치코드를 달리하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의 강세는 곧 용산의 약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여권 내 부정여론이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지지세로 투영되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2인자 콤플렉스보다
1인자의 딜레마가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답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여당 장악력과
국정 모멘텀을 유지하며
정권 재창출을 도모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렇다 보니 수평적 당정관계를 강조한
한 전 위원장이 집권당 대표로 선출되는 상황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답니다.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의힘 주류로 편입된 친윤도 이러한 상황이
불편하긴 매한가지입니다.
한동훈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면
당내 주류로서 입지를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집권당 주류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답니다.
따라서 친윤이 우선 ‘당정 원팀’을 강조한
원 전 장관을 앞세워 한 전 위원장을
집중 견제함과 동시에 홍준표‧오세훈 시장,
나 의원 등 진영 내 실력자들과의
공조 채널을 두루 열어놓는
다변화 전략을 취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친윤은 당장 원 전 장관을 필두로 결집하며
한 전 위원장을 상대로 화력전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원희룡 캠프에 합류한
여당 현역 의원만 7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와 함께 원 전 장관의 전대 단일화 파트너로
나 의원을 지목한 모습입니다.
친윤 유상범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이
전대 단일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답니다.
홍준표‧오세훈 시장도 이러한 당‧대 분위기에
호응하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최근 잠정 대권 경쟁자인 한 전 위원장을 향해
“경륜 있고 정치 아는 사람이 난국 이끌어야 한다”,
“총선 참패 주범은 자숙하라는 게 대세”,
“여의도 문법에 슬슬 젖어가고 있다”는 등의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답니다.
이 밖에 친윤 외곽조직인 새미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최근 행보도 주목할 만 합니다.
새미준은 향후 보수권 지자체장들을
두루 초빙해 대규모 포럼을 순차적으로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답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를 이어
정권 재창출을 주도할 적임자를 물색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오는 18일에는 이철우 경북지사가
새미준 포럼에서 <초일류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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