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루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