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민준(미디어몹 수석기자)
사진,디자인/ 홍선영 in changgo.com
음악을 제대로 들어야 겠다,라고 처음으로 마음먹었던 당시에는, 도무지 '베이스'의 소리라는 것을 분리하여 들을 수 없었다. 대략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나. 한동안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국산 워크맨의 성능을 탓하거나, 내 귀에 중증저음청취장애(만약 그런 병명이 있다면)가 있지 않나 의심하며 음악을 들을 때마다 탄식했다. 하지만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헤비메탈이 물결쳤던 80년대 '밴드 사운드'의 이상은 all for one이었다. 수퍼 세션들의 집합체라고 불리웠던 Mr.Big조차도 그랬다. 잉베이 맘스틴과 같이 예외적인 녀석을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밴드에서 개인 플레이는 용납되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긁어대는 다운 피킹의 리듬기타와 베이스와 드럼은 같은 호흡으로 한 덩어리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야만 했다. 그것이 멤버 대통합을 꿈꾸던 80년대의 Rock이었다. 베이스 사운드는 기타에 묻히거나, 드럼의 대고(大鼓, 베이스 드럼) 사운드에 묻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제 Punk를 버린 듯하다'
라고 쓴지 불과 1년도 안되어서 punk를 가지고 다시 돌아와 필자를 뻘쭘하게 만들어 버린 시이나 링고(椎名林檎)의 신작은 '동경사변'이라는 이름의 밴드명을 딱지에 붙여놓고 있다. 밴드로 돌아온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균질한 느낌의 사운드도 그렇고 이젠 그녀도 나이를 먹은 만큼 예전의 막나가던 치기와 산만함을 어느정도 정리한 듯한 인상이다.
...라는 것은 그야말로 천만의 말씀이다. 동경사변이라는 밴드 사운드의 핵심은 아무리 봐도 one for one이기 때문이다. 모여서 하나의 곡을 연주하되, 전제는 딱 거기까지다. 기타도, 베이스도, 드럼도, 건반도, 모두 자기 꼴리는 대로 쳐댄다. 유니즌 플레이라든지, 연주의 합(合)이라든지, one for all과 같은 80년대 Rock의 이상은 약에 쓰려고 해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독 이같은 느낌을 도드라지게 강화하는 것은 '리듬악기로서의 위상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베이스 기타인데, 근음을 생략하는 건 예사고 오버드라이브를 건 채로 기타까지 제치고 리프와 프레이즈를 주도해 버리는 경우마저 목격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해 온 바 '이질적인 요소 충돌시키기' 실험을, 이제는 밴드를 통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리허설 때에는 서로 얼굴을 돌린 채 벽만 쳐다보고 연주한다는(이건 거짓말) 이 기묘한 밴드의 사운드는 마치 '너희들이 알고 있는 Band라는 것의 통념을 뒤집어 주겠다'고 선언하는 듯하다. 모든 멤버들이 동시에 펼쳐내는 임프로바이제이션(즉흥 연주)의 향연,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서로 엇갈려 뿜어져 나오는 이질적인 톤들은, 노래 혹은 연주의 덩어리에만 매몰되어 있던 대다수 청자들을 위해 시이나 링고가 마련한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매우 좋은 말임에 틀림없지만, 음악에 한하여 그동안 우리는 하나하나의 서로 다르고 이쁘고 개성적인 나무들을 너무도 보지 않고 살았다.
track.7 現實を嗤う (현실을 비웃다.)
첫댓글 없어서는 안될 분.. 링고사마!! 乃 ..ㅠ.
이런거 볼때마다, 정말 우연히라도 링고사마의 노래를 듣게 된걸,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앗;; dc에서 보던분!!
으엇; 중간에 보다가 깜짝깜짝 놀랬-ㅂ-;;;;
와하하하. 자기 꼴리는대로 쳐댄다니, 재밌는 어휘구사.
히야 멋집니다 스크랩!
으아 멋지다......링고사마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게 정말 행복하네요. 꺄악.
그래서 교육이었던건가요..베이스에 대한 말은 하나도 못알아 듣겠지만(;;) 역시 링고님>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제 마음의 안식처 링고님....
멋지다!첫앨범제목'교육'딱이다!
역시.. 기사를 보니 다시한번 이해가 갑니다 멋져요! 링고씨!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블로그로 퍼갑니다~~ 출처 남길께요!! ㅎㅎ
홈피에 개인소장할게요~ 출처도 남기구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