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드물게 우측 무릎이 벌겋게 퉁퉁 부어오르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걷기가 매우 불편하며 걸으면 걸을수록 그 증세가 더 심해집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그 병명조차도 모르는 데, 현대에 보상과장 시절(1988년도)부터 업무상 알고 지내던 안양 혜성정형외과 원장만큼은 내 무릎 증세를 정확히 집어 냅니다. 원장 부친이 안양에서 유명한 한의사 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데, 그 후예로써 유전적 자질도 무시할 수 없는 가 봅니다.
“또 술많이 자셨죠
가파르게 오르는 산행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요즈음도 매일 산에 가나요?
기름진 고기 좋아하니 그 또한 병이 됩니다. 술과 고기. 고기있는 데 술이야 빠질 수 없으니 말입니다“
현대인은 평소 자기불만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환경 아래
생체 밸런스 조절이 깨져 면역력이 약한 지천명에 이르는 나이에는
과중한 술과 고기의 독(毒)이 배출되지 못하고 인체에 쌓이게 되는 데,
신장에 쌓이면 신결석,
쓸개에 쌓이면 담결석이 되고,
청해처럼 약해진 무릎에 머물면 그 요석이 통증을 유발하여 이른바 통풍이 되는 거랍니다.
병이야 자랑해야 한다고 청해 통풍 걸렸다 하고 떠들어 댔더니,
이세교 동창이 재용이 딸 혼인에 참석하던 그 날
청해에게 개다래 따러 가자고 한다.
그 개다래는 약이 되는 시기가 따로 있고 그 시기를 놓치면 약으로 쓸 수 없으므로,
대략 9월초쯤 따러 가자고 한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개다래 따러 가기로 한 그 날은 등산 모임에서 성주산 예비 산행 후 제용이네 조개구이 먹자고 한 유혹에 스스로 빠져 참석 여부 결정을 둘러싸고 혼자 고민한다.
며칠을 혼자 무릎상태를 가늠해보며 오늘 자고 나면 낫겠지 하며, 미적미적 끌고 오던 중에
이세교 동창이 전화 왔다.
무릎상태가 안좋아서 산행이 곤란할 것 같다고 하니 가파르지 않는 산길을 10분정도 오르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교 따라 당연히 통풍 약 구하러 가야지 하고 마음이 기울었다.
집에서 새벽 십분전 5시에 산본역까지 걸어 나오는 데에, 토요일이라 일당제 일용노동자가 그 사이에 엄청 늘어 일렬로 쭉 몇 백미터를 늘어서 서성이는 그들을 보니, 웬지 같은 세대를 사는 대한국인으로써 가슴이 아프다.
경제 대통령으로써 족적을 남길 인물로 평가받은 MB 정권은 서민들 애환의 골만 더욱 더 심화된 것 같다 라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으니, 계속되는 인플레에 정말 먹고 살 길이 큰 일 이다 라고 느끼면서.....
그리하여 2011.09.03.06:20에 용산역 광장 앞 택시정거장에서 만나
경기도 양평 옥천에 당도했다.
해발 고도는 높은 데 양평은 군사지역이라 도로가 산중턱까지 도로가 뚫린 것 아닐까 한다.
옥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사방이 얕으막한 크기에
산들이 병풍처럼 삥 둘려쳐저 있고
협곡 안에 형성된 평지가 첫 눈에 봐도 吉地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마누라가 빈 집 있으면 구해보라고 하는 데,
세교의 말을 빌리면, 서울 보다 땅 값이 더 비싸다고 한다.
차에서 내린 후 길도 없을 것 같은 키자란 수풀 속을 헤치고 들어서니,
완만한 코스로 오르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고,
다래나무는 일정 고도 높이에 청정한 산이라 있는대, 몇 발자국 안 옮겼는데 눈에 띤다.
이렇게 도심 주변에 사람의 발 길이 않닿은 처녀지를
세교가 특별히 나에게만 공개하는구나 하는 뜻깊은 배려를 느끼며,
몇 십년만에 만난 동창이건만 이웃에 같이 살아온 오랜 知己知友같으니,
이런 감정은 고교 동창이기 때문일 것 같다.
더 더욱 청해에게 자신감과 채취의 기쁨을 안겨 주려고
“여기 저기 이곳에 3개, 안보여.
여기 지팡이 끝. 잘봐.
보는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 해.
일루 와봐. 여기 떨어진 거 줍어.
아~ 여기 있잖아 저기도 있고 안보인다고 하지 말고 볼려고 노력해봐”
채취의 기쁨도 있지만 개다래 어디 달렸나 찾는 즐거움 또한 좋았고,
향기있는 공기 내음에 정신이 맑아지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 내쉬며
청해는 눈 앞에 펼쳐지는 한 폭의 산수화를
실제 눈으로 보고 있다는 축복에 감사합니다 라고 생각했다네.
계곡 따라 흐르는 물 길 쫓아 오르고,
쭉쭉 뻗은 나무를 타고 휘감은 다래 나무는
하늘에 닿은 콩나무를 연상케하여 동심에 젓고
우리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구나
개다래 채취하며 틈틈이 지난 세월과 조상의 발자취를 회고하며
앞 날에 삶의 설계에 대한 막연하나마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며 오늘을 사는걸 보니 말이다.
세교의 꿈 이루어 진도 고향가면 청해가 술 한 병 차고 놀려 가리.
세교는 개다래 찾아 산길 내느라
3번을 구르고
땡벌에게 2방 맞고 참 욕봤다.
머래랑 다래랑 먹고 살으리랏다에서 나오는
그 다래를 세교가 한 웅큼 주어줘 맛보니,
히야 지금껏 먹어본 그 어떤 과일이
이 맛을 낼까.
씹는 순간 달작지근한 맛 속에
다래 씨의 그 상큼한 맛이 조화를 이루니
여기가 천상의 세계로다 라고 뒷 맛을 남기며 아쉬움 속에 내려와서
옷벗고 땀 흘린 몸 계곡물에 씻으니
얼씨구 절씨구 그 상쾌함과 산바람이 맨 몸을 감싸오네.
이런 기분에 “나체로 자연에 살자”라고 주장하는가 보다 라는 느낌도 한 순간.
이번에는 차를 타고 가평 방향으로 달려 유명산을 눈대중하고
원조 양평해장국 찾아가서 특별히 청해 혼자 자시라고 건내준 소주 한 병을 낼름 먹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쿨쿨 한잠 자다 보니 어느 듯 양수리에 도착했다.
이게 강이여 ...?
두물머리 강이 거제 바다 보다 훨씬 크고 넓어
보는 순간 야~시원하네.
양태공 같이 와서 낛시하면 얼마나 좋아 했을까?
두물머리는 양쪽에서 흘러오던 물이 한 곳으로 합류하는 머리를 뜻 한다네.
만몇 천평은 족히 넘는 연 꽃 식물원이 장관이고,
그 옆으론 시원한 강물이 휘돌아 치며 흐른다.
연 꼿 있던 연못이 폐쇄된 지
300년이나 지난 곳에서 연꽃씨를 발견하여 다시 심어도 잘 자란다고 세교의 설명을 들어가며,
청해는 흙탕물을 정화하며 저 피어난 연 꽃은 향기가 없고 아름답기만 하는 뜻을 헤아려 본다.
향기는 없으나 그 자태로 고귀한 부처님을 모시는 연화좌대로 탄생하는 걸로 보아
맑고 깨끗한 자태로
두 팔 모아 두 손 벌려 받들고
연 꽃은 제 스스로 향기 지우고
부처 그 분의 향기 돋보이게
사람이 사는 세상 이치 또한 같으리라
청해를 위하여
저 연 꽃 마음 닮아
오늘 하루 전적으로 청해를 위하여
베풀어준 호의를 한 동안 잊혀지지 않으리라.
세교가 채집한 “잣솔방울 과 개다래”를
35도짜리 소주(3.6L 플라스틱병)에 담그어 놓았다.
저 술이 익어갈 때
친구의 정성과 마음 또한 같이 익어가리
2011.09.03.
靑海 손상국 이가
이세교 동창의 마음과 건강을 기리며
두물머리 에서
개다래
첫댓글 통풍에는 개다래가 단연 으뜸이지요. 속히 치료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과 산행기 잘 읽었읍니다. 감사
감사합니다.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추석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