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조건으로 해서 취가 있다. 취는 취착, 집착, 혹은 아집(我執)을 의미한다. 애욕, 욕망에 의해 추구된 대상을 완전히 자기화하려는 것으로, ‘내 것’으로 만들려고 붙잡아 집착하는 것이다. 애욕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강렬한 취착심이다.
이러한 취착에는 다시 사취(四取)가 있으니, 그것은 욕취(欲取), 견취(見取), 계취(戒取), 아취(我取)이다.
욕취는 애욕의 대상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취착이다. 끊임없이 애욕의 대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아집으로 인해 더 많이 소유하려 하고, 더 많이 축적하려 하는 것이다. 애욕의 대상에는 색성향미촉의 다섯 가지 대상과 다섯 가지 욕망인 재물욕, 성욕, 음식욕, 명예욕, 수면욕 등이 있다. 이러한 욕망의 대상들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집착심인 것이다.
다음은 견취로 이는 갖가지 잘못된 견해를 진실로 알고 자기화하여 집착하는 것이다. ‘내가 옳다’고 하는 자기 생각에 대한 집착심으로, 그릇된 의견, 사상, 학설에 사로잡혀 집착하는 것이다.
계취는 계금취(戒禁取)라고도 하며 그러한 잘못된 견해나 사상을 바탕으로 행하는 잘못된 삶의 방식 내지는 계율 등에 집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아취인데, 아취는 아어취(我語取)라고도 하며 오온을 나라고 집착하는 견해다. 즉, ‘나’라는 것은 다만 사대(四大)인 색과 정신인 수상행식 다섯 가지의 요소가 인연화합하여 이루어졌음을 알지 못하고 ‘나’를 실체화하여 집착하여 아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사실 모든 인간고의 뿌리는 앞서 사고팔고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오취온에 대한 잘못된 집착, 즉 아취에 있다.
당연히 이 취 또한 소멸되어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불교는 무집착의 종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집착을 버리라는 가르침을 중요시 여긴다. 집착을 소멸시키는 것이야말로 12연기를 실천하여 고를 소멸하는 핵심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