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블레(Les Bleus)”란 프랑스를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뢰블레는 청색이라는 뜻이고, 프랑스 국가대표 유니폼 또한 청색이라서 그렇게 부른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이 붉은색이고 축구팀을 응원하는 응원팀을 ‘붉은 악마’라고 부르는 것처럼 프랑스 축구팀은 ‘레블레’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뢰블레가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4강전에서 잉글랜드를 꺾은 것만으로도 프랑스 국민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저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의 축구 경기는 전혀 보지 않지만 프랑스의 ‘아트 사커’는 많이 들어 본 얘기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축구의 실력이 항상 세계 최정상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으로 나오는 선수들 중에는 아프리카 출신이 많다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축구가 국가 대항전에서 늘 영국과 겨루면서 그에 대한 준비를 했다는 기사에 많이 놀랐습니다. 우리와 일본의 축구에서 충분히 연구할만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레 블뢰(Les Bleus)’ 는 역시 멋졌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했던 프랑스 축구대표팀 이야기다.
킬리안 음바페의 돌파, 앙투안 그리스만의 드리블, 오렐리앵 추아메니의 패스는 말 그대로 ‘아트 사커’였다. 화려한 개인기는 기본, 세밀한 패스에 탄탄한 조직력까지 더하니 축구가 아름답다. 우승은 아르헨티나가 차지했지만, 승패를 떠나 프랑스 축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프랑스가 축구 강국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잘 알려진 대로 프랑스와 영국의 관계는 한국과 일본이나 다름없다. 프랑스는 1988년 국립 축구연구소를 만들었다. 유소년 양성 기관이자 대표팀 훈련 장소인 클레르퐁텐이다. 축구 영재를 육성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종주국이라고 뽐내는 영국을 꺾기 위해서 클레르퐁텐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
시설은 5성급 호텔급인데 분위기는 대학교 기숙사 같다. 축구 스타 티에리 앙리가 바로 클레르퐁텐 출신이다. 차세대 축구 황제로 떠오른 음바페도 어린 시절 이곳에서 공을 찼다. 축구 영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세월이 흐른 뒤 결실을 보았다. 앙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조국 프랑스에 우승 트로피를 바쳤다. 음바페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골든부트(득점왕)를 차지했다.
그런데 프랑스 대표팀엔 ‘순수’ 프랑스 국적 선수가 많지 않다. 카타르 월드컵 26명의 대표팀 엔트리 중 프랑스 단일 국적자는 8명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복수 국적자다. 국적이 아닌 피부색으로 따져보면 이게 정말 프랑스 대표팀 맞나 싶다.
특히 선발 라인업엔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주류를 이룬다. 공격수 그리스만과 골키퍼 위고 요리스를 빼면 모두 피부색이 검다. 프랑스 대표팀이 아니라 아프리카 올스타팀이라 부를 만하다. 공격수 음바페는 아버지가 카메룬, 어머니가 알제리 출신이다. 그래서 국적이 세 개인 3중 국적자다. 추아메니는 부모님이 모두 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이다.
현역 선수뿐만 아니라 역대 프랑스 축구대표팀에도 흑인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당장 프랑스의 축구 레전드 지네딘 지단은 알제리계다. 티에리 앙리도 이민 가정 출신이다.
백인 선수라고 해서 모두 프랑스 혈통인 것도 아니다. 그리즈만은 아버지가 독일계, 어머니는 포르투갈 출신이다. 골키퍼 요리스는 스페인계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중국적이다. 이런 경우는 끝도 없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축구 스타 미셸 플라티니는 이탈리아 이민 가정 출신이었다.
이쯤 되면 국적과 혈통, 피부색을 구분하는 게 난센스요, 시대착오적이다. 그래선지 플라티니는 이렇게 말했다. “축구에 인종이란 없다. 어설픈 백인들만 흑인을 차별한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축구대표팀 구성을 놓고 말이 많다.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자유를 중시하는 분위기에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 문화도 한몫했다.
관용과 아량, 포용을 뜻하는 단어가 바로 톨레랑스다. 국적과 피부색이 달라도, 때로는 종교가 달라도 보듬겠다는 것이다. 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패스, 창의적인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내는 아트 사커는 바로 톨레랑스의 산물이다.
결국 대세는 하이브리드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를 둘 이상 뒤섞는다는 뜻이다. 하이브리드는 축구에만 적용되는 덕목이 아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하이브리드가 사회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내연 기관(석유)과 전기모터(배터리)를 적절하게 혼용한 결과 연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골프도 하이브리드 시대다. 아이언과 우드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럽이 위력을 발휘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자신을 ‘코카블래시안’으로 칭한다.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의 혼혈이란 뜻이다.
이뿐인가. K팝 그룹 중엔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국인 멤버를 받아들인 팀이 한두 곳이 아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블랙핑크가 대표적이다. 잘 알려진 대로 리사는 태국 출신, 로제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이중 국적자다.
굳이 프랑스 축구대표팀과 블랙핑크의 공통점을 꼽자면 하이브리드 팀을 만든 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최고의 가치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하이퍼 커넥트 시대에는 결국 세계와 교류하면서 소통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축구 대표 팀을 이끌 지도자가 외국인 감독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중앙일보. 정제원 스포츠 디렉터
지금 우리나라는 외국인을 받아드리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2중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있지만 그들은 학계나 정치인들이지 운동선수 중에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축구를 이기기 위해 외국계 선수를 데려오자는 얘기를 받아드릴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일민족을 강조하면서 순혈주의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교수 채용에 있어서 그 학교 출신을 주로 임용하는 것도 이런 순혈주의의 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축구 얘기로 돌아가서 지금 대한민국의 축구가 일본에 한 수 뒤져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사실로 인정할 필요가 있고, 그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계 축구계가 일본을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벌써 인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이나 축구협회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우리 축구가 일본을 이기는데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축구에서 블랙핑크와 같은 하이브리드는 바랄 수 없는 일이니, 오로지 선수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선수를 잘 양성하고 게임을 운영을 잘 할 수 있는 유능한 감독을 선임하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오랜 시간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늘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다는 축구협회를 뿌리째 바꾸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時雨